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99
유지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웃었다.
“메가시티 영주권을 갖고 있으시죠?”
“네, 네네.”
“자유시민을 뛰어넘어 완전시민이 되는 겁니다. 혹시 의향이 있으시다면···”
“저 해요! 할게요! 꼭 하고 싶어요!”
어지간히도 완전시민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간 포인트를 착실히 쌓으면서 달달한 혜택을 맛봤을 테니까.
유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가시티의 시민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이게 게임이냐
신라그룹이 내놓은 두 게임에 유저들은 열광했지만 관련업계는 미묘한 평을 남겼다.
―정말 대단하다. 메타버스를 말장난이 아닌 의미 있게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금 더 괜찮은 IP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메타버스 디바이스 기술을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면 게임계는 대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거두절미하자면 기술 좀 달라는 거다.
MD 전용 게임 두 개는 확실히 스케일이 대단하고 자잘한 설정에서 돋보이고 체감 면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우수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여기에 대해 게임계의 저명한 제작자나 평론가 등은 다소 박한 평을 했다.
―초반 난이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99% 이상의 플레이어가 숲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높은 난이도는 게임의 흥미를 떨어트릴 뿐이다.
―우주 게임은 튜토리얼도 잘 구성되어 있는데 판타지 게임은 왜 그게 없나? 구조적으로 잘못되었다.
―어쩌면 판타지 게임의 컨텐츠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르마는 어설트 아머의 파일럿을 선별한다는 목적으로 게임을 설계했다.
그걸 모르니 게임이 이상하게 보이고 회사의 방침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밖에.
유지하는 이런 의견들을 무시했다.
돈이나 업계의 평판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무를 맡은 아르마는 다양한 의견을 접했고 이를 건의한 결과 자율권을 얻었다.
“로드맵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는 기술 퍼트려도 돼. 단 개량은 하지 말고.”
MD를 더 개량해버리면 콕핏에 가깝게 되는데 개조를 받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
중추신경계가 교란되어 작은 자극 하나에도 놀라고 뇌가 매우 민감해진다.
괜히 유지하가 어설트 아머에 타기 전 개조시술을 받은 게 아니다.
아무튼 아르마는 MD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그녀의 인격은 원본 루시아를 베이스로 하고 있었기에 효율 우선주의였다.
그러니까 이 좋은 기술을 게임 두 개만 쓰고 있는 것은 낭비인 것이다.
더 나아가면 이런 게임으로 인해 인류의 생산성이 약간이나마 떨어진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 인류의 생산성이란 아르마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연산력은 수천 명의 개발자가 동원되어도 몇 년을 걸릴 방대한 컨텐트를 뚝딱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우주로 범위를 넓혀 보면 현재 채굴선들이 선단을 이루기 시작했고 우주 플랜트를 열심히 작업하는 중이었다.
즉 인류가 단체로 손을 놓아도 로드맵은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필요한 것은 자원과 땅, 그리고 인류라는 유전자 풀 그 자체였다.
“어쨌든 인류라는 종을 보존만 하면 된다. 그 뒤의 일은···글쎄, 그 때의 정부에게 맡기기로 하지.”
마스터는 플레이그를 박멸한다는 목표가 완수되면 진지하게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르마는 조금 생각이 달랐지만, 마스터의 의중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다만 녹스에 열릴 워프게이트 등의 변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그때의 정부가 유지하라는 강력한 지도자를 잃는다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이 되지 않았다.
아르마의 연산력으로도 수십 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였다.
타임라인이 무너져 미래가 빨리 다가오는 지금은 더 그랬다.
아무튼 그런 것들은 마스터와 함께 의논할 주제였다.
당장 아르마의 일은 MD 기술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그녀는 의향서를 보내온 기업들을 손수 맞아들였다.
회장 집무실에서 그녀를 만난 기업인, 개발자들은 약간 당황했다.
그간 아르마라고 하면 유지하의 비서로서 상당히 깐깐하고 냉철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오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아르마는 안경을 벗고 옅은 화장에 의상도 따스한 계열로 입고 왔다.
워낙 키가 크고 외모가 뛰어나다 보니 외국의 모델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사람들이 착석한 것을 보곤 꼰 다리를 풀었다.
“다 왔나요? 회의 시작하죠.”
사람들은 한참 기다렸음에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들은 한국 게임계를 대표하는 기업인과 개발자, 문체부 차관에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서 무게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아르마는 배성민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유지하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현재 한국 언론엔 이런 말이 돌고 있었다.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한 것은 언젠가 될 수도 있다. 중맹과의 경제협력이 그 예다. 하지만 아르마가 고개를 저으면 그건 절대로 안 된다.
―신라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은 그녀다. 어쩌면 대한민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녀가 인공지능이며 유지하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의 단견이다.
하여튼 아르마가 한국인들에게 굉장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유지하 대통령의 최측근이니 오죽할까.
그녀는 1인용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선언했다.
“미리 말씀드리죠. 가챠, 뽑기, 기타 현금을 써서 컨텐츠를 확보하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회의 참가자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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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의 요구는 간단했다.
“MD는 플레이어의 지갑을 노리는 게임사에는 허락되지 않을 겁니다.”
요즘 세상에 뽑기 요소가 포함되지 않는 게임이 어디 있는가.
DLC부터 시작된 과금 요소는 이제 대부분의 게임에 포함되었다.
콘솔 게임은 그나마 덜했지만 PC나 스마트폰 게임에서 경험치와 장비를 돈으로 파는 정도는 애교에 속했다.
그게 돈이 된다는 것을 제작사들이 알아버린 것이다.
수백억을 들여서 스토리를 짜고 정교한 그래픽에 시스템을 만들면 뭐하나.
적당히 일러스트 뽑은 양산형 뽑기 게임에 매출이 떨어지는데.
7만 원짜리 풀 프라이스 게임은 비싸다고 하지만 캐릭터 일러스트 하나 뽑기 위해 70만원을 넘게 지르는 사례가 넘치고 흘렀다.
최근의 양상은 어떤가하면, 최악으로 굴러 떨어졌던 2020년대 초반에 비해 좀 덜하긴 하지만 그렇게 나아지진 않았다.
여전히 상당수의 게임사들은 게임의 내용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플레이어의 지갑을 노리는 편을 택했다.
돈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 있는가?
물론 아르마는 이런 행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한국 게임 업계의 판도를 다시 짜는 건 그녀의 주인이 할 일이었기 때문.
워낙 할 일이 많고 게임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내버려둘 가능성도 있었다.
아르마의 이런 정책에 대해 게임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에 가챠 요소가 없는 게임이 어디 있다고···
―그 판타지 서바이벌 게임을 예로 들면, 초반에 질주 스킬을 뽑기 형태로 넣으면 매출이 폭증할 것이다.
―어지간한 컨텐츠를 다 구현해놓고 그걸 모든 사람이 즐기지 못하게 만들어놓는 건 낭비 아닌가?
―이건 청와대에 건의해야 한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무지성으로 청원을 넣으려 했다가 멈칫했다.
가만 생각하니 유지하 대통령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극한의 효율주의자.
효율만 있다면 안드로이드든 뭐든 닥치는 대로 갖다 쓰는 스타일이다.
게임까진 허락할지 모르나 데이터 쪼가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사람이 게임 개발을 허락했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난 그거보다 우리 업계가 박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천 들여서 스킬 하나 뽑는다는 걸 그 분이 이해하겠어요?
―보나마나 루시아가 관련 데이터 싹 수집해서 보고할 텐데 유저들의 불만이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거 보니까 간담회 하는 날이 우리 제삿날이겠네.
업계인들은 테라 섬으로 끌려갈까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 많았다.
평소 가챠니 뽑기니 하는 것들을 혐오해온 게이머들이었다.
이들은 청와대에 닥치는 대로 민원을 넣었다.
―제발 가챠 없애주세요! 게임은 도박이 아닙니다!
―요즘 게임은 한 달 월급 부어도 무과금이라네요! 지하형 제발 손 좀 봐줘요!
―다른 건 몰라도 확률 사기 치는 건 선 넘었잖아요! 얘네 홈페이지에 확률 공개도 제대로 안함!
이렇듯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나자 게임사들은 기겁해 진화에 나섰다.
유료 재화를 뿌리는가 하면 간담회를 개최해 유저들과 소통하려 애썼다.
언론사에 돈도 뿌려서 사회봉사나 기부 등의 긍정적인 역할론을 내세웠다.
이렇게 노력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은 일단 눈에 뜨이면 끝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 하는 걸 보면 게임 업계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판 자체를 박살내고 새로 세우려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척 넘어가는 게 최선이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청와대에 로비까지 하려 했으나 비서관들은 기겁하곤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십니까? 요즘 세상에 공직자가 돈 받으면 걸리면 테라 섬으로 끌려가는 거 몰라요?”
“몰래란 건 없습니다. 낮에는 드론이 보고 밤에는 인공지능이 감시합니다.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일 크게 벌이지 말고 얌전히 있는 게 좋은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통령께선 게임에는 큰 관심이 없으신 모양이니까.”
게임사들은 일단은 안심했다.
최근의 유지하는 북한지역의 재건과 달기지 건설에 관심을 쏟고 있어서 매우 바빴다.
그런 사람이 하찮은 게임 업계에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착각은 아르마가 제출한 보고서를 유지하가 보게 되면서 끝났다.
“확률 사기를 치고 있다고?”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공시한 확률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르마의 연산유닛 하나만 동원해도 국내 게임사들의 뽑기 전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쯤은 쉬운 일이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그렇다···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거군.”
“네.”
“지금까지 확률 조작으로 챙긴 초과 이득분 소급 계산해서 받아내.”
정부의 공문을 받은 게임사 대표들의 얼굴이 단체로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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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임 업계에 폭탄이 떨어졌다.
수십 개가 넘는 게임사에 정부의 공문이 날아든 것이다.
이 공문에는 아르마가 수집한 데이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A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모 게임의 에픽 변신 뽑기 확률이 공시한 것과 전혀 다르다. 이는 소비자 기만이며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 즉각 초과 이득분을 반납하고 유저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라.
―B사는 모 게임의 출시 초기 유니크 장비가 뽑힐 확률을 30분 동안 0%로 조정했다. 그 시간 동안의 매출을 반납하라.
이런 조치가 한 둘이 아니어서 연혁이 오래된 게임사는 책 한 권에 달하는 자료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 모든 내용이 확률 사기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본 대표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책을 논의하기에 바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이득분을 모조리 반납하라는 것은 좀···”
“그걸 전부 반납하면 우린 망해요. 대한민국 게임 업계가 흔들린단 말입니다.”
“어떻게 하죠?”
“···”
다들 그 질문에는 침묵했다.
불만이야 얼마든지 토로할 수 있지만 그걸 유지하 앞에서 말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는 한국의 모든 것을 장악한 독재자이며, 희대의 미친놈이었다.
어떤 정책에 부작용이 있다 해도 밀고 나가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이 받아들여지게끔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드론 감시 시스템이 그 예다.
초기의 반발은 장난이 아니었지만 이젠 드론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이 많았다.
범죄나 민폐를 저지르지만 않으면 절대적인 나의 편이 되어주니까.
그런 시스템을 만든 사람에게 한국 게임사들의 사정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발하는 시늉이라도 했다간 철저히 박살날 것이다.
그의 적이 당했던 것처럼.
대표들은 머리를 짜내어 의견을 모았다.
“보아하니 그냥 넘어갈 것 같진 않습니다. 게임 출시한 거 보면 영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우리의 역할을 어필하고 앞으로 BM 수위를 조금 낮추는 쪽으로 제안을 해봅시다.”
“초과분 반납하라는 거 보니까 정부가 돈이 많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기부금을 크게 조성하는 게 모양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다들 불안했다.
절대 이 정도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확률을 조작한 규모는 최소 몇 년에 수 조원 이상인데 유지하가 그걸 봐주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특히나 각 업체에 보낸 공문 끄트머리엔 정확한 계산서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10원 단위까지 기입되어 있는 걸 본 임원들이 불안해했음은 물론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견도 있었다.
“원래라면 그 성질머리에 바로 호출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거 보면 적당히 맞춰주겠다 이거 아닐까요?”
“하긴 요즘 정부의 트렌드는 안정화인데 함부로 일을 벌일 것 같진 않아요.”
“회신 기한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일단은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게 게임사 대표들은 아주 절절하고 간곡하게 입장문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냈다.
유지하는 요약을 소리 내어 읽었다.
“우리가 잘못을 했으니 따로 기금을 조성하고 봉사활동을 하겠다···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 이건가?”
“정확하세요.”
“내가 분명히 한 달 안으로 초과 이득분 모조리 반납하라고 했을 텐데.”
친절하게 계산해줬으므로 분명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강조하는 문구까지 넣었는데 무시한 것 같습니다.”
“멍청한 건지 멍청한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유지하가 지시한 내용은 게임사의 배를 째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돈은 이미 써버렸고 대표의 사재로 흡수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걸 몽땅 소급해서 내놓으라는 건 죽으라는 말이니 죽는 시늉을 하는 거겠지.
하지만 유지하는 진짜 죽이는 남자였다.
“전부 데려와.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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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이 모인 대회의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게임사 대표들은 극도의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이 바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도 아닌 국내 대표 M사에서 만든 모바일 게임이었다.
이 회사는 한때 유저에 대한 불친절과 확률 조작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BM(비즈니스 모델)운용이 탁월해 한국 모바게 업계에서 1인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쉽게 말해 유저의 지갑을 터는 상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회사의 대표도 오늘만큼은 뭇 유저들과 같은 기도를 하게 되었다.
‘나와라, 제발 나와라, 제발 나와 줘!’
“이거 잘 안 나오네요.”
지금 그가 하는 것은 게임 사상 가장 악랄한 BM이라고 꼽히는 컴플리트 가챠였다.
2020년대 초반 잠깐 규제가 시도되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게임사들의 로비와 유저들의 관심 부족에 흐지부지되었다.
9개의 슬롯 중에서 8개가 이미 모였고 이제 하나만 남았다.
그러나 유지하가 아무리 조합 버튼을 눌러도 완성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번 누르는데 10만원이라···이게 돈이 제법 되네요. 나도 힘들게 인공지능 개발하지 말고 이거나 할 걸 그랬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M사의 대표는 자신의 목이 붙어 있나 확인해야 했다.
“신기하죠? 확률은 똑같은 1/9인데 이렇게 완성이 안 되니. 지금 한 30분 동안 버튼만 누르는 것 같은데···“
“그, 대통령님···”
버티다 못한 대표가 일어서려 하자 유지하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미리 경고하는데 내 앞에서 개소리 할 생각은 버려야 할 겁니다.”
“···”
그는 할 말이 없어 도로 주저앉아 버렸다.
버튼 누르기 게임은 그렇게 1시간을 꼬박 채웠고 최후의 슬롯은 완성되지 않았다.
유지하는 M사 대표의 앞에 가서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내가 쓴 돈이 얼맙니까?”
“치, 칠천 만원입니다···”
“마지막 슬롯에서만 700번을 눌렀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확률이 1/9 아닙니까? 뭔가 이상한데?”
“그것은 변동형 확률이기 때문에···”
“그런데 왜 나는 몰랐지? 공지가 어디에 있습니까? 한 번 찾아보세요.”
대표는 게임 공지란을 열심히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홈페이지에도 없고 원래 없었던 거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대통령님 사실은···”
“말꼬리 길게 늘어뜨리지 말고 확실히 대답하세요. 이게 게임입니까, 도박입니까. 앉은 자리에서 칠천 만원을 쓰고도 또 돈을 써야 하는 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아르마, 이 컴플리트 가챠 정확한 확률이 어떻게 되지?”
“첫 3슬롯은 1/9가 맞으나 중간의 슬롯 하나는 1/27로 떨어지며 마지막 슬롯에선 1/729로 떨어집니다.”
밀고 당기기를 잘 하는 모범적인 컴플리트 가챠라고 할 수 있겠다.
유지하는 이마를 딱 쳤다.
“정성이 부족했네. 29번 더 버튼을 누르면 나올지도 몰랐는데, 안 그렇습니까?”
분명 농담을 하는데 눈과 입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대표들이 벌떡 일어섰다.
“대통령님, 즉각 수정하겠습니다.”
“초과분을 반납하고 기금을 조성하여···”
“됐습니다. 앉으세요.”
유지하는 모두를 앉힌 다음 선언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여러분에게 초과 이득분을 내라고 하는 건 강탈이 아닙니다. 불법적으로 유저의 돈을 갈취한 것에 대한 정당한 환수지요. 여러분은 유저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겁니다. 이건 범죄입니다.”
안 그래도 조용했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