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65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사포에서 발사된 로켓 300여 발이 수도권 상공에 진입했다.
워낙 낙후되어 불발율이 높았지만 발사한 수량이 많았던 것이다.
각지의 레이더기지와 대포병 레이더에서 포착했으나 즉각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엔 방사포 로켓을 격추할 만한 수단이 드물었다.
PAC-3 대공미사일이 발사되어 다수를 격추했지만 로켓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고도가 높아 일선 방공부대의 천마 유도탄과 발칸으로는 격추가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200발에 달하는 로켓이 서울에 진입했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 서울 전역에 요란한 공습경보가 울렸다.
광화문을 지나가던 차량들이 사고로 인해 꽉 막혔고, 로켓이 그들을 덮치려 낙하했다.
이때까진 사람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로켓의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이다.
“뭐야? 갑자기 왜 사이렌이야?”
“아 저기 박은 차나 좀 치워주지.”
불평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국방부 청사 등지에 배치되어 있던 아이언 빔이 가동되었다.
어두운 밤하늘, 황금빛 선명한 레이저가 상공을 가로질렀다.
“우와···”
“저거 뭐야? 불꽃놀이 하나?”
워낙 극비리에 개발되고 배치된 아이언 빔인지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황금색 레이저는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로켓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1초도 되지 않아 탄두가 폭발해 서울 상공에 화려한 불꽃을 만들어냈다.
“아아악!”
“전쟁이다!”
광화문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기겁해선 이리저리 달아나고 난리가 아니었다.
도로에 멈추다시피 한 수십 대의 차량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우리나라에 저런 무기도 있었어?”
“아이언 빔이잖아요! 미국제!”
“아저씨 잘 모르시네. 그거 우리나라에서 만든 건데.”
“우리가 저런 무기를 만들었다고요?”
그러는 동안에도 아이언 빔이 차례차례 대구경 로켓을 조사해 분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밑에서 보기엔 마치 폭죽놀이 같았다.
하지만 폭죽놀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로켓이 폭발하면서 수십, 수백 개의 파편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언 빔이 파편까지 요격하긴 했으나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광화문과 청와대 앞 일대에 금속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또한 아이언 빔이 미처 격추하지 못한 한 발의 로켓이 청와대 춘추관을 직격했다.
쾅!
대구경 로켓 탄두가 폭발하자 지축이 흔들리며 춘추관 전체가 일거에 날아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상주인원은 없었으나 경호원이나 경비단 인원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인근 숲에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청와대 전체가 불에 활활 타는 것처럼 보였다.
곳곳에서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가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사람들은 그때까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선 전쟁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저거 씨발 북한이 방사포 공격한 거 아니냐? 우린 뭐함?
―전쟁이다! 우린 다 죽었엌ㅋㅋㅋ
―아 씨발 나 군복 버렸는데 어케함?
―좀 진정해라. 포탄 몇 발 떨어진 것뿐이잖아?
ㄴ넌 씨발 돌았지? 서울에 방사포를 갈겼는데 그냥 넘어갈 거라고 보냐?
ㄴ북한 이 새끼들이 연평도에 포탄 갈긴 게 두 번이잖아? 근데 전쟁 안 일어났지?
ㄴ연평도하고 서울하고 같냐? ㅂㅅ새끼.
둘 다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점에는 같았지만 현실적으로 같은 처지가 될 수는 없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천 만이 몰려 살고 있는 핵심지였다.
여기를 공격한다는 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소리가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상공을 가로질러 로켓을 폭발시킨 레이저에 열광했다.
―밤하늘에 레이저쑈 봤냐? 나 죽을 때까지 그거 못 잊을듯.
―야 우리나라에도 아이언 빔이 배치되어 있었냐? 그거 미국 개발 아님?
ㄴ이거 극비인데 아이언 빔 신라하이텍에서 개발함.
ㄴ유지하가 또···
ㄴ저기 사이트에 레이져쑈 영상 올라왔음.
ㄴ씨발 지린다···니들 저거 꼭 보고와라.
ㄴ직접 눈으로 봤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전쟁이라며 정신 못 차리며 날뛰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전쟁이닼ㅋㅋㅋ엌ㅋㅋ개꿀잼ㅋㅋㅋ
―우리 집 앞에 북한군 땅크 입갤ㅋㅋㅋ
―형들 올해 수능 취소될 수도 있는 거지? 젭라 맞다고 대답좀.
ㄴ급식아 가서 공부해라···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가 공격받았다는 소식에 완전히 박살났다.
―청와대가 박살났다고? 북진 아저씨까지 죽은 거임?
―와 미쳤네. 이건 진짜 북진각인데.
―우리 전투기들 뭐하냐? 빨리 스크램블 떠서 평양 주석궁 박살내야지?
―그거 통제할 정신이 있나 모르겠네.
―님들 빨리 식료품하고 생필품 사두셈. 이번에는 진짜 전쟁각임.
ㄴ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ㄴ서울에 로켓이 떨어졌는데 맞고만 있을 거임? 최소 대화력전 가야지.
ㄴ그러면 2차 한국전쟁인데. 미군도 지금 다 빠져나가고 없잖아.
―우리 좆됐네.
.
.
.
서울이 공격을 받음과 동시에 합참에서는 데프콘 3를 발령했다.
한국에서 이 단계가 발령된 사례는 딱 두 번으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 아웅산 폭탄 테러뿐이었다.
이렇게 신속하게 데프콘을 발령한 것에는 최근 대북관계가 워낙 험악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서울에 로켓이 떨어졌으니 합참에서 과감하게 선수를 친 것.
만약 북한이 후속공격을 감행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데프콘 2가 발령된다.
본격적인 전투준비태세로 접어들고 동원령으로 예비군을 소집해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전방부대 전체에 출타금지가 떨어졌고 각 부대는 외출, 외박을 나간 인원들에게 조속히 복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군에서 이렇게 나서자 경찰청에서도 수도권에 한해 갑호비상을 내리고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티비와 라디오를 켜고 속보에 주목했다.
긴급방송이 송출되어 아나운서들이 국방부와 합참 등지의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네, 새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종로와 용산을 덮친 미상의 로켓은 신형 300mm 방사포애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격지는 황해남도 강령으로 추정되며 현재 육군 포병부대에서 대포병사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피해 현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방금 합참에서 전해온 소식입니다. 최초 방사포여단에서 쏜 로켓은 500발이 넘었으나 200발이 바다나 개활지에 떨어졌고 100여 발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었다고 합니다. 남은 200여 발이 서울 상공에 진입했습니다.”
“이에 국군은 대포병 레이더를 가동하여 로켓을 추적하였으나 이후의 대응은 불명입니다.”
거리의 대형 화면 앞에 모여 지켜보던 사람들이 짜증을 냈다.
“뭐야. 그럼 별 대응도 없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거 아닙니까?”
“가만 좀 있어 봐요.”
“조금 있다가 그거 나올 거예요! 아이언 빔!”
“아이언맨도 아니고 아이언 빔은 뭡니까?”
티비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화면을 수놓은 레이저에 넋을 잃었다.
대지에서 솟은 황금색의 레이저 수십 줄기가 상공을 가로질러 무언가를 터트렸다.
서울 상공에서 수백 개의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면으로 구경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장면이었다.
아나운서도 그걸 구경하다 멘트를 놓쳤는지 잠깐 고개를 숙였다.
“아, 방금 보신 이 장면은 국내에서 개발한 통칭 아이언 빔이라고 하는 방어체계입니다. 신라하이텍에서 개발했으며 동시에 10개 이상의 포탄 혹은 로켓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 위력은 보시다시피입니다. 200여 발의 로켓 중 극히 일부만이 격추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허공에서 폭발했습니다.”
“피해 현황은 집계 중에 있으며, 사망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아···죄, 죄송합니다. 지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청와대 춘추관이 로켓에 공격당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청와대가 공격당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잊었다.
이윽고 완전히 무너진 춘추관과 산불이 일어난 북한산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저게 북한 놈들이 한 짓이라 이거죠?”
“식량 구걸 거절했다고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도 되는 거야?”
“이 새끼들 완전히 미쳤네.”
저마다 북한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기 바빴다.
개중에는 왜 북진 안하냐고 고함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에 반발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북진하면 바로 전쟁이에요! 다른 사람이 아니고 당신이 죽는다고!”
“그럼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야? 우리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다음에는 핵입니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몇 명이 죽는지 알아요?”
“그런 식으로 북한에 납작 엎드려서 빌어라! 대한민국 통째로 갖다 바치지 그래?”
“무슨 말이 통해야지···”
어처구니없다는 듯 몸을 돌린 남자는 주변의 분위기에 흠칫했다.
다들 눈을 똑바로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달려들어 멱살을 잡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너무 험악했다.
이런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은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 이를 갈았다.
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난 것이다.
그리고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 통칭 청와대 벙커에도 인내심이 바닥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
.
.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생략하고, 다들 앉아요.”
조형근 대통령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의자에 앉았다.
NSC와는 관계가 없는 유지하까지 따라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가 앉자마자 장관급 관료들과 비서진이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5개의 핵벙커와 연결되었습니다. 합참과 계룡대도 곧 연결될 예정입니다.”
“인명피해 현황 보고하겠습니다. 현재 부상자는 35명 수준으로 파악되며 중환자실로 실려 간 인원은 6명입니다. 사망자는 현재까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로켓이 아이언 빔에 요격되어 공중 폭발했고, 1발이 사랑채를 직격해 완파되었습니다. 그 외의 민간시설은 현재 파악 중입니다.”
“대응사격으로는 1포병여단과 6포병여단에서 천무를 이용해 실시했습니다. 피해 현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흠···
조형근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을 한 채 묵묵히 보고를 들었다.
처음 비서진들이 별실로 뛰어 들어왔을 때만 해도 분명히 전쟁이라고 쾌재를 불렀건만 이게 뭔가.
시간당 1만 발이 넘어가는 로켓샤워는 어디 가고 고작해야 500발, 그것도 서울까지 온 로켓은 200발이 전부란다.
그는 한 참모의 보고를 멈추며 물었다.
“후속공격은?”
“아직까진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쯤은 정찰기 떴겠지요? 물론 공중도 우리가 제압했겠고. 짧게 말하세요.”
“예, 그렇습니다.”
“전연군단 전쟁 징후 있었습니까?”
“···현재로선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전도 평시 수준입니다.”
“그렇게 방사포를 퍼부어놓고도 후속공격이 없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다.
방사포로 서울을 공격한다는 건 도저히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쟁 개전이라고 여기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다.
로켓 500발이라고 하면 대단해 보이지만 1개 포병여단의 화력에도 못 미친다.
서울을 공격할 거였으면 최소 20배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이걸 확고한 개전 의지라고 부를 수 있나?
“···”
조형근 대통령은 한참 뭔가를 생각하다 국정원장과 연결된 모니터에 대고 물었다.
“두만강 쪽은 어떻습니까.”
“북부전구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야음을 틈타 탈북자들이 많습니다만, 평상시 그대로입니다.”
“북부전구가 평상시 전력의 40% 수준이라고 했지요?”
“최대한으로 잡아도 50% 정도일 겁니다.”
베이징 등 대도시의 폭동을 제압하려 내려간 것이다.
대통령은 다시 물었다.
“만약 우리가 북진한다면 어떻습니까. 병아리 계획이 발동될 것 같습니까?”
“79군과 78군의 병력은 상당수 빠져나간 상태이나 80군은 건재합니다.”
“80군이 기갑이었지요? 하필 거기만 남았다라···”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북한 내부 깊숙이 진입한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북부전구 중 80군이 문제인데, 쾌속반응부대라고 해서 기계화 집단군이 언제든 남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평양을 점거하고 전후 협상을 통해 함경남도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항구를 갖게 된다.
태평양 진출이라는 중국의 숙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대만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현실상 그 계획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집단군 하나라도 북한에 진입한다면 한국군 입장에선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워진다.
중국의 핵전력이 한반도를 겨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도 북한 땅에서 중국군과 조우한다는 것 자체가 실패다···’
조형근 대통령의 목적은 한반도를 온전한 대한민국의 영토로 영구히 확정짓는 것이다.
중국에게는 한 평도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얼떨결에 따라와 구석에 앉은 유지하 의원을 바라봤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 시선으로도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그는 구석에서 손을 쫙 펴고 다른 손으로 0을 만들어 보였다.
핵탄두 50개는 추가로 봉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중국이 그 정도의 핵전력을 쓰진 않을 테니 집단군 하나만 해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벙커에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지를 확인한 비서실장이 말했다.
“대통령님, 미국 백악관입니다.”
“···일단 줘 보게.”
양국 정상 간의 대화는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자들은 대화의 내용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매킨리 대통령의 의중은 알게 되었다.
확전을 방지해 달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조형근 대통령은 북한이 명백한 개전 의지를 가지고 서울을 공격했다고 우기고 있었다.
“벌써 사망자가 50명을 넘어갑니다. 워싱턴이, 뉴욕이 이렇게 당했다면 대통령께선 가만히 있으시겠습니까? 아,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니까 그렇지요.”
미국 대통령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저 패기란.
“공식 사과? 우리 국민들이 그걸로 만족할지는 의문입니다. 뭐라고요? 잠시 후에 총비서 명의의 사과 방송이 있을 거라고요?”
회의실의 분위기가 확 풀어졌다.
정말로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사과한다면 이쪽도 심하게 물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후속조치에 따라 대응도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북진은 글렀다는 평이었다.
조형근 대통령은 한참 무언가를 듣고 있더니 인상을 마구 찌푸리며 전화기를 탁 내려놓았다.
“일선부대에서 충동적으로 지랄했다는 걸 내가 믿어야 하나?”
“대통령님,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기다려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참모진의 의견도 일단 사과 방송을 보자는 쪽이었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하지만 이 자리엔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가 몰래 신호를 보내자 평양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찰포드가 지향성 EMP 충격파를 조선중앙TV 건물에 쏘았다.
대부분의 기기가 마비되자 당연하게도 한국의 방송사에서는 영상을 받지 못했다.
“···”
묵묵히 영상을 기다리던 조형근 대통령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새끼들이 대놓고 거짓말을 해?”
“대통령님, 뭔가 착오가···”
북한이 아무리 망나니여도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미국과 약속한 것을 어길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대통령님! 황해북도, 그러니까 2 전연군단에서 300mm 방사포가 갱도를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백두 정찰기에서 북한 TEL의 이동을 감지했습니다!”
TEL은 이동형 미사일 발사체의 준말로, 통산탄두도 쓰이지만 북한에서는 100%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것이 움직인다는 의미는 핵공격 징후라도 봐도 무방했다.
조형근 대통령은 짧은 시간 고뇌하고 또 고뇌했다.
북한은 명백히 개전 의사를 드러냈다.
여기서 망설인다면 한국의 피해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는 얼마 전 유지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당시 유지하는 전쟁이 무섭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물론 우리 정치인들은 최대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하다면···딱 한 번만 일어나는 게 좋겠죠.”
조형근이 생각했을 때 그 한 번이 바로 지금이었다.
“합참본부, 계룡대와 연결되었습니다.”
모니터에 잔뜩 긴장한 장성 수십 명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장관을 포함한 각 군의 수뇌와 의논한 끝에 북한의 개전 의사가 확실하다는 의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