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6
경쟁률이 순식간에 3,000:1을 돌파했고 당첨된 소수의 사람들이 사내에 들어와 차를 타보게 되었다.
―와 진짜 씨발이라는 말 밖에 안 나와. 대한민국 자율주행차 다 좆까라 그래!
―이거 나오기만 하면 1억이어도 산다.
―신라오토차를 1억주고 사긴 초큼···
―미친놈아 블랙메탈 배터리 적용된 차라고. 1억 주고도 못사.
―나보다 운전 잘하던데 이거 출시되면 난 뭐해야 됨? 참고로 운전직임.
―인공지능의 노예나 되십시오, 휴먼.
입소문이 널리 퍼지자 경쟁률은 하늘을 찢어버렸고 신라오토의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일을 주도한 유지하는 덤덤하게 신라하이텍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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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그룹 중 가장 우울한 계열사가 있다면 이구동성으로 하이텍이 꼽힐 것이다.
이 작은 방산업체는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블랙메탈 배터리와는 상관이 없었다.
물론 일부 직원들은 블랙메탈을 장갑재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하긴 했으나 그게 주가에 반영되진 않았다.
유지하가 신라에너지에 오기 전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드론 시스템을 전면 개량한다는 업무지시가 내려왔을 때에도 이게 무슨 헛짓인지 우려가 많았다.
드론사업팀의 직원들은 팀장인 오 상무가 없는 곳에서 이렇게 투덜거리기도 했다.
―아이고···결국 하드웨어 조정은 우리 몫이구나.
―부회장이면 부회장이지 비행 알고리즘까지 손대는 건 뭐야? 무슨 웨이포인트 지정하면 다 끝나는 줄 아나?
―뭐 알아서 했겠죠. 우리는 업데이트하는 것만 신경 씁시다. 어차피 소스코드에 손 못 대니까 우리 책임 아니잖아요.
―아니 이 로봇 팔부터가 문제라고요. 왜 문제에 문제를 끼얹는지 모르겠네. 이거 야전에서 작동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래도 뭐, 제법 움직이긴 하는데요? 포지셔닝이 괜찮나 드론을 정확히 잡네요.
―실험실에서야 존나 잘 돌아가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드론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됩니까? 이거 분명 문제 생겨요.
―이런 거 손대는 거 아닌데···이거 오작동나면 우리 책임이라고 할 텐데···아···
―근데 이 하부 홀은 뭐죠? 기능을 모르겠네. 스펙시트에도 안 적혀 있고.
―신경 끄고 우리 일이나 합시다···
그렇게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GOP의 CCTV를 대신해 철책 너머를 감시하는 드론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야외에 엉성하게나마 철책이 세워졌고 직원들이 침투조로 변했다.
거의 하루 동안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비록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받아쓰기 기사를 냈다.
―한성이노텍 차세대 감시형 드론시스템 입찰 포기. 신라하이텍만 남아.
―다급해진 22사단 테스트 전면 진행하기로···마침내 열린 드론의 시대.
이 기사를 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하나같이 분노를 쏟아냈다.
―이노텍도 아니고 하이텍은 어디 듣보잡임? 신라그룹에서 방산도 했었나?
―아니 육군 이 새끼들은 무슨 까마귀고기를 처먹었나 워리어 플랫폼 지랄난거 보고도 또 급하게 진행하네.
―지금 22사단 사정이 존나 급함. 지난주에 또 북한군 귀순 포착 못해서 지휘라인 박살났자너.
―애초에 22사단이 담당하는 구역이 너무 넓음. 시스템의 문제인데 왜 이걸 해결안하는 거지?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의지도 없고···
―나라 꼬라지 참 잘 돌아간다.
이런 악평이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드론시스템은 테스트를 위해 22사단으로 옮겨졌다.
유지하는 22사단 참모장과 군용 차량에 몸을 실었다.
위병소 초병들이 선탑자인 참모장을 향해 우렁차게 경례했다.
“충! 썽!”
드론이 일을 잘함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모 GOP 소초.
사단 참모장을 위시해 육군 본부에서 나온 과장과 지휘라인, 방사청 직원 등이 연병장에 모였다.
수색중대장이 단독군장을 한 채 상황판에 그려진 GOP 섹터를 설명했다.
“현재 사단은 총연장 96km에 달하는 철책을 책임지고 있으며 본 중대는···”
유지하는 1개 사단이 경계하는 철책의 길이에 놀랐다.
동부전선, 특히 그 중에서도 22사단이 담당하는 구역이 가장 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실제 와보니 상상이상이었다.
섹터 전체에서 평지란 찾아볼 수 없으며 초소에 투입될 때는 몇 백 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것도 온갖 작업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수색중대장의 목소리에선 그런 절절한 사정이 안타깝게 묻어났다.
그는 현재 설치된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현재 본 증대에선 2개소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나 잦은 오류와 수리로 인해 초병들이 대신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란 CCTV에 센서 등을 적용해 촬영해 만든 영상데이터를 이미지분석해 경보를 내보내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오작동이 너무 많아 병사들이 지친다는 점이었다.
이미지분석 알고리즘은 인간과 고라니를 구분하지 못했고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움직임에도 경보를 내보내 신속대응조를 출동하게 만들었다.
잦은 고장으로 수리에 들어가면 또 초소를 운영해야 하는 단점은 덤이다.
“그래서 이런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운영할 가치가 있느냐? 일선에서 몇 년 동안 운영한 결과,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희 섹터에선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꺼버리고 초소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 편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수색중대장의 목소리에선 짜증이 묻어나왔다.
이제 드론 시스템을 선보일 때가 왔다.
유지하는 트럭을 불렀다.
“내려서 이쪽에 가져오시면 됩니다.”
병사들이 우르르 달라붙어서 드론 스테이션을 가져왔다.
간부들이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운용하면서 설명을 곁들이는 편이 낫겠죠. 시스템 가동하겠습니다.”
노트북을 펴서 프로그램을 로딩하자 스테이션의 양 옆이 열리며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SF 영화가 따로 없네.”
“드론이 생각보다 큽니다?”
임원식 참모장과 연대장이 한 마디씩 하는 동안 다른 장교들은 입을 다물고 바라보기만 했다.
눈이 깜빡깜빡하는 게 신기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럼 시작하죠. 잠깐 물러서 주세요.”
군인들이 물러서자 유지하는 런치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드론 두 대가 스테이션에서 분리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떴다, 떴어!”
“이 드론 시스템은 전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스테이션에서 분리되면 곧바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하며, 고대역의 무선영상송수신 시스템을 통해 스테이션에 영상을 전송합니다.”
드론 두 대가 주변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동안, 노트북 모니터에선 정신없이 영상이 교차되고 있었다.
장교 한 명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곤 아는 척을 했다.
“이거 우리 얼굴 인식한 게 맞습니까?”
“정확하십니다. 테두리가 녹색이죠? 아군이라는 의미입니다.”
“허···”
“아, 주변 지형의 인식이 끝난 모양입니다. 지금부터는 패트롤 모드에 돌입해서 혹시나 모를 침입자를 경계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드론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소초 주변을 구석구석 훑고 지나가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노트북 모니터엔 정신없이 영상이 바뀌고 있었다.
“이 시스템은 매우 정교한 픽셀대조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귀순자나 거동수상자, 북한군이 나타나면 바로 알 수 있죠.”
“중대장. 깃발 가져와서 확인해라.”
“예.”
중대장이 소초 막사에서 침투조 훈련 때 쓰던 흰 깃발을 가지고 나오자 드론의 움직임이 확 바뀌었다.
순식간에 중대장에게 날아가 주위를 돌면서 촬영하는 게 아닌가.
스테이션과 노트북에 시끄러운 경보가 울렸다.
“귀순자로군요. 완전한 아군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 보라색으로 표시됩니다.”
임원식 참모장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북한군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대략적인 북한군의 무장을 입력해뒀기에,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드론의 움직임도 더 은밀해지고요. 물론 나중에 무장이나 복장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허···정말 대단하군요.”
“그리고 평소 비행하면서 철책의 상태도 저장해두기 때문에 손상이 생긴다면 바로 경보를 보냅니다.”
이 말에 간부들이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나중에 침투조 훈련하면서 직접 테스트하시죠. 지금은 일단 충전을 해보겠습니다.”
노트북을 통해 조작하자 드론이 비행을 멈추고 스테이션 주위를 맴돌았다.
이윽고 로봇 팔이 빠져나오더니 드론을 정확히 캐치해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걸로 끝.
연병장엔 시커먼 드론 스테이션만 남았다.
이쯤 되자 간부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우리는 21세기를 사는데 이 드론은 어째 22세기 같단 말입니다.”
그러나 육본에서 나온 과장과 방사청의 직원은 한결 예리한 질문을 던져왔다.
“영상의 송수신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상당히 넓습니다. 이런 개활지에선 최소 km단위는 됩니다. 중간에 통신 스테이션을 설치해서 늘릴 수 있고요.”
“악천후나 야간에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이런 곳은 아침에 안개가 많이 낀다고 들었습니다. 100번 이상 테스트 할 테니 성능을 숨기는 건 불가능하겠죠.”
“고장이 안 날 수가 없는 시스템인데, 소초 수준에서 조치할 수 있겠습니까?”
“드론운용병을 집체교육해서 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듈 형식으로 교체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모듈 형식이면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유지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과학화 시스템보다야 많이 들겠죠. 대략 3배에서 4배까지 생각합니다.”
“글쎄요···그만한 예산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테스트가 진행되면 빨리 도입하고 싶어지실 겁니다.”
“···”
과연 그럴까?
모든 기계는 구조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고장이 빈번해진다.
저 드론의 경우 가동부위도 많은데다 센서와 스캐너도 덕지덕지 탑재해 고장이 안 날 수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비행 알고리즘과 픽셀대조 프로그램은 그렇다 치자.
악천후에서 발생하는 오작동과 고장은 드론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개인이 해결했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꼼수일거고 테스트할 때 드러나게 되어 있어.’
과학화 경계 시스템과 동일한 테스트를 적용하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상부에선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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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병사들이 침투조로 분해 다양한 시간대를 골라 제각기 다른 복장을 하고 사각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드론 시스템은 어김없이 침투조를 찾아내 경보를 울렸다.
3일 동안 계속된 집중 침투조 훈련에 도합 수십 명이 동원되었지만 철책선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한 번은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사람의 시야도 거의 차단된 마당에 드론들은 침투조를 찾아낸 것이다.
간부들은 영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당하는데. 병사들에게 전하도록. 철책 터치하는데 성공하면 4박 5일 휴가 준다.
휴가가 걸리는 바람에 병사들의 눈에 불이 붙었다.
이제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드론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교대하는 틈을 타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돌멩이를 던져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떤 병사는 야간 침투에서 1분에 1m를 움직이는 지독한 방법을 썼으나 드론의 보라색 LED를 보곤 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너 진짜 지독하다.”
테스트가 시작된 지 꽤 되었음에도 드론 시스템은 전혀 오류를 뿜지 않았다.
딱 한 번 오작동한 적이 있는데 그건 멧돼지가 광케이블이 매설된 땅을 파헤쳐서 그런 것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제 테스트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렸다.
상부에서는 북한군 전문 모사부대인 전갈부대의 대원들을 투입했다.
이들은 KCTC, 과학화전투훈련에서 전문대항군을 맡아 숱한 부대에 치욕을 안겨온 전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최고의 조선인민군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들은 진짜 북한군 전투복을 입고 침투에 들어갔다.
드론의 악명을 익히 알고 왔는지 지형정찰을 열심히 하더니 곧장 비트를 팠다.
드론의 탐지거리 밖에서 무월광을 이용해 은밀히 침투하는가 하면 열화상 카메라의 약점을 노려 진흙을 전신에 두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도전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전갈부대원들은 자신의 앞에서 번뜩이는 붉은색 LED를 보고 완전히 항복하고 말았다.
―와 지독하다 지독해. 무슨 이런 놈들이 다 있습니까?
―얘네들한테 총 달아주면 북한군 다 쏴죽이겠는데요?
전갈부대 대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되었는지 4월의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에 일이 터졌다.
DMZ 안의 GP 중 한 곳에서 지통실로 다급하게 보고했다.
“지통실 여기 11초소. 빗소리에 가려져서 잘 들리진 않는데 전방에 총소리가 났다.”
―수신완료. 현 시간부로 수색소대 투입할 것. 11초소는 TOD로 전방 감시하고 언제든지 전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
수색소대 하나가 DMZ 안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수색했다.
쏴아아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낡은 야간투시경은 무용지물이었고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총소리만큼은 비교적 선명했다.
타탕! 타탕!
“수색 중지! 즉각 엄폐!”
워낙 빗소리가 시끄러워서 수색소대장도 악을 써가며 지시를 내려야 했다.
그런데 소대원 한 명이 뭔가를 발견했다.
“소대장님, 저기 드론이 왔습니다!”
요 며칠 사단 전체를 들썩거리게 했던 그 드론이었다.
소대장은 기겁하며 손짓했다.
“야이! 거치적거리니까 지통실에 빨리 회수하라고 해!”
그때였다.
드론의 동체에서 보라색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그 의미를 알아챈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소, 소대장님! 거수잡니다! 거수자!”
지통실에서도 보라색 테두리를 알아챘는지 급히 무전이 날아왔다.
―여기 지통실. GP 수색소대, 전방 35미터 지점 북한군 전투복을 입은 한 명이 쓰러져 있다. 확보할 수 있는지.
“여기 수색소대, 지금 즉시 확보하겠다.”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DMZ 안에서 정확히 거수자를 포착하고 보고하다니.
소대장을 비롯해 다들 드론을 쳐다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녀석은 보라색 레이저를 계속 비추며 소대원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그리고 수색소대가 거수자를 발견하고 접근하려 했을 때, 갑자기 레이저의 불빛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황한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였는지 어? 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보통이라면 DMZ 내에서 수색정찰을 실시할 때 북한군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루트는 정해져있고, 가끔 만나더라도 서로 소 닭 보듯이 지나칠 뿐이다.
하지만 최근 DMZ는 다수의 귀순자와 총격사건으로 인하여 어마어마한 긴장감에 쌓여 있었다.
하도 총격전이 발생한 탓에 UN이 나서 중재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상부에선 만약 북한군과 조우한다면 과감히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수색소대장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총구를 레이저 포인터로 향했다.
드론이 내뿜는 붉은색 레이저는 적이다.
즉 DMZ 아군 섹터에 들어온 북한군이라는 말이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쏴!”
타타타타―!
소대원들도 뒤늦게 레이저를 인식하고 전방에 총을 쏴 갈겼다.
높은 총소리에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완전히 묻혔다.
드론이 레이저를 끄자 수색소대원들은 조심조심 전방을 확인했다.
“부, 북한군입니다···”
“다 죽었어···”
도합 다섯 명이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무전기에선 지통실이 계속 수색소대를 호출해댔다.
“지통실 여, 여기 수색소대. 거수자 한 명을 확보했고···북한군 다섯 명을 사살했다.”
―재송신바람. 거수자 한 명 확보에 북한군 다섯 사살이 맞는지 확인바람.
“확실하다. 지금 내 앞에···누워 있다.”
지통실이 뒤집어지며 빨리 사단에 보고하라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대장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드론을 바라봤다.
녀석은 이제 친근한 녹색의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제야 소대장의 지친 얼굴에 아주 약간의 미소가 떠올랐다.
“고맙다, 드론아.”
입구 쪽이 시끄러워지더니 몇 줄기의 불빛이 이쪽을 환히 비췄다.
드론은 그제야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충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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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DMZ에서 일어난 총격전은 언론을 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