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15억을 적으로 돌리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최소한 겉으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한국 해군의 대마도급 4번함이 물러가고 미국과 영국 등을 위시한 평화함대가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그런 조치에 반발할 힘도 없었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유조선이 나포되고 5일도 되지 않아 사태가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진짜 혼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이란 내부가 특히 문제였는데 이 사태를 일으킨 사이커 집단과 종교지도자 술레이만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대통령이 있지만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세속정책을 추진해 민중으로부터 큰 반발을 산 전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술레이만의 사망을 밝히자 테헤란에서 엄청난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다.
―술레이만의 핏값을 받아내야 한다! 우리는 지지 않았다!
범인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에게 핏값을 받아내라는 건지 모를 일이다.
이란 민중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울분을 토해낼 무언가였다.
미국은 이 사태의 배후로 유지하를 지목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심증만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국제사회는 다른 주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한국의 공격성이었다.
서방에서는 이란이 빌미를 주긴 했지만 한국의 대응이 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대가 주먹으로 한 대 때렸다고 해서 총을 쏘는 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다. 한국의 방법은 너무도 난폭하다.
―신형 폭탄으로 이란 해군을 박살 낸 덕분에 호르무즈 해협에 해적이 창궐하게 생겼다. 이를 어찌 감당할지 의문이다.
―다른 국가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현실은 히어로 영화가 아니며, 한국도 자제해야 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함부로 힘자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UN 총회에서는 유지하 대통령에게 일반토의의 첫 번째 연설자를 맡기기로 했다.
그간 브라질이 첫 번째 연설을 맡아온 관례를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정치 평론가들은 기조연설이 아니라 물어뜯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이번에 총회에 참석한다면 각국의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프랑스가 벼르고 있다. 어떻게든 기조연설을 한국 성토의 장으로 만들 것.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으므로 이번에도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국가수반이라면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비록 총회장이 침대로 변하더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런 기회를 가지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유지하 대통령은 그간 UN과 마찰을 빚어왔기에 총회에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를 비판하길 좋아하는 언론에선 히틀러도 겁쟁이였다며 역시 독재자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설을 싣곤 했다.
다만 유지하가 총회에 나가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가서 하는 말이란 결국 평화와 인권, 환경 등으로 거의 정례화되어 있는데 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주제였다.
“전쟁과 인권 탄압, 환경 파괴로 점철되어 있는 독재자가 거기서 가식을 떠는 것도 웃긴 일이지.”
다만 이런 관점과는 별개로 한국의 위상은 상당히 상승했다.
국제 외교관들 사이엔 이런 말이 있다.
한 국가가 흘린 피에 비례해 UN 총회의 기조연설 순번이 빨라진다고.
그 피는 자국민의 피가 아니라 타국인의 것이어야 한다.
전쟁을 많이 한 국가일수록 강대국이며 위상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UN 상임이사국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지금은 인권과 자유를 주장하지만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민중을 학살한 전적을 갖고 있었다.
그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었는가 하면,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한 각국의 비판이 이어졌을 때에도 제 3세계에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한국과 유지하를 강도 높게 비판한 프랑스는 놀랍게도 식민지들을 독립시키면서 온갖 추태를 다 부렸다. 장담하는데 과거 중국이 추진하던 일대일로보다 더하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발끈했고 언론도 과격한 사설을 싣기 시작했다.
―그걸 2030년에 하고 있으니 문제 아닌가? 우리가 히틀러 소리를 좀 했다고 실제로 그를 지향할 필요까진 없지 않나?
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갑자기 유조선을 나포한 이란에 있었다.
각국은 한국의 대응이 과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계산기 두들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슬림들이 지하드를 외치는 이란보다는 갖가지 신기술과 개념을 공유하는 한국이 친구가 되기에 더 적합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런 비난은 때마침 유지하가 기자회견을 열어 신형 폭탄에 대한 것을 밝히면서 묻혀 버렸다.
“이 신형 폭약은 하프늄2라고 합니다. 하프늄과는 다른 원소로, 생산하기 위해선 대질량의 에테르파 가속기와 사이커, 그리고 탄탈럼이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비쌌던 탄탈럼의 국제시세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 * *
원래 역사에서 인류는 플레이그에게 대항할 용도로 하프늄2를 쓰지 않았다.
에너지펌핑을 받은 탄탈럼을 일정 크기 이상 모아 두면 붕괴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탄두의 파괴력에 제한이 있다는 말이고 이는 고성능 폭약으로서 심각한 단점이었다.
괜히 인류가 수소폭탄을 쓴 게 아니다.
하여튼 그런 사유로 하프늄2는 전술핵 이상의 파괴력을 내기 힘들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제조법을 밝히자마자 각국에서 사이커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걸 보면 말이다.
“사이커 유출 방지법이라… 얼마나 법안이 빨리 통과되는지 볼 수 있겠군.”
하프늄2의 제조에는 탄탈럼도 중요하지만 사이커도 중요했다.
블래스터가 쏘는 에테르파를 탄탈럼이 듬뿍 흡수해 하프늄2로 변화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펌핑이 일어나기에 자칫 잘못하면 연구시설이 폭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작업이었다.
유지하는 원래 역사를 잘 몰랐지만 하프늄2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었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거의 사이커를 갈아 넣는 수준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고선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인류연합은 초대질량 입자가속기를 통해 간단하고 안전하게 하프늄2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없는 다른 국가는 블래스터를 고용해 직접 탄탈럼에 에테르파를 쏘는 식으로 하프늄을 만들어야 한다.
에테르파를 쏘는 건 매우 힘든 일로, 사람으로 따지면 전력질주를 하면서 섹스하는 것과 비슷한 강도다.
대부분의 사이커가 알파급도 못 되는지라 에테르파의 출력도 낮아서 제대로 된 효율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프늄2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열망은 매우 높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각국에서 국가수반의 행정 명령이 내려졌다.
이제부터 모든 사이커는 허락을 받아야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프랑스조차 이 법안에 서명했다.
당연히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으나 프랑스 대통령은 이를 진압하기에 바빴다.
“결국, 이익 앞에서 자유와 인권은 유동적이란 거지.”
그것이 새로운 종류의 깨끗한 핵폭탄이고 보면 프랑스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지하는 그들이 조금 더 솔직하게 욕망을 표현하길 바랐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말이다.
아르마가 각국에서 들어오는 항의를 요약해서 보여 주었다.
“드디어 미국의 인내심이 폭발한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위험한 무기의 제조법을 상의도 없이 알려 줬냐고 화를 내고 있네요.”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면 포기한 모양이지?”
“포기했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마스터를 길들이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목에 폭탄 목걸이라도 채울 건가?”
“중맹이나 일본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일본은 몰라도 중맹이라… 양안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만의 항의 따윈 미국에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현재의 중맹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힘이 없습니다. 미국은 그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죠.”
이익 앞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미국이 잘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서 말 안 듣는 나를 견제한다는 건가? 중맹과 일본이 서로 힘을 합쳐서?”
“힘을 합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단지 신경만 긁어도 실수가 나오게 되어 있거든요.”
“하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원래 상대방의 신경을 긁다 보면 뭔가 실수가 나오게 되어 있다.
미국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중맹이나 일본을 이용해 한국을 견제할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시기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 이후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견제를 주도하는 세력은 민주당이니까.
한편으로 유지하가 하프늄2을 제조하는 방법을 퍼트리긴 했지만 아무나 그걸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탄탈룸이나 사이커는 어찌 준비한다고 해도 에테르파 가속기는 이쪽의 도움이 없으면 연구를 시작하기조차 힘들다.
아르마는 원 역사에서 하프늄2가 최초로 사용된 시기가 2050년이라고 추측했다.
타임라인이 앞당겨진 것을 감안해도 2040년 이전에는 만들기 힘들다.
즉 미국이 우려하는 테러집단의 사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도 단독으로 에테르파 가속기를 연구하는 곳이 있지?”
“네. 주요 강국들… 특히 UN 상임이사국은 대부분 에테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우리의 도움이 없어도 5년 이내로 에테르파 가속기를 만들어 낼 겁니다.”
효율은 나쁘겠지만 그런 무기를 가지기 위해서 효율쯤은 감수한다는 게 각국 수뇌부의 생각일 것이다.
이런 사례는 레일건 포신 개발에서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이 처참하게 실패했음에도 각국은 일제히 포신 제조에 열을 올렸다.
어쨌거나 작동은 되기 때문이다.
효율이 떨어져도, 포신의 수명에 한계가 있어도 그게 레일건이라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다.
각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일건을 보유하고 싶은 것이다.
사거리와 연사속도가 확보되지 않는 레일건은 대함미사일보다 나을 게 없는데도.
“나중에 독자적으로 만들어 낼 거니 생색을 내면서 자원 받아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실제로 각국은 에테르파 가속기의 제조법을 알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접촉해 오고 있었다.
자국의 광산 개발권을 통째로 넘기려는 국가도 존재했다.
여기서 굳이 하프늄2 탄두의 파괴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발표할 필요는 없겠지.
“적당히 제안 받아들이고 자원 확보해.”
“아프리카의 제안은 어떻게 할까요? 현재 7개국에서 접촉을 해왔습니다.”
“아프리카? 흠… 거기 자원이 뭐가 있지?”
아르마가 수집한 자료를 보니 없는 게 뭔지 궁금할 정도였다.
특히 콩고와 앙골라 등에 자원이 많았는데 내전과 중맹의 간섭 등으로 상당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최근에는 중맹이 일대일로를 포기했지만 그 과실을 따먹던 세력이 군부와 협력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엉망진창이었다.
유지하는 현지의 사정을 살펴보다 고개를 저었다.
“저길 들어갔다간 난리가 나겠지?”
“한국을 추축국으로 한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 같네요.”
아프리카의 자원에 빨대를 꽂은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 자원회사들은 자국의 군사력을 등에 업고 현지인을 악랄하게 착취하고 있었다.
분쟁광물에 대한 각종 규제가 있지만 그래 봐야 밀수를 막을 순 없었다.
수요자가 자신의 팔다리를 묶을 이유가 없잖은가.
규제법 어딘가에는 구멍이 있고 자원회사들은 그걸 쏠쏠하게 써먹는 중이었다.
유지하는 자료를 살펴본 뒤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원이 아쉽긴 하지만 그건 채굴선단이 화성에 진출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당장은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고. 지금 스케줄이 어디까지 진행됐지?”
“무슬림 사회의 분노가 폭발 직전까지 와 있는 단계입니다. 테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조금만 자극하고 풀어주면 되겠죠.”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일단락되었지만 당연히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았다.
드론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고 유지하에 대한 증오도 추가되었다.
이란이 박살 나면서 내심 고소해하는 세력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같은 무슬림 형제였다.
코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신을 믿지 않는 자들과 싸워라.
―전 세계가 신을 숭배할 때까지 싸워라.
여기서의 신은 당연히 알라를 뜻하고 이는 테러리스트에게 핑계가 되어 주었다.
이제 그 테러리스트가 한국에 집중할 차례가 되었다.
미국 대신 한국을 타겟으로 집중하고 무차별 테러를 벌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유지하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타지크족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탈레반은 과거 유지하를 납치하려 시도했고 중국의 사주를 받아 테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지난 일이고 이제 와서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새로운 명분이 필요했다.
유지하가 열받아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해도 이해가 가는 거대한 테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9.11 같은 거 말이다.
“조금 무리수를 둬도 상관없으니까 현지에서 적당한 인원을 뽑아서 대체해 봐.”
“여객기로 본사 빌딩을 들이박는 건 어떨까요? 마침 이전할 예정이고 하니.”
“뭐 괜찮군.”
신라그룹 본사는 메가시티 사우스로 이전할 예정이라 대부분의 인원이 빠져 있었다.
건물은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 주면 딱 좋다.
물론, 이런 과정을 위해서는 아르마의 공작이 필요했다.
한국이 무슬림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했다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
“시체는 더미로 하고 최대한 수습을 빨리 해서 흔적을 없애.”
“병원에 연락을 넣어 두겠습니다.”
바이오백에서 생산하는 더미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인간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두개골을 열지 않으면 인간으로 착각할 정도인데 가짜 유지하의 죽음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더미는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알려져서도 안 되었다.
앞으로도 자작극에 써먹어야 하니까.
유지하가 각국의 지도자를 더미로 교체하지 못하는 이유도 반쯤은 거기에 있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수많은 정치인이 쌓아온 경험과 기억을 모두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딘가에는 어색한 점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더미를 의심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재벌 3세의 육체를 더미로 쓰고 있는 유지하조차 결국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았는가.
광범위하게 사용하다가 들킬 경우 후폭풍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유지하는 최종적으로 계획을 점검하고 지시했다.
“4월 안으로 끝내자고. 할 일이 많아.”
다음은 만주다.
* * *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무슬림의 반발을 함께 불러왔다.
이란의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한국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자신의 권력 강화에 써먹고자 했다.
현 시점에서 이란이 한국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딱 하나였다.
바로 석유.
술레이만도 그 방법을 썼지만 처참히 실패했고 이제 OPEC을 통한 석유 수출을 통제하는 방법만 남았다.
OPCE에는 유지하에 대한 별 감정이 없는 국가도 많지만 영향력이 큰 쪽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이란과 이라크 정도였다.
특히 사우디의 발언권이 상당히 강했는데 이란은 사이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다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국의 민심을 알고 있음에도 유지하를 배제하진 못했다.
그는 각부의 장관을 모아 회의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5억에 달하는 무슬림의 지지는 물론 중요하오. 우리는 이슬람의 총본산인 만큼 무슬림을 다독일 책임이 있소. 그러나 한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자살행위요.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중립을 선언하겠소.”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회의에 불참선언을 하면서 감산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그나마 이라크는 이란에 호의적이었고 많은 대화가 오간 끝에 비공식적인 감산에 합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크렘린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직접 발표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를 적당한 단가에 공급하겠다. 기한은 양측의 합의에 따르고 수출량은 제한하지 않는다.
때마침 러시아의 ESPO, 송유관이 북한지역에 깔리면서 이란의 협박은 완전히 빛을 잃었다.
이제 한국은 러시아에서 직접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자원공사에서 동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자원탐사에 나서면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만 해도 최소 수백 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대체 우리 영토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러시아가 갑자기 들고 일어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염려 말고 마음껏 탐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바이칼호를 넘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잠깐, 혹시 우리 영토가 바이칼호 동쪽 전부인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모른 체하곤 탐사에 열중했다.
공사의 규모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자연스레 관련 주식이 코스피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일자리도 대폭 늘어나 한국인들에겐 행복한 봄으로 불렸다.
다만 이런 국내 사정과는 달리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사고를 워낙 쳐서 적을 많이 만든 게 탈이었다.
특히 중동의 혐오감이 극에 달했는데, 한국과 인연이 깊은 사우디나 UAE 등지에서는 이런 민심을 억누르기에 바빴다.
당장 핵융합 플랜트를 도입해야 하는데 대립구도를 세워서 뭘 어쩌겠단 말인가.
사우디도 그렇고 UAE에서도 진지하게 석유 이후의 먹거리를 찾는 중이었고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베스트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서방의 여러 국가와 달리 수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원하는 게 뭔가? 돈만 주면 다 팔겠다.
한국의 이런 태도는 유럽 등지에서 극심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유지하는 정책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젠 각국의 압력에 굴할 체급도 아니었다.
과거에야 수출 때문에 눈치라도 봤지만 이젠 여러 국가가 한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그 경제대국 일본조차 단교 후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재계에서 후회의 목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니 오죽할까.
세계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 분야에서 한국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다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한국을 증오하는 세력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중동에 들어온 드론에 혼쭐이 난 반군 세력이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전직 IS 대원까지 가세해 상당한 규모를 이루었다.
이 세력의 목적은 하나였다.
―신께서 분노하셨다. 유지하를 죽여라!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가 유지하를 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