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시작한 건 너희지만
중국의 핵전력은 대부분 탄도탄이다.
최대의 적인 미국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따라서 20분이면 베이징에 도달하는 7군단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DH-10으로 지칭되는 순항미사일뿐이었다.
미국처럼 폭격기에서 운용하는 핵탄두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순항미사일로 7군단의 아이언 빔을 뚫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스 플릿의 경우이긴 하지만 인도양에서 파키스탄의 핵미사일을 수십 발이나 막아 낸 전적이 있지 않은가?
극초음속인 탄도탄에 비하면 순항미사일을 막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놈들이 베이징에 진입하게 됩니다.”
로켓군 사령원인 류정 상장은 후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일이 끝나면 나를 주석으로 추대하는 것을 잊지 말게.”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왕 상장이 실각한 이상 선배님이 최선임자이십니다.”
곧이어 수백 발의 DH-10 순항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이 중에서 실제 핵탄두를 탑재한 것은 50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더미였다.
수뇌부는 딱 몇 발만 명중시키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7군단은 기만 작전을 펼치느라 부대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따라서 100kt급 5발이면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베이징 인근 땅이 오염되겠지만 그건 한국에서 받아 내면 된다.
그렇게 순항미사일 200여 발이 7군단에 쇄도했다.
군단의 방공망을 담당하는 아이언 빔은 차례차례 레이저를 조사해 미사일을 요격했다.
100kt급 핵탄두가 장갑차량에 충분한 피해를 입히기 위해선 통상 수백 미터 안에 접근해서 기폭되어야 한다.
하지만 리미터가 풀린 아이언 빔의 사정거리는 훨씬 더 길었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황금빛 레이저가 수차례 하늘을 갈랐다.
DH-10 순항미사일은 고도는 낮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도무지 위협이 되질 않았다.
여태껏 수많은 실전을 거쳐 개량된 아이언 빔에겐 그저 종류가 다른 날파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날파리 수십 마리가 후두둑 떨어졌고 일부 순항미사일이 웨이포인트를 변경했지만 그래 봐야 최종 목적지가 7군단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7군단의 진격은 계속되어 마지막 순항미사일이 요격되었을 때에는 베이징 남부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몽땅 차지하고 있었다.
빠아아앙―
놀란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난리가 났지만 7군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량수이강을 통과해 베이징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중국 수뇌부에선 진지하게 한국 본토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환로 안으로 들어오면 우린 끝장입니다. 도시 통제가 안 될 겁니다.”
“어떻게든 외곽에서 저지해야 합니다.”
3환로는 3순환로를 말하는 것으로, 베이징의 핵심 시설은 대부분 이 안에 있다.
“한국에 대한 전면 핵 공격밖에 답이 없네.”
“가능성은 있습니까?”
후중산 중장이 그렇게 물었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장령은 아무도 없었다.
최정예라고는 하지만 일개 야전부대가 순항미사일 200발을 모조리 요격했다.
한국 본토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고.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후중산 중장이 로켓군에 다시 연락을 취했다.
“선배님, 로켓군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게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은 아니겠지?”
“어쩔 수 없습니다. 놈들은 지금쯤 우리 원전을 노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요격을 해야 하지 않나? 자그마한 반도와 중국 전체를 맞바꿀 생각인가!”
“우리는 버틸 수 있습니다. 설령 원전이 정지된다 하더라도 다시 지으면 됩니다.”
“자네 미쳤군. 이럴 줄 알았으면 순항미사일조차 발사하지 않았을 걸세.”
“류 사령원!”
이럴 수는 없었다.
아무리 현재 공산당의 위계가 엉망이라 하지만 중장이 상장에게 큰 소리를 칠 수는 없었다.
류정 상장이 이를 악물었을 때, 후중산 중장은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선전포고를 한 것은 한국입니다. 베이징에 전차부대를 들이댄 것도 한국입니다. 우리에겐 침략자를 몰아낼 책임과 권리가 있단 말입니다.”
“그게 한국에 대한 전면 핵 공격이라면 나는 반대하네. 차라리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게.”
“그들이 들어주겠습니까?”
“크게 양보를 해야겠지만 공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
후중산 중장은 고민 끝에 미국과 연결된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순항미사일 공격이 실패한 모양이죠? 나한테 중재를 요청하다니.”
“이번에 도와주면 크게 양보하겠습니다.”
“한국과 약속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애초에 한국을 압박하라고 한 건 당신들이었어!”
말투가 거칠어지자 볼드윈 대통령은 나직하게 웃었다.
얼마 전까진 그랬다.
일본을 부추겨 재무장시킨 것도, 중국을 설득해 수출을 막은 것도 미국이었다.
다만 다이아몬드 반도체 사태에서 더 이상 유지하를 건드리면 안 되겠다고 느끼고 발을 뺐을 뿐이었다.
잔뜩 화가 난 고슴도치를 손으로 건드려 봐야 피만 보지 무슨 이득이 있는가?
“그나저나 왕쉬안 상장은 어디 가고 부사령원이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까? 중국 내 권력에 변동 사항이 생겼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볼드윈 대통령이 말을 돌리자 후중산 중장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벙커 안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장령들이 그를 주시했다.
어느새 방송국 헬기가 떠서 7군단의 진군을 촬영하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전 인민이 한국군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태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방송도 장악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다.
‘왕 상장만 숙청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이제 7군단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고 핵전쟁조차 로켓군의 비협조로 어려워졌다.
남은 건 베이징에서 시가전을 벌여 북부 전구의 주력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7군단은 결국 궤멸되겠지만 그를 포함한 장령들의 최후도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동북 3성을 넘긴다면…….’
후중산 중장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15억 인민은 하나이며 이는 한국 따위에 넘길 수 없었다.
그는 장령들 앞에서 선언했다.
“항복도 타협도 없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장령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베이징에 들어온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건 같았다.
“여기에 들어온 이상 그놈들은 죽은 목숨이오.”
“반드시 몰살시켜서 중화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줍시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을 때였다.
동부 전구 레이더기지에서 급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에서 발사된 다수의 미사일이 해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최대 속도 마하 6!”
“탄도미사일 발사 보고는 없었는데?”
“설마 한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한 건가?”
“아, 아닙니다! 궤적과 고도를 보면 순항미사일입니다!”
“…인도양에서 쏜 건 스펙을 낮춘 버전이었군, 제기랄 놈들!”
레이더기지에서 보내온 화면에는 100여 발의 순항미사일이 원전에 접근하고 있었다.
현재 동중국해에 조기경보통제기가 떴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서 포착하기가 어려웠다.
원전 주위의 방공망조차 저 빌어먹을 미사일을 요격하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중국 해안가 대도시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것이다.
이란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최소 3년 이상.
여기까지 짐작한 장령들이 일제히 설득에 나섰다.
“후 중장,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7군단이 4환로에 진입했습니다. 베이징 시민들이 동요하고 있어요.”
“경로를 보면 우리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한국에 연락을 취해서…….”
후 상장은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래서 항복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무슨 말을… 최악의 결과를 막자는 것뿐입니다.”
“최악은 이대로 한국군이 중국을 유린하고 우리가 좌시하는 겁니다. 로켓군만 설득하면 됩니다. 설득이 안 되면 다소 강경한 수단을 써서라도.”
장령들이 입을 딱 벌렸다.
“설마 로켓군을 장악하잔 말입니까?”
“인근에 근위사단이 있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어떻게든 7군단과 싸워서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그들을 로켓군 장악에 동원하자고?
후 중장은 혼자 흥분해서 떠들어 댔다.
“이제 돌이킬 순 없습니다. 우리는 핵을 썼고, 저놈들은 안트론과 하프늄2를 동원했습니다. 누구의 체력이 더 높은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겁니다.”
“젠장할!”
한 장령이 모자를 팽개치고 나섰다.
“톈진, 옌타이, 칭다오, 난징, 상하이, 항저우, 원저우! 이 도시들을 저버릴 생각인가!”
이 해안가 도시들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베이징까지 포함하면 중국 경제의 60%가 사실상 멈추는 것이다.
“저버린 적 없소. 단지 굴복하지 말자는 것뿐이지.”
“차라리 왕 상장을 그냥 놔둘 걸 그랬군.”
“그리고 인민의 배신자 소리를 들었겠지.”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
이렇듯 수뇌부 벙커가 갈등에 휩싸여 있을 때 유지하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끝내 안 오는군.”
“후 중장은 실리보단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놈의 자존심 찾다간 다 잃어버린다는 걸 모를 위치도 아닐 텐데. 하여튼 특이해.”
중국은 그냥 한국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싫은 것뿐이다.
그걸 위해선 어떤 손해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지.
유지하는 깍지를 풀고 지시했다.
“경로 수정하고 직진시켜.”
“네.”
여태껏 해안 주변을 빙빙 돌고 있던 순항미사일들이 곧바로 원전을 향해 쇄도했다.
방공망이 일제히 가동되었지만 초저고도에서 마하 6으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45개소의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 안트론 탄두가 차례차례 기폭되었다.
중국 해안가 대도시의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 * *
한국이 안트론 탑재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이 일본에 전해졌다.
그때까지 어스 플릿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던 일본 통합사령부가 기겁했다.
―정말 안트론을 쐈나? 확실한가?
―확실하다. 현재 중국 해안가 대도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베이징은 건재하지만 한국군 7군단이 진입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기습적인 공격을 당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한국에 끌려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해군 쪽에선 대체 어떻게 7군단이 베이징에 들어갔는지 궁금해했고 전차가 날았다는 사실이 그때 알려졌다.
―이온 추진기로 전차를 날려 보낸 모양이다. 다롄 근처에서 곧장 내륙 쪽으로 향했다.
―믿을 수가 없다. 하늘을 나는 전차라니.
―K-3 전차는 블랙메탈을 본격적으로 채용했기에 꽤 가볍다. 이온 추진기를 장착했다면 잠깐 나는 것 정도는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 전차부대가 일본으로 건너올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마츠다 총리는 그 보고에 잔뜩 겁을 먹었다.
‘부산에서 혼슈까지는 200km도 안 돼…….’
그리고 상륙하기만 하면 대규모 전차부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일본의 기갑 전력은 한국에 비하면 빈약한 편이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홋카이도에 배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는 러시아군을 견제하기 위해서인데 한국과 잦은 마찰이 일어난 최근까지도 편제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한국군이 혼슈에 상륙하도록 일본 해군이 쉽사리 놔두진 않겠지만 그놈의 레일건이 변수가 된다.
한국에 레일건이 쓰시마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여기까지 쳐들어오는 거 아냐?’
마츠다 총리는 한국에 7군단 이외의 대규모 전차부대가 없으며 일본 열도가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렸다.
그는 비서관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차부대가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란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육군 대국인 중국조차 7군단의 진격에 쩔쩔매는데 일본이 상대할 수 있을까?
‘러시아, 러시아가 중재를 해 주면…….’
가까스로 크렘린과 연결되긴 했으나 부총리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유감입니다만 우리로선 그 어떤 것도 해 줄 수 없습니다.”
“대단한 걸 바라진 않습니다.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한 테이블에 앉게 해 주십시오.”
“대마도 공격을 준비한 그 정성으로 잘해 보면 될 겁니다.”
러시아의 경제부총리는 쓰시마도 아니고 대마도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마츠다 총리는 통화가 끊기고 나서도 한참 동안 씩씩대다가 화를 가라앉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양국이 최악의 상황까지 간 건 아니었다.
‘안트론과 하프늄2는 쓰지 않았어. 협상의 여지는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정작 한국과의 연락 창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핫라인은 진작 끊겼고 한국 정부는 UN에 파견된 외교관까지 불러들였다.
민간에서 조금씩 교류하는 걸 빼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겨우 연락한다 하더라도 협상의 장에 불러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루히토 천황을 한국에 특사로 보내는 것이다.
‘나루히토 천황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선 언제든 자신이 갈 용의가 있다고 했지…….’
당시 일본 내의 분위기가 완전히 혐한으로 물드는 바람에 방한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어쨌든 현 천황이 한국에 호감을 가진 것은 분명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선뜻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방한이 성사되면 쓰시마는 포기해야겠지만 한국 전차부대가 일본을 휘젓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는 비서관을 통해 이 의향을 통합사령부에 들여보냈다.
막료장들은 일본이 저자세로 나가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지만 시시각각 들어오는 중국에 대한 소식이 반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톈진, 난징,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해안 도시 10곳이 완전히 정전되었다. 이는 초유의 사태다.
―이 사태의 후폭풍은 10여 년 전 일어났던 석탄 부족으로 인한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10년 전으로 후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는 결사 항전을 부르짖고 있다. 아무래도 끝장을 볼 것 같다.
당연하지만 일본은 결사 항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당초의 계획은 일방적으로 한국 영해를 봉쇄하고 쓰시마를 탈환하는 것이었다.
그게 꿈이라는 게 드러났으니 어떻게든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밖에.
통합막료장 오사무 육장은 마츠다 총리에게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의 미스입니다. 어스 플릿 하나조차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숨바꼭질만 하다가 전쟁이 끝나게 생겼군.”
“그런데 전쟁이 끝나긴 하겠습니까?”
“…….”
사실 거기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었다.
한국의 의향을 듣기는커녕 그쪽과 연결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마츠다 총리는 모처럼 각료 회의를 열었으나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놈들뿐이었다.
“총리대신께서 언론에 발표를 하시면 한국 측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꼭 내가 나서야 합니까?”
“다른 인사가 나서 봐야 중압감이 떨어지고, 미국과 러시아는 좀처럼 답을 주지 않고… 힘들어 보입니다.”
마츠다 총리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할 수만 있다면 며칠 전으로 돌아가서 한국에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전쟁을 중단할 수밖에.
쓰시마와 훈련함대, 사세보가 떠올랐지만 그는 금방 털어 버렸다.
그리하여 수상 관저 1층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 유수의 언론이 그의 입을 주시했다.
마침내 총리의 입에서 발표가 시작되었지만 도대체 의미를 모를 희한한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정식으로 통보함을 기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협상을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일본 기자들조차 난색을 표했고 역시나 한국은 이 회견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폭격을 당한 쓰시마의 레일건을 수리했는지 다시 사격이 시작되었고 일본 함대는 여기저기 도망만 다녀야 했다.
얼마나 열심히 도망을 다녔는지 1만 톤이 넘어가는 일본의 보급함 몇 척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일본 정부가 애태우고 있을 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사가미만 안쪽에서 어스 플릿이 모습을 드러냈다.
―빌어먹을! 기뢰 지대 안쪽이다!
―어떻게든 우회해서 어뢰를 발사해라! 대함미사일도 아낌없이 쏟아부어!
일본 해군 전체가 뒤집어진 와중에 화력함에서 차례차례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이 미사일은 빠르게 요코하마를 통과해 치요다구 상공에서 폭발했다.
일본의 금융, 경제 중심 지역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이 폭발을 목격했다.
“핵폭발이다!”
“모두 엎드려!”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희한한 무언가가 땅에 착륙했다.
컴뱃 워커였다.
이 녀석은 땅에 착지하기 직전 이온 추진기를 역분사해 속도를 줄였다.
저녁 시간 온갖 차량으로 가득 찬 나가타초 근처 도로에 수십 대의 컴뱃 워커가 쿵쿵거리며 나타났다.
“저거 뭐야?”
“로, 로봇인 것 같은데…….”
겨우 일어선 도쿄 시민들은 처음엔 이 로봇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인간 사이즈지만 워낙 육중해서 도저히 친근감은 들지 않았다.
어느 쪽인가 말하자면 확실히 무기라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아이언맨이란 실없는 소리를 했지만 시민들의 얼굴은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로봇 수백 대가 도로 여기저기에 쿵쿵거리며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게가 장난이 아닌지 도로가 박살 나고 차량이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뱃 워커는 조금의 손상도 입지 않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그제야 이 로봇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커, 컴뱃 워커입니다. 얼마 전 유지하 대통령이 발표한…….”
“그게 벌써 양산되었다고? 불가능해!”
실제로 도쿄에 나타났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비서관들의 한심하다는 시선이 마츠다 총리의 뒤통수에 꽂혔다.
그는 불쌍하게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 로봇들이 자신을 잡으러 왔다고 착각해서일까.
“특수작전군이 도쿄 근처에 있었나? 즉시 출동시켜!”
기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특수부대라고는 하나 경보병을 저런 로봇과 싸우게 할 작정입니까?”
“저건 레일건에 하프늄2 미사일까지 보유한 괴물입니다!”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내가 직접 싸울까?”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총리를 보며 사람들은 직감했다.
전쟁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윽고 나카타초에 공안과 육상부대가 출동했으나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로봇 군단을 보곤 입을 헤 벌렸다.
“저런 거하고 싸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