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42
541화. 루키 후보 (1)
요즘 오동수는 신문 배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적룡 길드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신문 배달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그리고 어머니가 걱정도 하시고 해서 그만두었다.
이제 신문 배달을 하지 않으니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서웠다.
매일 5시만 되면 눈이 떠졌기 때문이다.
오동수는 강소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했고, 강소는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
“왜 늦게 일어나려는 거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건 그만큼 너에게 큰 이익인데.”
“그런가요?”
“그만큼 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는 거니까.”
“그럼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그 시간은 너의 시간이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겠지만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달리기…… 그러니까 조깅을 하는 게 좋다.”
“조깅이요?”
“그래. 모든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다. 최대한 오래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해 봐라.”
오동수는 강소의 말대로, 새벽에 일어나서 조깅을 시작했다.
원래 달리다시피 신문 배달을 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아침에 운동을 한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부지런한 게 아니었구나.’
오동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게을러서는 헌터가 될 수 없지!’
그는 그날부터 열심히 조깅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계속해서 조깅을 한 덕분인지 오동수는 점점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망설이던 오동수는 결국 우비를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탁탁탁탁.
그런데, 그렇게 비가 오는데도 운동장을 달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오동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그동안 매일 봤던 남자였으니까.
한 30대 후반 정도로, 상당히 다부진 몸을 가진 남자였다.
운동장을 달리던 그는 오동수를 보더니 말했다.
“참 대단하구나.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운동하러 오다니 말이야.”
솔직히 비가 부슬부슬 오는 게 아니라,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아저씨도 대단하시네요.”
오동수의 말에 그 남자가 말했다.
“헌터니까. 그리고 비가 이렇게 쏟아진다고 해서 마수가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수생마수들이 좋다고 날뛰지. 그러니까…… 일종의 적응 훈련이야.”
“그렇군요. 그럼 아저씨는 제 선배님이시네요?”
“아, 너도 헌터냐?”
“아직이요. 각성자 고등학교에 다니거든요.”
“그렇구나.”
그때부터 오동수는 그 남자와 친해졌다.
그 남자의 이름은 구상길. 나이는 서른여섯이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뭐냐? 아직 마흔도 안 넘었는데. 형이라고 불러라.”
“음…….”
“왜 고민하는 건데?”
“좋아요. 그럼 형이라고 불러드릴게요. 형이라고 불리고 싶으신데 계속해서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도 실례니까요.”
“큭! 이자식이 막 멕이네?”
B급 헌터인 그가 조깅을 하러 나오지 못하는 날이 있었는데, 그런 날들은 그가 게이트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나 게이트에 들어간다.”
“몸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라. 멀쩡히 살아 나올 테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구상길이 게이트에 들어간 게 일주일 전이다.
“아함-!”
오동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벽 5시.
그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아들 운동하러 갑니다] 라는 쪽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물 한 병을 챙겨 나왔다.
곧 운동장에 도착했다.
오동수는 가볍게 몸을 풀고는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그가 달릴 때는 오러를 사용하여 경공으로 달리지 않고, 오직 신체의 힘으로만 달렸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 시간.
“후우, 후우, 후우.”
오동수는 숨을 몰아쉬며 물을 마셨다.
그리고,
운동장을 돌아보았다.
“상길이 형은 아직 게이트에서 안 나오셨나 보네.”
매일같이 보이던 얼굴이 일주일째 보이지 않으니, 뭔가 서운했다.
.
.
.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자, 어머니가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왔어? 얼른 씻고 나와라.”
“네.”
오동수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식탁 위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된장찌개와 반찬, 그리고 쌀밥이 놓여 있었다.
“얼른 먹자.”
“네.”
식사를 하던 도중,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동수야. 헌터 훈련소에는 언제 입소할 생각이니?”
헌터 훈련소 입소 최소 연령은 18세이다.
각성자 학교의 성적이 헌터 훈련소에 입소할 때와 퇴소할 때의 성적에 영향을 주었다.
성적이 좋을수록 대형 길드에 들어갈 가능성도 컸다.
그렇기 때문에 1학년 때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또 앞으로도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이 없으면 2학년 때 헌터 훈련소에 입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헌터 훈련소를 수료하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았어도 자동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이 나왔으니까.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훈련소에 들어갔으면 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어.”
“…….”
오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해 볼게요.”
아침을 먹은 후, 오동수는 적룡 길드로 향했다.
지금은 방학 중이었고, 오동수는 적룡 길드에서 방학 중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와라.”
작년에는 대외 교류팀에서 활동했지만, 이번 연도에는 시설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가 맡은 곳은 체력단련실.
그 말은, 작년보다 훨씬 많은 헌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다.
“훗! 훗! 훗!”
“후아, 후아.”
헌터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체력단련실 안 대련장에서 대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그에게 직원이 물었다.
“멋있지?”
“네. 멋있네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오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그 수준이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오동수에게 이런저런 가르침을 준 이들이 강소와 이신이다.
대한민국의 제로급 각성자들에게 수련을 받아 왔으니, 오동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이다.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한 헌터가 말했다.
“어때? 너도 한번 해 볼래?”
“저는 지금 일하는 중인데요?”
“너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서?”
“네.”
“그거 다 이유가 있어서 여기에서 일하라고 한 거야. 이제 곧 헌터 훈련소에 입소할 거니까 이곳에서 선배들에게 배우고 익히라는 그런 뜻인 거지.”
“그, 그렇군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이 선배님이 상대 해 줄 테니까.”
“저, 저는 괜찮은데…….”
결국,
오동수는 그 선배의 강권을 이기지 못하고 대련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무기는 뭐가 좋니?”
“저는…… 그냥 검으로 하겠습니다.”
“좋아.”
오동수는 이신에게 검술도 배우고 있는데, 그때 사용하는 검과 비슷한 모양의 검을 골랐다.
오동수의 능력은 폭렬.
그의 등급이 올라가면서, 좀 떨어진 곳에서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애초부터 근접전에 유용한 능력이다.
그리고 폭렬 능력은 아무 때나 사용할 수도 없었다. 주변의 아군이 휘말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검을 배우기 시작한 것.
만약 상대가 마수였다면 폭렬 능력을 사용했겠지만, 사람이 상대였으니 검을 사용해야 했다.
“자, 그럼 와라!”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오동수는 예를 갖추었고, 곧 그 둘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
적룡 길드의 선배와 오동수의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은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와…….”
“대박…….”
“아직 열여덟 살이라면서?”
오동수가 그 선배를 너무나도 쉽게 이겨 버린 것이다.
“어…… 그, 그러니까…….”
“좋은, 대련이었다.”
“죄송합니다.”
오동수는 얼른 사과했고, 그의 사과에 선배는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다.
“아, 아니야. 내가 부족한 탓이지. 더 열심히 수련을 해야겠군.”
사실,
오동수가 체력단련실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김해철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다.
헌터들에게 긴장하라는 뜻에서 말이다.
그리고,
일은 김해철의 의도대로 되고 있었다.
* * *
딸랑.
“안녕하세요.”
강소는 출근한 오동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적룡 길드에서 뭐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던 거냐? 표정이 좋지 않다.”
“아, 그게요…….”
오동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강소에게 상담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네. 그래서 고민이에요. 혹시 그 때문에 선배님이 마음 상하지 않을까 하고요.”
“마음 상할 수밖에 없지.”
“…….”
“어느 누가 지는 것을 좋아하겠느냐? 그것도 아직 헌터도 아닌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졌는데.”
“그, 그렇겠죠…….”
강소의 말에 오동수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저 어떻게 해야 하죠?”
“뭘 어떻게 하긴, 그래서 일부러 져 줄 생각이라면 아서라. 그게 더 자존심 상할 테니까.”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네가 아니라, 너를 상대한 선배다. 너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수련해야겠지.”
강소는 오동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대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요. 혹시 건방지다고 선배님들이…….”
“훗!”
강소는 코웃음 쳤다.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오동수는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었다.
‘누가 널 건드릴 수 있겠니?’
그는, 자신의 뒤에 누가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구상길은 운동장에 도착했다.
새벽 5시.
그가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가볍게 몸을 푼 그는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이렇게 새벽 운동을 시작한 지 7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완전히 습관이 된 지금은 새벽에 조깅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렸다.
탁탁탁탁.
운동장을 달리던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힐끔거렸다.
“이 녀석, 오늘도 오겠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얼마 전부터 새벽마다 보이던 한 녀석이 있었다.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제법 끈기 있게 새벽마다 나와 운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까지 나와서 운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수생 마수 때문이다.
그런데 그 녀석은 나왔고, 운동했다.
그게 신기해서 말을 붙인 것이 인연이 되었고 둘은 제법 친해졌다.
그리고 그가 오동수라는 이름을 가진 각성자 고등학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형!”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한 녀석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동수 왔구나!”
“안녕하세요. 형. 게이트에서는 언제 나오신 거예요?”
“아, 어제 나왔어.”
“안 힘드세요?”
“힘들지. 그래도 운동을 빼먹을 수는 없지.”
“와! 대단하세요. 저도 형을 본받아서 열심히 운동해야겠어요.”
자신을 보며 그리 말하는 오동수가 왠지 귀여워서 그 머리카락을 슥슥 헝클어트렸다.
“달리자.”
“네. 형!”
.
.
.
아침 운동을 끝내고, 구상길은 출근했다.
그의 직장은 적룡 길드.
그리고 그는 C급 게이트를 담당하는 시타 팀의 팀장이다.
“팀장님.”
“어, 좋은 아침이야. 그런데 어디 가나? 그리고 그 손에 들린 것은…… 팝콘?”
구상길의 의아하다는 표정에 팀원은 하하 웃으며 설명했다.
“사실은 지금 좋은 구경하러 갑니다.”
“……?”
“레이드 끝나고 와 보니까 재미있는 일이 생겼더라고요. 체력단련실에 엄청난 루키 후보가 있다던데요?”
“루키 후보? 루키면 루키지 루키 후보가 뭐야?”
적룡 길드에는 루키 제도라는 것이 있다.
가장 뛰어난 30세 이하의 헌터들을 선발하여, 간부 교육을 하는 것.
김지은도 루키였고, 김호은 역시 루키였다.
구상길은 루키가 되지 못했다.
루키가 되기에는, 적룡 길드에는 강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새벽마다 조깅을 하는 등의 무수한 노력은 그를 시타 팀의 팀장이 될 수 있게 했다.
구상길의 물음에 팀원이 대답했다.
“그게요, 방학 중 활동을 하러 온 고딩이거든요.”
“그래서 루키 후보군.”
“그런데 그 녀석이 현역 헌터들을 다 이겨 버리고 있어서요. 그거 구경하러 갑니다.”
“그래서 손에 팝콘까지 들고 가는 건가?”
“하하하. 그러니까 원래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팀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같이 가실래요?”
그렇게 해서 구상길은 그 팀원과 함께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이번에도 저 녀석이 이기려나?”
“그건 나도 잘 모르지.”
“이야, 이거 긴장해야겠어. 아직 고딩인데 저런 실력이라니!”
“그러니까. 에휴.”
다른 헌터들의 대화를 들으며 구상길은 대련장 가까이 다가가 그 안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한 사람은 카파 팀의 팀원으로, C급이지만 검술이 제법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 헌터가 상대라면 제법 고전하겠군.’
그때,
그 상대라는 고등학생이 고개를 들었고, 그 얼굴을 본 순간 구상길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무림에서 온 배달부 54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