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82
#닥터 플레이어 382화
피오네를 수행하는 성 로제트 왕국의 대신은 놀란 눈을 하였다.
피오네는 레이몬드의 소문을 듣고, 직접 그를 만나보고 싶어서 할아버지, 슈테판 3세에게 고집을 부렸다.
슈테판 3세는 뜻밖에 그 부탁을 허락해 주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레이몬드 왕자를 직접 살펴보거라.’
피오네의 사람을 보는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천재라 불릴 만큼 총명했고, 본능적으로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슈테판 3세는 피오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라면, 레이몬드 왕자가 소문에 걸맞은 존재인지 알아볼 수 있겠지.’
최근, 성 로제트 왕국은 레이몬드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황위 선출 때문이었다.
광휘의 성자에 맞설 유일한 희망으로 레이몬드를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황위 선출은 다른 때와 달랐다.
누가 황위에 오르냐에 따라, 십자연맹제국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그래서 슈테판 3세는 피오네로 하여금 레이몬드를 직접 확인하게 한 것이다.
피오네는 인형을 꺼내 안았다.
“분명 숭고해 보이긴 하는데…… 이상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거짓말…… 이라고요?”
“응.”
‘전 오로지 환자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미소가 억만금보다 가치 있다고 여기니까요.’
참, 감탄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왜일까?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유는.
‘……소문에 따르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피오네 왕녀는 고개를 연신 갸웃했다.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지금껏 레이몬드가 해낸 위대한 일들을 보면, 저 말은 분명 진심일 텐데.
왠지 사기…… 꾼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가식적인 냄새가 났다.
‘……아닌가? 내가 잘못 느낀 건가?’
피오네는 도저히 잘 알 수 없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신이 말했다.
“조금 더 지켜보지요. 만약, 레이몬드 왕자가 소문에 맞는 인물이면, 이번 유적도 정복해 낼 테니까요.”
피오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랬다.
레이몬드가 유적을 정복하는 데 성공하면, 그녀가 방금 받은 인상은 오해에 불과한 것이리라.
* * *
레이몬드는 숨을 들이켰다.
오르비아의 모습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욱 아름답고, 고혹적인 차림이었다.
그녀는 싱긋 웃었다.
“전하와 만남을 기대하여,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일전 청혼은 여전히 유효하거든요.”
“…….”
레이몬드는 식은땀을 삐칠 흘렸다.
오르비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혼할 생각 없었다.
‘내가 버는 돈은 아무랑도 나눌 생각 없어.’
레이몬드는 굳게 그렇게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전 지금은 환자와 백성을 위해서만 살고 싶습니다. 바로 유적을 정복하려고 하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다행히 오르비아도 큰 기대를 하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지, 레이몬드의 철벽에 더 곤란한 접근은 하지 않았다.
“일전 설명했던 대로예요. 댐 옆에 있는 계단으로 진입하면 되고, 다른 모든 관문은 이미 정복한 상태라 마지막 관문만 도전하면 되어요.”
“혹시 마지막 관문이 어떤 관문인지는 아십니까?”
“그건 모르겠어요. 자유 도시 연합 창립 이래, 유적의 자격 심사에서 통과한 이가 한 명도 없어서.”
오르비아는 눈빛을 빛냈다.
“다만, 오늘은 다를 거라 믿어요. 전하는 지금껏 제가 만났던 어떤 성인(聖人)과도 다르니까요.”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라, 레이몬드는 어색한 얼굴을 했다.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도전하겠습니다.”
이미 준비는 다 끝난 상황.
괜히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오르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함께하겠어요.”
“공작께서도 말입니까?”
“당연하죠. 우리 자유 도시 연합의 일인걸요. 더구나 마지막 관문은 참여 인원이 무제한이에요. 함께 오신 분들 모두 전하를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레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몇 명이 함께든 아무런 의미 없겠지만. 어차피 바로 탈락할 거라.’
하지만 레이몬드는 좋게 생각하였다.
‘이미지 쇄신(?)을 하려면 내 탈락을 많은 이가 지켜볼수록 좋겠지.’
그렇게 드디어 유적에 들어가는 순간이 되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수많은 이가 그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제자들이야 당연히 레이몬드와 함께하기를 원했고(린든 제외)…….
“전하, 스승인 이 라이프가 함께하겠습니다.”
“호호, 굳이 그러실 필요야. 이 라이나가 전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둘이 나선 것도 당연했고, 그 밖에 쥬드, 등등도 함께했다.
뜻밖은 피오네 왕녀도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왕녀께서도?”
“아, 저는 관문 근처로 가서 관람만 하도록 할게요.”
그녀는 순수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팬으로서 왕자님의 활약을 보고 싶어요.”
레이몬드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위험할 일은 없을 테니.’
심사만 받고 바로 탈락해 돌아올 테니, 위험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설사 정말 만약에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가 생긴다고 해도 함께하는 이들의 면면이 지나치게 강력하니 걱정 없었다.
‘라이나 님의 스승도 왔지? 마탑에서도 손꼽히는 3현(賢)격 아크 메이지라고?’
그리고 피오네 왕녀를 수행하는 호위단의 대표도 무려 2검(劍)격 소드 마스터였다.
오르비아뿐 아니라, 치유의 탑에서도 2휘(輝)격 세인트가 왔고.
이 정도면 드래곤이 와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음…… 이런 대단한 인물들을 헛걸음하게 하다니, 조금 미안하네.’
레이몬드는 헛기침하였다.
뭐, 그는 그저 소문을 퍼뜨렸을 뿐, 구경하러 오라고 강권했던 적은 없으니 죄책감 가질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 진입하겠습니다.”
자유 도시 연합의 기사의 안내에 따라 일행은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고대의 흔적이 선명히 느껴지는 철제 벽으로 둘러싸인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은 모두 정복된 관문입니다. 최하층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여러 방과 계단을 거쳐, 드디어 운명의 마지막 관문 앞에 도착했다.
커다란 공터였다.
“여기는?”
레이몬드와 일행들은 신기한 얼굴을 했다.
철로 된 외벽 안에 널찍한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마법진이 있었다.
“저 마법진이?”
“네, 도전자의 자격을 판정하는 고대의 마도구예요.”
오르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마법진 위에 오르면, 마도구가 도전자의 자격을 판정하게 되어 있어요.”
레이몬드는 마법진을 살폈다.
‘별건 없어 보이는데. 얼른 올라가고 끝내자.’
그리고 마법진 위로 올라가자 파아앗! 하고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함께 온 사람들이 놀란 외침을 뱉었다.
굉장히 신비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허공에서 유적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마법진에 들어간 레이몬드에게만 음성이었다.
[유적에 도전하는 이의 자격을 심사합니다.]‘그래, 얼른 끝내줘.’
레이몬드는 느긋하게 생각했다.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지만, 딱히 나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한 기운에 쌓인 듯한 따뜻한 느낌.
‘대부분 유적은 호전적이었는데, 여기는 다르네.’
그런데 오르비아가 뜻밖의 말을 하였다.
“마, 마법진이 붉은색으로 빛나다니? 저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
레이몬드는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마법진은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원래 무슨 색이기에?’
자유 도시 연합 사람들이 당황해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원래, 저 마법진은 파란빛으로 빛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르비아 공작 전하?”
“맞아요. 문헌을 살폈을 때, 빨간빛으로 빛났다는 사례는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때,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은 키의 인영이 말했다.
라이나의 스승이라고 했던 3현격 아크 메이지였다.
“숭고한 마력.”
“숭고한 마력이라고요, 스승님?”
라이나가 놀란 눈빛을 하였다.
로브를 쓴 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마법진에서 숭고함이 느껴지는구나. 무언가 이변이 일어나고 있어.”
무려 3현격.
마탑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위대한 아크 메이지의 말이다.
사람들은 놀라 레이몬드를 바라보았고, 당사자인 레이몬드는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계속 눈만 끔뻑였다.
‘아니, 무슨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그때,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퀘스트가 떠오릅니다!] [위대한 도전](인술 퀘스트)
선행도 : 대의급
난이도 : 기적급.
퀘스트 설명 : 타인을 위해 극한으로 어렵고 위험한 도전을 하였습니다! 불가능을 극복하고 도전에 성공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유적 완벽 정복
보상 : 보너스 레벨 업×5, 스킬 포인트 500점
특전 : 자유 도시 연합의 빛, 봉인 해제
[퀘스트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숙련도 상승(A등급) 아이템과 스킬 시간 연장 아이템(24시간)을 부여합니다!]“…….”
레이몬드는 메시지를 보고 침묵했다.
‘……뭐야? 이 메시지는?’
불길한 문구가 한 가득이었다.
‘극한으로 어렵고, 위험한 도전이라고?’
심지어 난이도는 ‘기적’급이었다.
‘기적급이라니. 이게 무슨 난이도인 거야?’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껏 가장 어려운 난이도는 ‘특상’이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친 난이도.
그런데 기적급이라니?
‘클리어하려면, 기적이라도 일으켜야 한다는 거야? 아니, 그런데 나 자격 심사에서 떨어지는 것 아니었어? 왜 이런 메시지가?’
레이몬드는 완전히 당황했다.
급히 마법진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무언가 강하게 발을 붙들기라도 한 것처럼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음성이 울렸다.
오로지 레이몬드에게만 들리는 음성이었다.
[도전자의 자격을 판별합니다.] [영혼의 본질을 분석해, 도전자의 본성을 파악합니다!] [도전자의 본성은 ‘탐욕’입니다! 도전자가 높은 수준의 탐욕도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합니다.]탐욕!
지금껏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레이몬드의 욕심을 고대 유적이 파악한 것이다!
‘역시 고대 유적. 정확한 판단을 했구나.’
레이몬드는 안심한 얼굴을 했다.
퀘스트 메시지를 보고 불안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당연히 탈락이겠지? 얼른 유적을 벗어나자. 왠지 불길해.’
그런데 뒤이어 음성이 들려왔다.
[도전자의 과거 살아온 행실을 파악합니다!]파앗!
따뜻한 빛이 레이몬드의 몸을 한차례 감쌌다.
마치 그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파악해 보겠다는 듯.
‘어?’
레이몬드는 순간 움찔하였다.
뭔가 싸하면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