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82
대부분의 전투에 도움을 주었고 마침내 한반도를 통일시켰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런 업적 앞에서 나이란 사소한 숫자에 불과했다.
그가 말했다.
“상기 인원들은 이하와 같은 군수품 횡령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증거까지 확보했습니다.”
유지하 대통령의 얼굴 옆에 11사단 예하 연대 군수과장의 얼굴과 횡령 목록이 주르륵 표시되었다.
지휘통제실 간부들은 그 목록에 기겁했다.
“기름을 저렇게 많이 팔아먹었어?”
“부식까지 빼돌리고 돈 많이 벌었구나···”
이덕훈 대령은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저히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즉시 군수과장 호출하세요. 나머지는 감찰관들이 알아서 할 거니 최대한 협조하면 됩니다. 참, 사단장은 이쪽에 있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되고요.”
전군 지휘관회의라며 불렀던 게 이것 때문이었구나.
아마도 각 부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
이덕훈 대령은 갑작스런 숙청에 놀랐지만 자신이 아님에 감사했다.
저 꼼꼼하기로 소문난 인공지능이 투입되었다면 빠져나갈 길은 없다.
반항?
현재의 한국군에서 반항하려면 쿠데타밖에 답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병이 유지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간 오히려 구금당할 것이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부대가 이덕훈 대령처럼 잘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정식 명령이 없으면 못 움직인다고 버티는 장교도 많았고 심지어 감찰관들을 쫓아내는 경우까지 존재했다.
유지하는 보고를 듣고 진압 명령을 내렸다.
“반항하는 놈들은 계급장 떼고 모조리 검거해.”
그리하여 천 명이 넘는 장교, 부사관이 일거에 검거되었다.
“이거 놔! 내가 씨발 전쟁영웅인데 이런 식으로 대우해? 대통령 불러!”
“안드로이드 따위가 이렇게 설친다고? 헌병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이렇듯 반항하는 자가 꽤 많았다.
감찰관으로 임명된 루시아는 일체의 감정 없이 테이저건을 쏘아 검거했다.
그대로 차에 싣고 가버리니 남은 것은 황당해 하는 간부들뿐이었다.
“아니 무슨 사람을 저렇게 대하나?”
“지금 전 부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답니다. 옆 연대는 완전 박살이 났다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절차도 없이 저렇게 끌고 가버리면···”
“사냥개 한번 제대로 삶는구만.”
불평불만이 하늘을 찔렀으나 제대로 나서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휘관이 모두 서울에 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휘관들은 유지하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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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검거된 인원들은 군형법에 의거 인공지능으로 처리하겠습니다. 불만 있으면 지금 적극 변호하십시오. 내가 죄목을 조목조목 알려 줄 테니까.”
벼르고 있는 유지하 앞에서 감히 입을 열 수 있는 장성은 한 명도 없었다.
증거가 없다면 모를까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대체 어떻게 조치했는지 물자를 사들인 업자들의 증언도 받고 계좌까지 확보했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다.
회의실에 싸늘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유지하는 4성 장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주호 육군 참모총장.”
“예.”
“2개 이상의 증거를 확보한 사례만 3천 건이 넘습니다. 다시 말하면 증거가 없는 범죄가 수두룩하단 말입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
김주호 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감금된 채 상황을 들어보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횡령은 아주 사소한 범죄에 불과했다.
강원도에서 작전하던 육군 소대가 민간인을 쏘아 죽인 일까지 있었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참작의 여지는 있겠으나 은폐한답시고 파묻은 게 문제가 되었다.
장군들은 생존자가 울면서 증언하는 영상을 보며 침묵했다.
화면이 전환되며 평양 시내의 범죄까지 줄줄이 나열되었다.
민간인 약탈은 물론이고 성폭행에 살인까지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인구 300만의 대도시를 점령하는데 범죄가 하나도 없을 리는 없다.
하지만 드론이 대부분의 전투를 수행한 이상 범죄를 저지른 병력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지하가 선언했다.
“이 시간부터 군사법원을 폐지합니다. 모든 재판과정은 인공지능이 맡을 것이며 검사와 판사 또한 동일합니다. 이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때 누군가가 허락도 받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대통령님!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일어선 사람은 국방부 조사본부장 권수형 준장이었다.
유지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떤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까?”
“이, 이번 사태는 명백히 군형법에서 규정하는 바를 벗어났습니다. 대통령께서 국가감찰실을 신설한 것은 이해하겠으나, 인간도 아닌 인공지능이 수사와 재판을 맡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권 준장.”
“예!”
“이해하라고 한 적 없습니다. 당신들은 내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
무뚝뚝한 목소리에 권수형 준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유지하는 장성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해두겠습니다. 지금까지 한 말과 앞으로 할 말은 요청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군인은 군인답게 상명하복을 따르면 됩니다.”
잊고 있었다.
이 사람은 실질적으로 한국을 통치하는 독재자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부정하고 있지만 그의 직위를 보장하는 헌법 조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 자체가 헌법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법이었다.
이를 부정하기 위해선 그를 끌어내려야 하지만 민의가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
한반도가 통일된 뒤 그의 지지율은 96%에 달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부당한 압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유지하는 준장 계급장을 어루만졌다.
“수사본부와 군사경찰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식구 감싸기에 수사를 지연시키고 피해자에게 압력을 넣는 등 활약이 대단했죠. 부디 앞으로도 그러길 바랍니다.”
“···”
“경고하는데, 지금 이 순간부터 바꾸십시오. 바뀌지 않으면 모조리 이등병으로 강등시키고 교도소 직행입니다. 알겠습니까?”
“며, 명심하겠습니다···”
“교도소 넘칠까봐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모조리 테라 섬으로 보내버릴 테니까.”
살기등등한 그의 앞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국군은 철저하게 박살났다.
국가감찰실에 의하면 천 명이 넘는 간부가 검거되었으며 추가로 검거할 인원도 수 천 명이 넘었다.
승전하고 돌아와 거창한 개선식까지 치른 국군의 기세가 확 꺾였다.
이 모든 것이 며칠 만에 처리되었기에 반대의 의견이 나올 겨를이 없었다.
뭐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반대를 하지.
그리하여 숙군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고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바로 인공지능에 의한 통제였다.
은근슬쩍 인공지능 검사와 판사가 들어서더니 모든 것이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민가를 약탈하고 민간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 중사는 재판정에 모니터 하나만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피고 : 대한민국 육군 중사 박준석」
「혐의 : 부대원들과 함께 평양시 봉남동에서 3채의 민가를 약탈하고 6명의 민간인을 폭행함」
증거가 주르륵 나열되었고 박준석 중사는 입을 딱 벌렸다.
대체 어떻게 알아냈나 싶은 것들만 나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부대원들의 자백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뭔 씨발 인공지능이 지랄하고 있어? 이건 재판이 아니야!”
이를 갈며 몸을 흔들었지만 안드로이드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판결이 표시되었다.
「판결 : 이등병 강등. 즉시 전역. 퇴직금 전액 삭감. 감형 없는 징역 5년」
그걸로 끝이었다.
박준석이 멍하니 있는 동안 안드로이드들이 그를 끌고 나갔다.
이제 그는 테라 섬으로 가서 형기를 채우게 될 것이다.
외부의 변호사를 고용해 항소할 권리는 있지만 인공지능을 상대해야 하므로 승산은 극히 낮았다.
한 변호사는 박준석과 화상면회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방법이 없습니다. 인공지능이라서 철저히 논리로만 승부해야 하는데 증거를 다 갖고 있어서 안 먹혀요.”
“아니 북한놈들 좀 팬 게 그렇게 죄가 됩니까? 그 새끼들 게릴라였다고!”
“거 보니까 무고한 주민들 팬 게 확실하더만요. 이만 인정합시다. 사회가 바뀌어서 선을 넘는 범죄는 용납이 안 돼요.”
“그 선은 누가 정하는데!”
변호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사람이 정하죠.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들고 일어나야지.”
당연하지만 들고 일어날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범죄자를 단호히 처단한다며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일부 법학 전문가들은 형량이 높은 군형법이 이렇게 급하게 적용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군 내부의 일이라 언급하기가 껄끄러웠던 탓이다.
또한 정부에서 시기적절하게 보상안을 발표한 것도 있었다.
유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모든 장병에게 최대한의 대우를 할 것이라 선언했다.
“통일수당 외에도 한 달간의 휴가가 지급될 것이며 인류연합에 머무를 수 있는 영주권을 부여할 것입니다. 집세와 교통비가 면제되며 푸드쿠폰 또한 지급됩니다.”
말하자면 북태평양 섬의 별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왕복운임도 무료이며 푸드쿠폰까지 준다니 이만한 혜택이 없었다.
다만 테라 섬에 어떤 시설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그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불거졌다.
우리한테는 왜 아무것도 없냐는 불평이었는데 유지하는 그들을 무시했다.
“전투하지 않았으니 대가도 없습니다. 앞으로 인류연합에선 그게 기본이 될 겁니다.”
한국이 아니라 인류연합을 언급한 게 이상하지만 워낙 들뜬 분위기라 그냥 넘어갔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인들은 유지하가 확실하게 군을 지배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간부를 숙청했음에도 반항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확실히 군권을 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군 통수권자라서 군인들이 조용한 게 아니었다.
군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약점을 틀어쥐고 있어서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안드로이드까지 있어서 실질적인 무력에서도 그가 우위에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유지하를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현대의 한국에서 쿠데타란 꿈같은 소리였다.
유지하는 그렇게 군을 완전히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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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선언되었고 실질적으로 남북이 합쳐졌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군사분계선 주위의 감시체계는 그대로였고 북한 주민들에겐 여전히 거주이전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이냐에 집중되었다.
한국 정도의 덩치로 북한을 흡수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던 서독과 동독의 통일조차 온갖 부작용이 만연했고 30년 동안 통일세를 거둬들여야 했다.
그리고 북한에 존재하는 많은 기반시설은 한국의 시선으로 보면 쓰레기 그 자체였다.
도로망과 상하수도, 건물 등 모든 것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어마어마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했다.
그 말은 한국 국민들이 막대한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통일까진 좋았는데 이젠 어쩌지? 북한 주민들은 막말로 거지나 다름없다. 우리가 저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북한의 시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부 밀어버리는 게 낫다.
―일단 무기부터 수거해서 폐기해야 한다.
유지하는 북한재건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가 위원장이며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해 북한의 재건에 나서게 된다.
“여러 말이 나왔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주민들에 대한 통제입니다. 인구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현재 산간지역을 제외한 도시 대부분의 인구조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약 1700만 명에 달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적군요.”
중요한 건 이들 중의 다수가 마약에 찌들어 있다는 것이다.
UN 조사기관에선 북한 주민들의 1/3 가량이 마약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아르마는 45%라고 보고했다.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마약을 경험한 것이다.
주민 대부분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 북한은 재건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을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유지하는 북한 전역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주민들을 살리려면 통제 체제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도시를 제외한 산간지역에 100곳의 수용시설을 설치하겠습니다. 장소는···”
수용시설 건설과 물자 공급계획이 짜여졌다.
주민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해내야 했다.
흩어진 상태로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상업 활동을 정지시키고, 화폐를 폐지합니다. 그리고 북한 전역은 대한민국 정부가 소유합니다. 분단 전의 권리는 모두 무효입니다.”
하나같이 난리가 날 조치들이었다.
유지하는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최소 10년 동안 국경을 봉쇄하고 배급체제를 유지합니다. 모든 기반시설을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새로 지을 겁니다.”
여기까진 좋다.
어차피 북한의 시설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새로 짓는다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 재정은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한국 정부의 예산은 뻔하며 이미 막대한 전비를 소모한 바 있다.
해결하지 못한 국채도 엄청나며 더 이상 예산을 늘리기엔 어려운 처지였다.
통일세는 당연하고 기금이나 국채 발행 등이 추가로 필요했다.
UN 등 국제기구가 도움을 주겠지만 북한 전체를 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사람들이 유지하의 입만 바라봤다.
“지금부터 돈을 좀 벌어볼까 합니다.”
“···”
그럼 지금까지 번 돈은 뭐지?
인공 태양
2028년 9월 현재 전 세계의 핵융합로 연구는 지지부진한 단계였다.
연구비는 계속 투입되었지만 중요한 삼중수소를 제대로 증식시킬 블랑켓을 제작하는데 실패했다.
그 외에도 당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신라그룹에서 공급하는 초전도체 언옵테늄을 썼는데도 상업발전은 지지부진한 것이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모를까, 10년 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하여 전 세계 핵융합 관련 연구자들은 솔라퓨전에서 건설하는 이온빔 핵융합로 1호기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당초 유지하는 2년 안에 상업발전에 준하는 핵융합로를 개발할 수 있다 자신했고 그 기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해가 넘어가면 사실상 이온빔 핵융합로는 개발 실패라고 봐야 한다.
다만 여러 국가에 의해 유출된 소식에 의하면 솔라퓨전은 이미 기술실증로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고 한다.
50MW는 물론 5GW급 핵융합로까지 개발이 거의 끝났다는 것이다.
워낙 정보가 없어 연구자들을 애타게 하는 요즘, 갑자기 솔라퓨전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왔다.
―5GW급 이온빔 핵융합로 개발 완료.
―곧 있을 기술 시연회에 관계자들을 초대할 예정.
달랑 두 문장이 전부라 연구자들은 당황했다.
―정말 5GW급 핵융합로의 개발이 끝난 건가? 아무런 정보 공개도 없이?
―5GW면 어지간한 원자로 5기와 맞먹는 출력이다. 자료를 보면 상당히 소형으로 보이는데 과연 가능할지···
―이 핵융합로가 100기만 있어도 전 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를 모조리 대체할 수 있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출력이다.
―건설비용은 크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방사능이 거의 없고 비로소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희망적인 관측을 하는데 비해 독일을 제외한 유럽과 중국 쪽에선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관련 논문 제출 2건, 국제 세미나도 크로스 체킹도 없음. 이런 연구진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출력 제어에 인공지능이 대폭 개입했다고 하는데 데이터를 얼버무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요즘에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믿는 풍조가 존재한다.
―데이터 공유에 인색하고 독단적인 이런 기업이 핵융합로 연구의 최선두에 서 있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기적이나 다름없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발 사실이길 바란다···
세계의 기후변화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영역에까지 와 있었다.
해마다 폭염과 홍수, 한파와 폭설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발전소와 차량에서만큼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핵융합로의 시연은 매우 중요했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성 있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가의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다만 EU는 한국과 관계가 극히 좋지 않았기에 그 점이 문제가 되었다.
자존심 탓에 그가 요구하는 조치를 무시하다가 오늘날에까지 이른 것이다.
EU 시장의 덩치를 생각하면 적당히 풀어줄 만한데 전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쯤에서 시연회의 초대장이 돌려지자 EU의 관계자들은 긴장하게 되었다.
독일을 제외하고 정말로 한 장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U와 각국의 수뇌부는 즉각 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진짜 관계를 단절하자는 건가?
―한국은 지금 돈이 많이 필요하다. FTA를 파기하면 이쪽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만약 숙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여름 홍수로 지급해야 할 생활안정비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EU가 개인의 불합리한 처사에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불합리한 처사를 먼저 유지하에게 강요했음을 상기해라.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당시 수뇌부는 미쳤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 회원국들 사이에선 개별로 한국과 협상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