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04
403화. 새로운 양춘각 (3)
탕수육과 맥주를 정신없이 먹던 호족들이 입에 튀김 가루를 잔뜩 묻힌 채 감탄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네요!”
“유 사장님의 탕수육은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족장님 말, 인정이요!”
하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맛이 좀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에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반은 돼지고기이고 반은 닭고기입니다.”
“아!”
“헉!”
탕수육을 먹던 호족들의 동작이 일시에 굳었다.
“그럼 다 탕수육이 아니라 깐풍기도 있었던 거네요?”
“우리가 닭고기를 닭고기인 줄 모르고 먹었다니!”
“충격이에요.”
“어쩐지 맥주가 더 맛있다 싶었습니다.”
유순태와 강소가 가지고 들어온 탕수육과 깐풍기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고기가 상당히 고팠던지 호족들은 전투적으로 그것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인터넷에서 읽은 건강 상식을 떠올렸다.
“원래 튀긴 음식과 맥주는 궁합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소화불량과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던데?”
그의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밖에도 몇 가지 궁합이 좋지 않은 음식들이 있지. 그래서 너는 치맥이라든지 탕수육과 맥주를 먹지 않을 거냐?”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대답했다.
“아니다. 먹을 거다.”
“삼겹살과 소주도 비만과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안 먹을 거야?”
“아니다.”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야. 알면서도 먹는 거지. 왜냐? 맛있으니까.”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건 맛있는 것을 먹을 때고, 가장 싫은 건 맛없는 것을 먹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 가구점에는 몇 시에 갈 거냐?”
“2시쯤 갈 생각이야. 아침 일찍 여는 가구점을 찾는 건 어려우니까.”
그때, 하랑이 물었다.
“가구점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강소가 설명했고, 그 설명을 들은 하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라면 뭐 하러 가구점을 가십니까? 저희가 있는데?”
“네?”
“무슨 말씀을?”
유순태와 강소의 물음에 하랑이 씩 웃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 호족들이 잡일에 좀 능하거든요. 그래서 가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녀석도 있습니다.”
“가구 만드는 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압니다. 그런 수고스러운 일은 맡길 수는 없습니다.”
유순태의 말에도 하랑은 계속해서 권유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는데 그 정도는 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귀족의 가구를 만들던 녀석입니다.”
“그래도…….”
“특기가 공주님이나 여왕님의 침대입니다. 전에 모셨던 분들도 극찬하셨었죠. 특히 하늘거리는 캐노피가 달린 그런 침대 제작을 참 잘 합…….”
유순태는 하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꼬롱이는 하늘의 구름을 보았다.
천천히 흐르는 구름에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고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던전 속을 돌아다니다가 가끔 땅 위로 고개를 내밀면 보이는 파란 하늘을, 꼬롱이는 동경하곤 했다.
그러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재빨리 도망쳐야 했지만 말이다.
“꼬뀨?”
꼬롱이는 자신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앞발로 톡톡 건드려 보았다.
요즘 꼬롱이가 재미를 붙인 놀이가 있다.
그건 나무타기 놀이.
양춘각 공사를 하는 동안 꼬롱이와 뽀뽀는 이곳,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지내야 했다.
그리고 거의 두 달 동안 수많은 나무의 꼭대기에 올라가 보곤 했다.
어제인가, 수련하러 들어온 유하영이 말했다.
“꼬롱아! 우리 집 다 지었어. 이제 우리 같이 살 수 있어! 내가 매일 매일 책도 읽어 줄게.”
“…….”
책을 읽어 주는 건 곤욕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던전 랫트들 중 가장 똑똑한 던전 랫트가 되어 갔다.
그리고,
드디어 사랑 꽃집의 아롱이를 만날 수 있었다.
“꼬뀽!”
그 생각에 저절로 두 뺨이 붉어졌다.
꼬롱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옆의 나무를 보았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지금 꼬롱이가 앞발로 톡톡 건드리고 있는 나무가 바로 그것이었다.
무슨 나무인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그 나무 옆에 있으면 왠지 편안함이 느껴졌다.
“꼬!”
꼬롱이는 결심했다.
오늘 그 나무를 정복하겠다고!
연분홍색 콩알 같은 두 앞발을 불끈 쥔 꼬롱이는 준비운동을 했다.
앞다리도 쭉 뻗어 보고, 뒷다리도 쭉 뻗어 보았다.
앞으로 데구루루 굴러 보고, 뒤로도 도르르 굴렀다.
앞발로 뒷발을 잡아…….
“뀽!”
틀렸다.
도톰한 뱃살 때문에 앞발로 뒷발을 잡을 수가 없었다.
요즘 너무 많이 먹었는지, 그렇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데도 뱃살이 볼록했다.
하지만 그게 나무를 오를 수 없는 이유가 되진 못했다.
그렇게 준비 운동을 마친 꼬롱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도도도도-!
꼬롱이는 마치 다람쥐처럼 나무를 올라갔다.
“헥헥헥헥-!”
그러다 지치면 잠시 쉬었고, 다시 나무를 올랐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꼬뀨우우우!”
꼬롱이는 만세를 불렀다.
드디어 꼭대기였다.
마침내 이 높은 나무를 정복한 것이다.
높은 나무 위에서 보는 하늘은, 더 멋져 보였다.
그때였다.
흔들~
“……!”
꼬롱이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 꼭대기야, 원래 바람 때문에 흔들린다지만 지금의 흔들림은 그런 자연적인 흔들림이 아니었다.
쿵-! 쿵-! 쿵-!
그리고 불길한 소리까지 들렸다. 그 소리에 꼬롱이는 뭔가 일이 났음을 알아차렸다.
원래 위기에 민감한 던전 랫트였으니까.
그리고,
끼이이익-!
나무가 기울여지기 시작했다.
“꼬뀨우우우우-!”
덩달아 함께 기울여진 꼬롱이는 소리를 지르며 하늘에서 떨어졌다.
통~! 통!
하지만, 꼬롱이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꼬?”
꼬롱이는 영문을 몰랐지만, 사실 그건 요즘 나무에 자주 올라가는 꼬롱이가 다칠까 봐 강소가 자신의 인벤토리에 ‘꼬롱이가 떨어지면 보호해라’라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덕분에 꼬롱이가 다치지 않은 것.
“어라? 꼬롱아. 여기서 뭐 하는 거냐?”
그때 하랑이 꼬롱이에게 물었다.
“꼬뀨! 꼬! 꼬꼬! 뀨뀨뀨! 꼬뀨!”
꼬롱이는 꼬뀨 거리며 이야기했고, 하랑은 호족이라서 그런지 꼬롱이의 말을 알아들었다.
“아, 이 나무에 올라가 있었다고? 미안하다. 미리 살피고 나무를 잘라야 했는데 말이다.”
탕수육과 맥주를 맛있게 먹은 다음 날,
호족들은 가구 만들기에 즉시 돌입했다.
강소의 인벤토리에는 수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그 나무들은 각각 효능이 달랐다.
이미 강소가 나무들을 베어도 된다고 했기에 호족들은 원하는 효능이 있는 나무들을 베었다.
그 나무들 중 하나가 꼬롱이가 올라가 있던 나무로, 심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효능이 있었다.
‘평심목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인벤토리의 나무를 벌목해도 문제는 없었다.
강소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새로운 나무나 생겨났으니까.
“자, 그럼 이제 나무를 옮기도록 하지.”
“네! 족장님!”
그렇게 졸지에 자신이 정복한 나무를 잃은 꼬롱이는 구슬프게 울었다.
“꼬뀨우우-.”
그리고,
풀밭 한쪽에서 뽀뽀가 풀을 우물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다.
* * *
호족들은 이틀 만에 가구를 완성했다.
나무를 말리고 가공하는 데 강소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유하영의 책상과 침대가 그녀의 방에 놓였다.
전체적으로 밝은 갈색 계열의 가구들은 방 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와! 공주님 침대다!”
침대를 본 유하영은 신이 나서 환호했다.
유하영의 침대는 중세 시대의 공주님이 사용할 법한 디자인의 침대였다.
그녀의 키에 맞추어 그리 크지 않은 침대였는데, 일반 싱글 사이즈 정도 되는 크기였다.
사방으로 기둥이 있고, 그 위에 천장이 있었다.
천장에는 별과 달 모양 모빌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하늘거리는 분홍색 캐노피가 달려 있었는데, 바람이 숭숭 통해서 답답해질 염려가 없었다.
“너무 예뻐.”
유하영도 그 가구들을 호족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으로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호족들이 그녀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도 했기 때문이다.
유하영은 눈을 반짝였다.
“완벽해! 이렇게 완벽한 공주님 침대는 처음이야!”
유하영이 좋아하자 유순태도 그렇고 강소도 그렇고 호족에게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 식당과 2층 주방에 놓은 새로운 식탁과 의자, 그리고 임소영을 위한 화장대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때 유순태가 물었다.
“네 방에 가 봐도 되냐?”
“물론이지.”
강소는 3층의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공들여 꾸민 그의 방은 침실과 다른 쪽의 책상과 옷장이 있는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강소의 가구는 예상보다 평범했다.
“네 가구들은 생각보다 심플하네?”
“내가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거든.”
“그렇군. 네가 좋다니까 뭐 할 말은 없네.”
그래서 호족들은 무척 아쉬워하면서, 대신 목재의 가공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래서 천 년을 써도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튼튼한 가구가 탄생했다.
“그냥 받으니까 미안하네.”
“호족들은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알기는 아는데, 그래도 인정이라는 것이 있잖아.”
유순태의 말에 임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는 삼겹살 어때요?”
그 말에 강소는 씩 웃었다.
“무척 좋아할 겁니다.”
* * *
각성자 협회의 은색 빌딩이 노을의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김명희가 이번에 개미들에게 들어온 정보를 취합하여 보고를 마쳤을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성진호였다.
“무슨 일이야?”
김명희는 이미 그가 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기운 감지 능력이 있었으니까.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저녁 같이 먹으려고. 시간 돼?”
“응. 나도 지금 일 끝냈어.”
“그럼 밥 먹으러 가자.”
그 말에 김명희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멨다.
“어디 갈 건데?”
“동백 정원의 티켓 예약을 했는데 확정되었거든.”
“거기 인기 엄청 좋잖아?”
“운이 좋았지.”
동백 정원은 적룡 길드에서 운영하는 레드 카밀리아 호텔에 새로 생긴 명소였다.
붉은 꽃이 피어 있는 동백나무 수백 그루로 꾸며진 옥상 정원이었는데, 사실 강소가 유순태 부부의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위해 꾸민 곳이다.
강소가 유순태 부부의 이벤트를 한 후, 약속대로 김지은을 초대했었다.
동백나무 꽃으로 장관을 이룬 그 모습을 본 김지은은 감탄하며 말했다.
“안 그래도 명색이 붉은 동백꽃이라는 레드 카밀리아 호텔인데, 적당한 시그니처가 없어서 고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이 동백나무, 그냥 놔두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반 동백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일 년 내내 꽃이 필 겁니다.”
“네?”
“물론 제가 한 달에 한 번은 관리를 해 주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 관리비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한 달에 금 한 돈을 주십시오.”
격변의 시대가 오면서 금값이 더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싼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강소는 그것만 받는다고 했다.
대신 호텔 측에서는 강소가 예약한 스위트룸의 숙박비 일체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VIP카드를 발급해 주어서, 원할 때마다 언제든 10퍼센트의 객실료만 받고 숙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도 호텔 측의 이득이었다.
그 동백나무로 인해 얻을 미래의 수입을 생각하면 말이다.
레드 카밀리아 호텔 측의 예상대로, ‘동백 정원’은 그곳의 시그니처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그곳에서의 식사를 위해 몰려들었다.
5팀씩 하루 2번, 총 하루에 10팀만 사전 예약을 받아서 그곳에서 식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성진호가 잡은 것.
“설마 권력으로 누른 건 아니겠지?”
“거기가 권력으로 누른다고 눌러지는 곳이냐? 적룡길드 산하인데?”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때, 김명희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 강소 씨네?”
그 말에 성진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소에게 연락이 오면 대부분이 그리 좋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모처럼 준비한 김명희와의 데이트를 방해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메시지를 확인한 김명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일모레, 시간 되냐고 묻네.”
“혹시 블랙맨이나 어둠의 족속이?”
“아니, 그건 아니고.”
김명희가 말을 이었다.
“집들이 한대.”
“……응? 집들이?”
무림에서 온 배달부 4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