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몬스터 먹는 영주님
레오볼드는 영주지만 먹는 것은 다른 영주민과 별로 다르지 않다.
잡곡이 섞인 빵과 치즈, 영지에서 도축된 고기와 찐 고얌 정도다.
거기에 반다스 마을에서 잡은 생선과 조개가 간간이 곁들여진다.
바다에서 보이는 그 많은 해산물을 생각하면 정말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들은 익숙한 해산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몬스터로 생각했다.
특히 갑각류에 대해 그런 인식이 강했다.
반다스 자작령이 품고 있는 바다엔 갑각류가 참 많이 산다.
커다란 가재부터 게, 새우 종류와 아스테라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녀석들까지 존재하는데 누구도 식재료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바다가 봉쇄되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주된 이유는 갯가재라는 커다란 몬스터의 존재였다.
지구의 갯가재와는 이름만 같은 이 녀석은 길이 3미터 정도 되는 바다 몬스터로 육지에서도 생활이 가능했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느릴 것 같지만 의외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주무기는 집게에서 발하는 충격파다.
어지간한 집까지 일격에 분쇄하는 절륜한 위력에 인간의 연약한 육체는 버틸 수가 없었다.
튼튼한 갑옷도 소용이 없는 게, 이 충격파는 갑옷과 육체를 함께 공격한다.
상대하기 위해선 골리앗이 필요한데 갯가재 개체 수가 많고 섀도우 엘프 해적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각국은 거기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해안가를 비우는 쪽을 선택했다.
―귀쟁이에 맞서 싸우는 게 먼저야. 쓸모도 없는 바다를 지킬 필요는 없지.
―배를 건조하느니 부유대륙 밑에 군대를 파견해서 자원을 채굴하는 게 나아.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라는 자기합리화가 뒤섞인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생선과 일부 조개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산물은 아스테라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수인들은 그나마 좀 먹었다고 하지만 드워프나 엘프 등은 질색을 했다.
특히 엘프들은 해산물을 먹는 인간을 미개한 종족 취급했다.
―그 고약한 냄새를 견딜 수 있다니 인간들은 분명 바다에서 태어난 게 확실하다.
―그런 걸 먹으니까 우리에게 지는 거다.
대부분의 엘프는 곡물과 과일, 채소 등만 먹는 비건이었고 이는 다른 종족을 경멸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식탁은 엘프들이 봤으면 엎으려 들었겠군.”
“벌레를 조리해서 먹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어디까지나 엘프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레오볼드는 톱게찜과 가재구이를 먹음직스럽게 바라봤다.
어민들에게 현상금을 내걸어 잡아 온 녀석들을 아르마가 요리한 것이다.
탐사정을 동원해 그물로 잡아도 되겠지만 레오볼드는 그걸 자신이 먹는다는 인식을 남기고 싶었다.
실제 어민들이 잡아 올린 갑각류가 뿔새 마차를 통해 오하멜시로 수송되자 이런저런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레오볼드가 몬스터를 먹는다는 소문 말이다.
“세상에, 영주님이 몬스터를 드신다지 뭐예요.”
“그거 독이 있을 텐데 말리지 그랬어요?”
“영주님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 행정관님이 뜯어말렸는데도 꼭 드시겠답니다.”
“부디 배앓이로 끝나야 하는데…….”
주민뿐만 아니라 영주 관저의 사람들도 갑각류를 보곤 기겁하며 도망쳤다.
그들 입장에선 몬스터 시체를 본 격이니 놀랄 법도 하지.
아르마가 그걸 요리한다며 주방으로 가지고 들어갔을 때엔 다들 정신이 나간 듯한 눈빛이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갑각류는 레오볼드의 식탁에 오를 수 있었다.
톱게는 딱지가 손등만 한 커다란 녀석이었고 가재의 덩치도 심상치 않았다.
“먹이를 잘 먹어서 그런가? 원래 크기가 이 정도는 아니지?”
“200년 가까이 바다가 봉쇄되었으니까요. 천적이라곤 상위 포식자뿐이니 대부분의 개체가 한계까지 성장하는 거죠.”
“하긴 최악의 포식자는 인간이라고 하지.”
인간이 먹질 않으니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뿐더러 각 개체의 크기까지 전반적으로 커졌다.
몬스터가 있긴 하지만 아스테라는 몬스터가 당연한 세계이므로 그걸 감안해서 생태계가 설계되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여튼 그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레오볼드는 아르마가 손질해 준 커다란 톱게 다리를 들고 속살을 쏙 빼먹었다.
“맛은 꽃게하고 거의 비슷하네. 단맛이 확 올라와.”
“이것도 드셔보세요. 버터로 구운 거예요.”
버터에서 기묘한 냄새가 조금 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맛은 훌륭했다.
“이 좋은 걸 사람들이 먹질 않으니 참 안타까워. 특히 단백질 공급이라는 점에서 말이야.”
21세기 인류가 필요로 하는 동물 단백질 중 약 20%가 바다에서 나온다.
과거엔 그 비율이 조금 내려가겠지만 10% 정도는 되었을 거고 그건 아스테라인들의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마가 바그란의 식량 상황을 조사한 결과도 그랬다.
“탄수화물은 비교적 괜찮은데 단백질과 지방 공급이 약 20% 정도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체 칼로리도 그렇고요.”
이 영양공급의 불균형은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오하멜시에 세워진 학교에서 측정한 바에 의하면 10대 초반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는 지구에 비해 확연히 성장세가 낮았다.
18세기 영국과 비슷할 정도니 심각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레오볼드가 지배하면서 청어가 공급되었지만 어린애들이 비린 생선을 좋아할 리가 없다.
덕분에 영양불균형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억지로 먹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럴 때는 못 먹게 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답니다.”
“못 먹게 한다고?”
“과거 감자 대왕으로 불렸던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보급이 지지부진하자 자신만 먹을 수 있다는 칙령을 내렸죠. 감자를 재배하는 텃밭엔 건장한 병사를 배치해 지키도록 했고요.”
“그건 나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주민들이 훔쳐 갔다고 그랬나?”
“새벽에 병사들이 없는 틈을 타 훔쳐 갔죠. 원래 인간은 금지된 것을 갈구하기 마련이니까요.”
“하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겠지.”
다만 그게 갑각류를 포함한 해산물에까지 적용될지는 의문이었다.
영지민들이 그걸 먹지 않는 것은 낯설어서라기보다는 그것에 대한 인식이 바닥이기 때문이다.
거의 벌레와 동급이어서 그걸 요리한답시고 주방으로 가져간 아르마에게 이상한 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레오볼드가 솔선수범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르마가 먹기 좋게 손질해 놓은 가재버터구이를 먹으며 말했다.
“앞으로 내 식탁엔 이것만 올려. 그리고 어린 하녀들에게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란티스 백작령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그란 동부에서 사업하는 상단주들을 모아서 흉작을 이유로 밀의 공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네요.”
“그의 말을 잘 들으면 공급량을 원래대로 돌려주고?”
“정확하세요. 2만 천 명분의 밀은 어디론가 팔아치우겠죠.”
란티스 백작은 해적 토벌 건으로 인해 레오볼드에게 힘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그는 대영주이니만큼 상당한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골리앗만 20대를 보유 중이고 그랜든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사를 10명이나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병력으로 해적 수천 명과 바다 몬스터 다수를 상대하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게 분명했다.
레오볼드가 그걸 해냈으니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이라서 식량 공급을 줄여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제 곧 밀 수확기이고 여기저기 굶는 사람이 생기는 와중이니 반다스 자작령에 밀 공급이 좀 끊긴다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계획이야. 우리만 아니었다면 통했을 거야.”
아르마는 이미 란티스 백작의 행동을 예측한 바 있고 구체적인 대응방안까지 세워놓았다.
괜히 부유대륙에 간 선단이 감자니 딸기니 하는 것들을 싣고 온 게 아니다.
레오볼드가 식사를 끝마치자 아르마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딸기를 가져왔다.
“하녀들이 이거 먹고 싶어서 난리더군요. 맛있나 봐요.”
“개량에 개량을 거친 거니까 그럴 만도 하지.”
현재 아스테라에 유통되는 딸기는 극소량이었다.
그것도 산딸기 비슷한 종이 대부분이었고 레오볼드가 입에 넣는 어린애의 주먹만 한 딸기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엘프들이 자랑스럽게 수출하는 산딸기도 이 딸기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딸기가 제대로 유통된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 것이다.
냉장마차도 필요가 없는 게 부유대륙으로 보낸 비행선을 바로 왕도로 보내면 된다.
거기에서 기차를 통해 자이움 등으로 실어 보내면 되니 유통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엘브랑데 이놈들인데… 이젠 아예 부유대륙으로 가는 하늘을 막고 있다며?”
“네. 거의 100척에 달하는 비행선이 부유대륙 주위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은 못 올라가는데 어디 시골 영지에서 온 비행선 3척이 상륙하는 걸 보고 배알이 꼴렸나 보군.”
아직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그 태도를 보면 에테르 캐논이 발사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지온을 보낼까 싶었지만 자주 노출되면 정체가 들킬 가능성도 있었다.
“프로잔 후작이 보낸 비행선이 곧 올 텐데 다음부턴 돌아서 다니자고.”
“이미 항로를 설정해 두었습니다. 파편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 접근하지 못할 겁니다.”
레오볼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홀로그램에 표시된 부유대륙에 손가락을 찍었다.
“슬슬 여기에 전초기지를 만들고 싶은데… 본격적으로 비행선을 찍어낼 때가 되면 고민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 * *
바그란의 몇몇 영지엔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영주가 식사를 마치면 밑의 사람들이 남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식량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나온 고육책에 가까웠다.
영주는 그 위치 때문이라도 식사에 많은 손님을 초대해야 했고 항상 넉넉히 음식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부족한 음식은 영지의 재정 상황과 영주의 씀씀이를 말해 주는 것이었기에 대부분은 식탁을 풍성하게 차리려고 노력했다.
자연스레 음식이 남을 수밖에 없고 그건 밑에 사람들이 책임지게 된다.
그러고도 남으면 굶고 있는 영지민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작은 영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근처의 란티스 백작령에만 가도 영주의 성 입구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볼 수 있다.
춘궁기에 빵 한 쪼가리라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다스 자작령의 하녀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아르마가 그 사정을 알기에 항상 풍성한 식탁을 차렸기 때문이다.
식탁엔 상단을 통해 들여온 왕도의 디저트라든가 이국적인 식재료로 만든 음식까지 포함되어 있었기에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정체불명의 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재와 새우, 게 등의 갑각류였다.
냄새는 그럴싸했으나 하녀들은 그 외형에 질겁하고 손도 대지 않았다.
몬스터나 다름없는 걸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다.
“영주님도 어떻게 이런 걸 드실 생각을 하시고…….”
“뭐 가끔은 색다른 것이 생각나기도 하는 법이니까…….”
“일단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안에 독은 없을까요?”
“으으, 전 안 먹을래요.”
그렇게 갑각류 요리는 외면받았다.
음식을 받아가는 영지민들도 그 요리엔 손도 대지 않았고 유일하게 먹는 것은 마구간에서 키우는 뿔새들뿐이었다.
이 덩치 큰 새들은 가리는 게 없어 아무거나 잘 먹었다.
혹시나 하고 갑각류 요리를 가져다준 하녀들은 뿔새가 게걸스럽게 속살을 파먹는 걸 보곤 기겁했다.
“얘네들은 뭘 이런 걸 먹어?”
“그나저나 되게 잘 먹네… 최소한 맛은 있나 보다.”
“뿔새한테나 맛있게 느껴지는 거겠죠.”
그렇게 계속 갑각류 요리가 외면받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영주 관저에 하녀가 새로 들어왔다.
부모를 잃고 영지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걸 아르마가 데려와 꼬마 하녀로 임명한 제니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나이가 어렸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청소와 허드렛일 정도였지만 먹고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 듯 보였다.
그녀는 몬스터를 본 적이 없었기에 새우나 가재 요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먹으려 했다.
성장기에 관저에서 나오는 음식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하녀들이 그걸 말렸다.
“제니,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야.”
“갯가재라고 모르지? 커다란 몬스터가 있는데 그거하고 똑같이 생겼어.”
“이걸 잘 드시는 분은 이 영지에서 영주님과 아르마 님밖에 없어.”
“영주님과 아르마 님이 드시는 거라면 좋은 거잖아요.”
제니의 말에 다들 멈칫했지만 자기들만의 논리를 내세우기 바빴다.
흉측하게 생겼으니 맛이 없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제니는 단념하지 않고 가재구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래도 한번 먹어볼래요.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거든요.”
“그러든지.”
“먹고 나서 배 아프다고 하면 안 된다?”
우물우물.
작은 입이 버터로 뒤덮인 살덩어리를 말없이 삼켰다.
하녀들은 언제 제니가 울상을 지을까 기다렸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을 혀로 핥곤 다른 덩어리에 손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참다못한 한 하녀가 물었다.
“맛없지?”
“아뇨.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이게 맛있다고? 말이 안 되는데?”
“몬스터같이 생긴 게 맛있다니 너 혹시 억지로 먹는 거 아냐?”
하녀들의 당황에도 불구하고 제니는 맛있게 가재구이를 다 먹고 게 다리에도 손을 대었다.
접시에서 요리가 사라져갔고 이쯤 되자 하녀들은 제니가 정말 맛있게 먹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몬스터같이 생긴 녀석을 말이다.
“…진짜 맛있을까?”
“어린애들은 맛이 없는 건 없다고 하던데 희한하네…….”
그중 용기 있는 하녀가 새우구이에 손을 가져가 우물우물 씹었다.
“어, 괜찮은데요? 탱글탱글한 게 맛있어요.”
“그게 맛있다고? 벌레같이 생긴 게?”
“벌레처럼 생기긴 했는데 속살은 맛있다니까요. 씹다 보니까 단맛도 살짝 올라와요.”
하녀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기 바빴지만, 제니마저 정말 맛있다며 새우 껍질을 까서 내밀었다.
“드셔보세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
다들 의심하며 먹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게 억울할 정도였다.
짭짤하면서도 달달한 이 맛은 시큼하고 딱딱한 빵이나 아무 맛도 안 나는 찐 고얌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
“맛있네, 이거.”
“모, 몬스터치고는 맛있긴 하네…….”
그날 이후로 뿔새가 갑각류 요리를 먹는 일은 없어졌다.
맛을 알아차린 하녀들이 중간에서 싹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그랜든을 비롯한 병사들도 같은 경위로 그 맛에 빠져들었다.
대장인 그랜든이 영주와 자주 동석하는 바람에 갑각류의 맛을 알아차린 게 그 원인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런 말까지 했다.
“제군들, 몬스터는 우리의 적인가?”
“적입니다!”
“그렇다면 먹어치워야 하지 않겠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몬스터를 그대로 둘 작정인가? 자네들은 시민 보호라는 의무를 저버릴 셈인가?”
“아닙니다!”
묘하게 이상한 말이었지만 전직 근위기사인 데다 영지의 방어책임자인 그랜든에게 대항할 수 있는 병사는 없었다.
그렇게 병사들의 식탁에는 갑각류 요리가 올라오게 되었고 처음엔 질색하던 병사들도 반강제적으로 먹다 보니 익숙해진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영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타이틀이 유혹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귀족들은 먹는 것마저 평민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관저의 하녀들이 먹기 시작하고 병사들마저 이에 동참하자 오하멜시의 여관이나 음식점에서도 은근슬쩍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마가 미리 손을 쓴 것으로, 문구까지 그럴싸했다.
―영주님이 먹고 감탄한 그 맛!
―30마리 한정판매! 지금 주문하지 않으면 기약이 없습니다!
―인기 상한가로 인한 가격 상승 중! 나중에는 지금 가격으론 못 먹습니다!
권위에 의한 호소와 한정판매라는 심리 자극, 가격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자극까지 포함된 훌륭한 선동이었다.
단 마지막 문구는 거짓이라곤 할 수 없었는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상승하는 건 불변의 진리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구를 한 번씩 보곤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높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원하는 건 세계 어디서나 생기는 보편적인 욕구였다.
그게 영주인 레오볼드였기에 더 그런 면이 있었다.
대부분의 영지민에게 레오볼드란 존재는 하늘 그 자체였기 때문.
“영주님이 드신다는데 나도 한번 먹어봐야지.”
“말 들어보니까 요즘은 관저 밖으로 나오는 요리도 없다던데. 하녀들이 다 먹어치워서.”
“몬스터를 먹는 게 유행이 되어서 안 먹으면 나도 뒤처질 것 같잖아.”
처음에 레오볼드는 몬스터 먹는 영주라는 바보 같은 별명을 얻었지만 이제는 다 같이 몬스터를 먹게 되었다.
찜과 구이로 레시피가 한정되어 있는 게 흠이지만 당장 사람들에게 생새우를 들이밀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을 시도한 감자는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일단 고얌과 비슷하게 생겼고 소금에 찍어 먹으면 맛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반다스 자작령엔 암염광산이 있어 소금 하나만큼은 비교적 풍부하게 쓸 수 있었다.
덕분에 하녀들은 레오볼드가 남긴 감자에 소금을 찍어 먹으며 행복해했다.
“포슬포슬한 게 진짜 맛있네요.”
“왜 소금을 찍어 먹으니까 더 달게 느껴지지? 희한하네…….”
“감자 더 없어요?”
거기에 전속시녀인 아르마가 손수 텃밭을 가꾸고 감자를 소중히 재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지민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춘궁기라 밀 공급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음식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감자재배 금지령 따위는 필요도 없이 감자 요리가 반다스 영지 전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오하멜시를 보면 곳곳에서 불을 피우고 감자를 구워 먹는 아이들이 목격될 정도였다.
영지를 드나드는 상인들은 여기만 아이들이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들 어려운데 여긴 어째 사정이 더 나은 것 같군요, 허헛.”
“저도 먹어봤는데 상당히 맛있더군요. 쪄서 먹으면 고얌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딸기도 그렇고 부유대륙엔 정말로 많은 것들이 가득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 들여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데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까요? 재배 기간이 있잖습니까?”
답은 비행선 선단에 있었다.
프로잔 후작이 보낸 비행선 2척이 합류함에 따라 선단은 총 5척이 되었다.
이 선단이 감자를 왕창 싣고 와서 쏟아내고 있어 영지 내의 수요는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다.
이의를 제기한 상인들은 부유대륙이 어떤 곳인지를 몰라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갑각류와 감자 덕분에 다른 영지에선 본격적으로 사람이 아사하는 춘궁기임에도 반다스 남작령은 비교적 멀쩡했다.
란티스 백작은 보좌관들의 보고를 들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체 저놈의 영지는 왜 멀쩡한 거냔 말이다! 왜!”
“아무래도 부유대륙에서 가져온 식량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압력을 넣어서 그놈들에게 들어가는 밀을 더 줄이면 되잖나!”
“여기서 더 줄이면 왕가에서 눈치를 챌 가능성이…….”
“줄여!”
백작의 지시를 누가 거역하겠는가.
상인들에게 압력을 넣은 결과 반다스 자작령에 들어가는 밀의 양이 50%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상인들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느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수확기 밀 공급은 왕가에서 신경을 쓸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권을 가진 루아드 왕자라고 해도 란티스 백작에게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급을 줄인 밀이 다른 나라에 흘러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이 바그란과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갈리스토 왕국이라면 더더욱.
아르마는 야음을 틈타 란티스 백작령에서 갈리스토 왕국으로 향하는 수많은 수레의 행렬을 확인했다.
“밀이 어디 가나 했더니 저기로 다 가고 있었네.”
“이는 반역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바그란은 갈리스토와 사이가 극히 좋지 않으니까요.”
“생각지도 않은 명분을 주는군.”
물론 명분이 없다고 해서 공격하지 않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란티스 백작을 포함한 바그란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그에게 먹히는 것이다.
하여튼 이번에는 란티스 백작과 그에게 협력하는 상인들을 동시에 털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파산한 상인들을 끌어모으면 회사를 설립해 보자고.”
“네,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