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폭풍 전의 평화
에테르 오리진의 완성이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에테르 방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인류를 새로운 혁신으로 이끌어 줄 이 물체는 숨겨져 있음에도 때때로 차원을 뚫고 나와 존재감을 과시하곤 했다.
에테르 방출량이 워낙 어마어마한 까닭에 그때마다 아스테라의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온갖 마법이 발현되곤 했다.
예를 들면,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갑자기 화염의 기둥이 생긴다거나 하는 식이다.
인류제국 치하에선 마법적 실험이 통제되어 있었기에 사람들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졌다.
“저 번갯불 좀 봐… 무슨 일이라도 난 거 아니에요?”
“보나마나 에테르 연구소에서 이상한 실험이나 했겠지.”
“아무리 그래도 저건… 무슨 드래곤이 브레스라도 뿜은 것 같은데…….”
한편 레오볼드는 오메가 원이 에테르 오리진을 눈치채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했다.
“들키진 않았겠지?”
“빠르게 차원을 중첩해서 막았고 오리하르콘 쉘터를 동원해 에테르를 차단했으므로 눈치채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사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마레의 지저세계에 틀어박힌 오메가 퀸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더니 부하들을 몇 소환하고는 마왕 서열 1위인 아프록시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규모로는 루시아의 군단과 맞먹을 정도의 병력을 가진 아프록시아는 그녀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었다.
수백 년 묵은 마왕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아성체 플레이그 퀸의 하나에 불과했다.
태양계 전체를 먹이로 삼고 22세기 인류를 기어코 멸망시킨 플레이그 퀸에는 절대 맞설 수 없었다.
하여튼 오메가 퀸이 갑자기 활동을 개시한 덕분에 마레는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심지어 그 고고하던 아프록시아가 루시아에게 구원의 요청을 보낼 정도니 말 다했지.
“루시아가 쉽게 넘어오지 않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아프록시아의 육체를 집어삼킬 계획인가 보군.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어.”
레오볼드가 루시아에게 주문한 내용은 적당히 밀고 당기라는 것이었다.
오메가 퀸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 루시아의 육체에 반응탄을 넣어두었다가 그녀의 영혼이 들어오면 격발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루시아는 미리 만들어 둔 더미에 영혼을 옮기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에테르 오리진을 동원해서 차원이동을 완전히 막고 반응탄을 체내에서 터트리면 제아무리 오메가 퀸이라도 버티지 못할 거야.”
“그렇게 하려면 루시아의 연기가 중요하겠죠. 마스터에게 교육을 받은 덕분에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그 계획에 의거해 지금 루시아의 육체엔 반응탄이 들어가 있었다.
몇 년 전 그녀가 레오볼드의 신뢰를 얻기 위해 쓰려 했던 방법이 동원된 것이다.
뜻밖인 것은 루시아는 의외로 그걸 좋아하는 기색이었다는 점이다.
반응탄을 먹은 것으로 레오볼드가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서일까?
어쨌든 현재 마레는 아스테라의 전쟁을 우습게 취급할 정도로 격렬한 전쟁에 휘말린 상태였다.
그간 소강 상태였다는 걸 만회하기라도 할 셈인지 수십만에 육박하는 악마가 동원되어 대규모 전투를 벌여댔다.
그 과정에서 군단장끼리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밀고까지 하는 등 아주 엉망이었다.
루시아는 일단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지만 레오볼드가 지시하면 언제든지 뛰어들 태세였다.
“마음 같아서는 다 끌어내서 반응탄을 먹여주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중요한 건 오메가 퀸의 본체와 영혼이니까요. 그녀가 모든 것을 동원해서 우리를 공격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최종전을 벌어야 한다.
아르마의 추측에 의하면 오메가 퀸은 아프록시아에 이어 루시아의 육체까지 삼키고 자신의 군단과 선지자의 유산인 링 월드를 소환할 거라고 한다.
다만 그 엄청난 구조물이 여기에 도착한다고 해서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단다.
“왜냐하면 오메가 퀸이 링 월드 전체를 통제하진 못하기 때문이죠. 동력원도 없는 데다 그녀는 식량과 의료 기지가 분리되는 걸 막지도 못했어요.”
“잘만 하면 링 월드 전체를 우리가 빼앗을 수도 있다는 얘기군.”
워낙 스케일이 거대한지라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하여튼 오메가 퀸을 박살 내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에테르 오리진은 99% 정도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었고 시동키인 레오볼드의 육체는 이미 완성되었다.
마지막인 타이탄은 1시간 남았다.
“최종단계로 마스터가 탑승할 콕핏을 제작하는 중입니다.”
“흉부에 에테르 오리진을 탑재한다고 그랬지? 없어도 작동은 해?”
“부분적으로는요. 마스터의 육체와 세틀러호의 융합로가 연결되어 유사 에테르 오리진 역할을 하므로 움직일 수는 있답니다.”
“위력은 어느 정도야? 에테르 오리진이 없는 상태에서.”
“아스테라와 마레 전체를 불태울 수 있을 겁니다. 오메가 퀸을 포함해서요.”
“그거 대단하군.”
에테르 오리진을 탑재한 상태에서는 전성기의 오메가 퀸과 휘하 군단을 단독으로 박살낼 수 있다고 하니 가공할 병기임에 틀림없었다.
레오볼드가 인조 신이라면 타이탄은 기계 신이라고 할만했다.
아르마가 보고했다.
“콕핏의 탑재까지 끝났습니다. 격납고 열겠습니다.”
격납고 해치가 열리며 전고 20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타이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딸막한 골리앗과 달리 껑충해서 실제 이상으로 전고가 높아보였다.
레오볼드는 녀석을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
“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다리가 꼭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아?”
어설트 아머에도 다리는 없다.
아르마는 즉석에서 홀로그램을 띄워 타이탄이 우주를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리 파츠가 에테르 추진기 역할도 겸한답니다. 그리고 마스터가 인간이라서, 타이탄에도 다리를 다는 게 동기화에 좋습니다. 무엇보다 멋있잖아요?”
“뭐… 나쁠 건 없지.”
중요한 건 이 타이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에테르 오리진을 탑재하므로 출력은 세틀러호를 가볍게 능가하며 단독으로 워프게이트를 열 수도 있다고 한다.
“워프게이트라면 녹스에 있던 그거 말하는 거지?”
“네. 시간의 흐름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면 곧장 지구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변수라면 링 월드의 동력로가 될 경우인데 그건 워낙 스케일이 커서 계산하지 못했고요.”
“거기까지 계산하는 건 라사가 아닌 한 무리일 거야.”
워프게이트를 열면 지구로 갈 수 있다.
얼마 전까지 레오볼드는 지구로 가는 것에 대해 꺼려했다.
지구인들이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모자라 증오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할 말은 많지만 다시 그들과 부대끼느니 아스테라에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건 선지자를 만난 후에 결정할 일이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는데 설마 다른 일을 시키진 않겠지.’
신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자연을 벗삼아 아내들과 유유자적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 * *
에테르 오리진의 완성도가 높아짐에 따라 넘쳐나는 에테르를 이용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다.
아르마는 새로운 형태의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제시했다.
“마침 여름이 다가오네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위상을 바꾼 에테르를 보내고 점화시키면 아주 쉽게 온도를 낮출 수 있어요.”
“부엌으로 보내면 화구 역할도 대신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에테르란 에너지는 이론상 전기와 천연가스를 거의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요. 석유는 각종 부산물 때문에 어렵겠지만요.”
그만큼 대단한 것이 에테르 에너지다.
아스테라가 겨우 마법에만 쓰고 있었다는 것은 에테르에 대한 모독에 가까웠다.
레오볼드는 아르마가 제시한 몇 가지 컨트롤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범적으로 구역 하나를 뽑아서 테스트해봐. 혹시 우리가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스테라에서 유행이란 위에서 내려가죠. 관저부터 시행하고 카밀라 님이 귀부인들을 초대해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귀족은 사라졌지만 부유한 유력자의 부인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의 영향력 또한 대단해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카밀라는 제1 황비라는 신분으로 자주 그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곤 했다.
그게 황궁이 아닌 자그마한 관저에서 이뤄지다 보니 초대를 받는 입장에서도 꽤 떨떠름한 모양이었다.
작다고는 해도 대지만 10,000㎡가 넘어가는 데다 건물도 3층이라서 레오볼드의 시선에선 충분히 크지만 말이다.
어쨌든 카밀라는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동의했다.
황비인 만큼 관저는 그녀의 공간이었고 이는 레오볼드도 간섭할 수 없었다.
“곧 다가올 여름에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단 말이지?”
제롬은 제법 고위도에 위치해 있지만 지형이 분지라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곳이었다.
“물론이죠. 냉장고도 설치해 드릴 거니 음식도 시원하게 드실 수 있어요. 화구로 요리도 쉽게 해먹을 수 있고요.”
“내가 하는 건 아니니까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시녀들이 편하면 좋을 거야.”
카밀라는 이 저택의 주인으로서 시종, 시녀들을 데리고 설비 설치를 진두지휘했다.
시녀들은 자신의 방도 시원하게 해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저희를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신다니…….”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이 나올 때면 카밀라의 어깨가 으쓱 올라가곤 했다.
하여튼 공사는 관저 여러 곳과 냉장고로 지정된 창고에 컨트롤러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화구가 조금 복잡했는데 앞으로 시장에 선보일 제품까지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손잡이를 돌려서 점화하는 식의 이 세련된 화구는 시녀들에게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여기 밸브를 열고 손잡이를 돌리면 불이 붙는다고요?”
“불 조절도 정말 쉽네요. 이거면 요리가 훨씬 편해지겠어요.”
카밀라는 냉방 기능을 몇 번 테스트한 뒤 제롬의 귀부인들을 초대했다.
다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드레스를 입고 왔는데 세틀러호를 견학한 카밀라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세틀러호에서 본 레오볼드의 푸른색 제복이 마음에 들었다.
기능적이고 몸에 딱 붙어 윤곽을 드러내는, 그런 세련된 옷 말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대령 계급의 제복이라는데 하여튼 굉장히 멋졌다.
‘인류연합 통합우주군 대령… 내 남편은 그런 멋진 사람이었던 거야.’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아르마에 의하면 유일한 희망 정도였다고 하니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녀가 망상에 빠져 있는 중에도 귀부인 특유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전하?”
“여기가 워낙 시원해서 그 기분을 느끼고 있으셨나 봐요.”
카밀라는 깜짝 놀라 화제를 돌렸다.
“아, 그래요. 그나저나 이 방과 디저트는 마음에 드나요?”
“물론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끄덕끄덕.
“아직 봄이라 그런지 좀 춥네요…….”
“냉방기의 성능이 너무… 좋은가 봐요.”
아닌 게 아니라 다들 팔을 부여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컨트롤러의 온도를 높이자 그제야 귀부인들의 안색이 펴졌다.
하여튼 다들 냉방기의 성능에는 충분히 만족한 것 같았다.
지금이야 조금 쌀쌀하지만 곧 여름이 다가오면 다들 이 설비를 찾게 될 거라며 입을 모았다.
“에테르 난방도 처음엔 비용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유행처럼 번졌죠.”
“냉방은 컨트롤러만 있어도 된다고 하니 비용이 훨씬 절감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설치 비용은 얼마나…….”
다들 이 대목에선 카밀라의 눈치를 살폈다.
현 황제는 귀족들의 재산을 보전해 주겠다고 확언했지만 그게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신설된 세금이 꽤 많았고 그것들은 정확히 유력자를 겨냥하고 있었다.
원체 돈이 많았던지라 큰 타격은 없었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제롬에선 귀족의 저택에 어떤 설비가 들어갈 때마다 세금을 뜯어내는 것이 거의 관례화되어 있었다.
선황제 때에는 창문의 면적에 세금을 매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레오볼드가 즉위한 후 그런 세금은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카밀라는 잔뜩 의심하는 눈을 한 귀부인들을 안심시켰다.
“설치 비용은 얼마 들지 않아요. 단지 사용한 만큼의 요금을 내도록 되어 있죠.”
그제야 귀부인들의 안색이 부드러워졌다.
“저렴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자비로우신 황제 폐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셨겠지만 저희 입장에선 돈을 낼 구석이 워낙 많아서…….”
원망조의 말을 들으면서도 카밀라는 세금이 없을 거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제국의 빠른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자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스테라는 물론이고 부유대륙과 소행성대에서 엄청난 양의 자원을 캐낼 수 있지만 유력자들도 한몫 보태야 한다는 게 레오볼드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깔린 인프라로 인한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게 그들이니까 말이다.
이어 카밀라는 귀부인들에게 냉장고를 소개했다.
“기존에도 온도를 낮춰서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용기 같은 건 있었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다르죠. 대량의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특히 디저트.”
“디저트를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마음에 드네요.”
“온도를 조금 더 낮추면 여름에 얼음까지 먹을 수 있어요.”
“와…….”
제롬의 여름은 덥기로 유명했기에 귀부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튼 새로운 설비는 유력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그들의 집에 설비가 설치될 것이고 차츰 유행이 번져나갈 것이다.
누구나 에테르를 손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레오볼드가 바라는 에테르 혁명이었다.
* * *
아스테라에서 대중들에게 개방된 교육기관이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평민들은 말귀만 알아들으면 족했기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귀족 자제는 기사나 마법사 등에 특화된 학원을 다녔다.
이는 귀족과 평민의 간극을 더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소 부속 교육기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에테르 감응력이 부족하면 입학을 받아주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평민은 교육을 받을 기휘가 없었다.
그나마 엘브랑데가 이런 면에선 선구적이었다.
모든 엘프가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발전을 억누른다는 명목하에 마법과 기사 훈련 외에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려야 통치하기 쉽다는 말은 진리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레오볼드는 매우 특이한 황제에 속했다.
작은 영지를 경영하던 시절부터 교육기관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쳤고 틈만 나면 공부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는 바그란을 지배한 뒤에는 더욱 확대되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교육기관인 대학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에는 기사의 골리앗 조종술이나 마법 같은 학문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학부를 여러 종류로 나누어 행정이나 건축, 재무, 의학 등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가르치게 했다.
또한 에테르 공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학부도 여럿 신설되었다.
그런 분위기는 인류제국에도 어김없이 이어졌고 1042년 여름쯤에는 수백 명을 교육하는 대학이 곳곳에 들어서기에 이르렀다.
이는 유력자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왜 평민들에게 그런 중요한 기술을 가르친단 말인가?
―평민이 많은 것을 알아봐야 세상에 대한 불평만 늘어난다는 걸 폐하께선 모르시는가?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당장은 소소할지 모르나 계획대로 전 국민에게 적용한다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물리학이나 수학 등을 가르친다는 게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게 마법보다 효과가 뛰어날까?
에테르를 통한 마법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기에 숫자의 중요성을 아직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학 관련학부에 입학하는 사람은 대부분 드워프였다.
원래 금속과 기계 구조 등에 능했고 천체망원경까지 만들 정도의 기술을 보유했기에 제대로 된 수학을 가르쳐준다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엘프들은 약학과 의학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엘브랑데의 숲에서 살다 보니 약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기초의학에도 익숙한 덕분이었다.
대학은 여러 수인족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 조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최소한의 학습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다 큰 수인족들이 초등교육기관에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리하여 아침이 되면 제국 곳곳에서 기차를 타고 학교에 나가는 학생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전의 아스테라에선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급하게 대학과 철도 등을 까느라 모든 것이 부족했고 심지어 특정 시간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기차가 출발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활기가 넘치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예전 아스테라는 엘브랑데의 영향력과 귀족들의 텃세 등으로 기술을 배우고 교류하는 건 거의 막혀 있었다.
하지만 레오볼드의 지배하에서는 모든 기술과 학문 등이 아낌없이 전수되었다.
당장 이것들이 어떤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면 큰 변화가 생기리라는 것쯤은 명백했다.
한편 레오볼드는 오메가 퀸이 기어코 아프록시아의 군단을 패퇴시키고 그녀의 육체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좀 빠르군. 루시아는 어때?”
“여전히 군단을 대기시키고 사태의 추이를 관찰하는 중입니다.”
“현재 상태에서 싸운다면 승산은?”
“루시아 쪽이 5.5 정도로 높습니다. 하지만 오메가 퀸이 원래 부하들을 불러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가급적이면 몽땅 불러왔으면 좋겠는데… 반응탄을 퍼붓게 말이야.”
레오볼드는 어지간하면 반응탄을 쓰기 싫어했다.
엘브랑데 외엔 쓴 적도 없었고 앞으로 아스테라에 쓸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건조되고 있는 군단타격함대엔 그간 세틀러호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고위력 반응탄이 차곡차곡 탑재되고 있었다.
원래 반응탄의 위력은 1기가톤이 한계였으나 에테르 입자를 이용해 위력을 더욱 증대시켜 최대 3기가톤까지 상승했다.
이는 어지간한 소왕국을 일격에 삭제할 수도 있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다만 외형은 기존의 반응탄과 다르지 않았고 오리하르콘 덮개를 통해 에테르를 봉쇄했기에 눈치채기가 쉽지 않았다.
한 방 맞아 보면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것이다.
“그게 체내에서 터진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루시아는 연기를 잘 하고 있나 모르겠어.”
“다행스럽게도 오메가 퀸이 눈치를 챈 것 같진 않습니다. 둘은 아주 죽이 잘 맞아서 사이필드 통신으로 마스터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답니다.”
“뭐 욕을 먹는 건 익숙하니까.”
아무튼 오메가 퀸의 공격이 머지않았다.
모든 탐지 수단을 동원해 마레를 관찰하고 있던 아르마가 뜻밖의 보고를 해왔다.
“이건… 마스터, 큰일입니다. 공주님이 소환되었습니다.”
“공주? 아스테라에 공주가 어딨어?”
“코드네임 프린세스. 타이탄급 플레이그로 마스터를 스토킹했던…….”
“…….”
레오볼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히 죽었던 타이탄급 플레이그가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