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통합이 대세다
오늘날 인류는 비행기와 기차, 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해 장거리를 이동한다.
그러나 2103년 플레이그가 출몰하기 전 인류연합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둘로 통일되어 있었다.
화물은 카고선, 사람은 초공동열차.
전자는 위그선의 발전형으로 지면효과를 이용해 수면 위에 떠서 이동한다.
최대속도는 음속에 준하지만 해수면에 바짝 붙어 다니는 특성상 파도에 부딪치면 충격이 크기 때문에 사람은 태우지 않는다.
현재 인류연합과 한국에서 운용하는 카고선이 전부 무인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카고선이 비교적 빠르게 출현한 데에 비해 초공동열차는 206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첫 선을 보였다.
특성상 에테르 코어와 에테르 크리스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어에서 에테르 입자를 뽑아내 크리스탈에 저장하는 공정이 요구되는데 에테르가 뭔지 모르는 인류의 입장에선 난해하기 짝이 없는 작업이었다.
연구자들은 말 그대로 눈을 감고 손으로 땅을 짚는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찾아가야 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한 것도 있어서 연구는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이런 이기주의가 타파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이그의 공습이 있은 후였다.
인류는 절멸의 위기에 몰려서야 비로소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테르가 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그건 현재진행형이었다.
하여튼 초공동열차는 비행기와 기차, 배를 몽땅 사장시킨 무시무시한 플랫폼이었다.
워낙에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외형은 열차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하늘을 날며, 최대속도는 마하 10에 육박한다.
에테르 역장 속을 달려가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그 속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잠깐 주목받았다가 사라진 하이퍼루프 트레인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모든 면에서 초공동열차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이 열차가 상용화되면 대규모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플랫폼들은 대부분 사장된다.
비행기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며 별도의 레일을 깔 필요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15개에 달하는 메가시티를 묶어 줄 이동 플랫폼으로 딱이었다.
유지하가 이걸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은 이유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에테르 코어에서 입자를 균일하게 뽑아내 역장을 통제하는 기술.
―하프늄2 폭약에서 파생된 에테르 입자 저장 기술.
―높은 추력을 가진 이온 추진기 기술.
이 세 기술이 있어야만 초공동열차를 운용할 수 있다.
세틀러호의 DB에 존재하는 청사진과 아르마의 능력이라면 다 해결되지만 가끔은 남에게 마이크를 넘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세계 각국이 유지하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의 에테르 국제연구소에서 마리 르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늘, 아니 어제 프랑스는 위대한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인류가 중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 나라가 어디를 지칭하는 건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유지하 개인을 지목하고 싶었겠지만 수많은 외신들 앞이니 조금 자제했겠지.
그녀는 과장된 제스처로 연구진이 개발해 낸 기술을 소개했다.
“중력을 제어하는 건 결코 SF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근처에 와 있습니다. 프랑스와 각국의 연구진이 해냈습니다. 지금부터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기적을 같이 확인하겠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바로 기술을 발표하는 건 유지하를 벤치마킹한 것 같았다.
그러나 연락이 잘 되지 않았는지 기자들은 한참 동안 아무도 없는 연구실을 바라봐야 했다.
실험이 시작된 것은 마리 르펜의 얼굴에 짜증이 그려졌을 때였다.
프랑스어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몇 명의 연구자가 에테르 코어에 연결된 콘솔을 조작했다.
그러자 에테르 코어에서 밝은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 기물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테르 역장에서의 중력 역전 현상이다.
화면이 바뀌더니 환한 웃음을 띤 마리 르펜의 표정이 보였다.
그간 한국과 유지하를 비난하느라 얼굴에서 화가 사라지질 않았는데 오늘만은 상당히 밝았다.
“이 현상이 중력자와 관계되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 강입자 가속기의 연구진이 밝혀 주겠죠. 우리는 이 현상을 각국의 연구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학위만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비밀주의를 유지해 온 유지하를 비난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물론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리 르펜의 흥분된 얼굴만 바라보며 말했다.
“슬슬 초공동열차를 꺼낼 때가 됐어.”
“설계는 이미 끝났습니다. 지시만 내리시면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꽤 많이 생산해야 할 거야. 각국에서 요청이 많이 들어올 거거든.”
요즘 같아서는 살짝 의문이 들긴 한다.
러시아의 두 얼간이가 본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
하긴 한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땅을 내줬으니까 배가 아플 만도 하지.
그 안에 부존된 자원을 생각하면 재협상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약속한 걸 깬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가 더 이상 1티어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핵융합 플랜트며 매스 드라이버 같은 기술과 개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그 땅을 회수하려 든다면 미국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모처럼 메가시티를 다수 만들 땅을 확보했는데 내줄 이유가 없었다.
유지하가 일본 열도에 욕심내지 않은 것도 동시베리아와 만주면 충분한 넓이이기 때문이다.
아르마가 초공동열차의 설계도를 벽의 화면에 띄웠다.
“1칸에 70좌석을 넣을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20칸을 하나의 동력차가 끌고 다니게 됩니다.”
초공동열차는 기존의 것보다는 상당히 큰 덩치를 자랑한다.
아무래도 궤도의 규격에 의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넙대대한 것이 특징이라 좌석을 상당히 많이 넣을 수 있다.
차체를 더 키울 수도 있지만 부대시설의 규모와 에테르 역장의 부피를 생각하면 이 정도가 딱이다.
유지하는 스펙을 뒤져보며 물었다.
“이 스펙이면 미국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한다면 약 45분 정도 걸리겠네요.”
“괜찮군.”
초공동열차의 등장은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것이다.
입출국 수속과 이착륙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는 여객기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유지하가 선보인 기술 중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별로 없지만 초공동열차는 상당히 직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동시간을 확 줄여 버리니까.
물론 그건 여러 항공사의 도산을 의미한다.
유지하는 배성민 비서실장에게 연락했다.
“코레일 사장하고 철도공단 사장, 항공사 대표들 좀 오라고 하십시오. 예. 중대한 건이라고 설명하면 될 겁니다.”
화면에서는 마리 르펜 대통령이 신이 나서 이 기술은 한국과 공유하지 않을 거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이 당했으면 슬슬 알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 * *
프랑스의 발표는 세계의 학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인위적으로 중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록 에테르 코어라는 외계의 유물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학자들은 큰 관심과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는 확실히 누구와는 다르다. 논문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연구까지 공유하겠다고 한다.
―일정 조건하이긴 하지만 중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우리의 상상보다 많은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흥분되어서 견딜 수가 없다.
―에테르 코어가 몇 개 없다는 게 정말 아쉬울 뿐이다. 인류의 혁신을 가져올 물건인데.
그게 원래 하나였다는 점을 안다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프랑스의 발표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파리에 위치한 에테르 국제연구소에 수많은 인사가 드나들었고 각국의 수장들이 지지선언을 보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유럽에 위치한 최대 규모의 LHC에서 에테르 입자와 중력자 간의 관계 입증을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 발표했고 EU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행사에서 한국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꼴 좋다고 비웃는 시선도 있었지만 다수는 한두 번 당하냐며 말을 아꼈다.
―거긴 이미 실용화 단계에 가 있을걸.
―뭘 내놓을지 리스트에서 고르는 중일 듯.
하지만 유지하는 내정에 치중하려는 듯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 생산된 에실 프로세서 수천 개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르는 사람이야 간 큰 강도들이 일을 벌였네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EU와 미국의 합작품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에테르 입자와 중력자 간의 관계를 밝히려면 LHC 시스템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 거대한 데이터를 다루려면 에실 프로세서가 적격이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에실 프로세서를 EU에 수출할 수 없다. 그러니까 도둑맞았다고 치고 넘긴 것이다.
―유지하가 그걸 몰랐을 리 없다. 지금까지 학계를 배척한 게 마음에 걸려서 눈 감았을 확률이 높다.
실제 유지하가 모른 척한 것은 거기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2세기의 인류도 에테르 입자를 규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밝혀낸 건 정말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원판 루시아는 이렇게 한탄했을 정도였다.
“우리는 에테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어린애하고 비교해도 아는 게 별 차이가 안 날 걸요.”
입자를 부딪쳐서 관측하는 방법으로는 에테르를 규명하는 게 어려우므로 다른 방법을 써야 하지만 인류연합은 그럴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아무튼 EU와 LHC의 시도는 가상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유지하는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코레일과 철도공사, 그리고 각 항공사의 합병을 추진하겠습니다.”
“…….”
청와대에 초대된 각 대표들은 그의 눈치를 살폈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배성민 비서실장이 썰렁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화두를 던졌다.
“기차와 여객기는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른다는 기본적인 점을 제외하면 닮은 게 거의 없습니다만 통합할 만한 뭔가가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초공동열차라고 합니다.”
모델을 본 관계자들은 깜작 놀랐다.
이건 현실성 부족으로 폐기된 하이퍼루프 트레인이 아닌가?
구상은 그럴싸했지만 튜브 안에 진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부터가 상당한 난관이었다.
그 외에도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고 주창자가 사망함에 따라 완전히 잊혀졌다.
그런데 이건 하이퍼루프 트레인과는 상당히 다른 물건이었다.
“저희가 봤을 때는 마치 허공을… 그러니까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진이야 이온 추진기를 단다 치는데 튜브가 없군요.”
“말 그대로 공동을 달리는 열차입니다. 에테르 역장을 만들어서 그 안을 달리죠.”
“에테르 역장이라면…….”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트랜스폼 현상 아시죠?”
회의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 뉴스에 많이 나오고 화젯거리도 되고 해서 이제는 어린애도 안다.
블랙메탈의 변형 현상 그 자체.
“그 트랜스폼 현상이 일어날 때 에테르 역장이 펼쳐집니다. 현존하는 물리법칙이 그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거죠. 즉 부분적으로 중력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묻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가능하니까 이 자리에서 꺼낸 거겠지.
유지하의 설명에 의하면 에테르 입자를 저장해 두었다가 열차가 움직일 때 역장을 형성해서 그 안을 달린다고 한다.
중력이 거의 배제되므로 허공에 레일이 깔린 것처럼 질주할 수 있다고.
“최대속도는 마하 10에 달하며 승객들은 가속도를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한 번에 천 명이 넘는 승객을 저렴한 단가로 실어 나를 수 있죠.”
배성민 비서실장이 요약했다.
“말씀에 따르면 초공동열차 외의 장거리 이동 플랫폼은 대부분 사장되겠군요.”
“크루즈선이나 일부 특수목적용은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이 중요한 플랫폼은 버티기가 어렵겠죠.”
관계자들은 그제야 유지하가 그들을 호출한 이유를 깨달았다.
다 망할 거니 통합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초공동열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하철이나 트램 도시형 플랫폼 외에는 살아남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KTX 같은 플랫폼은 그나마 낫지만 여객기는 완전히 도태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몇 배나 빠른 데다 이온 추진기의 효율을 생각해 보면 요금까지 저렴할 것이 분명했다.
한 항공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하 10으로 질주한다면 소음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것도 고려되어 있는지… 또 안전도 궁금하고요.”
“여기서 혹시 레일건 발사 소음 들어 본 사람 있습니까?”
배성민 비서실장이 손을 들었다.
“함포보다는 확실히 작았습니다.”
“블랙메탈 포신에 에테르 역장이 발생해서 그렇습니다. 탄자가 공기를 찢으면서 나는 소리만 발생하죠.”
“아…….”
“에테르 역장은 대부분의 물리법칙을 무시한다고 말했죠? 소닉붐도 나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질주할 뿐인 거죠.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지는 마십시오. 나도 모르니까.”
선지자는 확실히 알 것이다.
유지하는 안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항공기보다는 사고 빈도가 훨씬 낮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온 추진기로 감속할 수 있으므로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낮습니다.”
인류연합이 수십 년 동안 운용한 결과 항공기보다 훨씬 낫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효율이 압도적이라서 단점을 밀어낸 것이다.
코레일과 철도공사 사장들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낸 반면 항공사 사장들은 울상이었다.
안 그래도 카고선 때문에 화물기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카고선을 선호하는 바람에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제작사들은 화물기 수주를 더 이상 받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제는 여객기 수요까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유지하가 위로하듯 말했다.
“초공동열차가 도입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거니 그때까지 사업 정리하십시오. 땅값은 후하게 쳐주겠습니다.”
미리 알려 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후로는 코레일과 철도공사 통합과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꼭 철도공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일자리 많습니다. 금방 배울 수 있으니까 염려 말라고 하십시오.”
원래 한국은 평생직장 개념이 옅었지만 유지하가 권력을 잡은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다.
직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대신 새로운 직장을 찾을 가능성도 대폭 상승했다.
루시아 프리미엄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정부와 신라그룹에서 계속 인재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일하기 위한 조건만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지 않기 때문에 무인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또한 기존에 드물었던 자원 탐사나 채굴 등의 산업이 새로 생긴 덕분에 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어지간한 실업 사태가 발생해도 사회 전체에서 흡수할 체력이 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다른 국가는 이런 순환이 없어서 계속해서 실업률이 치솟는 형편이었다.
대놓고 유지하와 한국을 적대하는 국가가 특히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건 덤이다.
초공동열차가 도입되면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겠지만 유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쪽이 알아서 하겠지.
* * *
갑자기 달라진 한국의 동향에 세계 여러 나라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항공사들이 여객기 리스 규모를 줄이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31년 외국인 방문객은 북한 지역을 제외한 한국의 인구보다 더 많았다.
별다른 관광지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렇듯 매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만 가는데 구조조정은 영 생뚱맞은 정책이었다.
심지어 한국은 북한 지역의 철도를 모조리 철거한 다음 새로 깔기 위한 사업까지 취소했다.
철도 매니아들이 숱하게 문의했으나 예정된 사업이 없다는 답변만 띄웠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북 5도도 슬슬 정상화되고 있는데 철도를 안 놓을 건가?
―메가시티니까 공용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한다 쳐도 다른 곳과 연결은 되어야 할 텐데 뭔가 이상하다.
이러는 동안에도 초공동열차의 동체가 스마트 팩토리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시험 일정만 끝나면 한반도와 테라섬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한국이 새로 얻은 땅을 모조리 연결하게 된다.
그런데 푸틴의 후계자임을 자청하는 두 러시아인들은 그 넓은 땅을 순순히 넘길 의향이 없는 모양이었다.
보르첸코 상원의원이 유지하에게 연락을 취해 왔다.
“난 대통령께서 한국에 약속한 땅에 대한 재협상을 하고 싶습니다.”
“설마 푸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뒤집으려는 겁니까?”
“그 땅이 너무 넓으니까 그렇지요. 동시베리아에 부존된 자원이 얼만지나 아십니까? 그걸 손도 안 대고 꿀꺽하는 건…….”
“지금까지 내가 넘겨 준 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었습니까?”
유지하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자 보르첸코는 당황했는지 잠시 허둥대더니 말했다.
“싸우자는 뜻이 아닙니다. 솔직히 푸틴 전 대통령께서 약속한 땅은 너무 넓지 않습니까? 잘 따져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로는 바이칼 호, 북으로는 노보시비르스크, 동으로는 추코트카까지. 물론 사할린 섬도 포함이고요.”
“맙소사. 한국은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영토를 자랑하게 되었군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전혀요.”
지금껏 러시아가 도입한 기술이나 개념 중 몇 개만 언급해도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다.
유지하가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며 그런 것들을 따지지 않은 것은 장기적으로 흡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내 자식에게는 아무리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 보르첸코 의원은 간식이 적다고 징징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정 그렇다면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일단 들어 보죠.”
“내 딸과 결혼하십시오.”
“…예?”
“내 딸과 결혼해서 정식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십시오.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게끔 밀어달라는 뜻입니다. 그 후에는 내 딸이 대통령이 될 테니 당신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죠. 어떻습니까?”
이걸 말이라고 하나?
유지하는 보르첸코의 지능지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