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골육상잔(骨肉相殘) (3)
교주 명증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는 운이 부교주에 오른 것이 마음에 걸리는가?”
명운의 직위는 유청과 같은 부교주였다.
“신이 어찌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하면?”
“약관에 그러한 무공을 지녔다는 것이 놀라워 질문을 드린 것뿐입니다.”
명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기이할 정도의 무공이라 생각하네.”
그는 명운이 본인이라는 것을 시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었다. 하지만 명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비라 해도 자식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법.’
유청이 몸을 일으키자 명증이 다시 한번 물었다.
“비로궁으로 가 주겠는가?”
비로궁은 반란을 일으킨 장공자 명천의 거성이었다.
“교주님의 명을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자네라면 믿을 수 있지. 특별한 청은 없는가?”
유청은 교주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답했다.
“반란군에 대한 생사를 결정할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명증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음, 자네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군.”
그는 유청이 명천을 설득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교주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 손자의 병법을 따르겠다는 말이군.”
“우선은 천과 준을 설득해 보고자 합니다.”
명증은 앞서 명천에게 자결을 명한 바 있었다.
“그대가 천을 살려 준다면, 그것은 내 명을 반하는 것이 되네.”
“하오나 명은 물과 달라 되돌릴 수가 있는 법입니다.”
“자네도 끈질기군.”
유청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천에게는 자식들이 있습니다.”
손자들을 생각해 달라는 말.
명증은 할 수 없다는 듯 오른손을 들었다.
“알겠네. 자네 뜻대로 해 보게. 하지만 쉽지 않을 걸세.”
그는 명천이 뜻을 굽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교주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유청이 물러가려 할 때, 명증의 그를 불렀다.
“유청.”
“예, 교주님.”
“그래도 그냥 끝내진 않을 걸세.”
항복을 하더라도 복권은 없다는 말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유청 또한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소한 유배, 아니 그 이상을 생각해야겠지.’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 *
안다함 성채.
이곳에 가장 먼저 입성한 것은 신교우사 공복진이었다. 그는 입성하자마자 사마진을 찾아갔다.
“사마 단주.”
사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복진을 맞이했다.
“우사님, 오셨습니까?”
공복진이 상석에 앉으며 물었다.
“장 호법과 연락이 끊겼다고?”
“최근 다시 연락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습격을 당했다는 말은 아니군.”
호법 장헌은 공복진이 아끼는 사내였다.
“파천궁의 공작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작?”
“매를 날려 전서구를 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복진은 사마진의 대답에 짧은 신음을 흘렀다.
“으음, 그 말은 파천궁이 그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는 말이군.”
그는 아직 파천궁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서장에 몇 달째 머무르고 있으면서 그들의 그림자 하나 잡지 못하다니, 나도 참으로 무능하구나.’
십만대산에 있을 때는 천하를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곳 서장에 온 뒤로 그는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소식은 없나?”
사마진이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부교주님께서 파천궁의 공격을 격파했다는 소식입니다.”
“파천궁의 공격을?”
“그렇습니다.”
공복진이 입술 끝을 올렸다.
“그래서 자네의 기분이 좋아 보였군.”
사마진은 부끄러워하는 대신 당찬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부교주님의 대승은 본교의 대승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복진은 그녀의 물음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렇군. 부교주님의 승리 또한 본교의 승리이지.”
사마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부교주님께서는 사왕 중 한 명인 풍왕을 쓰러뜨렸고, 신교 무인들은 백여 명이 넘는 파천궁 신도들을 베었다고 합니다.”
“백여 명이나? 그렇다면 정말로 큰 승리이군.”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무림에서 일어난 싸움에서 백여 명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지 않은 소식도 하나 있습니다.”
공복진은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지 않은 소식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파천궁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인가?’
그러나 사마진이 이야기한 흉보는 파천궁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대산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공복진의 눈썹이 바짝 솟았다.
“뭐라? 대산에서?”
사마진은 그와 달리 차분했다.
“대설진가 진 가주와 적룡대주 하청규의 반란이었다고 합니다.”
공복진은 두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둘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자세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의 반란이 교주님에 의해 진압되었다고 합니다.”
“음, 반란이 진압되었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그 두 사람이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는 모르겠군.”
반란에 대한 징후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은 신교우사 공복진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장에 와 있었기에 이번 일에 대비할 수 없었다.
‘내 실책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 않구나.’
아직 장공자 명천과 관련된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이 정도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곧 좌사께서 돌아올 것일세.”
사마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신교좌사 양대충은 가장 많은 인원을 이끌고 동진을 한 바 있었다.
* * *
명운은 청룡대와 주작대를 이끌고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장로 여진훈과 주작대주 이건석, 그리고 호법 송원표가 길을 함께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강 총관이 절 찾아왔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주작대주 이건석이었다.
“아, 그때 이야기이군.”
강하원은 조광을 얻기 위해 주작대주 이건석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명운이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나?”
“조광이라는 자에 대해 알아보니,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명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이 있었다면, 자네가 조광을 내어 주었겠나?”
이건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서숙의 사정이 썩 좋지 않았네.”
당시 명운은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 막내 공자에 불과했다.
“능력이 있거나 장래가 유망한 무인을 내어 달라고 하면, 내어 주지 않았겠지.”
“그것도 그렇습니다.”
“자네는 항상 그렇다고만 하는군.”
이건석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가?”
이건석이 다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뭔가 알고 있기에 그를 지명하신 것이 아닙니까?”
주작대를 나온 조광은 몇 년 뒤 서숙의 핵심이 되었다.
“이쪽과 약간의 선이 있었네.”
“선입니까?”
“하인 중 한 명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명운은 조광의 미래를 알고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이건석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아니, 겨우 그러한 이유로 그를 선택하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만큼 어려웠다네.”
하인의 추천을 받아 호위무사를 뽑을 정도로 어려운 삶.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 삶은 실제였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무공에 대한 재능이나, 빠른 손놀림, 또는 수읽기가 좋다든가 하는 것을 부교주님께서 알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랬다면 더 좋았겠지.”
이건석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다음 물었다.
“조광이라는 친구, 부교주님의 호위무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명운은 그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호위무사를 왜 대동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다른 일을 맡겼기 때문일세.”
이건석이 재차 물었다.
“부교주님께서 다른 일을 맡길 정도로 믿음직한 친구입니까?”
“이런저런 면을 고려하면 조광이 하후문보다 낫다고 생각하네.”
하후문은 부교주부에서 정문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무인이었다.
이건석이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정말로 조광이 신강이문보다 낫다는 말씀입니까?”
명운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은 물론, 판단력에 있어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많네.”
“하지만…….”
“백호대 칠조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
서숙의 무명 무인들이 백호대 정예 칠조를 쓰러뜨린 이야기는 유명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칠조를 쓰러뜨릴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조광이었네.”
“그 정도였습니까?”
“지금은 자네도 쉬이 이길 수 없을 걸세.”
이건석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그는 생각했다.
‘사신대주와 맞먹을 정도의 무인이라면, 어떠한 경로로도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광에 대한 소문은 명운의 호위무사라는 것이 전부였다.
명운은 조금 말이 과했다는 듯 콧등을 스치며 말했다.
“흠, 그 정도는 아닐까?”
이건석의 옆에 있던 여진훈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부하를 좋게 봐 주시는 것은 좋지만, 이 대주의 입장도 고려해 주십시오.”
명운은 여진훈의 말에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이 대주, 사과하겠네. 내 평가가 조금 과했네.”
이건석이 오른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그가 부교주님께서 높이 평가할 만큼 뛰어난 무인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호법 송원표는 그들과 함께하며 생각했다.
‘이 대주는 의외로 부교주님의 무공에 놀라지 않는구나.’
그와 사대호법은 명운의 무공을 크게 의심한 바 있었다.
“이보게, 이 대주.”
그의 부름에 이건석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청룡대의 지휘는 지금 누가 맡고 있는가?”
청룡대주 진백강은 처벌을 면하긴 했지만, 근신 상태에 있었다.
“부대주가 맡고 있습니다.”
이건석은 지휘체계에 따라 부대주 양진구에게 청룡대의 지휘를 맡겼다.
“부대주라면 양진구인가?”
“책임감이 강한 친구입니다.”
양진구는 파천궁의 습격 당시 부상을 입었지만, 용감히 지휘해 중군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 낸 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 대주의 사람 아닌가?”
송원표가 염려하는 것은 진백강이 다른 마음을 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명운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송 호법, 걱정이 지나치군. 양 부대주는 그럴 사람이 아닐세.”
“하지만 부교주님.”
명운이 오른손을 들며 그의 말을 막았다.
“의심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네. 잘못된 인사가 된다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자네는 걱정하지 말게.”
송원표는 할 수 없이 두 손을 모았다.
“부교주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여진훈이 송원표를 달래듯 말했다.
“송 호법.”
“예, 장로님.”
“지금은 부교주님을 믿고 따라야 하네.”
송원표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명운의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어딘지 천마신교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배하기보다는 다스리고 있다.’
역대 교주들 가운데는 공포로 부하들을 지배한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명운은 공포가 아닌 덕으로 그들을 다스리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군왕과 같구나.’
그는 명운이 천마신교의 교주가 아닌 황제나 패왕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교주님.”
이번에 명운을 부른 것은 이건석이었다.
“자네도 할 말이 있는가?”
이건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진 대주의 일,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명운은 새삼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하니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와 진 대주의 친분이 아닌, 진 대주의 공을 고려한 조치일세.”
“그래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석은 생각했다.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교주의 명을 거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아버지의 신뢰나 애정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명운은 진백강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그가 한마디를 더 하려는 찰나였다.
북쪽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것은!”
명운은 주변인들보다 더 안력이 좋았다. 그는 새의 발에 묶여 있는 작은 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서구군.”
“대산에서 명이 떨어진 것일까요?”
“받아 보면 알겠지.”
잠시 뒤.
전서구가 도착하자 담당 대원이 재빨리 그것을 풀어 이건석에게 건넸다.
이건석은 그것을 풀어 확인했다.
“이것은…….”
“또 안 좋은 소식인가?”
“아닙니다. 부교주님께 온 것입니다.”
이건석은 앞부분만을 읽고는 그것을 명운에게 내밀었다.
“내게 온 것이라.”
명운은 전서를 받아 펼쳤다. 그것은 바로 강하원이 보낸 것이었다.
“강 총관이 보냈군.”
강하원은 이번 반란과 관련된 소식을 자세히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부교주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나 보군.’
명운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것을 읽었다.
“유 부교주께서 도착해 토벌군을 이끌고 있다고 하는군.”
여진훈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유 부교주께서 오셨다면 안심입니다.”
유청은 신교제일검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우리도 서두르는 것이 좋겠군.”
명운의 한마디에 이건석이 포권을 취했다.
“행군속도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속도는 그대로 하고 아침에 한 시진, 오후에 한 시진을 더 걷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이 이끄는 군세가 긴 흙먼지를 피우며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