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1
제 1011화
연구당이 검증을 하길 몇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모두가 초긴장하는 상태로 검증을 하더니, 이제는 두유 넣는 용도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탕약도 넣고, 고기도 넣고, ‘그 세포’까지 집어넣기 시작했다.
“안쪽으로 잘만 넣으면 얼음도 맺히네요.”
“확실히 소빙정만큼은 못하지만요.”
“그래도 소빙정보다 훨씬 싸고 구하기도 쉬우니까요.”
안정성도 테스트해 본다.
그중 하나는 대담무쌍하게 냉매를 입에 넣었는데, 입에 가져가기 전에 빠르게 기화했고, 남은 액체를 입에 가져갔을 때는…….
“우웨에에엑!”
오늘 아침에 먹은 것을 다 토했다.
“……저걸 왜 먹어?”
“먹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아니, 왜 먹냐고. 먹지 말라고 냉매에 토하는 약 일부러 넣어둔 건데…….”
“동천군 세포도 구워 먹어 본 놈인데 저걸 왜 안 먹겠어요?”
그랬다.
정신 나간 연구당 의원 중 하나가 동천군 세포 맛이 궁금하다며 잘라서 몰래 구워 먹은 일이 있었다.
거기서 깨달은 점은 동천군 세포에 딱히 독이 없었으며, 어차피 구워 먹으면 다 똑같은 단백질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걸 먹는다고 딱히 마공이 강해지는 것도, 혈선의 축복이 내려오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
그도 그랬다.
이미 저 세포는 동천군에게서 한참 멀어져서 자기 혼자 배양실에서 크고 있는 것뿐이니까.
동천군의 세포의 세포의 세포의 세포의 세포의 세포의…… 세포인 셈이지.
놈은 그걸로 보고서를 썼고, 진천희한테 멱살이 잡혔다.
수많은 잔소리, 그리고 업무 제재와 산처럼 쌓인 시말서, 반성문.
그래도 일단 인류의 지식에 보탬이 되긴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중의원은 또다시 인류의 지식에 보탬이 되었다.
“먹는 순간 다 토하는군요. 대단한 걸 알았습니다!”
“그러라고 약 넣었으니까. 그렇겠지.”
“안 토하고 먹게 되면 설사하는데, 어쨌든 가까운 의원 찾아가서 진맥 받으면 처방받을 수 있을 걸세. 그거 먹으면 설사도 멎을 거고.”
“구에에에엑!”
갑자기 다른 놈이 토했다.
“한 놈 먹고 토했으면 됐지, 왜 네놈까지 먹는 거냐!”
상의원이 경악하며 달려간다.
“성별이 다른 사람한테도 통하는지 궁금해서 먹어 봤습니다!”
“그걸 왜 네 몸으로 하고 있냐고!”
선배들이 저지르는 광기를 지켜보며 신입 하의원의 동공이 크게 떨렸다.
‘강호에서 말하길, 최고의 지성인들이 백린의각 연구당에 모인다고 하던데……?’
이게 제국 최고의 천재들이 모인 광경이란 말인가.
그 신입 하의원은 한숨을 쉬며 다른 냉장고에 자신의 두유를 넣었다.
‘다른 연구당은 우리보다는 멋지게 흘러가겠지? 남궁세가나 사천당가, 그런 곳들…….’
그녀는 몰랐다.
기관진식에 가장 많이 다치는 게 남궁세가 연구당이고, 독에 가장 많이 당하는 게 사천당가 연구당이라는 것을.
오늘도 얼레벌레 연구당은 흘러간다.
* * *
“그래서, 이게 그 ‘유호 냉장고’인 게냐?”
시제품에 대한 테스트가 끝나고.
진천희는 언제나 그렇듯 스승님에게 최종 결과물을 보고하러 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짢은 건지, 해탈한 건지 모를 표정의 유호가 서 있었다.
냉장고 이름이 ‘유호 냉장고’라서 그렇다.
뚜껑과 겉면에는 여우가 음각되어 있기까지 하다.
“뚜껑을 열어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어디 볼까……? 흠…….”
제갈린이 뚜껑을 열자.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온다.
소빙정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차가움이었다.
초겨울쯤 되는 기온이라고 해야 할까?
차가웠다. 그것도 꽤나.
“기화열……. 예전에 네가 말해준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거참 재미있는 원리로구나.”
기화열의 원리에 대해서 감탄하는 제갈린.
“그렇죠. 스승님? 이 정도 차가움이면 음식 보관을 오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이건 얼마에 팔려고 그러느냐?”
“인건비랑 재료비 따지면… 금자 두 냥이면 적당할 것 같아요.”
“허허…….”
제갈린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짧게 웃고 말았다.
“신공절학인 무량연화범심공보다 비싸구나.”
무량연화범심공. 신공절학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강호에서도 보기 드문 무공이기 때문이다.
익히면 적어도 무난하게 절정 고수까지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신공절학들 아니던가!
그런데.
냉장고가 그것보다 비싸다.
“에이…. 그건 원재료가 종이잖아요. 이건 그래도 토기랑 냉각 거울도 들어가는걸요.”
저쪽은 대량 인쇄에다가 만들기도 쉽지만, 이쪽은 여러 사람 손을 타야 하고 제작 기간도 길다는 이유를 대는 진천희.
들어 보면 맞는 말… 같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신공절학 비급서(그것도 주석이 아주 세세히 달려서 익히기 쉬운)보다 냉장고가 비싼 게 말이 되냐!
“하하핫.”
진천희의 미친 소리에 제갈린은 그저 재미있어서 웃을 뿐.
“그래. 그러면 판매해 보자꾸나.”
“네. 스승님.”
* * *
진천희는 토기 장인들을 대량으로 고용했다.
“어, 그러니까… 이 냉장고는 팟인팟……이 아니라 어……. ‘솥 안 솥’ 기법을 응용했습니다.”
번역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쯤 되니 약간 대충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들고.
장인들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러니까 인조 빙정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그런 건 아니고, 인조 빙고? 그런데 애초에 빙고는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거니까, 음… 양산형 빙고라고 해두지요.”
진천희는 모두에게 도안을 뿌리고는 이게 얼마나 시원하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장인 하나가 말했다.
“고향에서 냄비 두 개 넣고 하는 방법인데 그걸 아시는군요.”
억양이 천축 쪽 억양이다. 고향이 천축 쪽이신 모양.
“네! 맞습니다. 기화열을 이용한 건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손 씻고 나면 시원해지잖아요? 그 원리를 이용하는 거죠. 거기에 온도를 더 낮추기 위해 약간의 재료도 넣고.”
“냉각 거울 말입니다, 액체로 표기되어 있는데 정확히 어떤 물질입니까?”
“그것은 백린의각 고유의 비밀입니다. 안전 검사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마쳤습니다.”
‘안전 검사?’
‘그게 뭐지?’
신입 장인 몇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식품위생법이 없는 이 시대에는 남이 뿌린 마공 먹다 죽어도 그건 본인 탓이지, 판매자의 탓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
칼 들고 나가서 객사해도 그것은 본인 탓.
물건을 잘못 사도 그게 큰 사기가 아니면 관아에서도 쓸데없는 일로 판관을 귀찮게 한다고 역정을 낸다.
‘설령 빙고에서 뭐 잘못 만져서 얼어 죽어도 그건 본인 탓 아닌가?’
길가에서 열 명 붙잡아 물어보면 열 명 모두 맞다고 하는 시대.
이 시대에서 진천희는 애가 기적처럼 빼서 먹을 확률, 또는 인간이 자신의 몸뚱이로 내구성 테스트할 확률을 혼자 논하고 앉아 있었다.
“마시면 토합니다. 그걸 먹고 안 토하는 자는 본 일 없지만, 그럼에도 먹게 된다면 가까운 의원을 찾아가십시오. 냉각 거울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번씩 교체해줘야 합니다.”
마치 샴푸 라벨처럼 주의사항을 읊고는 말을 이었다.
“정식 명칭은 유호 냉장고입니다.”
“!”
그 말에 장인들의 눈이 커진다.
“…아니, 미친. 아니,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백린의각 총관 이름을 아예 빙고에 붙이신 겁니까?”
“네. 저희 유호는 풍요와 냉장 보존의 신이니까요.”
“…….”
듣던 중에 최고의 개소리다.
“……당사자 동의는 받으셨습니까?”
“죽여 버린다고 말은 했지만 차마 저를 죽이진 않았습니다.”
쪽팔림 VS 막대한 신앙.
믿음이 힘이 되는 이 세계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포교하고 있는 신관이었다.
진천희가 말했다.
“이 빙고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은 이 빙고 앞에서 제발 과일 안 떨어지길 기도하며 열 것이고, 반찬이 있길 바랄 것이며, 방치하여 결국 썩은 반찬이 삼 일 만에 부활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네?”
“그리고 이 소망은 절간에서 기도하는 것에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입니다. 밥은 인간의 기본 욕구니까요.”
그야말로 막대한 신앙!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 천재들은 원래 다 미친놈인가.’
유호가 진천희를 죽일 수 없는 이유였다.
고귀한 존재의 유일한 신관은 사당을 짓고, 경전을 뿌리지는 않으나.
약과 토용, 온돌, 두유. 그리고 이제는 빙고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포교로 치면 하나같이 맛이 간 포교지만 이상하게 통하고 있다.
“……알겠습니다! 유호 냉장고. 출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
대장의 구령에 맞춰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우오오오오! 힘내자! 유호 냉장고오오오오오!”
그렇게 몇 달 후.
유호 냉장고가 백린군 중심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빙고? 냉장고?”
“손톱만 한 소빙정 하나가 원래 집 서너 채는 사고 남는 가격 아닌가. 냉장고란 놈은 금자 두 냥이면 살 수 있다고 하네.”
“뭐? 그게 말이 되나.”
반신반의하는 사람들 앞에서 인류의 적정기술과 진천희의 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오! 이게 된다니 말도 안 되는군!”
“좀 산다 하는 집은 전부 이걸 사려고 앞다투어 싸우기 시작했다고 하네. 객잔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유호! 오우, 요즘 머릿결이 엄청 좋아졌네?”
“?!”
고귀한 자의 머릿결이 좀 더 좋아졌다.
* * *
“오호! 전투력……. 아니, 돈이 쌓이고 있군요.”
진천희는 서류를 보며 감탄했다.
유호 냉장고는 발매되자마자 입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찍자마자 팔려나가는 기적의 판매량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마현은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지.’
미친 소리 같지만 그랬다.
과거 진천희의 신공절학 사태 때 책을 빌려서 보는 사람들에게서 착안하여.
-금혈방은 지금부터 월 은자 반 냥에 유호 냉장고를 빌려드리오!
-후에 돈을 다 갚고 나면 인수 기회도 드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오!
‘하지만 렌탈을 할 경우 이자가 발생해서 돈을 더 내야 하는 시스템이지.’
이건 구매할 때 특약사항으로 알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마현 이놈의 재능은 ‘하늘이 내린 악당’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총아’가 아닐까.
자본주의 역시 악당처럼 피도 눈물도 없다는 점에서 둘 다 비슷한 맛이긴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다르지 않나.
‘사마현이 이제 백린공방에서 물건 떼다 팔기 시작하는군.’
악당이든 자본주의든 따로 생각할 거 있나.
‘하늘이 내린 자본주의 악당.’
이거면 된 거 아닐까.
문제는 이놈이 태어난 곳이 강호라는 거지.
어쨌든 어릴 적 사마현이 금혈방을 택한 것이 훌륭한 스타트였긴 한 것 같다.
살문 같은 곳으로 들어갔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안 되니까.
‘그건 사마혜가 없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마혜가 살아있을 때 사마현이 살문을 고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문에 있으며 쌓을 은원은 금혈방에 비할 바가 아니고.
금혈방에서라면 기껏해야 사제들과 돈 다툼, 권력 다툼이나 하고 있을 터.
허나, 살문에서라면 그냥 살문에 가족을 잃은 강호인들이 사마현의 가족도 없애고자 할 테니까.
‘그때 현이가 이 이야기는 안 했는데……. 돌이켜보면 아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골랐던 것 같네.’
그동안 사마현이 손에 피를 많이 묻혔지만 그것은 다른 사파에 비할 바도 아니고.
자신을 죽이고자 덤벼든 놈이나, 아니면 돈을 끝까지 안 갚는 흑도 무인을 상대로만 살초를 쓰고 있다.
흑도들은 보통 산적이나 수적들이 많다 보니 현상금이 어지간하면 사람 시켜 잡아서 관아에 넘기고 현상금으로 빚을 갈음하기도 한다.
돈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만, 의외로 돈만큼 명쾌한 건 없다.
갚을 의지만 있다면 금혈방 프랜차이즈는 열려 있다.
‘대체 가르쳐 준 적 없는 렌탈 서비스를 어떻게 스스로 깨달아 하고 있는 거지?’
천기는 분명 악당을 만들려고 했는데.
‘뭔가 결과물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