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05
여기가 레알의 약점이야.
“우리는 신경도 안 쓴다 이거지?”
8만 마드리드 팬들은 우리에게 야유를 보내지도 않았다.
대신 레알 마드리드의 새하얀 유니폼을 입은 잘생긴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나는 피치에 서서 반대편을 보았다.
지난 1차전에 없던 두 남자가 있었다.
지단과 호나우두.
이미 축구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얻은 두 남자가 천사처럼 새하얀 유니폼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공을 주고받았다.
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직 우리가 조 2위였고 우리가 1차전을 이겼음에도 경기장에 모인 누구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후회하게 해주마.”
삐이이이익- !!
[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나우두와 지단이 선발 출전했네요. 월드컵 우승 듀오입니다. 물론 각자 다른 팀에서요. 하하하.] [마드리드는 호나우두를 원톱으로 세우고 그 뒤를 지단이 받칩니다. 웨스트햄의 포메이션이 1차전과 다르네요. 아… 이건… 설마.]레알 선수들이 처음으로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1차전에 선보인 파이브백 시스템을 대비하고 전술 훈련을 한 게 분명했다.
[졸라 감독. 1차전 승리의 비법인 변형 파이브백을 버리고 2차전에 영국축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랫 4-4-2를 들고 나왔네요. 도대체 이걸로 무얼 하려고…]지난 두 경기가 졸라 감독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는 셰링엄과 데포를 투톱으로 내세운 4-4-2를 가동했다.
나와 안톤이 센터백을 맡고 캐릭과 마크가 중앙 미드필더, 베나윤과 페넌트가 측면 미드필더를 맡았다.
[이곳에서 무승부만 해도 웨스트햄은 대성공인데요. 졸라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무모해요. 은하수 군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맞불 작전이라뇨. 자살행위입니다!]“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호나우두와 지단 때문이다.”
토트넘전을 승리한 다음 날.
졸라 감독은 레알과의 2차전 전략을 선수들에게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호랑이를 상대로 물러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도망쳐봐야 곧 따라잡힐 테니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호랑이가 우리를 물기 전에 아가리를 붙잡고 송곳니를 뽑아버리는 거다. 부탁한다. 영웅아. 너에게 우리의 운명이 달렸다.”
“저요?”
“그래. 호나우두와 지단 라인을 끊어낼 수 있는 선수는 너밖에 없어.”
졸라 감독의 작전을 이랬다.
레알 마드리드의 예상 포메이션은 4-2-3-1.
가장 무서운 건 원톱 호나우두와 그 밑에서 10번 플레이메이커 롤을 맡는 지단이다.
나는 전진 수비로 지단을 괴롭히며 동시에 호나우두에게 향하는 패스를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콰아아앙! 삐이이이익!
“아악!”
[나영웅! 앞으로 뛰어나가다가 지단과 충돌합니다! 심판! 경기를 중단시킵니다! 전반전 시작부터 파울을 당하는 지단!]“우우우우우우!”
나는 뛰어나가서 지단에게 몸통박치기를 가했다.
하체와 상체를 동시에 밀어 넣으며 강하게 부딪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선수가 비명을 지르며 피치를 뒹굴자 레알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나영웅! 옐로카드! 시작부터 최악의 플레이를 펼칩니다.] [영리한 선수가 왜 저런 미친 짓을 했을까요? 나영웅도 어린 선수에 불과한 걸까요. 앞으로 수비가 정말 어려워질 겁니다.]척-
“미안해요. 지단 씨. 워낙 대단한 경기라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 일어나세요. 손잡으시고.”
나는 모여든 레알 선수들을 뚫고 들어가 지단을 잡아서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했다.
오랜 부상에서 어렵게 돌아온 지단이 나를 노려보았다.
“넌 뭐야!? 꺼져! 이 새끼야!”
“왜 사람을 밀어요!? 사과했잖아!”
“꺼지라고! 풋내기 자식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레알 동료들이 격분하며 나를 밀쳐냈다.
“너 따위가 감히 지단 님께 말을 걸어?”
이런 분위기.
레알 선수들도 지단을 어려워하는 게 느껴졌다.
특히 엘게라와 파본이 격렬하게 화를 냈는데 둘은 오늘 레알의 최종수비를 책임지는 센터백 콤비였다.
내가 경계하는 세르히오 라모스는 오늘 지단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여기가 레알의 약점이야. 이길 수 있어.”
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브라질인 루솀부르구.
레알 갈락티코 1기와 2기 사이의 혼란기를 상징하는 폭망한 감독 세 명 중 하나다.
그에게 레알 마드리드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자동문 파본에게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센터백을 맡기고 천하의 라모스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긴 것만 봐도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삐이이익- !!
[경기가 재개됩니다. 지단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입니다.]지단의 짜증 난 표정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카드를 받은 건 아쉽지만 내가 의도한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졸라 감독에게 지단을 막으라는 지령을 받고 떠올린 건 [마테라치 사건]이었다.
내년에 벌어질 2006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단은 경기 내내 마테라치의 도발에 짜증을 냈고 결정적인 순간 박치기를 하며 퇴장당해서 팀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더러운 짓이었지만 어쨌든 마테라치 덕분에 이탈리아팀은 프랑스를 누르고 월드컵 우승컵을 들었다.
나도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다.
[지단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합니다! 마크 노블과 마이클 캐릭의 협력 수비!]흥분한 지단의 드리블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하지만 지단은 지단이었다.
순간 우아한 동작으로 마술처럼 마크와 캐릭을 벗겨내더니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찔렀다.
파아앗- !!
[아! 나영웅이 패스를 낚아챕니다! 그대로 역습 시도! 빨라요! 일반적인 수비수의 스피드가 아니에요!]나는 지단의 패스를 잘라먹고 즉각 역습을 감행했다.
캐릭이 내려와서 내 자리를 메꾸었다.
투우웅- !
[나영웅이 계속 드리블하며 전진합니다!]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컴 – 라모스가 지키고 있는 왼쪽보다 구티 – 가르시아가 지키고 있는 오른쪽이 널널했기 때문이다.
파아아앙- !
[나영웅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 페넌트가 받아서 뒤꿈치로 원터치 연결! 저메인 데포! 침투하며 슈티이이이잉!!]뻐어어어엉!! 파아아앙!
데포가 암살자처럼 침투해서 반 박자 빠르게 때린 슈팅을 카시아스가 펀칭으로 쳐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잠시 조용해졌다.
[웨스트햄의 코너킥! 관중들이 공격 속도에 놀라서 야유도 하지 못합니다.] [방금 역습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요즘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영국축구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빠르고 직선적인 패스로 레알 수비진을 완전히 깨트렸어요.]사실 전형적인 영국축구는 아니었다.
영국식 정통 4-4-2 킥앤러쉬 전술에서는 센터백이 절대 하프라인을 넘어가지 않는다.
우리의 전술은 전설의 센터백 보비 무어가 있던 시절 웨스트햄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변칙 전술에 가까웠다.
[볼을 탈취한 순간부터 최종 슈팅에 이르기까지의 전개가 초고속입니다. 레알 선수들 긴장해야겠어요.] [우선 코너킥을 막는 것부터 집중해야 합니다. 웨스트햄은 세트피스에 강한 팀이니까요.]내가 박스로 성큼성큼 들어오자 레알 선수들이 도끼눈을 떴다.
나는 셰링엄과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고 각각 니어 포스트와 파포스트에 자리를 잡았다.
뻐어어어엉- !
캐릭이 코너킥을 찼다.
니어 포스트에 있던 셰링엄이 힘껏 뛰어올랐다.
파포스트에 있던 나는 반원을 그리며 니어포스트로 달려들었다.
파아아앙! 뻐어어어어엉- !
셰링엄이 백헤딩으로 넘긴 볼을 내가 헤딩을 하려는데 라모스가 튀어나와 머리로 걷어냈다.
[라모스가 빨랐어요! 위기를 넘긴 레알의 반격!]“역시… 저 인간이 문제야.”
라모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우리가 연습한 코너킥 패턴을 읽었다.
[베컴이 패스받아서 그대로 연결합니다!]뻐어어어엉- !
레알의 역습 패턴은 간단했다.
[베컴에게 최대한 빨리 볼을 준다.]베컴이 오른쪽에서 특유의 얼리 크로스를 때렸다.
회전을 잔뜩 먹은 볼이 부메랑처럼 아름답게 날아가서 달리는 호나우두 오른발에 척! 붙었다.
[웨스트햄! 한 방에 뚫렸어요! 위기에요!]콰아아아아앙- !! 삐이이익!
후방을 혼자 지키던 안톤이 슬라이딩 태클로 호나우두를 쓰러트렸다.
정강이를 차인 호나우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제발.”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안톤이 여기서 퇴장당하면 모든 게 끝이다.
“이제 겨우 승리의 가능성을 보았는데.”
주심이 안톤에게 달려가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옐로카드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야유를 쏟아냅니다! 웨스트햄은 센터백 두 명이 모두 카드를 받고 말았습니다.]“우우우우우! 주심 눈깔 삐었냐!?”
“누가 봐도 마지막에 발을 들었잖아!”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인지 모를 상황이었다.
전반전 초반에 카드를 받은 안톤과 나는 앞으로 수비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레알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부상에서 힘들게 복귀한 지단과 호나우두의 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지단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피치를 걸어 다녔고 호나우두는 다리를 절뚝거렸다.
[빗줄기가 조금씩 거세지는 가운데 양 팀의 공방전이 계속됩니다. 예상과는 달리 웨스트햄이 지금까지는 선전하고 있습니다.]레알의 예봉은 확실히 꺾었다.
초반에 호나우두나 지단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을 거다.
거친 파울에 몸과 마음이 상한 지단과 호나우두의 다리가 멈췄고 나머지 선수들은 둘의 부족한 활동량을 대신 채워야 했다.
[웨스트햄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반면 웨스트햄은 모든 선수가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셰링엄은 센터백을 압박했고 데포는 내려와서 미드필더진을 도왔다.
레알은 에너지 레벨에서 우리에게 밀렸다.
[웨스트햄이 다시 볼을 탈취합니다! 나영웅! 또 오버래핑! 오늘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합니다!]나는 기회가 생기면 즉각 중앙선을 넘어갔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이유는.
“헐거워. 레알을 잡을 수 있겠어.”
레알의 중원이 약했기 때문이다.
지단 – 구티 – 베컴 – 라모스 – 가르시아가 레알의 중원을 책임졌는데 많이 뛰는 선수가 없었다.
베컴도 맨유 시절에는 많이 뛰었는데 레알에 와서는 부쩍 활동량이 줄었다.
다들 우리보다 공을 잘 찼지만 우리들은 그들이 공을 소유하지 못하게 괴롭혔다.
[저거 보세요! 웨스트햄 선수들이 한 번에 압박하고 같이 역습을 시도합니다!]마크가 구티에게서 볼을 빼앗아 오버래핑하는 나에게 패스했다.
[나영웅이 볼을 받았어요! 그대로 질주! 덤벼드는 라모스!]라모스.
또 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