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53
252화. 하영이의 선물 (2)
한밤중.
강소는 바닷가에 서 있었다.
처얼썩-!
파도가 치고 있었다.
바닷가는 저번에도 와 봤지만,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보다 보면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에게는 유순태의 중식도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유하영의 부탁이었다.
‘음, 칼날치라…….’
강소는 핸드폰으로 칼날치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먼 바다에 사는 마수라고 했다.
‘원해(遠海)라…….’
강소는 비천공을 사용했고, 공중에 떠오른 그는 먼 바다 쪽으로 날았다.
슈욱-! 슈욱-!
곧, 그의 시야에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가진 마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떼로 다니는 그들은 한 마리가 사람 다섯 명은 거뜬히 삼켜 버릴 정도로 컸다.
과연 A급 마수다웠다.
하지만 강소에게는 식칼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강소는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칼날치 중 세 마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지느러미를 부욱 뜯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지느러미뿐이었으니까.
‘아! 마정석도 챙겨야지!’
잔인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잔인하게 사람을 씹어 먹는 마수들이었다.
그리고 마수와 인간 사이의 관계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관계뿐이었다.
‘세 개는 너무 적은가? 좀 더 챙겨야겠군.’
그렇게 얻은 지느러미를 가지고 강소가 향한 곳은 서철이 있는 각성자 협회의 공방이었다.
.
.
.
“나를 왜 불렀나?”
강소는 이신을 통해 서철을 불렀다.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없는 장소였고, 강소에게 서철의 연락처가 없었으니까.
사실 강소는 그곳의 경비가 삼엄해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 그는 평범하게 살고 있었으니까.
이신의 연락을 받은 서철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공방 앞쪽의 공터로 나왔다.
“아! 자네는 양춘각의 배달부 아닌가?”
“안녕하세요. 어르신.”
“그래서 무슨 일인가?”
그 물음에 강소가 말했다.
“유하영 양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뭣이? 하영 양의 부탁이라고?”
역시 예상대로 유하영이라는 이름에 서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전에 김명희에게 서철이 유하영의 광팬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그리고 유하영의 팬클럽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분명 닉네임이 할애비초코빵NO.1 이었지?’
서철이 재차 물었다.
“하영 양의 부탁이라니, 그게 정말인가?”
그 물음에 강소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그건 스케치북 한 장을 곱게 접은 것이었다.
“이게 뭔가?”
“하영이의 의뢰서입니다.”
서철은 그것을 펴 보았고, 순간 흠칫했다.
“이 글씨는!”
그동안 팬클럽에 유하영이 쓴 편지를 올리곤 했고 서철은 열혈 초코빵이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그건, 틀림없는 유하영의 글씨였다.
[하부지. 아빠 생신 선물로 식칼이 필요해요. 만들어 주세요]유하영의 자필임이 분명한 그 의뢰서를 보자, 서철의 장인 본능에 팬심이 더해져 평소보다 더욱 활활 타올랐다.
“식칼이라? 하영이 애비가 중국집을 했지? 그럼 중식도가 필요하겠군. 어서 재료를 찾아야…….”
“재료는 여기 있습니다.”
강소는 그 앞에 칼날치의 지느러미를 꺼내 놨다.
쿵-!
“이 정도면 될까요?”
“이, 이건 설마 칼날치의 지느러미?”
서철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철은 그 진귀한 재료에 침을 꿀꺽 삼키며 자세히 칼날치의 지느러미를 살폈다.
“이렇게 싱싱한 건 처음이야! 대체 어떻게 구한 건가?”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가?”
서철은 강소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러려니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런데 양이 상당히 많군. 혹시 열 자루 이상이 필요한 건가?”
“아닙니다. 필요한 건 잘 만들어진 중식도 한 자루뿐입니다.”
“그러기엔 이 지느러미는 너무 많네.”
“그럼, 필요한 대로 사용하시고 남은 것은 중식도 값을 치르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그래도 남을 것 같은데?”
서철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귀한 것도 필요한 사람의 손에서나 귀한 것입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군. 잘 쓰겠네.”
서철은 고급재료들이 가득 들어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영이의 애비라는 사람의 손을 보거나 아니면 그 주방장이 쓰던 칼이 있어야 하는데…….”
“그거라면, 여기 가져왔습니다.”
강소는 얼른 유순태의 중식도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내밀었다.
“준비성이 철저하군!”
사실 강소가 특급 살수가 되었을 때 위에서 검을 한 자루씩 맞춤 제작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제작자는 유명한 장인이었는데, 그 장인은 검을 맞춤 제작하기 위해서는 검을 쓰는 자의 손을 보거나 아니면 쓰던 검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유순태가 쓰던 중식도를 가져왔는데, 잘한 것 같았다.
서철은 그 중식도를 받아 이곳저곳을 살폈다.
“음…… 양춘각의 주방장, 그렇게 안 보였는데 상당히 독종이군. 이 칼이 손에 익을 때까지 계속해서 중식도를 사용하는 연습을 한 것 같아.”
“그렇습니까?”
“한 5년에서 6년 정도 쓴 것 같은데 8년에서 9년 정도 사용한 만큼 닳았거든.”
과연 국내 최고의 장인이었다.
쓰던 중식도를 봤을 뿐인데 그걸 알아봤으니까.
이것저것을 살핀 서철은 그 중식도를 다시 강소에게 내밀며 물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만들면 되나?”
“혹시 내일까지 가능합니까?”
“가능하지.”
“그럼 부탁드립니다. 내일이 하영이 아버지의 생일이라서요.”
“알겠네. 그럼 내일 오후 4시 반에서 5시쯤 찾으러 오게나.”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강소는 서철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다시 양춘각으로 돌아갔다.
서철은 자신 앞의 칼날치의 지느러미들을 보았다.
그 지느러미들은 마치 살아 있는 칼날치의 지느러미를 방금 뜯어낸 듯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칼날치가 괜히 A급 마수가 아니었고, 이신도 그건 불가능했으니까.
‘이거, 생각보다 좋은 물건이 나올 것 같은데?’
* * *
아침이었다.
임소영은 아침부터 유순태를 위해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강소는 운기조식을 하고, 일어나 1층 홀로 나왔다.
미역국 냄새에 그는 피식 웃었다.
‘오늘이 순태의 생일이군.’
강소는 유순태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고, 그건 지금 인벤토리 안에 있었다.
곧 유순태가 하품을 하며 내려왔다.
“좋은 아침.”
강소가 웃으며 인사했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아.”
유순태가 겸연쩍게 웃었다.
“고맙다.”
.
.
.
그날 아침은 미역국에 밥과 잡채, 돼지갈비 등 이런저런 음식들로 한가득이었다.
임소영이 유순태를 위해 준비한 생일상이었다.
“내 생일상 차리느라고 무리한 거 아니야?”
“그냥 쉬엄쉬엄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먹어요.”
“잘 먹을게.”
유순태가 숟가락을 들자, 다른 가족들도 숟가락을 들었다.
강소는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아…… 맛있다.’
미역국은 속을 편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 듯했다.
그래서 강소는 미역국을 좋아했는데, 미역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 인벤토리에 바다를 만들고, 미역을 키워 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따앙-! 따앙-! 따앙-!
각성자 협회의 공방.
서철의 작업실에서는 어젯밤부터 쇠 두들기는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
“스승님.”
수제자 김은식이 서철의 공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침 안 드세요?”
“아침?”
그제야 서철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아침 9시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뭘 하시기에 밤새 철을 두들기신 거예요?”
“아, 이거?”
김은식은 서철이 두들기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역시 장인이었고, 서철을 스승으로 둔 수제자였기에 칼날치의 지느러미를 알아본 것.
“와! 이거 존나게 질이 좋네요?”
“그렇지?”
“이 정도면…… 존나 좋은 물건이 나오겠는데요?”
“내가 봐도 정말 잘 나왔어.”
“그런데 무슨 무기를 만드시는데, 칼날치의 지느러미까지 사용하시는 거예요? 아깝다고 잘 꺼내지도 않으시잖아요?”
“아, 이거?”
서철은 씩 웃었다.
“그럴 만한 일이 있다.”
서철은 자신에게 칼날치의 지느러미가 많아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니,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수제자를 위해 한 두 개 정도 내어줄 수 있었다.
그는 창고에서 지느러미 두 개를 꺼내 김은식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이게 뭔데요?”
“전에 네가 만들어 보고 싶은 무기가 있다면서? 그걸로 만들어 봐라.”
“진짜 저 주시는 거예요?”
“그럼, 진짜 주지 가짜로 주냐?”
“앗싸! 스승님! 이거 무르기 없기예요!”
“안 무른다.”
김은식은 신이 나서 지느러미를 들고 자신의 공방으로 향했다.
그러다, 김은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승님의 손에서 희대의 역작이 탄생할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모양이 중식도 모양이지?’
* * *
강소는 약속대로 공방으로 왔고, 그 앞에서 서철을 기다렸다.
4시 50분.
서철은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
“옛다. 여기 하영 양이 만들어 달라고 한 중식도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그 상자를 받아 들었다.
“한 번 봐도 됩니까?”
“물론이지.”
강소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 들어 있는 중식도를 살폈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칼날과 나무 손잡이 등,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강소는 그 중식도에서 다른 뭔가를 느꼈다.
“어? 설마 이거…… 아티펙트입니까?”
강소의 물음에 서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의도한 건 아닌데 아티펙트가 되어 버렸어.”
“중식도인데, 아티펙트라니! 대단하군요.”
“S급이야.”
“네?”
서철이 말을 이었다.
“그놈 S급이라고. 아마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하영 양의 마음을 하늘이 알았나 봐.”
서철의 진지한 그 말에 강소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강소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중식도의 값은…….”
“어제도 말했듯이, 남은 칼날치의 지느러미로 충분하고도 남아.”
“그럼 이거 받으십시오.”
강소는 그에게 천 원짜리 열 장을 내밀었다.
“이건 뭔가?”
“하영이가 모은 용돈입니다. 이걸로 아빠 식칼을 사 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아…….”
“그러니 받아 주십시오.”
“알겠네.”
서철은 천 원짜리 열 장을 받으며 생각했다.
‘이거, 액자에 넣어 놔야겠어.’
그런 생각을 모르는 강소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게나.”
강소는 곧바로 양춘각으로 향했다.
5시면, 장사를 시작해야 했고 그때부터 배달 주문이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새로운 중식도는 인벤토리에 보관하기로 했다.
* * *
저녁 8시였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양춘각 문을 닫기로 했다. 유순태의 생일 파티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생일 케이크는 강소가 준비했다.
유순태는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하영의 입맛에 맞추어 초코 케이크를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유순태의 생일 파티에는 김지은과 오동수 그리고 하태복과 황진혁, 이혁 부부도 참석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유순태는 힘차게 촛불을 껐다.
“후-!”
“와아아아!”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유순태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생일 축하해!”
“생신 축하드려요!”
사람들은 이것저것 선물을 주었다.
이번에도 임소영은 영양제를 선물했고, 김지은은 좋은 와인을 선물했다.
황진혁은 조리복 안에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선물했고, 오동수는 양말을 선물했다.
이혁 부부는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
이제 남은 건 유하영과 강소의 선물이었다.
우선 강소 먼저 선물을 주었다.
“받아라.”
“이건?”
“도마다. 금강철목이라는 나무로 만들어서 단단하면서도 잘 썩지 않는 나무다.”
그건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 도마였는데, 강소가 살던 세상에서 금강철목으로 만든 도마는 숙수들이 가지고 싶어 하던 꿈의 도마였다.
“아! 고마워! 마침 도마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유하영이 말했다.
“아빠! 이제 하영이 선물을 받아야 해요!”
“하영이도 선물을 준비했어?”
“네!”
유하영의 말에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중식도 상자를 꺼내 유순태에게 주었다.
“이건, 하영이가 주는 선물이다.”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그 나무 상자를 열어 본 유순태는 깜짝 놀라 유하영과 강소를 보았다.
“이, 이거 뭐야?”
무림에서 온 배달부 25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