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55
#닥터 플레이어 255화
연회장에 나타난 레이몬드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찬란함. 훌륭함. 카리스마. 위압감. 잘 생김. 매력. 설렘. 기분 좋음.
수많은 단어가 레이몬드를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만큼 그에게서 숭고한 기품과 매력이 흘러나왔다.
마침, 하늘에서 빛이 번뜩였고, 정말 후광처럼 레이몬드의 주변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번뜩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빛의 왕자.
그만큼 숭고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휴스톤의 빛이라더니?’
‘환자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 덕분에 저런 자애롭고 아름다운 인상을 지니게 된 건가?’
레이몬드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어색한 얼굴을 하였다.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영업 뛰어야 하니까. 어째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데?’
레이몬드는 흐흐, 웃음을 지었다.
연회장 가득한 귀빈들의 얼굴이 돈 자루로 보였다.
사심 가득한 미소였지만, 스킬 효과가 워낙 강력해서일까?
숭고한 미소처럼 보였다.
‘정말 빛 같은 모습이구나.’
‘소문이 정말이었어.’
이후 연회는 자연스레 레이몬드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단지 스킬발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뜻밖에 그의 추종자가 여럿 있었다.
첫째로 드로튼 왕국과의 전쟁 때 동맹국으로 참전했던 이들이다. 전쟁 때 레이몬드의 도움을 받았던 이가 몰려들었다.
의외로 적지 않은 수였고, 그중에는 클레버 왕국의 엔리케 왕자도 있었다.
엔리케 왕자는 그때의 은혜를 갚으려고 열심히 레이몬드를 칭찬하고 다녔다.
둘째로 카탈 왕국의 귀족 로이안.
일전 드로튼 왕국 천연두 사태를 유발한 환자로 레이몬드 덕에 목숨을 구함받은 적 있다.
그도 열심히 레이몬드의 위대함을 설파하였다.
그 외에 쥬드 공주를 지지하던 카탈 왕국의 귀족들도 레이몬드를 칭찬하였다.
덕분에 레이몬드는 횡재한 얼굴을 하였다.
‘돈 자루들이 알아서 날 홍보해 주고 있어!’
기회였다.
그는 적극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였다.
‘흐흐. 카탈 왕국은 천국이야. 예비 돈 자루 호구가 이렇게 많다니!’
그런 속마음이었지만, 빛의 왕세자 효과 덕분에 그가 하는 말들은 모두 숭고한 발언처럼 들렸다.
그렇게 레이몬드의 영업은 순풍을 만난 배처럼 순항하였고, 적잖은 타국의 귀족들이 의술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처음 듣는 치료술인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가 보오?”
“그런가 봅니다. 힐 말고, 효과가 있는 치료라니? 신기하네요.”
사실 타국의 귀족 대부분은 의술을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
여러 사람의 호의적인 반응 덕에 많은 이가 의술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사람들이 쑥덕이자 일부 인물들이 불편한 얼굴을 하였다.
바로 정통 힐러들.
특히, 치유의 탑에서 사절로 온 고위 힐러들이었다.
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번드르르한 겉모습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다니.’
‘경연 대회 때 두고 보자.’
마침, 경연 대회가 있다.
‘곧 세인트급 힐러가 될 솔트 경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시니.’
‘놈을 철저히 짓밟아주겠지.’
힐러들은 그렇게 경연 대회를 기다렸다.
한편, 그들 말고 불쾌해하고 있는 이들이 더 있었다.
순식간에 관심에서 소외된 3강의 두 왕자였다.
그들은 우뚝 입을 다물고 있었다.
“…….”
“…….”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 상황이 바뀌는 외침이 들렸다.
“쥬드 왕세녀 전하이십니다!”
연회의 주최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쥬드 왕세녀가 첫 춤을 추면 본격적으로 연회의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이다.
두 왕자는 크흠, 헛기침하였다.
이제 그들이 주인공이 될 차례였다.
“쥬드 왕세녀가 누구에게 춤을 청할지 모르겠군. 첫 주인공이 되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라고.”
“그건 제가 드려야 할 말씀 같은데요. 두 번째 춤은 에스텔 성녀의 차례일 테니,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만국 연회의 본격적인 개막은 두 차례의 춤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카탈 왕국의 왕위 계승자의 춤.
둘째는 귀빈 중 가장 신분 높은 여인의 춤.
그러니 첫째는 쥬드 왕세녀, 둘째는 에스텔 성녀의 차례였다.
당연히 둘의 춤 상대가 되는 건 대단한 명예였다.
이번 연회의 가장 빛나는 귀빈이 되는 셈이니까.
특히, 첫 번째, 쥬드 왕세녀의 춤 상대가 되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물론 쥬드 왕세녀가 첫 춤을 신청할 상대는 3강의 두 왕자 중 한 명일 것이 분명했다.
두 왕자는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망의 연회 첫 춤은 이 연회의 가장 하이라이트 이벤트인데, 쥬드 왕세녀가 생각지도 않은 인물에게 춤을 청한 거다!
“레이몬드 왕세자님, 제게 첫 춤의 영광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그 말에 모두 놀란 얼굴을 하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연회장 모두는 쥬드 공주가 3강의 왕자 중 한 명에게 춤을 신청할 거로 여겼다.
“전하. 그건…….”
카탈 왕국의 일부 사람들이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쥬드 왕세녀는 당당한 태도로 말하였다.
“레이몬드 왕자님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며, 또한 이 연회장에 참석한 이 중 누구보다도 환자와 백성을 위하는 분입니다. 그러니, 제 첫 춤의 상대로 가장 적절하지 않겠습니까?”
“……!”
그 파격적인 이야기에 연회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쥬드 왕세녀가 레이몬드를 존경하고 있다니?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하? 진심이십니까?”
참고로 그들은 버몬트파로,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쥬드는 거리낌 없이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진심입니다. 보십시오. 레이몬드 왕자님의 얼굴을.”
“……?”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하는 레이몬드 왕자님의 고뇌가?”
레이몬드는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나 지금 돈 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연회장의 참석한 사람들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쥬드 전하의 말씀이 옳은 것 같습니다.”
“레이몬드 왕자님은 연회의 참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환자 치료에 관한 이야기만 하셨어요.”
그런 게 아니다. 레이몬드는 그저 열심히 잠재 호구를 유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쥬드는 거세게 꾸짖듯 말하였다.
“같은 힐러로서 저토록 환자를 위하는 분을 존경하는 게 이상한가요?”
그렇게 카탈 왕국의 힐러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사라졌고, 쥬드와 레이몬드는 첫 춤을 추었다.
쥬드가 레이몬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다짐한 게 있습니다, 스승님.”
“뭡니까?”
“스승님의 모든 걸 최선을 다해 배울 겁니다. 의술은 물론, 숭고한 마음까지요.”
쥬드는 특히 ‘숭고한 마음’에 악센트를 넣었다.
‘……내 마음은 탐욕으로 가득한데?’
레이몬드는 헛기침을 하였다.
무언가 무서웠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한슨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동화처럼. 아니, 천상의 극처럼 아름다운 춤이 펼쳐졌고, 연회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
“…….”
한편, 3강의 두 왕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 춤을 지켜보았다.
이제 아무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완전한 그림자가 되었다.
그때, 분위기가 반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춤은, 에스텔 왕녀님이십니다!”
에스텔 왕녀!
두 왕자의 눈에 다시 빛이 돌았다.
‘저런 철딱서니 공주보다 에스텔 왕녀가 진짜라 할 수 있지.’
‘에스텔 왕녀는 당연히 이 몸을 상대로 선택할 겁니다.’
두 왕자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에스텔 왕녀의 명성은 심지어 두 왕자보다도 더 높았다.
그런 그녀의 상대가 되면 충분히 체면을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에스텔 왕녀조차 레이몬드에게 춤을 신청한 것이다!
“저, 전하? 어째서?”
치유의 탑에서 사절로 온 힐러들이 당황해 만류했다.
하지만 에스텔은 기품있는 태도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전 이전부터 레이몬드 왕세자님을 흠모해 왔던걸요?”
“…….”
치유의 탑 힐러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에스텔은 치유의 탑에서도 굉장히 영향력 있는 세인트였다.
그런데 저런 발언이라니?
그나마 크지 않은 음성으로 말해, 주변에 퍼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왕세자님과 함께 춤을 추는 영광을 누리고 싶습니다.”
‘……음, 뭔가 꺼림칙한데.’
레이몬드는 마냥 반갑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건데, 에스텔에게서 이상하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일.
레이몬드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그는 연회의 막을 여는 첫 번째, 두 번째 춤을 추었고, 덕분에 연회의 완벽한 주인공이 되어 열심히 의술 홍보를 하였다.
‘어쨌든 좋아! 이번 연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의술이 홍보될 거야!’
하지만 레이몬드가 간과한 게 있었다.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가 ‘상’이었다는 것을.
아직 제대로 된 퀘스트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
“…….”
완전히 체면을 구긴 왕자들은 레이몬드를 보며 싸늘하게 말하였다.
“이틀 후가 기대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틀 후, 경연 대회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실질적으로 본 무대는 이틀 후 경연 대회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그저 가볍게 손만 보려고 했는데, 처절히 치욕을 주어야겠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싸가지 고드 왕자는 라이슨 왕자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인상의 미소년, 라이슨 왕자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밑 작업을 하죠. 놈이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얼굴도 들지 못하게 말입니다.”
얼굴도 못 들게.
고드 왕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라이슨의 말뜻을 알아챘다.
“좋지. 최대한의 망신을 주어 촌구석에서 다시는 기어나오지 못하게 해주지.”
현실적으로 동맹국의 왕세자에게 거칠게 손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연 대회 때 망신을 주는 건 가능하다.
특히 미리 잔뜩 소문을 퍼트리면 최악의 망신을 줄 수 있으리라.
‘최고의 불명예를 안겨주마.’
저 건방진 레이몬드 놈을 희생양으로 삼은 후, 그들은 이 연회의 주인공이 되리라.
우등한 그들로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 * *
한편, 그런 마음을 먹은 건 두 왕자뿐이 아니었다.
현시점 카탈 왕국의 최고 권력자, 버몬트 공이 차가운 눈빛으로 통신 수정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 부탁합니다. 이번 경연 대회 때 레이몬드, 그 건방진 놈을 짓밟아주길.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인트 조르스.”
버몬트 공의 입에서 놀라운 이름이 튀어나왔다.
세인트 조르스!
이휘(二輝, SS)급 세인트이자, 치유의 탑 제2의 지부 광명의 탑의 부탑주였다!
그런 거물이 레이몬드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잡초의 싹은 미리 짓밟는 게 좋겠지요. 그러면 경연 대회 때 믿고 부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