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66
565화. 추석 풍경 (2)
수요일.
DBS의 추석 특집 방송을 맡은 제작진들은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트 개장 전에 서둘러 식자재를 고르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협찬하기로 한 곳은 M 마트다.
식품 업계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곳으로 간편식 M’s time과 M’s 베이커리 등 수많은 곳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다.
당연히 마트 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마트를 섭외한 거야? 그것도 한국에서 제일 크다는 강북 지점을?”
“아, 그거요. 오늘 출연하는 연예인 중에 하영이가 있잖아요?”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선배님도 참, M’s 베이커리의 광고 모델이 하영이잖아요.”
“아!”
“어떻게 알았는지, M 그룹 쪽에서 장소를 협찬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하영이가 은인이네!”
물론 홍보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온 마트를 헤집고 다니는 촬영이었다.
마트 측에서 싫어하는 게 당연했기에 마트 섭외가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유하영 덕분에 이렇게 쉽게 섭외가 된 것.
덕분에 원래도 유하영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는데, 한층 더 급격하게 상승해서 아예 하늘을 뚫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 출연진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룹 활동을 하다가 해체 후, 솔로 가수로 히트곡을 내면서 스타가 된 여자 가수 ‘리마’.
아이돌 FYG의 둘째이자 요즘 요리 브이로그로 인기 몰이 중인 ‘히오’.
10년 차 여배우이자, 최근 종영한 [My Moon]에서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조송이’.
익살맞은 멘트로 사람들의 웃음을 끌어내는 방송인 ‘박성오’.
마지막으로 유하영.
이렇게 다섯 출연자들이 오늘 요리 대결을 펼칠 출연진이다.
물론 각자 매니저를 대동하고 있었다.
매니저와 함께 하는 요리가 오늘 방송의 포맷이니까.
유하영은 안면이 있는 FYG의 히오와 인사했다.
저번 추석 특집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에서 만났었으니까.
그리고 덕분에 FYG는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해체 수순을 밟지 않아도 되었다.
“안녕. 하영아.”
“안녕하세요. 히오 오빠.”
“와! 내 이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네! 이번에 신곡 낸 것도 알아요.”
“영광인데? 애들한테 자랑해야겠다. 하하.”
곧 촬영이 시작되었다.
PD가 말했다.
“오늘 여러분이 만드실 음식은 여기 상자 안에 있습니다. 각자 하나씩 골라 주시면 되겠습니다.”
PD의 지시에 연예인들은 하나씩 나와서 상자 안의 카드를 뽑았다.
“어? 잡채?”
“앗싸! 소갈비!”
그렇게 출연진의 희비가 갈릴 때, 유하영이 마지막으로 나와서 카드를 뽑았다.
하지만 카드를 고를 수는 없었다.
남은 카드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하영은 자신이 무슨 카드를 뽑게 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소의 조언대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카드를 뽑았다.
“여기요!”
“네! 유하영 양이 고른 음식은 나박김치입니다.”
그 순간, 차현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박김치는 차현태가 꼽은 리스트에는 없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리스트를 보던 강소가 말했다.
“추석에 먹는 김치 같은 건 없습니까? 저렇게 먹으면 상당히 느끼할 것 같은데?”
“그건 그렇죠. 그럼 나박김치를 만들어 볼까요?”
그렇게 해서 나박김치 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30분 드리겠습니다. 30분 동안 장을 보신 후 여기로 모여 주십시오. 그럼 시작!”
삑-!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차현태는 유하영과 함께 1층의 신선 식품 코너로 향했다.
* * *
양춘각.
유순태는 설거지를 하며 중얼거렸다.
“하영이, 오늘 촬영 잘 하고 있겠지?”
“잘 하고 있을 거다.”
“하영이랑 또 차현태 매니저님이 함께 하지 않습니까?”
강소와 허만철이 식탁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오늘 유하영의 촬영이 아침 일찍부터 있었다. 그래서 먼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걱정하지 마요.”
옆에서 임소영이 유채영에게 아침을 먹이며 말했다.
“우리 딸이잖아요.”
“그렇지. 우리 딸이지.”
유채영이 그렇다는 듯이 두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마아! 마!”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채영이는 하영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다행이야. 자매끼리 우애가 좋아서. 사실 하영이가 채영이를 질투하거나 그러면 어쩌나 했거든.”
“별걱정을 다 했구나. 다른 애들은 몰라도 하영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맞아. 하영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지. 그래서 내가 복 받은 아버지인 거야.”
.
.
.
아침 식사 후.
강소는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서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여전히 하랑은 인벤토리에 들어온 강소를 정중하게 맞아 주었다.
월요일에 만든 추석 음식들은 호족들의 회식 먹거리로 조달되었다.
덕분에 호족들은 오랜만에 구수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저는 인벤토리를 좀 둘러보고 나갈 예정입니다. 일 보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부르십시오.”
월요일의 회식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 도입한 빗 때문인지 하랑의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강소는 씩 웃으며 바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박유진이 강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네.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오신 김에 김 좀 가져가실래요?”
“김을 또 말리셨습니까?”
“네. 무척 잘 마르더라고요.”
박유진이 직접 채취해서 말린 김은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
그녀는 솜씨 좋은 관리자였고, 강소는 그녀를 고용한 자신의 선택에 흡족해했다.
“아, 이번에 추석인데 휴가를 며칠이나 드릴까요?”
“그냥 당일 하루면 될 것 같아요.”
“당일 말입니까?”
“네. 가족들이랑 같이 자다가 혹시라도 제 두 손이 변하면…… 그렇잖아요?”
순간적으로 박유진의 두 눈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강소는 모른 척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추석 당일 9시에 인벤토리 밖으로 나가도록 하죠.”
“네.”
“그리고 전화하시면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해요.”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왕 집에 가는 건데, 두 손이 좀 무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원하는 만큼, 해산물을 채취해서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래도 돼요?”
“당연히 됩니다. 제 눈치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 공간 안의 모든 것은 제 의지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강소의 인벤토리 안과 달리 해산물이 비싼 바깥세상이다.
그러니 해산물 선물은 무척이나 귀하고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나갔다.
박유진은 집에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어떤 원리로 인벤토리 안의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거지? 설마 마정석?’
하지만 이내 그녀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 * *
DBS에 마련된 스튜디오.
그곳에는 다섯 개의 요리대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출연진 다섯 팀이 서 있었다.
“지금부터, 추석 특집 [짝꿍 요리사]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선언과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촬영이었고, 또 스포 위험 때문에 방청객은 없었다.
“오늘 출연 팀을 소개합니다. 먼저…….”
사회자는 출연 팀을 소개한 후, 각자 선택한 요리까지 소개했다.
“그럼 지금부터 요리를 시작합니다!”
땡-!
종소리와 함께 타이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한 시간은 두 시간.
그 안에 각 팀은 10인분의 음식을 해내야 하는 것.
“하영 양.”
차현태는 유하영을 불렀다.
“네.”
“배추 먼저 씻어야 하는데, 씻을 수 있어요?”
“네! 저 엄청 잘 씻어요.”
유하영은 차현태가 잘 다듬어 준 배추를 씻었고, 그 틈에 찹쌀가루로 풀을 쑤었다.
불이나 칼을 쓰지 않는 건 대부분 유하영에게 부탁했고, 나머지 불이나 칼을 쓰는 건 차현태가 맡는 식으로 일을 분담했다.
유하영은 작은 손으로 열심히 재료를 씻었다.
“오! 하영 팀의 음식은 나박김치죠?”
“네!”
그때 사회자가 와서 인터뷰를 했고, 유하영이 대답했다.
“하영 양은 나박김치 좋아해요?”
“저는 나박김치 안에 있는 배가 좋아요.”
“어? 그래요?”
“네! 배가 달고 맛있어요.”
아이다운 대답에 사회자는 물론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행팀도 웃었다.
“옆에 보니까 매니저 손놀림이 장난이 아니네요. 혹시 요리를 많이 하셨나요?”
“사실, 특훈을 했습니다.”
“특훈이요?”
“듣기로 하영 양 아버지가 요리사라고 하던데, 그분에게?”
“맞습니다. 그리고 꽃집 사장님에게도 사사 받았습니다.”
“두 요리 고수에게 특훈 받은 실력이 어떤지 기대하겠습니다.”
사회자는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옆의 방송인 박성오의 팀으로 넘어갔다.
유하영과 차현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박김치를 만들고 있을 때,
“야! 내가 시키는 것만 하라고 했잖아!”
갑자기 들려온 험한 말에 순간 스튜디오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 소리에 유하영과 차현태는 옆을 보았다.
큰 소리를 낸 사람은 가수 리마였다.
그녀는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방긋 웃으며 PD와 다른 스탭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친한 사이라서요. 호호호.”
“마, 맞습니다. 저희가 너무 허물이 없는 사이라서요. 아시잖아요? 원래 친한 사이일수록 이러는 거.”
“그러니까 감독님. 편집 부탁드려요.”
“…….”
PD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한 동생에게 하는 말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기에는 뭣했으니까.
‘에휴.’
차현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저게 원래 매니저들이 받는 대우지.’
박봉도 매니저들을 힘들게 했지만, 그보다 비인간적인 대우가 그들을 더 힘들게 했다.
차현태는 그가 알고 있는 정보를 떠올렸다.
‘저 매니저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되었다던데…… 얼마나 버티려나.’
그에 비하면 자신은 참 행운아였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자신은 자기 일을 해야 했다.
그는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 양. 놀랐죠?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유하영이 대답했다.
“강소 오빠가 그랬어요.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라고요. 그러니까 그냥 ‘아,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넘어가래요.”
“현명한 조언이군요.”
“그런데 저 언니가 괜찮지 않을 것 같아요.”
“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매니저 삼촌이 불쌍해요.”라든지, “매니저 삼촌을 위로해 줘야 해요.”라고 할 유하영이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유하영의 말에 반문한 것.
“저 매니저 삼촌이 저 언니를 엄청 미워하고 있어요. 강소 오빠가 그랬어요. 미움이 많아지면 증오가 되고, 증오가 많아지면 사고가 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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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종소리와 함께 각 팀은 요리를 제출했다.
오늘의 심사위원은 연예계에서 원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심사위원 10명이 입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리에 놓인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음, 이 잡채는 좀 짜네.”
“전이 좀 덜 익은 것 같은데?”
“이 소갈비 잘했네! 어느 팀에서 했대?”
“송편 잘 빚었네. 어느 팀인지 모르겠지만 예쁜 딸 낳겠어. 호호호.”
그렇게 심사평을 이어 가던 그들은 마지막으로 고운 붉은색의 나박김치를 수저로 떠먹었다.
“……!”
순간 그들은 상쾌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박김치 국물이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느끼해진 속을 개운하게 씻어 주었다.
“어머! 이 나박김치!”
“개운하고 시원하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야!”
그렇게 승패는 결정되었다.
촬영이 끝났다.
유하영은 대기실에 돌아왔고 초코 우유를 마셨다.
“오늘 1등해서 좋죠?”
백은하의 물음에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런데요, 어차피 촬영 다시 해야 해요.”
“네?”
그 말에 하태복과 백은하도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가 뭘까요?”
차현태의 물음에 유하영이 대답했다.
“리마 언니요.”
순간,
차현태는 유하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저 언니가 괜찮지 않을 것 같아요.”
“저 매니저 삼촌이 저 언니를 엄청 미워하고 있어요. 강소 오빠가 그랬어요. 미움이 많아지면 증오가 되고, 증오가 많아지면 사고가 난다고요.”
차현태는 침음을 흘렸다.
“설마…….”
유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강소 오빠가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라고 했어요. 저는 매니저 삼촌이랑 같이 요리하는 거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저도 재밌습니다.”
“우리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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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연예계는 난리가 났다.
[가수 리마. 매니저에 대한 폭언으로 인성 논란.] [그룹 해체의 원인이 리마였다? 잇따른 폭로.] [리마, 모든 프로그램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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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짝꿍 요리사] 재촬영이 결정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6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