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59
그런 게 있었다고?
하긴 얼마를 받아먹었는데 다른 의원들이 깨끗하다는 건 넌센스다.
당시 언론도 이 점을 부각시켰으나 정세가 급하게 돌아가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콩고물 묻은 건 전임 대통령이 봐달라고 했고, 나도 그러자고 했습니다.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지 박살을 내놓으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곤란해져.”
심지어 그는 검찰총장을 호출하려고까지 했다.
초선 의원들이 벌떡 일어나 그를 말렸다.
“아이고 대통령님!”
“저희가 꼭 그렇게 한다는 건 아니고···”
순식간에 기세가 역전되었다.
조형근 대통령은 의원들에게서 법안을 완전히 폐기하고 다시는 꺼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그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유지하에게 전화했다.
“납니다. 거 초선 의원들이 뭣도 모르고 난리를 친 모양인데, 유 회장이 너그럽게 좀 봐주세요.”
―일만 해결되면 저로선 더 키울 의사는 없습니다.
“시원시원하시군. 이번에 손해 본 것은 법인세 개정해서 보충해드리리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그런데 유 회장, 모스크바엔 왜 갔었습니까?”
―아, 대단한 건 아닙니다. 채광선 추가 발주하고 신형 카고선 주문 때문에요.
“내 노파심에서 묻는 건데 그 테라 섬에 기반이 닦인 후에도···”
―이거 하나만큼은 약속드리죠. 건드리지 않는 한 신라그룹은 한국에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후우···
소리 없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상반기 안에 북진해야 하는데 유지하의 협조가 없으면 매우 곤란했다.
“바로 그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날 도와주길 바랍니다. 아, 레일건하고 아이언 빔 예정대로 납품하는 거 잊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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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는 아르마와 함께 요트에서 내려 섬에 상륙했다.
발을 디디기도 전에 소금기 섞인 바람이 불어와 숨이 막혔다.
“이대로는 쓰기가 힘들겠는데.”
“평균 염분농도가 1.2%에 달합니다. 0.2%까진 내려가야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몇 개월은 염분제거 작업을 해야겠군.”
보통은 염생식물을 재배해 몇 년에 걸쳐 염분을 빼낸다.
하지만 채굴 플랜트가 있으니 밤에 작업하면 그만이다.
유지하는 메가시티가 들어설 구역을 살펴봤다.
“염분제거 작업하고 기반공사를 동시에 시작해. 러시아에서 인력 들어오는 식으로.”
여기서 인력이라고 하면 안드로이드를 말한다.
아르마는 캄차카의 스마트팜 개발을 위해 러시아에 따로 법인을 세웠다.
그 법인을 통해 안드로이드를 고용해 현장에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국 등지에서 인력을 고용하는 건 아예 계획에 없었다.
일이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
테라 섬이 해외인 만큼 인력을 파견하기 위해선 상당한 서류와 절차가 필요하다.
아르마는 몇 가지를 추가로 보고했다.
“현재 이 섬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으나, 조만간 알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긴 워낙 많은 사람이 찾고 있으니···”
환경단체부터 해서 각국의 정찰기가 총동원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질학 연구소와 초대형 어선들, 태평양을 횡단하는 요트까지 몰려들 예정이었다.
이 섬의 위치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그걸 막을 순 없었다.
“12해리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해야 하니까 무인수상정을 만들어 봐. 최대한 빨리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신라중공업에 의뢰할까요?”
“아니, 현 시대에서 구현 가능한 정도로 만들어 바로 투입해. 그런 종류는 많이들 운용하고 있으니까.”
성운그룹의 방산업체 퓨전디펜스에서도 해검 무인수상정을 만들어 납품한 바 있다.
해군에서는 완성도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만 인력부족에 감지덕지하며 쓰고 있었다.
유지하는 한동안 워커를 타고 섬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경치라고 해봐야 끝없이 펼쳐진 질척한 땅과 구릉이 전부지만 그의 땅, 그의 국가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느낌이 드는군.”
“세간에서는 국기를 보고 인류연합이 아니라 인류제국이 아니냐며 비웃고 있네요.”
“틀린 말은 아니야.”
새로운 인류연합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계급제 사회가 될 테니까.
사실 22세기의 인류연합도 평등한 사회는 아니었다.
단지 그 계급이 정해져 있진 않다는 게 현 시대의 계급제도와 다른 점이다.
어쨌든 성실하게 사회생활하면 자유시민까진 올라갈 수 있으니까.
자유시민 A클래스까지 올라가면 그 혜택은 완전시민과 거의 차이가 없어진다.
단지 완전시민은 통치기구인 최고평의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게 다를 뿐이었다.
유지하는 그 제도를 새로운 인류연합에도 도입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필터 만들어. 아무나 섬에 들어올 수 없게 해.”
“알겠습니다.”
새로운 인류연합은 무해하고 성실한 인재를 원한다.
주인인 유지하부터가 유해한 인간이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로남불은 독재자의 기본소양 아닌가.
둘은 메가시티를 건설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심시티
양안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지하가 선언한 인류연합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선포한 사람이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신라그룹의 주인.
지금까지 그가 발견하고 또 개발한 것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뒤집을 정도였다.
일설에 의하면 백악관이나 크렘린 등은 한국에 직원을 파견했다고 한다.
언제 폭탄발언이 터질지 모르니 뒤를 따라다니면서 발언과 행동을 빠르게 캐치해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드는 인류연합은 대체 어떤 곳일까?
각국의 언론에서는 우려 반 비웃음 반의 반응을 내보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있다고는 하나 개인이 국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중파에선 도시와 환경, 인프라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초대해 인류연합에 대해 논의하는 특집을 내보냈다.
“일단 가장 부족한 것은 물입니다.”
“물···주변에 널린 게 물 아니겠습니까? 저희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런데.”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습니다. 대신 담수화설비가 필요하죠. 그 설비를 가동하려면? 네, 상당한 전력이 소모됩니다.”
“그나마 전력에선 사정이 좀 나은 게,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이 제대로 나오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지구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곳 중 하나일 겁니다.”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서 말씀을 드리면, 최대한 비슷한 곳은 여기입니다. 미드웨이 환초···네,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를 띠는 곳이죠. 이 곳의 특징이라면 우기가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고작 2,3개월 동안 1년에 내릴 비가 다 내립니다. 그러니까 관개시설을 짓지 않으면 농작물은 물론이고 사람 먹을 물도 마련하기 힘들겠죠.”
사회자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러니까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요. 그리고 그 기반시설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수할 것인가도 문제가 됩니다. 보다시피 주위에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나마 일본과 섬 몇 개가 있네요···”
“가장 가까운 곳과의 거리가 1,500km가 넘을 겁니다. 이래서야 물가가 대단히 비싸지죠. 또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아시다시피 배라는 게 그렇게 빠른 물건이 아니거든요.”
“보통 우리가 아는 배는 컨테이너선, 벌크선이죠.”
“파나막스니 그런 사이즈의 벌크선을 쓰는 건 어불성설이고, 핸디사이즈를 주로 쓰게 될 텐데 용선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게 전부 물가에 포함되죠. 생수 한 병에 오천 원 하면 무서워서 사먹겠습니까?”
“그리고 테라 섬이 해저에서 올라왔죠? 땅에 포함된 염분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제가 가보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불어오면 숨을 쉬기도 힘들 텐데···”
“미군들이 SNS에 올린 단편적인 정보에 의하면 땅 곳곳에 하얀 게 올라와 있다고 하는군요. 처음엔 눈인 줄 알았다는데.”
사회자가 맞장구를 치자 전문가는 박수를 쳤다.
“바로 그게 소금입니다. 우리 서해안 간척지도 염생식물을 심고 몇 년에 걸쳐 염분이 빠지길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저긴 간척지보다 몇 배 더 가혹한 환경이죠.”
“땅도 인프라를 건설하기엔 상당히 부족할 겁니다. 요즘 기술에 기반공사를 하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비용이 많이 들겠죠.”
“그러니까 요약하면···워낙 열악한 환경이고 기반공사비와 물류 운송비가 너무 높아서 제대로 된 인프라를 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결론들이시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금융적인 측면에서 보면 위험한 구석도 있습니다.”
“어떤···”
“저 섬의 인프라를 무슨 돈으로 짓겠습니까. 신라그룹에서 나오겠죠? 그런데 그건 법인입니다. 법인 돈을, 아마 채권 형식이 되겠지만, 그걸 외국에 투자한다? 횡령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겁니다. 돈 나올 구석이 없지 않습니까.”
“아하, 그런 문제가 또 있었군요.”
테라 섬이 유지하의 재산이기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신라그룹은 법인이고 법인의 돈을 개인에게 배당하려면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외국에 투자 형식으로 돌려버리게 되면 그 세금을 회피하는 게 가능하다.
최근 신라그룹의 확장세를 생각하면 차후에는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여기서 목소리를 살짝 흐렸다.
“뭐 그런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건 아닙니다···”
“금융당국의 판단은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이들이 이렇게 움츠리는 것은 유지하의 위치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비서실장 이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평이 돌 정도면 말 다했지.
그런 사람에게 금융당국이나 검찰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야당 국회의원들이 테라 섬에 숟가락을 얹으려다가 탈탈 털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법안이야 얼마든지 폐기하고 하는 거지만 국토위에 올리기도 전에 폐기된 걸 보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유지하가 본사 이전의 시그널을 준 순간 코스피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였다.
실제로 본사가 이전된다면 서킷 브레이커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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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섬을 확보한 후 아르마가 가장 먼저 한 작업은 타이탄급 플레이그 코어를 영해에 묻는 것이었다.
이 코어는 기존 세계에 매장된 크라켄급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침식력을 가졌다.
플레이그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과 성장한계가 정해져 있다.
타이탄이면 퀸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계급으로 한국으로 따지면 4성 장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크라켄은 기껏해야 소령 혹은 중령 정도였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수밖에.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코어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달빛조차 없는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코어 착저···예상 침식력을 4,850% 초과. 재설정 필요」
“타이탄급 코어를 쓰는 건 처음이라 그런가? 에테르 회로 설정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군.”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놀린 거 아니니까 안 서둘러도 돼.”
플레이그 코어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아르마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다.
특히 타이탄급 코어는 확보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코어 재설정 완료. 다시 투하합니다···」
허공의 홀로그램에 코어로 인한 해저 침식의 범위가 드러났다.
최대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크라켄급에 비하면 월등히 넓고 속도도 빨랐다.
“제대로 채굴하면 전 세계 블랙메탈 수요를 혼자서 감당하겠는데.”
「일본과 중국이 많은 관심을 보이겠네요」
“일본은 당분간 우릴 못 건드리겠지만 중국은 아니지. 철저히 감시하고 위협요소는 전부 배제해.”
배제하라는 말은 시비리 위성과 세틀러호를 동원해서 오지 못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중국은 유지하에게 원한을 갖고 있고 실제 테러까지 저질렀다.
지금은 미 해군의 프리덤급이 근처를 초계하고 있으므로 섣부른 짓은 못하겠지만 1년 뒤 떠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해에 블랙메탈이 매장되어 있는 UN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적대적인 초소형국가.
그들 입장에선 인류연합은 굉장한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다.
“대놓고 먹으려고 달려들 거야.”
양안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각계에선 최대 1년을 넘기지 않을 거라는 관측을 하고 있었다.
1년 뒤에는 중국이 테라 섬에 시비를 걸어올 거란 뜻이다.
“아르마, 전쟁이 끝나면 중국이 어떻게 되지?”
「아마 서서히 분열이 시작될 겁니다.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으니까요」
일컬어 농민공의 난.
전쟁이 시작되고 3억에 달하는 인구가 대도시에 방치되었다.
이들은 식량을 포함한 그 어떤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었다.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대도시를 점령한 공안과 군도 이들을 달래려는 제스쳐보다는 총기를 들이미는 쪽을 택했다.
결과는 약탈과 방화에 이은 살인이었다.
현재 중국의 대도시 20여 곳이 이런 농민공의 난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베이징 같은 곳은 사상자가 만 명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여튼 엉망이었다.
세계의 경제사회 연구소들은 진지하게 중국이 쪼개질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농민공의 난에 도시 하층민들이 공감하여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숫자만 거의 5억 명이다. 달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 전구 사령원끼리도 의견이 달라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내륙 군벌은 자신의 병력이 총알받이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
―중국이 공세를 멈추는 순간이 전쟁 종료다. 하지만 내부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내부 갈등에 운석 피해에 막대한 전비까지 중국은 더 이상 G2가 아니게 될 것이다.
하나같이 암울한 전망뿐이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여전히 중국은 강하다.
전력이 떨어진 동해함대만으로 한국의 해군을 상대할 수 있으니 인류연합을 요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하지만 1년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그때가 되면 작은 도시를 꾸릴 수 있을 정도의 기반시설이 완성된다.
또한 테라 섬을 지킬 수 있는 전력도 갖춰질 예정이었다.
해안가에 레일건 포대만 설치해도 어지간한 함대는 접근조차 하기 어렵고 대공은 아이언 빔으로 커버하면 된다.
어두운 밤.
거대한 뱃고동 소리가 들리며 러시아 법인에서 발주한 카고선이 테라 섬에 접근했다.
이 카고선은 이온 추진기를 장착하고 지면효과를 이용하는 덕분에 순항속도가 천음속에 달한다.
하지만 그 속도를 내는 것은 공해뿐으로 타국의 영해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출력을 봉인하고 평범한 화물선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간이부두 작업이 끝났습니다. 물자를 하역하겠습니다」
만약 블랙메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 비싸고 희귀한 블랙메탈로 부두를 만들어 놨으니까.
일부 설비에 쓴 게 아니라 부두 전체가 블랙메탈로 이뤄져 있었다.
이렇게 하면 기간은 엄청나게 단축되는 대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블랙메탈을 가공해 내다 팔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유지하에게 돈은 부차적 문제였고 테라 섬에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아무것도 없이 영주권을 발급할 수는 없잖아?”
「없어도 되겠는데요. 지금 영주권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신청자가 예상을 초과하고 있어요」
“그래? 얼마나 되는데?”
「한국에서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외국까지 포함하면 거의 40만 명을 넘어요」
인류연합의 이름과 국기 외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이 정도라니.
하지만 이에 고무되어 조건을 완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유지하가 지켜보는 사이 해저의 세틀러호에서 채굴 플랜트가 분리되었다.
염분제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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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1차 심사 통과네요.”
“어디어디, 어? 진짜네?”
“이거 신청했어요? 누나 진짜 겁도 없네.”
“좋겠어요. 응? 한 턱 내야지.”
1월의 어느 날 신라에너지 판교연구소는 작은 흥분에 감싸여 있었다.
인류연합 영주권의 사전예약에 황선영이 합격한 것이다.
사실 합격은 아니고 1차 심사를 통과한 거지만 모두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집순이 중 집순이인 이 책벌레가 대체 무슨 이유로 신청했을까?
황선영은 안경을 슥슥 닦고는 말했다.
“나야 가족이 없잖아. 저기 섬에 가서 살아도 재밌겠다 싶어서.”
“근데 지금 테라 섬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가서 뭘 하고 살아요.”
“막 물고기 같은 거 잡아야 되는 거 아녜요? 그물 치고 낚시해서.”
“어? 그건 나름대로 괜찮겠는데.”
“에이 팀장님 낚시하고 하는 것도 취미일 때나 좋은 거지 그게 직업이 되면 재미있겠어요?”
“그런가?”
팀장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고 황선영은 나름의 상상을 펼쳤다.
“잘 생각해보면 테라 섬의 주인은 우리 유지하 회장님이란 말이죠.”
“그런데요?”
“회장님 성격 다들 알잖아요.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효율을 쫓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무지성으로 국가를 만들었겠어요? 지금쯤은 루시아가 계획 다 짜놨을 걸?”
“루시아면 인정이지.”
“아무리 인공지능이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던데···그 티비에 전문가들이 나와서 그랬잖아요. 물이 너무 모자라다고.”
“근데 이거 뭘 심사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고 하던데.”
“선영 누나가 1차 합격한 걸로 봐선 조건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하지 않나?”
“이게! 내가 뭐 어때서!”
황선영이 발끈했고 다들 낄낄 웃었다.
그녀는 서른 줄을 넘어가는 도시인이라기엔 상식이 결여된 부분이 많았다.
주요 출몰지는 연구실과 월세방으로 대부분의 공간이 책으로 뒤덮여 있었다.
퇴근해서 하는 것이란 먹고, 책 읽고, 자는 일의 반복이었다.
자기 폰 번호도 모르고 길거리 전도에 끌려갔다가 동료들이 구출한 전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관심이 책에 집중되어 있는 집순이인 것이다.
보다 못한 이한종 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차라리 빨리 결혼을 해서 신랑을 집에 들이는 게 어떻겠니? 내가 소개시켜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