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31
자영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였다.
“어서 얘기해 봐. 여자와 남자는 어떻게 사귀는 거야?”
“우선 눈으로 접촉해야 합니다. 상대의 외모에 호감을 느껴야 한단 말이죠.”
자영이 상체를 바로 세우고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내 외모에 호감을 느껴?”
“무, 물론이죠. 아마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 호호호!…..”
자영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색하고 말했다.
“그런데 난 너한테 별로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 걸.”
“헉! 그런 잔인한 말씀을….”
“미, 미안해. 너와 함께 있는 게 좋기는 하지만…”
기수는 실망하지 않았다.
“하핫! 뭐, 괜찮습니다. 솔직한 게 좋은 거죠. 사실, 아가씨 같은 분은 조금만 친절한 말을 해도 듣는 상대가 심각하게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핫!…”
“너 입은 웃는데, 얼굴은 잔뜩 굳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전 괜찮다니까요. 하지만 제 외모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사귀는 문제는 시작부터 틀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자영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럼 어쩌지? 안 되는 건가?”
“므하하하하!…. 제가 왜 최고의 교사이겠습니까? 안 되면 되게 하는 정신! 그리고 불굴의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바꾸려고?”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미리 경고를 드려야겠군요. 이제부터 아가씨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난 잘 안 놀라.”
“자! 그럼 제 얼굴을 보십시오.”
“어머나!”
자영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성을 터뜨렸다.
“어떻습니까?”
“시, 신기해. 굉장한 역용술이야.”
“아뇨. 이 얼굴이 마음에 드시냐고요.”
“그, 글쎄…”
기수는 씩 웃었다. 자신의 본래 얼굴을 본 자영은 양 볼이 발그레 상기되면서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후후…. 이 얼굴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볼까요?”
자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화, 확실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막 설레기는 하는데….”
“그런데요?”
“그런데… 그건 네 본모습이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좋아해도 될까?”
“물론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교육이니까요.”
“교육? 아! 그, 그래. 이건 교육이었지.”
기수 입장에선 이 모습이 진짜니까 전혀 상관없었다.
자영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자세도 바르게 한 후 물었다
“좋아. 이제뷰터 뭘 하면 되지?”
“눈으로 마음에 들었으면 서로에 대해 알아야겠죠.”
“우린 서로 이름도 알고, 출신도 알잖아. 다음은?”
“그 다음부터는 다양한 갈래와 진행 속도가 있습니다. 어떤 강도로 교육을 진행할까요? 아가씨 선택에 따르겠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자극적인 쪽으로.”
볼을 넘어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른 자영은 숨소리까지 거칠어지고 있었다.
“어!… 그건 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감당할 자신 있으십니까?”
“자신 있어! 얼마든지 해 봐.”
“좋습니다. 눈으로 접촉하고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관계는 신체적 접촉입니다.”
“접촉이라면 어디를…”
“자, 기초부터 시작해볼까요?”
기수는 손을 내밀어 자영의 흰 손등에 얹었다.
“아아!…..”
자영이 전신을 흠칫 떨었다.
기수 역시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손가락 끝에 닿는 그녀의 살결 감촉이 너무나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이런 식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보다, 한 번의 접촉이 훨씬 많은 걸 전달하고 교류할 수 있죠.”
“그, 그런 것 같아. 나도 좀 만져 봐도 될까?”
“얼마든지 좋습니다. 하지만 붕대 때문에…”
“손 말고.”
자영은 걸상을 당겨 바짝 붙어 앉더니 기수의 뺨에 손을 댔다.
이번엔 기수가 흠칫! 전신을 떨었다.
‘아! 내가 고작 얼굴에 손가락 닿은 정도로 이런 자극을 받다니…’
역시 성적 흥분이란 것은 세포에서 전달되어 오는 실제 신호보다 뇌에서 만들어지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마치 곽염에게 고문당할 때처럼, 본게임보다 그 이전 상황이 더 짜릿했다.
‘으으…. 미치겠네!’
아래쪽으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컨트롤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수는 어찌 해볼 수가 없었다.
자영이 계속 기수의 얼굴을 더듬어 만지며 말했다.
“너. 잘 생겼다. 아차!… 너 말고 네 역용한 얼굴….”
“그냥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앞으로도 아가씨만 원하신다면 계속 이 얼굴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앞으로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계속 그렇게 있어.”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 왜 얼굴이 붉어졌어?”
“아가씨와 같은 이유입니다.”
자영이 숨을 몰아쉰 후 말했다.
“난 내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걸?”
그녀의 숨결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아가씨… 조금만 더 진도를 나가볼까요?”
“너. 왜 목소리가 떨려?”
“그, 글쎄요. 일단 눈을 좀 감아보십시오.”
“눈은 왜 감으래? 싫어! 뜨고 있을 거야.”
“좋습니다. 손과 손, 손과 얼굴의 접촉에 이어서 이번엔 입술과 입술의 접촉입니다.”
“어머! 그, 그건…. 좀 이상하지 않을까?”
“가장 강력하고 자극적인 걸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랬지… 알았어! 좋아! 해보자!”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기수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려서 머리가 욱씬거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따듯하고 촉촉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자영의 온몸이 경련했다. 그러나 뒤로 물러나거나 피하지는 않았다.
기수는 전율을 느끼며 집중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왜 눈을 안 감으십니까?”
“감아야 하는 거야? 너는 왜 안 감아?”
입술을 대고 번갈아 말을 하다 보니까 오묘한 자극이 가해졌다.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자영은 거기에 깜짝 놀랐다.
“꺄악…! 뭐 하는 짓이야?”
“지, 진정하십시오. 원래 입술 다음 과정이…”
그때 휘장이 펄럭! 걷히면서 한백랑이 뛰어 들어왔다.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
원래는 자영이 부르지 않는 한 들어올 수 없지만, 장기 알 놓는 소리가 끊긴 뒤 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해서 귀를 기울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비명 소리가 좋은 핑계가 되었다.
한백랑은 두 사람의 자세와 간격을 보고 상황을 즉시 알아차렸다.
“이놈이 감히!”
한백랑은 검을 뽑아 기수의 뒤통수를 찔러 들어갔다.
순간, 쨍! 소리와 함께 그녀의 검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놀랍게도 자영이 손가락으로 검신의 측면을 쳐낸 것이다.
기수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아슬아슬해 보일까를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자영이 실력을 발휘하자 은근히 놀랐다.
‘확실히 고수는 고수네.’
자영이 벌떡 일어나 한백랑을 꾸짖었다.
“도대체 무슨 짓이야? 죽이려고 하다니.”
기수도 벌떡 일어서서 눈을 부릅떴다.
‘맞아! 어디서 감히 검을 휘둘러?’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표정으로는 확실히 뜻을 표시했다.
한백랑이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자영의 말이 이어졌다.
“양십삼을 죽이면 오빠가 좋아할 거 아냐. 그 정도 생각도 못해?”
“죄, 죄송합니다.”
기수는 자영을 노려봤다.
‘입맞춤까지 한 사이에 말을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냐?’
한백랑이 슬쩍 고개를 들고 자영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 아녀자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합니다.”
비록 신분엔 상하가 있지만 할 얘기는 분명히 하는 한백랑이었다.
이번엔 자영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뭔가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유모에게 들었던 얘기들, 그리고 지옥도에서 언니들에게 들었던 얘기들을 종합해보자면 자기가 이제까지 양십삼과 한 일은 뭔가 죄책감을 자극하는 행동이었다.
교주님이 찾는 체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중간에 지옥도에서 나온 이후 긴 기간 동안 폐관수련을 했지만, 그 시절 들었던 얘기들은 상당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나도 안다고!”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한백랑에게 들킨 게 부끄럽고 창피한, 상당히 묘한 기분이었다.
“알면 그대로 행동하셔야지요. 그리고….”
한백랑의 시선이 기수 쪽으로 향했다.
“너. 그 얼굴은 어떻게 된 거야?”
기수는 아차! 싶었지만 이왕 들킨 거 그냥 본래 얼굴을 유지했다.
“아! 이건…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역용술입니다.”
한백랑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기수의 얼굴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한 차례 흔들었다. 그리고 기수에게 말했다.
“어서 나가.”
그녀가 명령권자는 아니지만 기수도 떳떳한 상황이 아닌지라 자영에게 목례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자영도 잡지 않았다.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와 간이침상에 누운 기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아! 정말 달콤했어.’
손잡고, 입맞춤 한 번 하는데 이렇게까지 두근거린 건 처음 같았다.
슬쩍 귀를 기울여보니까 한백랑은 자영에게 한참 동안 잔소리를 했다.
자영은 의외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후후… 나쁜 짓 하다가 들킨 심정이라 그러는 거겠지?’
기수는 느긋했다.
한백랑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심지어는 묶어놓는다고 해도 이젠 자영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청춘의 호르몬 분비를 한 번 경험한 이상, 절대로 돌이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과연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기수는 호출을 받았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자영은 앉지 못하고 서성거리다가 기수를 반가이 맞았다.
“어서 와! 나 밤새도록 한잠도 못 잤어. 도대체 왜 그런 거지?”
“남녀가 사귄다는 게 원래 그런 겁니다.”
“너도 못 잤어?”
“저도 아가씨 생각에 잠 못 이뤘습니다.”
5분 정도?
자영이 기수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얼굴 바꿔. 어서…”
기수가 본래 얼굴로 돌아가자 자영은 한 차례 숨을 몰아쉰 후 대뜸 양손으로 기수의 뺨을 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으음…. 아가씨…”
“어제 여기까지 했지?”
“마, 맞습니다.”
“오늘은 뭘 가르쳐줄 거지?”
“더 배우시게요? 한백랑이 싫어할 텐데요.”
“흥! 내가 뭘 하건 무슨 상관이람? 유모라도 되나?”
바로 그거야. 성인으로서 그런 주체적인 자세를 가져야지.
“하지만 저는 걱정됩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책임질게.”
그것 역시 좋은 자세다.
“그렇다면…. 이번엔 접촉 면적을 넓혀볼까요?”
“어떻게?”
기수는 자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아!….”
“으음….”
두 사람이 동시에 신음을 토했다.
기수는 전신에 밀착되는 자영의 몸이 의외로 탄력 넘친다는 사실에 놀랐다.
날씬하다기보다는 약간 풍만한 쪽에 가까운 체형(40kg대가 아닌 50kg초반대)이라서 푹신하고 부드러운 느낌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부드러운 부분은 가슴뿐이었다.
그리고 가슴과 골반이 잘 발달된 데 반해 팔에 감긴 허리는 잘록했다.
‘비율이 상당히 대조적일 것 같은데?’
빨리 벗겨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괜히 서두르다가 일을 망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영이 말했다.
“나. 어지러운 것 같아.”
“두 팔을 제 목에 감으십시오.”
“이렇게?”
“이제 입맞춤을 다시 시작해볼까요?”
그때 천막 밖에서 한백랑이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냈다.
다 듣고 있으니까 적당히 그만 두라는 경고였다.
자영은 그녀 들으라고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방해하기만 해 봐! 그냥 안 둘 거니까.”
그러더니 적극적으로 기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기수는 잘 했다는 의미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혀의 사용에 대한 레슨을 시작했다.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시점을 보이면 자영은 곧바로 따라했다.
가르치는 보람이 느껴지는, 훌륭한 학생이었다.
기수는 잠시 키스를 쉬는 동안 그녀의 눈두덩과 뺨에도 입을 맞추고, 입술을 귀로 가져가 살짝 뜨거운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아!…..”
자영이 신음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더니 기수의 목을 부러져라 세게 끌어안았다.
“양십삼. 나 이상해. 어떻게 좀 해 줘.”
기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