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0
검왕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검마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분 아닌가.”
어느새 갈라진 공간은 사라졌다. 갈라진 틈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도 말끔히 사라졌다.
단형우는 여전히 검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다. 단형우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단형우는 서서히 눈을 떴다. 뭔가가 잡힐 듯 말 듯했다. 하지만 선명하지 않았다.
희미한 안개가 머리를 감싼 것 같았다.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이게 검의 합일(合一)인가.”
그것은 분명 검의 합일로 가는 길이었다.
아직 완벽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길을 밝혔다. 이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많으니까.
단형우는 가만히 검을 쳐다봤다. 친구의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검, 단형우의 눈이 한순간 따뜻하게 빛났다.
검을 검집에 갈무리한 단형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 몸을 돌려 연무장에서 나갔다.
단형우가 사라진 연무장에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연무장의 정적을 가장 먼저 깬 사람은 검왕과 검마였다. 조금 전에 봤던 단형우의 일검은 검왕과 검마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검왕과 검마는 눈을 부릅뜨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연무장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갔다. 아니, 예전보다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무림맹의 사자 무림맹 승룡단 단주 하원후는 허창에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에 자신이 왔을 때와는 또 다르다.
예전보다 무림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훨씬 많았다. 그것이 하남표국 때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원후는 고개를 저었다.
“검왕과 검마라는 이름이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
하원후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따라가던 여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빨리 검왕과 검마를 보고 싶군요. 그들의 검을 겪어보고 싶어요. 과연 우리 할아버지보다 대단한지도 알고 싶고.”
하원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옆을 슬쩍 돌아봤다. 대단한 미인이긴 하지만 지금의 하원후에겐 그저 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쯧, 맹의 장로들이 떠맡기지만 않았어도 혼자서 오는 건데.’
하남표국으로 사자를 보낸다기에 다른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워을 한 하원후로서는 혹이 하나쯤 따라붙는 것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혹이 상당히 귀찮다는 점이었다.
장화영. 화산파 장문인의 딸인 그녀는 검매(劍梅), 혹은 검매화라 불린다. 화중화, 빙란과 함께 무림삼화 중 하나였다.
실제 그녀의 모습은 무림의 꽃이라 불릴 만했다.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그 검술실력에 있었다.
별호에 검(劍)자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법이다. 그녀는 검매라는 별호에 걸맞게 검에 대한 재능이 상당했다.
‘그래봐야 승룡단 수준이겠지만.’
하원후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장화영이 아무리 검에 조예가 깊다고 해도 무림맹 승룡단주인 하원후보다 강할 수는 없었다. 아니, 검룡이라 불리는 남궁진보다 못할 것이다.
물론 나이가 아직 많지 않으니 그 놀라운 재능으로 인해 발전할 여지가 충분했지만, 지금 비교를 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내 짝으로 어울릴 사람은 제갈소저뿐이로군.’
하원후는 조용히 제갈린의 모습을 떠올렸다. 장화영에 절대뒤지지 않는 외모에 진법에 대한 놀라운 재능, 그리고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대단한 통찰력까지. 장차 무림맹주를 내조할 여인으로 전혀 부족하이 없었다.
제갈린을 떠올리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하원후가 조금 더 속도를 올리자, 장화영이 급히 그 뒤를 따르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뭐가 그리 급해요? 좀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지.”
장화영의 철없는 소리에 하원후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소자. 지금 이곳에 놀러온 것이 아니지 않소. 그런 태평한 소리만 계속 할 생각이라면 돌아가시오.”
하원후의 말에 장화영은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대꾸하지는 않았다.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무림맹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녀 역시 현재 무림맹이 처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화산파의 영향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화산파 구대문파 중 검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보통의 구대문파가 그렇듯 화산파 역시 지금까지 화산 은 곳에서 수련을 몰두해왔다. 하지만 최근 장문인이 된 장학진은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장학진의 딸인 장화영이니 마음속으로 딴 생각 하나쯤하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장화영의 목적은 하남표국을 무림맹으로 끌여들여 화산파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장학진은 다른 구대문파보다 월등한 영향력을 원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무림맹의 맹주 자리에 앉는 것이 목표였다.
장화영은 아버지인 장학진의 그런 야망을 기꺼워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화산파의 성세가 높아지는 것을 원했다. 화산파에서 차기 무림맹주가 나오길 원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일단 괜찮은 남자를 잡아야겠지.’
그것이 장화영의 생객이었다. 굳이 하원후를 따라 하남표국에 온 것도 하원후의 장래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고, 하남표국에 있다는 그 정체불명의 고수도 한 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왕과 검마의 공동전인에 대한 소문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은 어느새 하남표국 정문 앞에 도착했다.
하남표국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군.”
일단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남표국의 정문은 예전 하원후가 있을 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규모도 그렇고,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표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십대고수가 둘이나 있는 것치곤 발전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하원후의 얼굴에는 살짝 비웃음마저 걸려 있었다. 장화영은 그런 하원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모를 적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적대감은 임무를 수행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하단주님은 예전에 이곳에서 머무신 적이 있었죠?”
물론 들은 얘기다. 당시 하원후가 하남표국에 있을 때는 장화영이 아직 무림맹에 오기도 전이었으니까.
하원후는 장화영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있었던 일이 떠올라 기분이 더 나빠졌다.
단형우라는 자를 쫓아가지 못해 따로 떨어졌던 일, 그리고 함께 돌아가자는 자신의 말을 무시했던 제갈린까지 한꺼번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데려가 주지.’
사실 하원후가 무림맹의 사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제갈중천이었다. 제갈중천은 하원후와 손녀가 제대로 맺어지길 바랐다.
제갈린과 서찰을 주고받으며 하남표국에 있는 단형우라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 허황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하남표국을 움직이기 위한 무림맹의 사자로 눈에 띄지 않게 하원후를 밀어주었다. 물론 제갈중천의 뜻대로 하원후가 무림맹의 사자로 선출되었고 말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입구를 지키고 있는 표사 중 하나가 묻자 하원후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말을 꺼낸 표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포권을 취했다. 일단 예의를 갖춰야 했다.
“무림맹에서 온 하원후라 하오.”
하원후의 말에 표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표사 하나가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이내 다시 돌아와 하원후와 장화영을 공손히 안으로 안내했다.
하원후는 정문을 넘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겉모습만 봤을 때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는데 막상 안에 들어와 보니 이만저만 변한게 아니었다.
하남표국은 웬만한 거대 무림문파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전각의 규모나 수도 그랬고, 지나다니는 표사들의 눈빛과 느겨지는 기세도 그랬다. 하원후는 내심 입구에서 머금었던 생각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일개 표국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요?”
장화영은 숨김없이 감탄을 드러냈다. 하원후는 그런 장화영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두 사람은 표국주의 집무실로 바로 안내 되었다. 하원후가 무림맹 승룡단주라는 것은 형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 하원후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하남표국의 국주가 조설연이라 생각했는데 형표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남표국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조사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표가 먼저 포권을 취했다. 하원후는 그런 형표를 잠시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포권을 취했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분이라 다행이오.”
하원후는 형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원후가 하남표국에 있던 당시 총표두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형표도 하원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까지.
“전 장화영이에요.”
장화영이 냉큼 나서서 인사를 했다. 형표는 그런 그녀를 보며 이채를 띠었다.
“검매화께서 찾아오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형표는 그렇게 인사를 한 후,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형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림맹의 분들이 무슨 일로 예까지 찾아오셨습니까?”
하원후는 형표의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을 가다듬었다. 하남표국을 무림맹에 끌어들이기 위해 왔지만, 북해빙궁을 막아낸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원후가 막 말을 정리해 입을 열려는 찰나, 장화영이 먼저 선수를 쳤다.
“여기에 십대고수가 둘이나 있다면서요? 그들을 보고 싶어요.”
장화영의 철없는 행동에 하원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장소저, 지금은 그런 것을……”
“고리타분한 얘기는 하단주님이나 하세요. 전 십대고수를 봐야겠어요.”
형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분들은 지금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계십니다. 나중에 수련이 끝나면 안내해 드리지요.”
형표의 말에 장화영이 활짝 웃었다.
“마침 잘 됐네요. 십대고수와 비무를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무공의 깊이를 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호홋.”
장화영의 말에 형표가 살짝 당황했다. 지금 연무장에서 검왕과 검마가 하는 수련은 단혀우와의 대련이다.
단혀우와의 대련은 철저히 망가지는 수련이다. 단형우의 옷깃 한 번을 스치기 위해 둘이 안간힘을 쓰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분들은 수련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십니다.”
“그런가요? 그래도 설마 표국에 온 손님에게 손을 쓰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표사잖아요.”
장화영은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당황하는 형표와 하원후를 남겨두고 방에서 나가 버렸다. 연무장 정도야 알아서 혼자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으흠, 이거 죄송하게 되었씁니다. 장소저는 저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인지라…….”
하원후가 사과를 하자 형표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할 수 없지요. 어쨌든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검왕이나 검마가 장화영을 어떻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자칫 단형우와 얽히기라도 하면 정말로 골치 아파진다. 방금 장화영의 행도응로 보아 단형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장화영은 화산파 장문인의 딸. 자칫하면 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형표는 더 생각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장화영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슨 수로 그녀를 막는단 말인가. 무림삼화 중 검으로 이름 높은 검매화를.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철이 없긴 하지만 아예 생각이 없는 소저는 아닙니다.”
하원후의 말에 형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선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시 얘기를 시작하지요. 무림맹에서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원후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남표국의 힘이 필요합니다.”
형표는 입을 꾹 다문 채 하원후를 쳐다봤다. 하원후의 눈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무림맹과 함께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예전 조가장은 무림맹의 일원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예전 조가장주께서는 무림맹에 각별한 도움을 주셨지요. 하남표국은 조가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당연히 무림맹과 함께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하원후의 말에 형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형표의 입장에서 무림맹은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이건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로군요. 중지를 모아봐야겠습니다.”
형표의 대답에 하원후가 슬쩍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형대협께서는 이 표국의 국주가 아닙니까. 주인이 결정하면 아랫사람들은 응당 따르는 것이 도리입니다. 설마 그 정도 결정도 못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하원후의 도발 가득 섞인 물음에 형표가 빙긋 웃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승룡단을 하단주님 마음대로 정천맹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형표의 담담한 말에 하원후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꺼내 본전도 못 찾은 격 아닌가.
“크흠, 기다리겠습니다.”
형표는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원후는 그 말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무래도 손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 낫겠군요. 저도 함께 참여하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사람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하원후의 말에 형표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사람들을 모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니 별채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형표는 그렇게 말하며 표사 하나를 불렀다. 하원후는 그 표사의 안내로 별채를 향해 걸어갔다.
“후우, 무림맹이라……”
형표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장화영은 표사의 안내도 없이 마음대로 표국 안을 휘젓고 다녔다.
마주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무도 그녀가 마음대로 표국 안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만 그녀으 미모 때문에 뒤를 돌아보는 일은 빈번했다.
하남표국은 그 규모만큼이나 표국을 드나드는 손님도 많았다. 당연히 표국 안을 돌아다니는 낯선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신경을 쓸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하남표국에는 강력한 무위를 가진 자들이 많다. 검왕과 검마를 비롯해서 연무장에 수련을 하러 오는 당가 무사들과 우문혜의 부하들까지 있었다. 현재의 전력을 대강이라도 살피면 무림의 그 어느 문파가 달려들어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니 표국 사람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것도 당연했다.
장화영은 그런 표국 분위기에 맞물려 정말로 마음껏 안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최종 목적지는 검왕과 검마가 수련하고 있다는 연무장이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가는게 낫겠지?’
검왕과 검마가 수련하는 곳이니 근처에 사람들이 많을 리 없다. 사람들이 드문 쪽으로 가다보면 연무장에 도착할 수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게 조금 신경 써서 움직이다 보니 금새 인적이 드문 곳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항상 시끌벅적한 표국의 다른 곳과 달리 점점 조용해지니 분위기가 확 달라 보였다.
“하남표국이 생각보다 꽤 크네.”
장화영은 하남표국의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연무장을 찾아가기가 이렇게 힘들 정도니 웬만한 표국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장화영은 한참을 걸어가다가 은은히 들려오는 기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지만 그곳에 연무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