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6
#닥터 플레이어 136화
“엘무드, 준비해 온 것 설치해 줘.”
“네, 마스터!”
쿵!
엘무드는 묵직한 물건을 천막 안 탁자 위에 설치했다.
고가 마도구, 확대경이었다!
“……그게 무엇이오?”
“확대경이란 겁니다. 사물을 확대해서 보여주지요. 실례지만, 사막 벌레에 걸린 환자의 다리를 담근 물을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탕칸은 미심쩍은 얼굴로 말에 따랐다.
레이몬드는 물을 채취해 간단한 처리를 한 후, 확대경에 설치했다.
“한번 직접 보십시오.”
탕칸은 여전히 꺼림칙한 얼굴로 확대경에 눈을 가져갔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흉측한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거다!
“이, 이건!”
“사막의 벌레를 옮기는 물벼룩입니다. 저 물벼룩을 먹어 사막의 벌레에 감염되는 것이지요.”
레이몬드는 이번엔 물을 펄펄 끓인 후, 확대경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번엔 물벼룩이 모조리 죽어 있었다.
레이몬드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탕칸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물을 끓이면 사막의 벌레를 막을 수 있는지 이제 아시겠지요?”
“…….”
탕칸은 한참이나 입을 벌리고 있다가 떠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이런 지식을? 그대는 하늘에서 내려온 사막의 자식이라도 된단 말이오?”
사막의 자식.
사막 부족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하늘에서 위대한 사막의 자식이 내려와 그들 부족을 구원해 주겠다는.
그 전설 중에는 사막의 벌레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사막의 자식이 전능의 창으로 사막의 벌레를 모조리 참살한다는 예언이었다.
‘아니, 나 그런 것 아닌데?’
끓는 물로 벌레를 죽이는 건, 그냥 단순한 의학 상식일 뿐이다.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레이몬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들의 완벽한 협력을 얻을 방법이!
‘……사기이긴 하지만, 무려 사막의 벌레를 퇴치할 방법을 알려줬으니, 이 정도 사기는 괜찮겠지.’
“전 사막의 자식이 아닙니다.”
“그,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지식을?”
“단, 하늘의 음성을 듣긴 했습니다. 내가 지닌 의술을 통해 그대들을 괴롭히는 사막의 벌레를 퇴치하라고 말입니다. 그게…… 하늘의 계시였는지는 모르겠군요.”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다.
퀘스트 음성을 듣긴 했으니까!
예상대로 부족민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음성! 그게 정말이오?”
“하늘의 계시가 분명하오!”
탕칸을 비롯한 부족민들은 경악해 떠들었다.
“그, 그렇다면 저 이방의 왕자가 정말로 사막의 자식이란 말인가?”
“하지만 왜 사막의 자식이 머나먼 이방에서?”
레이몬드는 그들이 충분히 떠들길 기다렸다.
‘사막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것과 비슷한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여겨지게 해야지.’
그러면 저들의 협조를 얻기도 훨씬 수월할 거다!
그때, 탕칸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란 말입니까?”
“나는…….”
적당히 답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한슨이 답했다.
“마스터는 하늘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려준 위대한 빛입니다.”
“……뭐?”
갑작스러운 난입에 레이몬드는 깜짝 놀라 한슨을 바라보았다.
‘내 사기에 보조를 맞춰주려고?’
하지만 한슨은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며 발언한 것이다!
“전 당신들의 전설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건 마스터께서 오로지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계신 분이란 겁니다. 마스터는 하늘이 우리를 위해 내려준 빛임이 분명합니다.”
“…….”
그 거창한 말에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쟤의 바보 상태는 왜 갈수록 심각해지는 거지?’
심지어 한슨뿐이 아니었다.
엘무드도 한슨에게 질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맞습니다. 주군께서 제게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빛을 넘어 광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광명입니다!”
심지어 크리스틴조차 이렇게 말했다.
“전설은 모르겠지만, 마스터께서 빛인 건 맞으시죠.”
그렇게 모두가 진심을 다해 한 말을 하자, 란족의 사람들은 깜빡 넘어갔다.
“허어!”
“빛이라니.”
“이방의 빛이 우리를 구원해 주러 오셨어!”
사막의 자식은 아니라도, 이방의 빛도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창한 칭호였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잘 풀린 거겠지?’
레이몬드는 헛기침을 하였다.
뭔가 사기 아닌, 사기를 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때 예상 못 한 사태가 일어났다.
탕칸이 돌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방의 빛께 부탁하겠습니다! 부디 제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
“얼마 전 드로튼 왕국의 간악한 적, 베라드 놈이 우리 부족을 습격했습니다! 그때, 제 아들이 상처를 입은바,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이방의 빛께서 능력을 발휘해 주십시오!”
그러며 탕칸은 말했다.
“만약 제 아들을 치료해 주시면 베라드 악적 놈을 치는 데 힘을 보탬은 물론, 우리 부족의 보물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레이몬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보물이라고? 베라드 놈이 탐내던?’
무려 베라드가 탐내던 보물이다.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리라!
레이몬드는 짐짓 환자를 위하는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해 주십시오. 환자를 치료하는 건 힐러의 의무이자 기쁨.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 * *
“먼저 환자를 보겠습니다.”
레이몬드는 곧바로 치료에 나섰다.
“이곳입니다.”
“이, 이방의 빛을 뵙습니다.”
족장의 아들은 십 대 후반의 소년이었다.
정강이에 화살을 맞았는데, 힐을 받은 덕분인지 겉의 피부는 아물어 있었다.
하지만 주변부가 뻘겋게 부어 있고, 전신이 고열로 달아올라 있었다.
‘상처 안에 감염증이 생긴 거야.’
레이몬드는 곧바로 상태를 짐작했다.
“상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직접 손을 대 만져보니 열감이 느껴졌다.
꾹 눌러보니 환자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아악!”
레이몬드는 얼굴을 굳혔다.
‘골막하 농양이야!’
답을 알아냈지만, 레이몬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골막하 농양(Subperiosteal abscess).
뼈를 감싸고 있는 골막 밑에 생기는 농양으로 골수염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치료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항생 물질을 최소 4주는 복용해야 했고, 이런 농양이 있으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했다.
“어, 어떻습니까, 이방의 빛이여?”
족장, 탕칸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부족 최고의 힐러가 온갖 힐과 비술을 사용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만약 레이몬드마저 두 손을 들면 더는 방법이 없는 거다.
“혹시 치료 불가능한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치료가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힘들다면?”
“수술…… 그러니까 칼로 아픈 부위를 도려내야 합니다.”
“……!”
탕칸을 비롯한 부족민들은 크게 놀란 얼굴을 하였다.
칼로 아픈 부위를 도려내다니?!
충격적인 치료였다.
“그, 그건…….”
“대신, 나을 수 있습니다.”
레이몬드는 굳건한 음성으로 말했다.
‘충분히 할 수 있어.’
골막하 농양의 치료가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어엿한 ‘전문의’였다.
이런 치료 정도는 자신 있었다.
스킬, ‘의사의 카리스마’ 덕분에 강한 신뢰를 주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 자신감을 느낀, 탕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때, 한슨이 말했다.
“외람되지만, 족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스터를 믿어보십시오.”
“…….”
“믿는 순간, 족장님께서는 기적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탕칸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방의 빛을 믿겠으니, 제발 제 아들을 치료해 주십시오!”
레이몬드는 신뢰가 느껴지는 음성으로 답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 * *
레이몬드가 보였던 자신감처럼,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다, 다 된 겁니까?”
탕칸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네, 오염된 조직을 전부 깨끗하게 제거했으니 이제 약물 치료만 더 하면 회복할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탕칸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죽을 거로 생각한 아들이 회복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경악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란족 최고 치료사이자, A+급의 힐러인 쿠룬이었다.
‘미, 믿을 수 없어. 세상에 저런 치료술이 있다니?’
그는 레이몬드의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참관했다.
그리고 경악하였다.
‘직접 칼을 데어 오염된 조직을 모조리 거둬냈을 뿐 아니라, 뼈 안에 고름까지 모조리 빼내었어. 어떻게 저런 치료를 할 수가 있는 거지?’
쿠룬은 레이몬드의 수술 과정을 떠올렸다.
처음 피부 절개부터 감염된 뼈를 긁어내고, 골수 안의 농을 빼내는 것까지.
하나하나가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살아생전 저런 위대한 치료를 목격하게 되다니! 정말 이방의 빛이란 말인가?’
치료 전, 그의 제자로 보이는 소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믿는 순간, 기적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쿠룬은 그 말이 옮음을 인정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치료였다.
‘나도 저 치료를 배우고 싶어. 나도…… 배울 수 있을까?’
쿠룬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레이몬드는 모르는 사이, 새로운 제자 후보가 생겼다.
어쨌든 그건 나중의 일.
“이방의 빛을 칭송하며!”
“휴스톤의 왕자 만세!”
레이몬드가 치료한 소년은 란족의 후계자였다.
당연히 란족은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한껏 들떠 레이몬드의 이름을 칭송했다.
“레이몬드 만세!”
“이방의 빛 만세!”
들뜬 분위기 속에서 그런 외침이 울려 퍼졌고, 탕칸도 한없이 감사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한 대로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부족의 전사들을 출정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베라드 놈은 우리의 원수이기도 한바. 좋은 기회를 주심에 우리가 감사하지요.”
탕칸은 오아시스를 바라보았다.
“이방의 빛께서 말한 대로 앞으로는 물을 마실 때 꼭 끓여 먹도록 하겠습니다. 상처 난 다리를 오아시스에 담그는 것도 금지하고요.”
“네, 그렇게 하면 사막의 벌레는 어느 순간 박멸될 것입니다.”
사막의 벌레. 기니 벌레는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
즉, 감염된 인간이 사라지면 박멸되게 된다.
‘현대 지구에서는 이런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여 거의 박멸된 상태지. 간단한 방법이니, 자연스레 다른 부족에도 방법이 전달될 거야.’
레이몬드는 이 치료법이 다른 부족에도 전달되길 원했다.
아마 그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사막의 부족끼리는 소통이 활발하니까.
그 생각이 맞는다는 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막 사람을 괴롭혀온 사막 벌레 퇴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업적 : ‘사막의 벌레 퇴치법의 파종자’를 달성하였습니다!] [퀘스트 보상 외에 추가 보너스를 얻습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보너스 스킬 포인트를 100점 얻습니다!]퀘스트 보상 말고도 추가 2레벨 업에 스킬 포인트 100점!
원체 큰 업적이다 보니 보너스가 후했다.
이후, 벌레에 감연된 환자들을 추가로 치료하였다. 그가 알려준 방법은 예방법이라, 현재 감염된 환자들은 따로 치료해야 했다.
그리고 레이몬드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왜 다른 이야기가 없지?’
레이몬드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보물 주기로 했잖아! 베라드 대공이 탐내던 그 값진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