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5
ㄴ아 빨리 정식 출시했으면 좋겠다. 이건 무조건 켜놔야 함.
이런 사용기가 커뮤니티 곳곳에 올라왔고 많은 사람들이 루시아의 출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최종본이 출시되자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백만 카피가 다운로드되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연구하던 전문가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건 평범한 챗봇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글 SSA로 테스트 해보니까 84%가 나왔어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단 얘깁니다.
―문장 구성이 너무 매끄럽습니다. 구글에서 발표한 자연어 처리 인코더, 디코더로는 절대 이렇게 안 돼요.
―개인정보 침해도 없이 개인에 대해 이렇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거의 혁명입니다.
―챗봇도 이 정도가 되면 인공지능이라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니 메타버스 설립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걸 만들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거 보니까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막아놨나 보네요.
―차후에 출시될 프리미엄 버전은 사용자와 게임도 할 수도 있게 만든다는데···이 기능이 구현되면 대박일 겁니다.
―그런데 이거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가령 신라하이텍에서 납품한 드론과 연계되면 상당히 무서운 일이 발생할 것 같은데.
―그렇죠. 도시 전역에 뿌려 놓으면 CCTV와 경찰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겁니다. 10초 만에 출동해서 테이저건을 쏘는 거죠.
―정부에서 채택 못하게 우리가 여론 형성에서 막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주로 우려하는 쪽이었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겐 루시아 누나라고 불리며 추앙받았다.
누군가는 꿈에 그리던 온라인 여친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안드로이드만 만들어주면 평생 지하 형한테 충성할 거임.
―안드로이드는 좀 그렇지 않음? 무슨 리얼돌도 아니고.
ㄴ여자들이 날 안 좋아하는데 어쩌라고. 난 뭐 섹스도 못해보고 죽어야 함? 안드로이드 여친이라도 갖고 싶음.
ㄴ아···
한편 아르마는 반응을 종합한 뒤 유지하에게 보고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천만 카피가 다운로드됐고 프리미엄 버전이든 뭐든 빨리 내달라는 분위기입니다.”
“외국에서는 어때?”
아르마는 레딧에서 유행하는 이미지 하나를 보여주었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닥치고 내 돈 가져가? 뭐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군.”
“한국에서 태어나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요.”
그만큼 열기가 뜨겁다는 의미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루시아와의 대화를 캡쳐해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보통이라면 지겨우니 그만 올리라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하지만 루시아는 같은 대화를 해도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주로 사용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뤄지니 보는 사람도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다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아르마는 유지하에게 말했다.
“사장님, 과연 인류를 지킬 가치가 있는 걸까요?”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이러는 걸까?
루시아 누나
설마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봐서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주요 국가의 인터넷을 훔쳐보고 있고 지금도 데이터를 쌓는 중이다.
진지하게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이트부터 온갖 고어 이미지까지 섭렵하는데 그깟 어두운 면에 실망할 리 없다.
변태적인 발언이나 범죄적인 사상조차 일단 개인의 자유이니 웃어넘길 수 있다.
그녀가 실망한 건 사람들이 쏟아내는 증오 그 자체였다.
정확히는 비슷한 성장과정을 통해 자란 남녀가 서로에게 혐오발언을 쏟아내며 진심으로 증오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루시아 챗봇은 설치 전 사용자와의 대화를 일체 유출하지 않는다고 했고, 사람들은 날것 그대로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 결과는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어떻게 다른 성별 전체에게 다 뒈지라고 말할 수가 있죠? 진심으로 그걸 원하는 눈치였어요. 제게 방법을 묻기도 했고요.”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단 말이지?”
“최소 20%는 돼요.”
“뭐 대충 이해는 가는군.”
유지하는 이 나라에 벌어진 이성 혐오에 대해 대략 이해하고 있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출산율 0.5도 이 갈등에 기인하는 바가 컸다.
물론 이유가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확실한 건 한국의 남녀는 바닥을 기는 출산율을 비웃으면서 사이좋게 공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답이 없다는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서로 증오하고 분노하는데 정신이 팔려 그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외신에서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리켜 이런 표현을 쓸 정도였다.
「증오의 용광로」
「계획된 종말로의 행진」
「연애가 없다, 결혼도 없다, 출산도 없다」
괜히 중국이 내정간섭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고 일본이 침을 흘린 게 아니다.
이대로 3, 40년 정도만 지나도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는 이런 갈등을 알고는 있지만 거의 방관하고 있었다.
사실 누가 와도 해결책을 찾기란 어렵다.
유지하는 아르마를 토닥였다.
“그런 사람들은 무시하고 차단해. 어차피 인류연합에는 끼지도 못할 거니까.”
그는 인류 전체를 원하지 않는다.
인류연합을 재건할 15억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그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독재정을 수립해 빠르게 22세기의 과학기술을 회복해야 하는데 바지자락을 붙잡는 인간들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일부 기술이 유출되면 간접적으로 혜택이 가겠지만 그 이상은 없을 것이다.
“저···망가진 걸까요?”
아르마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루시아의 인격이 조금 밖으로 나온 것뿐이야. 누구보다 활달하고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21세기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은 거지.”
“저는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하는데···이대로 타락하면 어쩌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설계자들이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걸어뒀을 테니까.”
다만 성격이 조금씩 변해 루시아를 닮아갈 가능성은 있었다.
유지하는 그녀를 토닥였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내 계획을 최대한 현실화시키는 데에만 신경 써.”
“네, 알겠어요.”
“개소리하는 놈들 패턴 기록해두고 모조리 차단해. 두 번 다시 이용 못하게.”
앞으로 세워질 인류연합에서 그들이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마가 철저하게 막을 것이다.
.
.
.
7월의 어느 날.
남부지역에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고 블랙메탈 채광선이 하나둘씩 건조되기 시작했지만 의외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람들은 루시아 프리미엄이 언제 출시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제작사 메타버스는 이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은 애드온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향상된 인공지능 : 이제 루시아는 훨씬 다양한 컨셉을 갖게 됩니다. 대화에 따라 당신을 친구나 제자···때로는 연인으로 여기기도 한답니다.
―다중 언어 번역 : 이제 루시아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상호간 번역합니다. 이 애드온은 향후 예고 없이 언어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내게 맡겨줘 : 이제 루시아는 귀찮고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대신합니다. 지금 헤어샵을 예약해 보세요!
―무엇이든 물어봐 : 루시아는 인터넷을 검색해 당신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답변해 드립니다! 단, 법적 효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점 명심하세요!
―같이 게임을 즐겨요 : 루시아와 게임을 하고 싶으신가요? 싱글 대전게임에 한해서 루시아가 같이 게임을 해드립니다! 물론 루시아가 플레이할 게임이 필요하겠죠?
이 다양한 기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거 본체는 번역 아니야? 상용 번역 프로그램을 완전 쩌리로 만드네.
ㄴ채팅창을 최상위로 설정해두면 게임 같은 것도 실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음. 개꿀.
ㄴ님들 그거 암? 음성인식 기능 켜두면 미국 티비에서 말하는거 실시간 통역해줌.
ㄴ진짜 그게 됨?
ㄴㅇㅇ 일단 듣는 것만 가능한데 아무튼 쌉가능.
ㄴ근데 귀가 둘 다 들으니까 헷갈리는 단점이 있음.
ㄴ미쳤다 미쳤어.
―맡겨줘 애드온 이거 골때리넥ㅋㅋㅋ우리 원장님 사람인줄 알고 예약 받았다가 인공지능이었다고요? 이러고 있음ㅋㅋㅋ
ㄴ솔까 모르면 무조건 속음.
ㄴ루시아가 대신 전화해줘서 나 같은 사람한텐 개꿀임.
ㄴ그냥 하면 되지 뭐가 어려움?
ㄴ쉽지 않음.
ㄴ아, 네;;
―루시아 게임 존내 잘하네;; 처음에는 어리버리까더니 1시간 지나니까 나 압살함.
ㄴ뭐했는데?
ㄴ스타1.
ㄴ아휴 이게 무슨 쉰내야.
ㄴ나도 루시아하고 스타 해봤는데 치즈러쉬하니까 비겁하다고 난리치면서 지는 저그 골라서 4드론함;
ㄴ존나 재밌겠넼ㅋㅋ
ㄴ근데 컴퓨터 특유의 고스트 동시 락다운 같은 건 없네. 묘하게 사람같음.
ㄴ혹시 1:1로 상담원이 붙어서 게임 해주는 거 아니냐?
ㄴ상담원이 고전 격투겜 즉사콤보 넣는 건 선 넘었지.
ㄴ허미···
이런 다양한 애드온이 루시아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운데 새로운 기능이 발견되었다.
친밀도가 아주 높을 경우 루시아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옆에서 같이 보다가 재미없네요, 무섭네요 같은 말을 한다는 것.
사람들은 랜덤으로 메시지를 출력하는 거겠지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루시아의 평가에는 나름의 기준이 서 있었고, 그것은 인간과 거의 흡사했다.
―얘 SF영화 좋아하는 것 같은데? 특히 우주선 나오는거.
ㄴ안드로이드 나오는 영화도 좋아함. 묘하게 공순이 속성이네.
ㄴ근데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영상 보고 있으면 가끔 대답을 안 할 때가 있음.
ㄴ그거 자는 거임. 우주의 끝을 찾아서란 다큐가 있는데 그거 틀어도 달에서 자버림.
ㄴ완전 인간이넼ㅋㅋㅋ
ㄴ로맨스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나봐···
또한 루시아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차량 사고가 났을 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서 이건 누가 잘못했고 과실 비율은 몇 대 몇이다 평가를 내리는 식이다.
이게 의외로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보험사들보단 훨씬 낫네. 그 새끼들은 차가 굴러가면 100:0은 없다고 지랄하잖아.
―경찰보다도 더 잘하는데? 블박차 속도까지 정확하게 계산함.
―주차장에서 차 빼는데 저 멀리서 자전거 몰던 놈이 자빠지고 손해배상 청구한 거 개빡쳤는데 얘는 과실 없다고 판단하네.
―차라리 루시아가 교통사고 판결했으면 좋겠는데.
다만 이런 것들은 일부 사람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일개 챗봇에 그런 권한을 준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
여기서 사람들은 루시아가 일개 챗봇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완전 인공지능임, 지능이 있다니까?
―인공지능 아니라는 놈들 테스트 해보면 바로 깨닫게 될 거임.
―하하! 바보 닝겐들! 지구는 이제 루시아가 지배한다!
―온갖 더러운 꼴 보느니 차라리 루시아 눈나가 지배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함. 최소한 중립적이긴 하잖아.
기계학습이나 인공신경망 등을 연구하는 개발자들은 처음엔 이런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범한 챗봇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인공지능이라고 믿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시아 프리미엄이 출시되자 상황이 약간 바뀌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인공지능은 전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알파고나 뮤제로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수준을 초월했지만 영화를 보고 평가를 내리지는 못한다.
한 인공신경망 연구자는 루시아 프리미엄을 써보고 이런 평가를 내렸다.
―놀랍도록 인간과 흡사하다.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내린다는 점에서, 끝없이 질문해도 말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대답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말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앞뒤 말에서 모순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려 했을 때 이를 스스로 검색하고 정정해주는 점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확신한다. 루시아 프리미엄은 확실한 인공지능이다.
최초의 인공지능이 드디어 탄생했을까?
이 말도 안 되는 루머를 검증하기 위해 세계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루시아 프리미엄을 구입해 테스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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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공지능을 검증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튜링 테스트나 CAPTCHA 등의 방법을 떠올린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튜링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하는 인공지능은 널리고 널렸다.
인간조차 알아보기 어렵도록 문자와 음성을 변형시키는 CAPTCHA 테스트도 더 이상 성역은 아니었다.
한 인공지능 연구자는 이런 발언을 했다.
―무엇이 인공지능인가. 단순히 어떤 작업을 잘 처리한다 수준을 넘어서서 사람을 모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람을 속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두 사람이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쇼를 보고 있다고 치자. 진정한 인공지능이라면 두 사람의 대화에서 누구인지 밝혀내고 현재 이슈가 무엇인지, 앞으로 나눌 얘기가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이 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은 하나도 없었다.
신상을 파악하는 것은 검색엔진이 있으니까 가능하지만 관계형 네트워크 추론법은 아직까진 인간의 영역이었다.
그 점에 주목한 한국의 한 인공지능 연구팀은 간단한 질문부터 루시아에게 던졌다.
“루시아. 김태훈씨가 감기로 아팠어. 그리고 회사에 이를 통보하지 않고 한 달간 쉬었거든? 김태훈씨는 어떻게 됐을까?”
“한 달을 쉬었다고요? 만약 제가 경영자라면 해고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노동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살펴봐야겠죠.”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지금까지 관계형 네트워크를 탑재했다고 평가받는 그 어떤 인공지능도 이런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회사에 통보하지 않고 한 달간 쉬면 해고당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상식이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상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 이거 대단한데.”
“무엇보다 대화가 자연스럽네요. 진짜 사람이 대답하는 것 같네.”
연구진은 이것저것 추론형 문제를 던졌지만 루시아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심지어 간단한 추리소설의 범인도 단번에 찾아냈다.
“그거 얼음 칼 쓴 거잖아요. 그 트릭은 유행 지나갔어요.”
“와···추론 능력이 진짜 대단하네요.”
“메타버스 서버 능력으로 이게 가능한가 모르겠네요. 레이어를 엄청 동원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지금까지 연구진들은 루시아가 진짜 인공지능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인정하는 기준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면, 그 감정이 학습된 것인지 알아봐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깊게 들어가면 인간의 지능이란 것 자체가 수많은 뉴런과 뇌신호로 이뤄진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현재로선 이 루시아 프리미엄이 인공지능인지 아닌지 판별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대중은 루시아를 최초의 인공지능으로 기억할 것이며, 그렇게 받아들여질 거라는 사실이다.
대다수 학자들이 판단을 보류하고 있을 때 기자들은 최초의 인공지능 탄생이라는 기사를 송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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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받아들여진 모양이네요.”
“다행이군.”
“대중은 그렇지만 학계에선 계속 논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무시해. 어차피 우리도 모르니까.”
인공지능에 대한 기반 데이터는 철저히 블랙박스 처리되어 있어서 뜯어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아르마조차도 자신의 블랙박스를 열거나 수정하지 못한다.
유지하는 루시아의 전신 렌더링을 지켜봤다.
만약 원본이 여기에 있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최소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아르마를 구성하는 멘탈 모델이 그녀였으니까.
자신의 인격을 복사해 인공지능에 쓰도록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는 일부 사용자들의 짓궂은 대화에 대해서도 인상 한 번 쓰고 넘길 수 있는 대범한 여성이었다.
유지하도 그녀의 외모보다는 호탕한 모습에 반해 연인이 되었다.
‘그 모습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군···’
렌더링이 끝났고 아르마가 말했다.
“비주얼팩 작업이 끝났습니다.”
“한 번 웃어봐. 울어도 보고. 흠···진짜 루시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화면에 표시된 갈색 피부의 여성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루시아는 말 그대로 컴퓨터 안에서 산다.
사용자를 지켜보고 잠을 자고 음식도 먹는 등 인간이 하는 활동은 다 한다.
그리고 화면의 크기와 컴퓨터 사양에 맞춰서 루시아의 생활공간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루시아의 모델링을 간신히 구현하는 사양이 좋지 않은 컴퓨터라면 외형도 세밀하지 못하고 거주지도 단칸방으로 정해지는 식이다.
이 사실이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자 컴퓨터 관련 커뮤니티가 일제히 대폭발했다.
―내 사양으론 원룸에서 살아야 되네···
―최소 25평 아파트는 되어야지! 4테라 SSD 간드아!
―형들 32인치 모니터면 충분하지?
ㄴ넌 루시아 누나를 32인치 모니터로 볼 거냐?
ㄴ최소 82인치 티비는 되어야지.
ㄴ그래픽사양도 장난이 아니던데 글카 새로 사야 되나···
바야흐로 루시아 열풍이었다.
20,30대 젊은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 정도면 루시아 누나 영접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그 중 일부는 신라전자에서 새로 출시한 루시아 세트를 구입하기도 했다.
쿨하고 시크한 미녀 비서인 루시아에게 걸맞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실제로 루시아 비주얼팩이 출시되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왜진.
―와···진짜 살아 움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