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9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8화
‘송출은 지금 시작된 게 맞고.’
나는 화면이 잘 나오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곧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간 딜레이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약간 기다린 후에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음, 이렇게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영상을 내보내는 건… 그 PR 라이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일부러 천천히 말하면서 딜레이된 반응을 살폈다. 하트와 인사와 어그로로 댓글이 꽉 찼다.
‘아직 읽기는 힘들겠군.’
나는 소개를 계속했다.
“뭘 해볼까 고민했는데… 제가 긴장돼서요. 일단 서로에게 익숙한 걸로 준비해 봤습니다.”
나는 살짝 스마트폰을 각도를 조작해서 내렸다.
“오늘은… 짠.”
카메라가 내 앞의 상을 비췄다. 오늘의 메뉴인 쌈밥이 보였다.
“밥을 같이 먹는… 컨텐츠로 준비해 봤습니다.”
나는 수저를 들어 올렸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싸놓은 쌈밥 하나를 입에 넣었다. 음, 제육볶음 맛이다.
‘괜찮네.’
첫 방송이라 생짜 배달로 구성하긴 양심에 찔려서 만들어봤는데, 익숙한 맛이라 먹기 편해서 도리어 나았다.
‘오디오를 신경 쓰자.’
나는 입안의 음식을 다 씹어서 삼킨 후에 잡담을 이었다.
“일부러 저녁 식사쯤에 맞춰오긴 했는데요, 다른 스케줄 있으시면 나중에… 식사하실 때 틀어놓고 보시면,”
-카메라 각도!!
-눈 안 보여요
-오빠 카메라 좀ㅠㅠ
-벌써 먹기 시작했네
“아.”
스마트폰을 다시 확인하니, 고정 문제인지 내 눈이 살짝 보였다 말았다 하는 정도로 각도가 내려갔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밥 먹는 컨텐츠 보여주기엔 무리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싫다고 하니 받침대를 조정해서 스마트폰을 약간 뒤로 뺐다.
“잠시만요.”
나는 받침대를 돌려서 더 튼튼하게 고정한 뒤, 스마트폰을 톡톡 쳤다.
“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차분히 기다리니 댓글에 답변이 섞이기 시작했다. 읽을 수 있는 것들만 빠르게 눈에 담았다.
-우아아
-내 아이돌 나를 잡고 흔드네
-문대 쇄골 일자다
-잘 보여
-굿
-조아용
“잘됐나 보네요.”
내가 스마트폰을 흔드는 것에 반응하는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꼭 이 안이 조그만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꽤 재밌네.’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의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한 댓글을 골라서 중간중간 대답했다.
“좋아하는 메뉴냐고요? 음… 전 웬만하면 객관적으로 맛있는 건 다 좋아해서. 일단 맛은 괜찮습니다.”
“…‘배달시킨 건가요?’, 아니요. 그냥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썩 요리할 일이 별로 없다 싶다.
스케줄이 바쁘다 보니 그냥 사 먹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그쪽이 훨씬 편하기도 하고.
-요리 잘해요?
-나도 먹고 싶어ㅠ
-닭발좌 먹방한대서 들어옴
-어떻게 했어?
-헉 홈메이드
-맛 설명해줘ㅠㅠ
오, 의외로 반응이 격했다.
“드시고 싶다는 분들이 보이는데, 방송 끝나면 저희 계정에 간단한 레시피라도 올려보겠습니다. 음, 근데 특별히 비법은 없어서… 평소에 드시던 것과 별 차이는… 없지 않을까요.”
나는 새 쌈밥을 입에 넣었다. 불고기 맛이었다.
“그리고 자세한 맛 설명은… 달짝지근한 양념이 밴 고기와 밥이 잘 어울리고, 쌈장이 살짝 자극적인 맛을 주다가 상추가 상쾌하게 마무리해줍니다.”
눈으로는 계속 댓글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외국어가 많다.’
-MOONDAE I love you♡
-No eng sub?
-hello (웃는 이모티콘)
-is it mukbang?
-did you got KIMCHI refrigerator?
이제 데뷔한 그룹의 개인 방송까지 용케 찾아오셨다 싶다. 가 글로벌 런칭 같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뭐 해외에서 파란을 일으켰다는 언플 기사 한번 보지 못한 걸로 봐서는 그 효과는 아닌 것 같고.
‘VTIC과 활동이 겹쳐서 덤으로 아셨나.’
아니면 위튜브 알고리즘의 늪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제법 신기했다.
“아, 김치냉장고. 아직 못 받았어요. 그냥 주실 때 되면 주시겠거니 맘 편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나는 이후로도 계속 적당한 질문에 답변하며 식사를 계속했지만, 의외로 이 ‘적당한 질문’이라는 걸 선정하기 어려웠다.
한 일 분쯤 들여다보고 있어도 외국어와 어그로만 난무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노잼
-많이 먹어!
-아 하필 곰머
-문대 폰으로 하는 중?
-뒤에 뭐 움직여요
-필터 바꿔 줘
흠, 막 던지는 어그로들 사이로 겨우 하나 답변할 만한 걸 잡았다.
“아, 이거 회사 폰입니다. 제 건 여기.”
나는 적당히 던져뒀던 구형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카메라 앞에 적당히 흔들었다.
그리고 하필 그 순간 톡이 왔다.
지이이잉-
[VTIC 청려 선배님]“…….”
타이밍 X 같네.
그나마 팝업에 내용은 안 뜨게 해둔 게 다행이겠다.
-청려
-헐 브이틱
-친해요?
-으 싫어
댓글 보니 이미 다 잡혔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 선배님과는 이후로 가끔 안부 인사 정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거 바로 답장 안 하면 VTIC 쪽에 꼬투리 잡혀서 까이나?
그러나 답장하면 첫 W라이브 중 태도 논란이 될 것 같기도 하니 먼저 양해를 구하자.
“일단 봤으니까 짧게 답장 드려도 될까요.”
-허락 안 구해도 돼ㅠ
-응응
-내용 보여줘
-뭐라고 보내?
-친해요?
‘환장하겠네.’
나는 얼른 톡 내용을 확인했다. 그냥 일 관련 잡담이었다. ‘넵 알겠습니다’ 정도 답변하고 얼른 껐다.
‘화제를 돌려야 한다.’
마침 준비한 것도 있었다.
나는 당장 적절한 댓글을 찾아냈다. 방송 켜고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질문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어디 있어요?
“음, 다른 멤버들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네요. 몇 명은 스케줄 중이고, 몇 명은 집에 있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당장 일어나서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났다.
그리고 방문 밖으로 나가서 이미 거실에 대기 중이던 놈을 데리고 들어왔다.
“집에 있던 친구를 데려왔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나 큰마음 먹었어요’라고 전신으로 외치는 중인 선아현이었다.
근 이삼 주간 상담을 받더니, 조금 용기가 생겼는지 출연을 결정하셨다.
다만 아직 오래 나올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하니, 일단 이렇게 중간에 잠깐 있다가 나가는 식으로 구성해뒀다.
다행히 댓글 반응은 좋았다.
-헐 아현이
-사스미 어서와ㅠㅠ
-사랑해
-청우 오빠 없어요?
-유진이 불러줘
몇몇 거부반응 정도는 선녀였는지 선아현의 안색이 꽤 안정적이었다. 선아현은 약간 달아오른 얼굴로 스마트폰에 손을 흔들었다.
“다, 다들 잘… 지내셨어요?”
하지만 딜레이되는 댓글 시간 때문에 선아현이 볼 수 있던 내용은 주로 ‘얼굴 미쳤다;’ 정도였다.
“다들 잘 지내신다는 것 같습니다. 선아현 씨는 요새 뭘 하고 지내시나요.”
“아! 저, 저는 뜨개질을 배웠습니다…! 보, 보여드릴까요?”
“좋죠.”
우당탕탕. 선아현이 당장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나는 카메라에 부탁했다.
“…쟤가 뭘 내밀면 박수 좀 많이 쳐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막 배워서 한창 좋아할 때라.”
이러면 웃겨서라도 많이 올리겠지.
“이, 이거입니다…!”
선아현은 번개 같은 속도로 돌아오더니, 몇 가지 알록달록한 물건을 냉큼 스마트폰에 내밀었다.
바로 수세미다. 식빵부터 딸기까지 종류별로 떠 놨다.
그리고 부탁대로, 사람들은 선아현이 시야에 돌아오자마자 박수 이모티콘으로 댓글을 밀어버리기 시작했다.
“아… 가, 감사합니다!”
선아현은 딜레이 때문에 아직 수세미를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화색이 되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정도면 됐나.’
더 두면 또 갑자기 예상 못 한 타이밍에 등장한 트라우마 제조기 수준 악플이 선아현의 멘탈을 박살 낼 수도 있으니 이만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선아현은 자신감이 생겼는지, 슬쩍 상 앞에 앉아서 수세미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시… 식빵을 먼저 떠서, 조금 모양이 이상한데, 따, 딸기는 잘 만든 것 같아요.”
말리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리고 문이 불쑥 열리더니, 누군가 걸어들어왔다.
“문대 씨~ PR 먹방 10분 끝났는데 계속하고 계시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큰세진이었다.
“쌈밥 하나 주시면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저도 쌈밥!”
그 뒤로 차유진이 손을 번쩍 들고 들어왔다. 누가 봐도 방송 보다가 난입한 놈들이다.
‘……분명 고기가 프라이팬에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
그냥 주방에만 가도 먹을 수 있는 걸 굳이 여기 온 것은 W라이브 난입 목적뿐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이 시끄러워졌다.
“헐! 이거 진짜 맛있네.”
“주방에 고기 많이 해뒀으니까 먹어.”
“아냐, 이 방송용으로 미리 정성껏 싸놓은 형태라 더 맛있는 것 같아.”
“최고!”
차유진은 전형적인 먹는 예능 게스트처럼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선아현에게도 쌈밥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선아현이 먹고 싶은데 미안한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두통이 밀려온다.
“…편하게 먹어라.”
“으, 으응!”
“형, 저도 많이 먹어요?”
“맘대로 해라.”
“예압!”
나는 순식간에 작살나는 쌈밥을 보며, 카메라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양을 더 넉넉히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댓글은 웃느라 난리였다. 웃음이라도 줬다니 다행이다.
“쌈밥이 다 떨어진 관계로… 오늘의 먹방은 이만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대신 질문 타임이든 뭐든 적당한 컨텐츠를 생각해 내려는데, 쌈밥 하나 먹고 손 턴 큰세진이 손을 내저었다.
“어? 야,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우리가 쌈밥 싸줄게!”
“……!”
…그래서 그 후 20분간, 부엌으로 스마트폰을 옮겨서 쌈을 싸는 방송을 했다.
“차유진 상추를 대체 몇 개나 쓴 거야??”
“싸, 쌈이 얼굴만 해….”
그리고 얼마 뒤 건강검진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나머지 세 명까지 합류했다.
“다들 뭐해?”
“형! 이거 드셔보세요!”
결국 합류한 놈들에게 쌈밥을 먹여서 시식 평을 들은 후에야 W라이브를 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으나, 시청자수가 잘 나왔던 것을 보면 흥미로운 컨텐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그런데 원래 하려던 말은 못 했군.’
방송이 난입한 놈들에게 해적질당하면서 되는 대로 흘러가 버리다 보니 일어난 부작용이었다.
나는 대신 SNS를 켰다. 그 과정에서 짧게 인터넷을 살펴본 결과, 반응이 꽤 괜찮았다.
-난 분명 먹방을 클릭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천하제일 쌈밥대회를 보고 있었음
-닭발 영상 지박령들 오늘 W라이브 뜬 거 보고 흥분해서 달려가더라
-아 위튜브에서 했으면 닭발좌 이제부터 쌈밥좌로 개명 쌉가능인데ㅋㅋ
-쌈밥 뜯긴 문댕 (캡처 사진)
‘이 정도면 성공적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약속했던 짧은 쌈밥용 고기 레시피를 새 글로 적어 내렸다.
그리고 추가 문구와 함께 업로드했다.
[+ 새 앨범 준비 시작했습니다.]참고로, 이날 언급한 김치 냉장고는 이틀 뒤 바로 숙소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