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7
그러나 북한 측에서 대대적인 비난을 시작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선중앙TV에서는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1비서께서는 최근 남조선 역적패당의 쓰레기 같은 무분별한 망동을 좌시하지 말라고 지시하시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던 그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에 있다는 점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이에 국방부에선 대변인을 내세워 즉각 반박에 들어갔다.
덕분에 DMZ 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결과는 탈북자 한 명 확보, 북한군 다섯 명 사살, 아군 피해 없음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네 명의 수색대원들이 지대한 공을 세웠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오작동 없이 우리 대원들을 지원한 작은 친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라하이텍에서 제작한 드론입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드론을 친구라고 소개한 것은 웃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드론의 활약상이 간단한 CG를 통해 공개되자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드론은 수십 번의 침투 테스트를 통과했을 뿐 아니라 무월광, 폭우라는 악천후에서도 우리 장병들을 지원했습니다. 만약 북한군을 레이저로 지시하지 않았다면 우리 쪽에서도 사상자가 나왔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드론을 제공해준 신라하이텍과 유지하 부회장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유지하야?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비난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빨리 도입하라고 난리를 쳐댔다.
그리고 각 방송사에서는 육군의 지원을 받아 당시 정황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도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드론이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한 방송국에서는 드론 전문가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이 폭우 속에서 앞을 정확히 본다는 게 정말 쉽지가 않군요.
―관측 장비가 마비되니까요. 픽셀단위로 영상을 분석해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게 보통 알고리즘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런 감시형 드론은 드론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이미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난관을 넘어서지 못하고 전력화에는 실패했는데, 마침내 우리가 해낸 겁니다.
이제 기자들은 카메라를 앞세워 신라하이텍, 정확히는 유지하에게 달려갔다.
그는 왠지 어색한 표정의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담담히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가 만든 드론이 수색대원 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무엇보다 사상자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요.”
“현재 각계에서 이 놀라운 드론을 하루빨리 도입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급하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원칙이 중요하다. 과연 그 철학이 드론에도 녹아들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 이현경 기자였습니다.”
인터뷰를 접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과연 다른 재벌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헛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야 유지하 지금 몇 살이냐? 대통령 쌉가능?
ㄴ서른셋이라 자격 안 됨. 마흔 넘어야 함.
ㄴ정치인도 아니고 재벌이 뭔 대통령이야.
ㄴ못할 건 또 뭐임? 어지간한 정치인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데.
ㄴ7년 언제 기다리냐.
물론 대부분은 흥미조의 발언일 뿐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유지하라는 이름이 단단히 새겨진 것은 분명했다.
이렇게 한국이 떠들썩할 때 아르마는 조용히 드론을 개량해 시비르 전투지원 위성에 탑재하고 있었다.
이 드론은 기존 버전을 장난감 취급할 정도로 대형화됐고 화력도 증강되었다.
이제 시비르 위성은 마스터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저궤도로 내려와 무장포드를 사출할 것이다.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아르마는 이 시대에 온 이상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아서 한 방에
4월 한반도 DMZ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세계 각국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총격전 자체는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벌어지는지라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등은 평화를 기대한다,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다 등의 형식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었다.
진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총격전에서 활약한 드론 시스템이었다.
2026년 현재 세계 각지의 분쟁에서 드론이 활약을 해왔지만 사람이나 CCTV를 대신해 감시임무를 수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각국에선 무인이라는 특징에 매력을 느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드론은 정식으로 배치되기 전 실전을 치렀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K-9 자주포를 예로 들어보면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은 후 바이어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터키의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가 활약한 후 본격적인 수출길에 오른 것도 예가 될 수 있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감시형 드론인 만큼 고강도 분쟁에서는 큰 활약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2026년 현재는 저강도 분쟁이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감시형 드론을 본 각국의 군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피아식별이 그렇게 용이하다면 하부에 총기를 달아서 보병지원용으로 써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동체를 블랙메탈로 만들 수 있다면 방탄성능은 보장된다. 그만큼 단가는 치솟겠지만.
―저만한 알고리즘이면 병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해적 소탕 작전이라든가.
―순항미사일에 탑재해서 발사한다면 사거리 문제도 사실상 사라진다.
그러나 군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이 있었다.
드론의 피아식별 알고리즘을 대체 어떻게 설계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총격전의 개요를 살펴보면 드론은 귀순자와 북한군을 구분했다. 이는 드론에 종합적인 판단능력이 있다는 증거.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고 불러야 되는 게 아닌가? 사람도 저만한 판단력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아무튼 피아식별 알고리즘을 확실히 까보지 않는 이상 전적으로 신뢰할 순 없다.
각국은 그렇게 판단하고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게 쉽지 않았다.
드론 시스템은 한국도 아직 도입을 확정짓지 않은 신규 무기체계였던 것이다.
한국에 대사관을 둔 각국은 국방무관을 동원하여 드론 시스템을 확인하려 애썼지만 성공한 것은 미국뿐이었다.
일본 측에서도 요청이 들어왔지만 정부는 유지하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거절했다.
한편 제임스 대령은 기분 좋게 드론 시스템 시연을 참관했다가 굳은 얼굴로 나왔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본국에 연락했다.
―상기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신라하이텍의 드론 시스템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월하게 피아식별을 해냈다. 이는 현존하는 그 어떤 피아식별 수단보다 월등한 것이다.
―시스템은 고강도 분쟁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기동차량에 이 시스템을 탑재한다면 거창한 플랫폼 없이 간단하게 네크워크 중심전을 가동할 수 있다.
―따라서 본국에서 나서서 이 드론 시스템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은 아직 미국을 동맹으로 여기고 있으므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다만 제임스 대령은 제작사에서 피아식별 알고리즘을 일부라도 공개한다는 전제 하에서라는 추신을 붙였다.
그 또한 드론 시스템의 알고리즘에는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많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렇게 느낀 사람 중에는 한국의 국회의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시연회에 참관한 후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 가지를 우려했다.
“다 좋아요 좋은데···그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막말로 드론이 우리 병사들을 적으로 돌리면 어떻게 합니까?”
여당의 중진이자 위원장인 이홍식 의원이 이렇게 주장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식별 알고리즘만이라도 부분적인 공개가 필요합니다. 서한을 보내봅시다.”
그렇게 국회 국방위에서 신라하이텍에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답은 부정적이었다.
―드론 시스템의 모든 소스코드는 신라하이텍의 재산이자 기업비밀이므로 공개가 불가능합니다.
의외로 단호한 반응이 나오자 상당수 의원들은 슬그머니 입장을 철회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괜히 건드렸다가 불똥이 튀지나 않을지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홍식 국방위원장은 끈질기게 소스코드 공개를 물고 늘어졌다.
―다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피아식별 알고리즘의 소스코드 일부를 같이 검증하자는 것이다. 국과연이라면 충분히 공정하면서도 정확한 검증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할 것이라 피력했다.
법을 바꿔서라도 소스코드를 봐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 태도에 질렸는지 신라하이텍에서는 국과연에만 공개한다는 조건에 응했다.
이홍식 위원장을 포함한 간사 등은 흡족하게 웃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병사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물건인데 작동원리도 모르고 도입할 순 없습니다. 이게 순리죠.”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그를 비웃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병사들을 아꼈다고?
―저 새끼 전에 방산비리 저지른 똥별 실드쳤잖아. 소장이 무슨 생계가 어려워서 비리를 저지른다는 거야?
―재 박현구 오른팔 아님? 조만간 중국에 정보 팔아넘기겠네.
이홍식 위원은 그 모든 욕을 무시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코드를 열어본 국과연 개발자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주석이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코드도 엄청나게 복잡해서 알아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야···이건 좀 너무한데. 대체 중첩된 함수가 몇 개야?
―여기서 왜 call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의미 불명 코드가 너무 많습니다.
―이거 이대로 작동이 되긴 하나?
국과연에서는 소스코드를 붙잡고 며칠 끙끙거리다가 소견서를 국방위에 내보냈다.
이 코드로는 피아식별 기능을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국방위에서는 제대로 다시 보내라고 난리가 났지만 신라하이텍 측은 그게 전부라고 뻗댔다.
현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한 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이홍식 의원이었다.
그는 신라하이텍이 무슨 원수라도 되는지 계속 제대로 된 소스코드를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간사를 포함한 다른 의원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가?
유지하는 그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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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국과연이 해킹당하겠군.”
“막을까요?”
“아니, 그냥 놔둬. 어차피 제대로 된 코드도 아니니까.”
최근 한국은 해킹의 위협에 자주 시달리고 있었다.
범인은 주로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 레드 팀이라고 추측되었지만 물증은 없었다.
사실 모든 국가는 해킹을 원한다.
단지 능력이 되지 않아 못하고 있을 뿐.
어쨌거나 유지하는 이홍식 의원보다는 뒤에 있을 세력을 의심하고 있었다.
여의도에 그런 말이 있다.
베이징이 기침하면 바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몇 있는데 이홍식 의원이 가장 앞에 있을 거라고.
그는 박현구 전 총리처럼 대표적인 친중파였지만 약간 궤가 달랐다.
중국으로부터 온갖 향응과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에 다녀올 때마다 후덕해진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다.
기자들이 만한전석을 대접받았냐고 물어보면 그는 말을 돌리곤 했다.
―중국 음식이 입에 잘 맞나 봅니다. 역시 형제는 입맛이 비슷하기 마련이죠.
모든 질문에 중국을 들먹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어쨌든 그는 여당의 중진이었기에 함부로 건드리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박현구 총리가 사망한 후 오른팔인 그를 중심으로 친중파가 뭉치는 경향까지 있었다.
유지하는 놔두면 귀찮게 굴 그를 다른 놈들과 엮어서 한 방에 날려버리길 원했다.
“이번에 국과연 해킹 들어오면 전에 우리 연구소 침입한 놈들인지 알아봐.”
“만약 같다면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기록만 해둬. 그리고 리우웨이 방한일이 언제야?”
“일주일 뒤입니다.”
“공교롭게도 겹치는군.”
신형 방탄복 플레이트를 일선부대에 공급하는 날과 겹치는 게 과연 우연일까?
유지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은 NCC그룹의 쟈오저룬 이사를 내세워 그에게 갖은 압력을 넣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독자적인 블랙메탈 생태계였다.
하지만 미국도 국내에 공장을 건립하는 마당에 중국을 예외로 둘 순 없었다.
유지하는 그것을 분명히 전달했으나 중국은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다.
쟈오저룬은 그에게 이런 서신을 보냈다.
―중국은 현재 남사군도의 블랙메탈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의 블랙메탈 매장지 중에서 최대입니다. 지금이야 동해에서 블랙메탈을 수급할 수 있을지 몰라도 먼 미래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습니다.
―중국 성어에 복수불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정중한 내용이지만 분해기를 내놓으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유지하는 그 편지를 찢어버렸고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에 방한하는 리우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아마도 그 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다른 목적도 있겠지만···
“아르마, 이번에 오는 중국인들이 방탄복 플레이트를 빼돌릴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판교연구소에 있었던 박준호를 확보했거든요.”
“아, 그 사람.”
유지하를 제외하고 블랙메탈을 트랜스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일단 사이커라고 불러줄 순 있겠지만 감응력이 너무 낮아서 써먹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준호 자신과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에 간지 3주가 넘었는데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공산당에 포섭됐겠죠.”
“그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블랙메탈로 만들어진 제품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중국은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을 겁니다. 일단 블랙메탈 원광을 변형할 수는 있으니까요.”
“하긴 눈앞에서 트랜스폼 현상이 나타나는데 해달라는 대로 해줬겠지.”
하지만 플레이트를 빼돌린다 해도 그걸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단 정부가 번호를 매겨 관리하고 있을 뿐더러 국정원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레이트는 크기 때문에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게 되어 있다.
아르마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외교행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관의 검사를 거치지 않고 여러 물건을 옮길 수 있죠. 일반적으로 외교행낭을 열어본다는 건 금기시됩니다.”
“그런 게 있었나. 플레이트를 옮기려면 좀 커야 되겠는데.”
“네. 방문단의 외교행낭을 보면 플레이트를 빼갈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흐음···”
중국의 목적은 명백하다.
그들은 드론 시스템의 소스코드와 해상도가 높은 분해기를 원한다.
유지하의 블랙메탈 생태계에 들어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거기까진 그들의 자유니까 이해하겠지만 이런 식의 공작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나를 납치할 계획이고?”
“정확히 말하면 구출이죠. 납치는 탈레반이 하고요. 분해기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는 전리품이에요.”
“아프가니스탄 하면 위구르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는 걸로 알려져 있지 않나?”
“그건 정통 탈레반의 입장입니다. 아프간 정부군이었던 자들은 입장이 조금 다릅니다. 나라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거든요.”
“탈레반에겐 미국은 몰아낼 능력은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능력은 없는가 보지?”
“마약 수출로는 모자라죠, 아무래도.”
유지하는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하이텍에 연락해서 플레이트는 예정대로 공급하라고 해. 그 전에 플레이트 전체에 마이크로드론 심어두고.”
세틀러호가 에테르 역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기에 3차원 패터닝을 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플레이트가 외부로 반출되면 정부에 귀띔할까요?”
“국정원이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나중에 비행기 오면 일정 확인하고. 리우웨이는 이홍식이나 쟈오저룬을 만나려 할 거야.”
“최대한 기록을 확보하겠습니다.”
“플레이트 빼돌릴 놈까지 해서 한꺼번에 치워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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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리우웨이 부부장이 탄 전세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방문단은 부부장급으로선 상당한 규모로, 언론에선 블랙메탈과 관련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사람이 들어갈 법한 크기의 외교행낭에 대해 집중하는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리우웨이 부부장은 과연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NCC의 쟈오저룬과 만났다.
그 자리에는 이홍식 의원도 끼어 있었는데 셋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싶다며 몇몇 인사를 지목했는데, 유지하도 거기에 끼어 있었다.
유지하가 간담회장에 나가니 과연 깡마른 인상의 리우웨이와 쟈오저룬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애초부터 다른 사람들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단독면담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가.”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남자들이 간담회장을 나갔다.
이제 유지하는 리우웨이 부부장과 마주보게 되었다.
“몇 번이나 정중하게 요청했으면 적당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시작부터 거친 통역이 튀어나왔다.
유지하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내 입장은 하나입니다. 블랙메탈을 원하면 국내에 공장을 들이십시오.”
“싫다면?”
“중국은 블랙메탈을 얻지 못하게 되겠죠. 원광이야 잔뜩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일 겁니다.”
리우웨이의 깡마른 얼굴에 웃음기가 나타났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이 세상에 블랙메탈을 변형시킬 수 있는 사람이 당신 하나뿐이라고?”
“그런 사람을 찾았다면 나한테 이렇게 나올 이유도 없겠죠. 안 그렇습니까?”
“···긴 말 않겠다. 해상도가 높은 분해기를 주면 두 번 다시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어. 평생 써도 모자랄 돈도 주지. 만약 중국의 시민권을 원하면 그것도 주겠다.”
“대체 왜 해상도가 높은 분해기를 원합니까? 무기라도 만들 생각입니까?”
리우웨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레일건 포신을 만들어준 걸 누가 모를 줄 아나? 왜 미국에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거지?”
“꼬리를 흔든다는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만···하여튼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까진 동맹이니까요.”
“잘 들어. 미국이 한국 땅에 들어앉은 지 겨우 76년이야. 한국은 예로부터 중국의 형제국이었다고. 형제끼린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나?”
“누가 아우입니까?”
“당연히 한국이지! 한국은 대대로 중국의 일부였어!”
얇은 가면이 찢어지며 본색이 튀어나왔다.
물론 현재의 중국은 매우 강성하며 한국은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형편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유지하가 온 이상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평행선이로군요. 먼저 가겠습니다.”
“앉아.”
“한국 땅에서 한국인에게 강압적으로 굴 생각입니까? 리우웨이 부부장의 위세는 정말 대단하군요.”
“경고하는데, 문 밖을 나가면 후회하게 될 거야.”
조만간 납치 쇼를 벌일 거란 통보였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문을 열려는 유지하의 앞을 남자들이 가로막았다.
“꺼져.”
갑자기 튀어나온 중국어에 남자들이 당황해 리우웨이를 쳐다봤다.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유지하는 웃음을 남기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