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63
262화. 지팡이는 부러지지 않는다 (1)
딸랑.
강소가 배달을 마치고 양춘각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배달은 어디입니까?”
그의 물음에 김지은이 얼른 대답했다.
“다음 배달은 여기예요.”
김지은이 배달지를 적은 종이를 건넸고, 강소는 그 배달지를 슥 보았다.
“짜장면이 열두 그릇입니까?”
“네. 좀 많죠?”
“괜찮습니다.”
강소는 김지은이 포장해 놓은 음식을 철가방에 넣고, 젓가락과 단무지 등도 챙겨 넣은 후 다시 배달을 위해 양춘각을 나섰다.
그릇 개수가 많다 보니, 철가방 두 개를 동시에 들어야 했다.
무게가 상당했지만, 강소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타타탓-!
그는 허공을 날다시피 하여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배달 목적지는 경찰서였다.
각성자 협회와 달리 경찰서는 배달부가 직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경찰서 앞에 서 있는 경찰에게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강력 2반이라…….’
그는 [강력 2]라는 팻말이 달린 곳으로 들어갔다.
“음식 배달 왔습니다.”
그의 말에 경찰 제복을 입은 젊어 보이는 남자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아, 네! 이쪽으로 주세요.”
강력 2반의 사무실 안쪽에 크고 동그란 원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여기에 놔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강소가 그 위에 음식을 올려놓는 동안, 사무실 안은 전화벨 소리와 형사들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소리, 그리고 타자 소리로 가득했다.
“아! 똑바로 말 안 해요? 방금 말한 내용하고 틀리잖아요!”
“아! 내가 진짜 미치겠네!”
“내가 미치겠습니다. 내가! 우리 쉽게 좀 갑시다. 네?”
“그러니까, 내가 거기 있었던 건 그냥…….”
다른 사람이라면 저절로 위축될 만한 분위기였지만, 강소는 그냥 묵묵히 상 위에 음식을 올려놓을 뿐이었다.
그때 강소에게 원탁 위에 음식을 올려놔 달라고 말한 젊은 경찰이 말했다.
“좀 정신없죠?”
“네?”
살짝 반문했던 강소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다들 해야 할 일을 하고 계시는데 정신없다고 하면 실례일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젊은 경찰 역시 웃으며 귀밑을 긁적였다.
그때 형사들이 하나씩 원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우리가 고맙네.”
“그러게 말이야.”
“참, 바른 청년이야.”
그들은 짜장면 그릇의 랩을 벗기며, 상석에 앉은 중년의 남자에게 말했다.
“반장님. 얼른 드세요.”
“짜장면 다 불으면 맛없습니다.”
“먼저 먹어라. 먹다가 튀어 나가지 말고.”
“네네!”
그들은 허겁지겁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고, 그들 중 한 형사가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 말했다.
“명순아, 단무지 랩 좀 벗겨 봐라.”
“네!”
강소는 경찰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의 명찰을 힐끔 보았다.
김명순이라는 이름이었다.
그 경찰은 김치와 단무지의 랩을 벗겨 그들 앞에 놓았다.
그리고 강소는 작은 수첩을 하나 내밀었다.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 같은 경우, 급량비라고 따로 나오는 돈이 있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결제했는데, 한 달 동안 시킨 음식을 수첩에 적어 놨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수첩에 적은 음식을 확인하고 책임자가 사인을 했다.
“반장님, 사인은 어떻게 할까요?”
“확인하고 맞으면 네가 사인해.”
“제 이름을 써야 합니까?”
“네가 담당자냐? 내 이름을 써야지.”
“아, 네!”
김명순은 수첩에 사인을 해서 강소에게 돌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사인을 받은 수첩을 품에 넣었다.
그때였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고, 한 형사가 전화를 받았다.
“네, 강력 2반…… 네? 살인사건이요? 어딥니까!?”
탁.
그는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반장님. 살인사건입니다!”
“그래?”
반장이라 불린 이는 랩 벗기는 것을 멈추고 형사들에게 물었다.
“지금, 맡은 사건 없는 녀석은 얼른 자진해서 손 들어라.”
“모두 하나씩은 맡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맡은 사건이 세 개 미만인 녀석들, 손 들어라.”
그 말에 형사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 두 개 맡고 있습니다.”
“그럼 너랑…….”
반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두 개군. 젠장.”
그리고 반장은 김명순을 보았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명순아, 너도 같이 간다.”
“네!”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인사하고는 나왔다.
“살인사건이라…….”
강소가 살던 세상에서도 살인사건 같은 중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기관이 있었다.
그리고, 강소는 그들을 피해 다녔다.
무림과 관은 서로 상관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지만, 강소가 속해 있던 살수 집단은 무림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강소는 기관의 추포 대상이었다는 뜻이었다.
강소가 무신으로 추앙받게 되면서, 그를 추포할 간 큰 자는 없어졌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곳은 언제 와도 기분이 좀 그렇단 말이지.’
강소가 가지고 있는 죄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강소는 경찰서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긴, 경찰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어?’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가장 최근에 경찰서에 왔던 건 김범식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김범식이 백은하에게 돈을 빌렸다는 증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백은하는 수줍은 표정으로 USB를 내밀었다.
“제가 주로 일 관련해서 전화로 지시를 받는데, 그걸 기억 못하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핸드폰 통화녹음 앱을 사용하고 있고 그걸 한 달에 한 번은 꼭 USB에 따로 저장해요. 저희 쪽 일이 일 년을 끄는 일도 있어서…….”
“그러면 여기에 그 사람과의 통화 내용도 있다는 겁니까?”
“모든 통화가 자동저장이다 보니 따로 지우기 힘들어서…….”
강소는 피식 웃었다.
‘아무리 착하고 소심한 사람도 발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인가?’
그래도 김범식이 발뺌하면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김지은이 중요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괜찮아요. 경찰서에 소속된 ‘진실의 사제’ 능력자가 있으니까요.”
그 능력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예전에 있던 거짓말 탐지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고소인과 피고소인 상호동의와 각각 참관인이 지켜봐야 했으며, 필요한 질문만 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김범식의 죄를 밝혀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백은하는 자신에게 온 길거리 캐스팅을 모두 거절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는 제가 빛나는 것도 좋지만, 저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빛나는 것을 보는 게 더 좋거든요.”
그래서 돌려받은 돈을 자본으로 삼아 1인 뷰티 방송을 시작했다.
회사에 소속된 스타일리스트인데 따로 1인 방송을 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고영민은 흔쾌히 말했다.
“본업에 지장만 주지 않으면 상관은 없습니다. 계약할 때 겸업 금지 조항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유하영 양의 전속 스타일리스트라서 유하영 양의 허락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은하 씨의 방송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잘 안 되면 실망할까 걱정입니다.”
“백은하 씨가 아직 연차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한눈에 딱 보자마자 인재라는 것을 알아차렸죠. 그래서 제가 은하 씨를 유하영 양의 전속 스타일리스트로 끌고 온 겁니다. 하하하.”
다른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들이 맡은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이 많고 바빠서 겸업은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유하영의 경우 스케줄이 그리 많지 않기에 겸업이 가능했다.
“그나저나 그 소심한 은하 씨가 1인 방송이라니!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고영민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랬군요. 큰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
강소는 뒤를 돌아보았다.
강력 2반에서 나온 두 사람과 김명순이 복도를 달리듯 뛰고 있었다.
아무래도 짜장면을 먹지 못한 듯했다.
‘살인사건이라고 했지. 경찰들도 참 힘들구나.’
강소는 왠지 입이 썼다.
* * *
김명순은 강력계 2반의 반장과 함진철이라는 형사를 따라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신임 경찰이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경찰이 되면 정식발령 전에 수습 기간을 두었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부서를 오가면서 현장에 대해 익히는 것이다.
각 부서의 상황을 이해하고 또 다른 동료 경찰들의 얼굴도 익히라는 뜻이었는데, 다른 부서와의 연계가 중요했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저번에는 교통계에서 수습으로 있었고, 이번에 강력계에서 수습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교통계에 있을 때는 현장에 나가서 교통정리도 하고 주차 단속도 하는 등의 일을 했지만 강력계에 와서는 다른 형사들의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건 현장에 출동하게 된 것이다.
김명순은 드디어 자신이 경찰다운 일을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째, 마음이 들떠 보인다?”
반장의 물음에 김명순이 얼른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니긴, 왜? 드디어 사건 현장에 나가니까 설레냐?”
정곡이었다.
반장은 피식 웃었다.
“나도 신입 때는 너와 똑같았지. 막 설레고 드디어 내가 경찰로서 일을 하는구나 싶고.”
“…….”
“어차피 이쪽에 몸을 담은 이상 반드시 마주하게 될 사건 현장이니 그 교육을 위해서라도 너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사실 데리고 오고 싶지는 않았다.”
“왜입니까? 혹시 제가 부족해서입니까?”
김명순은 욱하는 마음에 물었고, 반장은 담배를 빼 물었다.
‘차 안에서는 금연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잠자코 있었다.
“부족하기는, 너처럼 빠릿빠릿한 녀석은 오랜만에 본다.”
“그러면 왜?”
“현장은 학교와 다르니까.”
곧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반장은 그 말만을 남긴 채 차에서 내렸다.
김명순은 의문을 머릿속에 남긴 채 그들을 따라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초동조치를 하고 있던 경찰들이 반장을 보고 얼른 경례했다.
“어떻게 된 거야?”
그 물음에 먼저 와 있던 경찰이 말했다.
“피해자는 이곳 아파트에 살고 있던 남자입니다. 정황 상 원한에 의한 살인 같습니다.”
반장과 함진철 형사, 김명순은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폴리스 라인을 넘었다.
그리고 사건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음…… 확실히 원한이라 할 만하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남자의 온몸은 칼에 찔려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 옆에 피투성이에다가 넝마가 된 이불이 있었다.
“범인은 이불로 피해자를 덮어 놓고 찌른 듯합니다.”
“그래서 피가 많이 튀지 않았군.”
“계획된 살인인 것 같습니다.”
반장과 함진철 형사 그리고 다른 경찰이 사건 현장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옆에 서 있던 김명순은 속이 울렁거렸다.
경찰 학교에 다니면서 사진이나 영상으로 사건 현장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서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그런 것들과 전혀 달랐다.
왜 반장이 현장은 학교와 다르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비릿한 피 냄새, 가라앉은 분위기, 참혹한 광경.
오늘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지 못해 아쉬웠지만, 먹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식도를 타고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슥,
그때 함진철이 그에게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밖에 나갔다 와라.”
“가, 감…….”
김명순은 그 봉투를 받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고, 경찰이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이 처음이야.”
“아…….”
반장의 말에 그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밤이었다.
라스트 오더가 8시였기에 아직 양춘각에는 손님들이 있었다.
배달 마감은 7시 반이었기에 강소는 유순태 황진혁 그리고 오동수와 함께 미리미리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강소는 부엌을 보았다.
조리대 위에는 두릅이 있었다.
4월에서 5월 사이에만 맛볼 수 있다는 나물이었는데, 이번에 유하영의 외삼촌인 임송규가 보내 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야식은 두릅 튀김이었다.
2층에서는 유하영이 자신의 방에서 대본을 읽고 있었다. 내일이 그녀가 출연하는 뮤지컬 피터 팬의 리허설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대거 참여하는 뮤지컬인 만큼 생중계가 아닌 녹화 방송이었다.
만약 생방송 중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아찔한 상황은 모두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오동수가 손님을 자리로 안내했다.
“주문하시겠어요?”
“짜장면 하나, 짬뽕 하나, 그리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일행분이 계신가요?”
“아니요. 제가 먹을 겁니다.”
“양이 많으실 수도 있는데, 둘 다 드시고 싶은 거라면 짬짜면은 어떠세요?”
“아…… 그걸로 주세요.”
“네.”
강소는 그 손님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경찰서에서 봤던 사람이군. 이름이 분명 김명순이었던 것 같은데?’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강소는 그 경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