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은하 씨의 사정 (3)
백은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한참이나 보았다.
촌스럽고 수수했던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소 자신이 꾸며 주던 연예인들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자신이 있었다.
질끈 묶고 다녔던 긴 생머리는 자연스럽게 웨이브 치고 있었고, 화장기가 거의 없어 창백했던 얼굴은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게 정말…… 저인가요?”
그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믿을 수 없으십니까?”
“네.”
“지금 보이는 사람이 은하 씨가 맞습니다. 믿어도 됩니다.”
그 옆에서 김지은이 씩 웃으며 강소를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였다.
그럴 만했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이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강소 역시 마주 웃어 주었고, 백은하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가 볼까요?”
.
.
.
강소와 김지은이 선택한 식당은 근처에서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그곳까지 가는 도중, 사람들은 백은하를 힐끔 힐끔 보았고 그 시선에 백은하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저, 사람들이 저를 자꾸 봐요.”
김지은이 말했다.
“그야, 은하 씨가 매력적이니까요.”
“네? 저보다는 강소 씨가…….”
“알바 오빠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도 썼잖아요.”
“…….”
“제 말을 믿기 힘드세요? 아까 숍에서 스타일리스트 선생님이 그러는데 은하 씨 오늘 다니는 동안 최소 다섯 명 이상이 번호 따러 올 거라고 하시던데요.”
“네?”
“그런 쪽에 빠삭한 분이니, 믿어도 돼요.”
그때였다.
“저, 실례지만…… 혹시 배우 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한 남자가 백은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그 말에 백은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저요?”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LMK 엔터 신인개발팀의 이용재라고 합니다.”
LMK는 레전드 길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엔터 회사로 밀키웨이 걸즈가 그곳 소속이었다.
물론 자본이 빵빵한 RD엔터가 가장 큰 회사였지만, LMK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큰 회사였다.
이용재라 자신을 소개한 이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찾던 마스크라서 저도 모르게 다가와 인사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괘, 괜찮아요.”
“아직 점심을 드시지 않았으면, 일행 분들과 함께 식사라도 어떻게…….”
그 말에 김지은이 적당히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과 선약이 있어서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꼭 좀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아…… 네.”
백은하는 명함을 받았고, 이용재는 다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리고 그들을 지나쳐 사라졌고, 백은하는 자신의 손에 들린 명함을 보았다.
“저 지금…… 길거리 캐스팅 된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것을 처음 보네요. 와! 신기해라!”
“저도 신기해요.”
백은하는 말을 이었다.
“온 세상이…… 저를 상대로 연극을 하는 기분이에요. 뭔가 얼떨떨하면서도…… 행복해요.”
하지만 길거리 캐스팅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식당까지 가면서 두 번이나 더 캐스팅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놀라운 경험에 백은하의 두 뺨은 붉게 상기되었고, 강소는 그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다.
‘우선, 자존감을 회복시켜 줘야 하니까.’
오늘 점심을 먹을 장소는 높은 곳에 있어 뷰가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백은하가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명란 파스타였고, 그곳의 시그니처 메뉴가 명란 파스타였다.
해산물이 귀한 요즘 명란젓이 들어간 파스타는 상당히 비싼 음식 중 하나였다.
파스타를 먹고, 후식을 먹을 때 김지은이 물었다.
“그런데, 은하 씨는 스타일리스트잖아요. 그런데 왜 본인을 꾸밀 생각을 못한 거예요?”
“그게…….”
백은하가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제가 스타일리스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제가 못났기 때문이거든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학교 다닐 때 제 얼굴을 스스로 꾸며봤어요. 그런데 생각처럼 예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꾸미는 건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꾸며 주기로 했어요.”
“그랬군요.”
“그리고…… 범식 씨가 저보고 너는 못나서 꾸며 봤자 호박에 줄긋기니까 다른 사람이나 열심히 꾸며 주라고…….”
그 말에 강소는 이를 갈았다.
‘대체 어디까지 나쁜 놈인 것이냐?’
그때 김지은이 물었다.
“그래서 은하 씨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 남자하고 헤어질 생각인가요?”
“그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나요?”
백은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침묵 끝에 오히려 강소에게 물어 왔다.
“오늘 저를 이렇게 꾸며 주고 또 이렇게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이유가 뭔가요?”
강소는 그녀의 눈 속에서 간절한 무언가를 읽었다.
“은하 씨에게 은하 씨가 겪지 못했던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자신이 입은 옷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
“이 옷도, 제 모습도, 모두 신기루 같아요. 박봉인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기루요.”
“김범식, 그 사람에게 빌려 준 돈을 받으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네?”
“지난 시간 동안 그 사람에게 빌려 준 돈이 얼마입니까?”
강소의 물음에 백은하는 손으로 그동안 김범식에게 빌려 주었던 돈을 헤아려 보았다.
“…….”
그녀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갔다.
“5천…… 이요.”
“네?”
“지금까지 4년 동안 5천만 원 정도 될 것 같아요.”
“그 돈을 모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풍족하게 살았을 텐데 말입니다.”
강소의 직설적인 말에 백은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네요.”
“제가 볼 때 말입니다. 그 사람은 은하 씨와 헤어진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고 은하 씨가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겪게 할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고, 또한 변하지 않습니다. 은하 씨의 착한 성격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 역시 변하지 않을 겁니다.”
“…….”
강소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은하 씨처럼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미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은하 씨가 도와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말에 백은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만약 그 피해자가 하영이가 된다면, 은하 씨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 그건 안 돼요!”
“저 역시 그건 싫습니다. 그렇기에 은하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강소는 드디어 그녀가 결심이 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꿈꿨어요. 그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제가 너무나도 비참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이 고통을 다른 사람이 겪는다니! 끔찍해요!”
백은하는 착한 사람이었고, 자신에게 피해를 준 김범식에게도 답답하리만큼 착했다.
하지만 김범식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김범식에게만’ 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 *
밤이었다.
김범식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앞 공터에 서 있었다.
그는 핸드폰으로 백은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 후…….]하지만 번호가 바뀐 것 같았다.
여러 번 걸었지만, 여전히 없는 번호라는 말만 반복하는 음성이 들려올 뿐.
“에이! 씨! 이년이 미쳤나! 전화번호를 바꿔?”
4년 전 우연히 그녀를 보았고, 그때 생각했다. 이용해 먹기 좋은 상대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에게 투자를 핑계로 돈을 빌렸다. 물론 갚을 생각은 없었다.
사랑을 속삭였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는 따로 있었다.
물론 그 여자도 질리면 버리겠지만.
그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타고난 자신의 성향이 그러하다고 생각할 뿐.
“그년이 일하는 숍에 가서 한바탕 뒤집어 놔야 하나? 아니면 그년이 맡은 애새끼네 가서 한바탕 해야 하나.”
그가 그리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뗄 때.
“김범식 씨 되십니까?”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두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고, 그의 이름을 물었다.
“네, 그런데요?”
“김범식 씨. 당신을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네? 사, 사기라뇨?”
“당신은 묵비권을 행…….”
순간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테랑에 능력자인 형사들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김범식 씨! 이러면 곤란합니다!”
“나, 나는 죄가 없습니다!”
“그러면 왜 도망쳤습니까?”
“그, 그건…….”
“변명은 거기까지 하고, 경찰서로 가시죠.”
조사는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김범식이 상습에 악질이라는 점은 변론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피고 김범식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다.]그렇게 김범식은 감옥에 갇혔다.
.
.
.
김범식은 차가운 유치장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가 수감될 감옥으로 이감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수감되기 전에 이것저것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젠장! 백은하! 그년이 나를 배신해?”
먼저 배신한 건 그였지만,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백은하에 대한 분노로 머리가 가득 차 있을 뿐.
재판에는 대리인이 출석했다.
그래서 백은하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재판을 백은하가 지켜보고 있었음을.
예쁘게 꾸민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김범식이 이를 갈며 분을 삭이고 있을 때, 문득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착한 사람에게 가혹한 이 세상이 참으로 싫다. 권선징악이라 말하며 언젠가 선인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선인은 고통을 받아야 하지.”
“누, 누구냐!”
김범식은 벌떡 일어나 소리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스으윽,
그의 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왔고 턱이 덜덜 떨렸다.
“징역 5년이라…….”
그는 김범식에게 다가왔고, 그의 목을 잡았다.
“컥-!”
“지금부터 너에게 대법을 걸 것이다. 앞으로 내가 지정한 사람에게 가까이 가면 너는 즉사할 것이다.”
“…….”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백은하 씨에게 3m만 접근해도 죽는다는 뜻이다.”
“커, 커억!”
“그러니까 조용히 살아라. 그 질 나쁜 삶이라도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면.”
그는 김범식의 목을 잡은 손을 놓았고, 그제야 숨통이 트인 김범식은 콜록거렸다.
“내 말 명심해라.”
그와 동시에 의문의 남자는 사라졌고, 김범식은 아직 가시지 않은 공포에 오들오들 떨었다.
* * *
딸랑.
“안녕하세요!”
백은하는 아침 일찍 양춘각을 찾았다.
오늘은 양춘각에서 유하영을 꾸며 줘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하영이는 2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네.”
최근에 김범식의 재산이 몰수되었다.
알고 보니, 그와 결혼한 여자 역시 자신의 남편이 백은하를 등쳐서 돈을 마련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자업자득이었고, 강소는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백은하에게 등친 돈으로 잘 먹고 잘 살았으니까.
백은하는 그동안 그에게 빌려주었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백은하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그리고 요즘 들어 스스로 꾸미고 다니기 시작했고.
하지만 강소는 알고 있었다.
백은하는 쉽게 김범식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김범식은 감옥에서 나오면 백은하를 찾아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김범식에게 대법을 걸었다.
백은하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죽는 그런 대법이었다.
즉, 극단적인 접근금지 처분이라 할 수 있었다.
‘목숨이라도 걸려 있어야 접근을 안 하겠지.’
그때 백은하는 강소를 보았다.
“저, 강소 씨.”
“네.”
“정말 감사해요. 저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애써 주셔서요.”
그 말에 강소는 말했다.
“저보다는 하영이에게 고마워하십시오. 하영이가 은하 씨를 돕고 싶어 그리했으니까요.”
“그래도, 직접 움직이신 건 강소 씨잖아요. 조금이라도 그 보답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 물음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거라면 간단합니다.”
“……?”
“초코빵이 되십시오.”
그렇게 백은하 역시 초코빵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닉네임은 초코조아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