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1
#닥터 플레이어 41화
고민하던 중이었다. 대답을 가로채는 인물이 있었다.
“혹시 제가 대신 답을 하여도 되겠습니까, 아바마마?”
3왕자 리머튼이었다!
그가 냉철한 눈동자를 번뜩이며 앞으로 나섰다.
“아바마마의 물음과 관련하여 평소 생각하던 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대에 찬 얼굴을 하였다.
천재라고 소문난 3왕자 리머튼이니, 분명 훌륭한 묘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베이 구역의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입니다.”
리머튼은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아바마마는 베이 구역 빈민들에게 큰 애착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아바마마의 마음에 들 의견을 말해야 해.’
과거, 그는 베이 구역을 없애버리자고 제안했다가, 오든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았다.
그러니 반대의 의견을 내놓기로 했다.
“그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그들에게 구휼미를 베풀면 그들도 아바마마를 향해 진심으로 충성을 바칠 겁니다.”
갈먼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쁜 의견은 아니군.’
확실히 빈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효과는 있을 거다. 왕가를 향한 충성도 높아질 거고.
‘하지만 한계가 명확해.’
구휼을 베푼다고 빈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지.’
그러니 3왕자 리머튼도 저런 의견을 말한 거리라. 베이 구역의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오든은 가타부타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카이른, 너는 다른 생각은 없느냐?”
2왕자 카이른은 어깨를 으쓱했다.
“구휼은 너무 선심성 정책 같군요. 재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요.”
“그래도 베이 구역을 안정시키려면 필요한 일입니다.”
리머튼이 반박했다.
카이른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오히려 베이 구역을 그렇게 신경 써야 하나 의문입니다. 어차피 왕국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빈민들이 모인 곳인데요. 차라리 소요를 일으키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군. 너희의 의견은 잘 들었다.”
오든은 둘의 대답이 썩 마음에 차지 않는 눈치였다.
‘정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이니.’
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워낙 난제였으니, 누구도 정답을 낼 수가 없었다.
오든은 마지막으로 레이몬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레이몬드, 너는 다른 생각은 없느냐?”
모두의 시선이 레이몬드에게 몰렸다.
아무도 레이몬드가 묘안을 낼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두 왕자도 답을 내지 못했는데, 제까짓 게 어떤 답을 하겠느냐, 는 눈초리였다.
심지어 비웃음을 띠는 사람도 있었다.
그 시선들을 묵묵히 받으며, 레이몬드가 입을 열었다.
‘에라, 모르겠다. 웃고 넘어가도 어쩔 수 없지.’
“말씀드렸다시피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환경?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기대가 있었던 걸까?
오든의 눈초리에 희미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레이몬드가 똑바른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강철의 심장’과 ‘언변’ 스킬 효과가 섞여 강렬한 웅변감을 자아냈다.
“제가 말하는 환경은 단순히 오물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마차가 다닐 수 있게 거리를 확장하고 치안을 좋게 만들며, 들끓는 암흑가 조직들, 환락가의 불법 행위 등을 모조리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겁니다.”
“……!”
“그런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베이 구역을 상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할 테니까요.”
“상업의 중심지라고?”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지도 않은 단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베이 구역을 상업 중심지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걸음 하지 않는 베이 구역을 상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저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다니.’
‘못 배운 사생아가 그러면 그렇지.’
몇몇 귀족은 이렇게 속으로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단 두 명.
재상 갈먼과 국왕 오든만이 레이몬드가 방금 한 말의 속뜻을 이해했다.
‘설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재상 갈먼은 레이몬드가 정말 그런 생각으로 이야기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일부러 날카롭게 물었다.
“베이 구역은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상업지로 성장시키기 적합한 곳이 아니야. 그대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가?”
“지금은 그렇지요. 하지만 베이 구역은 상업지로 성장하기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뭐지?”
레이몬드는 짧게 답했다.
“첫째, 알파인 가도입니다.”
“……!”
“베이 구역은 수도로 들어오는 알파인 가도와 가장 인접해 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베이 구역과 연결된 북서문을 통과하지 않고, 동문을 통해 수도에 들어오죠. 베이 구역의 치안이 안 좋아서입니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레이몬드가 하는 말의 뜻을 하나하나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 구역의 치안이 좋아지면 상인들이 굳이 동문으로 멀리 돌아들어 올까요? 모두 베이 구역을 거칠 겁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한 레이몬드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이야기해 보자.’
“그리고 베이 구역에는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한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환락가 랑트람입니다.”
“……!”
랑트람!
베이 구역에 위치한 환락가였다.
온갖 불법적인 유흥이 판을 치는 곳으로 귀족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고결한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흥을 좋아하는 귀족치고 랑트람을 방문해 보지 않은 이는 없지. 한 번만 방문한 사람도 없고.’
고상한 척하는 귀족들의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어쨌든 랑트람에는 밤만 되면 유흥을 즐기려는 수많은 이가 몰려들었다.
“현재 랑트람에는 여러 문제가 많습니다. 불법 도박, 범죄, 마약 등.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죠. 그걸 모조리 뿌리 뽑아서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언변’ 스킬이 레이몬드의 음성에 힘을 실었다.
“그래서 랑트람을 양지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이 몰리게 될 겁니다.”
갈먼은 침음을 삼켰다.
‘분명 가능성이 있어.’
랑트람을 양지로 나오게 한다!
수도의 또 하나의 상업 중심지가 생기는 것이다.
‘대단한 생각이야.’
오늘 몇 번째 감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앞선 두 왕자가 말한 의견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은밀히 환락을 즐기는 게 아니라, 언제든 방문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랑트람이 그런 번화가가 된다면 자연스레 상인들도 모여들 겁니다. 베이 구역 전체가 변혁하게 될 것이고 빈민들도 차차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겁니다.”
레이몬드의 설명이 끝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모두 경악해 레이몬드만 바라보았다.
‘베이 구역을 상업 지구로 발전시키자니.’
더욱 놀라운 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란 점이다.
특히 지금 베이 구역에는 뒷골목을 좀먹던 다크 블레이드 길드가 소탕된 상태다. 호랑이가 사라진 무주공산의 상태이니 청소하기도 훨씬 수월했다.
‘레이몬드의 아이디어는 비단 베이 구역에만 이득이 되는 게 아니야. 수도에 또 하나의 상업 지구가 만들어지는 셈이니 교역을 성장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갈먼은 머리를 핑핑 굴렸다.
현명한 갈먼이니, 레이몬드의 생각이 가져올 이득이 순식간에 파악되었다.
한편, 레이몬드는 사람들의 반응에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야기한 건데, 사람들의 반응이 뭔가 예상과 달랐다.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그런 것 같다.
국왕 오든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나쁘지 않군.”
“……!”
레이몬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칭찬이었다!
‘아버…… 아니, 국왕 전하가 칭찬을 하다니?’
가슴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울컥 요동을 쳤다.
레이몬드는 감정을 다스리려 입술을 짓깨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황송하옵니다.”
국왕 오든은 재상 갈먼을 바라보았다.
“행정부의 관리와 함께 방금 의견을 검토해 보도록.”
“네, 전하.”
장내의 사람들은 놀라 웅성거렸다.
‘전하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다니?’
‘전하의 성격상 저건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 아닌가?’
오든은 지극히 신중한 성격이어서 어떤 사안을 쉽사리 결정하지 않는다.
항상 여러 가지 면을 꼼꼼히 따지고 나서야 결정하는데, 이렇게 단번에 결정하다니?
그만큼 이번 레이몬드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레이몬드.”
“네, 전하.”
“그대가 지금 한 이야기들은 빈민가를 위한 것일 뿐. 그대를 위한 내용은 없다. 그러니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추가적인 보상을 내리겠다.”
국왕 오든이 말했다.
“그대에게 내릴 보상은 이러하다. 오늘부로 그대에게 준남작 위를 내리겠으니, 그대는 앞으로 준남작이 될 것이다.”
“……!”
레이몬드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상상도 못 한 보상이었다.
준남작 위라니!
‘준남작이면 단승이어도 정식 ‘작위 귀족’에 속하잖아!’
준남작 위는 지역마다 의미가 다르다.
휴스톤 왕국이 속한 십자 연맹 제국에서는 단승이고, 영지를 가질 수는 없지만, ‘작위 귀족’으로 인정받는다.
귀족 계급에 발끝만 걸친 기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직위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상에 레이몬드는 무릎을 꿇었다.
“과분한 상이옵니다.”
“과분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건…….”
그건 아니고요. 그저 감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본심을 내뱉을 뻔한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치료사로서 베이 구역의 민심을 안정시켰고, 암흑가의 사악한 무리를 소탕함과 동시에, 부정한 관리를 색출했지. 또 백 년이나 왕국의 근심거리였던 베이 구역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과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군.”
국왕 오든은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 무릎 꿇은 레이몬드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차가운 검의 감촉에 두근 가슴이 뛰었다.
“원하는 가문의 이름이 있느냐?”
“……페닌으로 해주십시오.”
착각일까?
오든의 눈에 희미하게 감정의 편린이 스쳐 지나갔다.
‘페닌’은 레이몬드 친모의 성이었다.
“그래, 그대에게 묻겠다. 앞으로 그대는 짐과 휴스톤 왕국을 위해 일평생을 바칠 것인가?”
서약의 맹세였다.
훈장을 받으며 기사 작위를 받았던 때와 다르게, 정식으로 작위를 내리는 것이니 이런 문답을 하는 것이다.
“……나 레이몬드. 이름을 걸고 맹세하거니와 위대한 전하께 충성을 바치옵니다.”
“나, 휴스톤의 오든. 위대한 휴스톤의 이름을 걸고 그대의 충성을 받겠나니, 그대에게 준남작 위를 내리겠다. 앞으로 그대는 레이몬드가 아닌, 페닌 준남작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약식 작위 수여식이 이루어졌고, 레이몬드는 페닌 준남작이 되었다.
* * *
레이몬드가 작위를 받은 이후.
수도 머나먼 곳에 위치한 곳에서 정체 모를 인물들이 레이몬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치료사가 준남작이 되었다고?”
-네.
일전 오든 암살 사건을 획책했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통신구로 레이몬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