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47
#닥터 플레이어 447화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아 하고 깨달았다.
‘어차피 나한테는 도망갈 방법이 있어! 공간 이동 능력을 쓰면 되니까!’
유적 안으로 들어간 후?
그 뒤 노르기언을 데리고 황도로 연결된 포털을 통해 도망가면 끝이다.
밖에서 기다리던 기어스 왕국군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망연자실하리라.
‘내 공간 이동 능력을 몰랐으니, 이런 계획을 짰겠지. 내 정확한 능력은 거의 아는 이가 없으니까. 어쨌든 내 승리야!’
마탑에서 능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그건 다른 이를 소환한 거고, 레이몬드 본인이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전무하다시피했다.
레이몬드는 보무당당하게 유적의 입구로 향했고,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유적의 입구는 넓어 셔트폰도 함께 들어올 수 있었다.
“누구냐?!”
안에 들어가니 초라한 몰골의 기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레이몬드 폐하이십니다! 노르기언 전하를 구하기 위해 모셔왔습니다!”
“아아, 제국의 빛이!”
기사는 레이몬드에게 예를 올렸다.
“부디 국왕 전하를 살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먼저 상태를 살피겠습니다. 린든, 바이탈을!”
함께 온 힐러는 크리스틴, 린든이었다.
노르기언은 패왕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비쩍 마른 상태였는데, 딱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돌이킬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늦은 것일 수도 있었다.
바이탈을 측정하는 린든의 얼굴이 시시각각 굳더니 이렇게 외친 것이다.
“혈압이…… 측정되지 않은…… 맥이?”
“뭐?”
“어, 어레스트예요! 맥이 멈췄어요!”
“……!”
어레스트.
노르기언의 심장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 * *
“CPR 시작! 에피네프린 투여해줘!”
다급히 심폐소생술을 하였다.
다행히 곧바로 조처한 덕에 맥이 돌아왔다.
하지만 노르기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맥이 지나치게 약해. 심각한 심부전 상태야.’
밀사에게서 증상을 들어 대략적인 진단은 의심하는 게 있었다.
바로 심부전(Heart failure)!
루드비히는 모종의 심장 독성 약물을 써서, 노르기언의 심장을 망가뜨린 게 분명했다.
‘그리고 도부타민과 비슷한 효과의 강심제로 숨만 붙여놓은 거겠지.’
도부타민(Dobutamine).
심장의 기능이 망가진 환자들의 심박출을 도와주는 약물이었다.
다행히 레이몬드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개발해놓은 게 있어 가져온 상태였다.
“강심제를 투약해줘!”
“네, 폐하!”
린든이 재빨리 라인을 잡고 약을 연결하였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여전히 맥이 미약했다.
‘심장의 상태가 지나치게 좋지 않아서 강심제로도 효과가 없는 거야.’
레이몬드는 어두운 얼굴로 생각하였다.
‘약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이건, 심장 이식을 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심장 이식을.’
레이몬드는 컴컴한 얼굴로 생각했다.
심장 이식.
완벽히 갖추어준 환경에서 시도하면 가능하긴 할 것이다.
이제 그의 의술 실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했다.
심장을 공여할 뇌사자도 없었다.
‘황도로 돌아가면, 어떻게든 뇌사자는 찾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지지고 볶을 일은 아니었다.
‘포털을 열어 바로 황도로 돌아가자. 다시 심정지가 오면 돌이킬 수 없어.’
방금 CPR을 했을 때는 다행히 십여 초 안에 맥이 돌아왔다.
하지만 다음 어레스트 때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만약 CPR 타임이 1분~2분만 넘어가도 뇌 손상이 심각하게 와서 인간으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못하게 된다고 봐도 되었다.
사실상 뇌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스킬 사용, 신출귀몰 닥터! 현재 위치한 곳에서 황도의 페닌 치료원으로 포털 연결!’
신출귀몰 닥터는 ‘숭고함’(?)을 사용해 영구적인 포털을 여는 것이다.
‘영구 포털이라 한 번 이동하는 용도로 쓰기는 아깝긴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었다.
파앗, 마법진이 떠올랐고, 혈인 능력이 발현되려는 찰나!
유적에서 생각지 않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경고! 경고! 인가되지 않은 공간 이동 시도가 확인되었습니다!] [유적이 경계 모드에 돌입합니다!] [유적이 공간 이동 교란 기능을 작동합니다!] [유적의 방어 기능에 공간 이동이 무산됩니다!] [포털 설정이 실패하였습니다!]“……!”
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갑자기 이게 무슨?
다시 시도해 보았으나, 똑같았다.
심지어 유적의 벽면에서 더더욱 섬뜩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허락되지 않은 외부인을 확인합니다!] [외부인을 향한 방어 태세에 돌입합니다!]“……!”
모두가 당황했다.
“아니, 왜? 아직 유적 안으로 진입을 시도한 것도 아닌데?”
유적은 입구와 그 안의 안전지대, 그리고 본격적인 시련이 닥치는 내부로 나뉜다.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본격적인 유적의 시험이 시작되기 전인 안전지대였는데?
고대 유적의 사정에 가장 밝은 라이나가 이유를 짐작했다.
“아마, 폐하께서 시도한 공간 이동 마법이 유적의 경계 시스템을 자극한 것 같아요.”
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설마, 유적에 이런 시스템이 있다니.’
지금껏 누구도 공간 이동을 사용하지 못했으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라이나가 입술을 깨물더니 방법을 내었다.
“만약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려면, 유적의 통제권을 얻어야 할 것 같아요.”
“통제권이라면?”
“네, 유적을 돌파해 정복해야 해요.”
확실히 유적의 통제권을 얻으면, 공간 이동도 방해 없이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레이몬드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공간 이동만 믿고 온 건데, 봉쇄되다니.
하지만 그에게 닥친 시련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허가되지 않은 외부인 중, 특별한 숭고함을 지닌 이를 확인합니다!] [영혼에 새겨진, ‘인류의 구원자’ 자격을 확인합니다!]‘자, 잠깐.’
레이몬드는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껏 여러 번 들었던 메시지였다.
‘아, 아니지? 응? 내가 생각하는 그것인 것은…….’
하지만 맞았다.
[도전자가 ‘인류의 구원자 유력 후보’임을 확인합니다!] [왕의 길을 위한 마지막 도전을 시작합니다!]‘아니, 왜 맨날 내 인생은 이러는 거냐고?!’
레이몬드는 울고 싶었다.
심지어 더욱 환장할 일이 벌어졌다.
저벅.
저벅.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지금 상황에서 밖에서 들려올 발걸음은 하나였다.
기어스 왕국군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다.
“오랜만입니다, 전하.”
이전 한 차례 만난 적 있는 섬뜩한 눈빛.
기어스 왕국군의 최강검 삼검 격 소드 마스터 로튼 후작이었다!
“이전의 수모를 갚아줄 때가 돌아왔군요.”
로튼 후작이 시커멓게 웃었다.
이전 광휘의 성자의 괴벽을 막을 때, 로튼 후작과 충돌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폐하, 제가 지키겠습니다!”
“냥냥!”
엘무드와 미엔이 나섰다.
그들 말고도 호위를 위해 함께 온 성 로제트 왕국의 삼검 격 소드 마스터도 검을 들었다.
문제는 로튼 후작은 혼자 온 게 아니란 것이다.
뒤에 정예 기사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의미 없는 반항입니다. 순순히 무릎을 꿇으시지요. 아니면, 천무지체답게 저와 직접 자웅을 겨루겠습니까?”
로튼 후작은 최강검이란 호칭답게 레이몬드와 한바탕 칼부림을 하고 싶은 눈치였다.
‘싫거든? 내가 왜 그런 짓을!’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유적에서 이런 음성이 들렸다.
[허락되지 않은 외부인을 추가로 식별하였습니다!] [위대한 도전자를 향한 적의를 확인합니다!] [새로운 외부인이 위대한 도전자의 시험을 방해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잘못. 적대 모드를 발동합니다!]그 음성과 함께.
파파팟!
유적의 벽에서 수 없는 빛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커억!”
“으아악!”
“크, 크윽?!”
한차례 빛의 세례가 휩쓸고 가자, 처참한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튼 후작을 제외한 모두가 모조리 빛의 광선에 도륙당해 시체로 변한 것이다.
로튼 후작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만큼 고대 유적의 공격이 강력했다.
[경고, 경고! 당장 유적에서 물러나지 않을 시, 2차 공격이 가해집니다!]“모, 모두 물러가라!”
로튼 후작은 다급히 등을 돌려 달아났다.
기어스 왕국군이 물러나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기어스 왕국군은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을 거야. 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어차피 출구는 하나이니.’
어떻게든 유적의 통제권을 얻어 공간 이동을 사용해 탈출해야 했다.
“유적을 정복해야겠습니다.”
“네, 폐하.”
일행은 무거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도대체 어떤 시험이?’
지금껏 인류의 구원자 어쩌구 소리가 나올 때마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시험을 맞닥뜨려야 했다.
‘특히 이번엔 마지막 시험이라고 했잖아. 얼마나 어려운 시험을 마주할지 몰라.’
레이몬드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탁 막히는 것 같았지만, 억지로 의지를 북돋웠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기자. 그러면 이제 내 앞엔 슈퍼 리치 길만 가득할 거야. 이미 다 준비를 해놨잖아.’
실제로 그는 돈 벌 준비를 모두 다 해놨다.
탈모 치료제, 주름 개선제로 귀족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 것이고, 전 대륙에 뻗어 나갈 백신 사업으로 일반 백성들의 돈도 털 거고, 그 밖에 여러 약품 등도 많이 개발해 놨다.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는데, 절대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굳건한 의지와 다르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응급 들것에 이송하고 있는 노르기언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폐하, 노르기언 국왕의 맥이 점점 늘어지고 있어요!”
“강심제 용량을 올려줘!”
난관은 유적의 시험뿐이 아니었다.
시험을 돌파함은 물론, 노르기언도 살려야 했다.
‘강심제로 버틸 상황이 아니야. 당장 수를 써야 해.’
하지만 여기서 무슨 수를 쓴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