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35
635화
슈슈슈슈슉!
레바테인과 아스칼론이 검광을 번뜩이며 고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바닥이 꿈틀거리더니 그 안에서 촉수가 튀어나왔다.
카아아악!
촉수가 순간적으로 이빨과 눈, 날카로운 발톱을 갖춘 마수의 형태로 변화했다.
그렇게 마수로 변화한 촉수 수십 개가 날아드는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콰!
성령기를 품은 아스칼론과 암혼기를 품은 레바테인은 앞을 가로막는 마수들을 그대로 관통했다.
퍼어어억!
마수의 형태를 한 촉수들은 돌진하는 검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터져 나가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대로 지나친 아스칼론과 레바테인은 각각 백색의 빛과 검은빛을 내뿜으며 천사의 고치를 꿰뚫고 지나갔다.
퓨슈슈슈슉!
두 개의 검이 관통하고 지나간 고치에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에서 핏빛 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쿠드드드드드―
순식간에 고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들어 버렸다.
이에 거대 마수의 몸체가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마수의 뱃속 사방에서 촉수들이 뻗어 나왔다.
쿠드드득!
촉수들은 이번에도 마수의 형태를 띠며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마수의 뱃속이 수천의 마수들로 가득 찼다.
지크는 이를 보며 공중으로 천천히 몸을 띄웠다.
그가 마수들을 향해 손짓했다.
“와 봐라.”
지크의 말에 반응하듯 촉수와 연결된 마수들이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들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지크의 몸에서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검은 칼날들이 밑에서 튀어나왔다.
촤아아아악!
날카로운 톱니와 같은 칼날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는 마수들을 그야말로 ‘갈아’ 버렸다.
콰콰콰콰콰!
동시에 공중을 날아다니는 아스칼론과 레바테인의 검체에서 빛이 일렁였다.
파지지지지직!
성령기를 품은 천뢰가 마수의 뱃속 전체에 퍼져 나갔다.
천뢰에 맞은 마수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몸체가 터져 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암혼기를 내뿜는 레바테인은 마수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핵을 찾아 내부 기관을 헤집었다.
고오오오오오오!
내부에서부터 주요 기관들이 파괴되자 거대 마수가 괴로운 듯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그림자의 칼날에 휩싸인 지크는 서서히 무너져 내린 고치 쪽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그때 고치의 껍질 안쪽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고치의 껍질 안쪽에서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화르르르르륵!
주홍빛 화염이 지크는 물론 주변의 마수들과 마수의 몸체를 태우며 화려하게 피어났다.
지크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을 그림자를 펼쳐 막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홍빛 화염은 지크의 그림자마저 태우는 것이었다.
‘한발 늦은 건가.’
지크가 혀를 차며, 마수를 바라봤다. 고치의 껍질이 있는 곳에서 뭔가가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생김새는 마치 작은 여자아이 같았는데 코와 입이 없고, 눈동자가 있는 곳에 호박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다른 천사들과 달리 등 뒤에는 나비의 것과 같은 날개가 달려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섬세하게 조각해 놓은 소녀 조각상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고치 안에서 부화한 천사를 보고 미간을 그러모았다.
오만한 구원자의 영혼을 흡수한 뒤로 지크는 성좌의 모습을 본뜬 천사들의 진명과 능력을 모두 알게 됐다.
‘천칭궁의 성좌, 라구엘.’
라구엘은 황도 십삼 궁도 중에서도 강한 힘을 지닌 상위 성좌 중 하나로 죄인을 불태우는 참형의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여리여리한 몸체나 외모와 달리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죄인을 모두 불태울 때까지 꺼지지 않는 참형의 불꽃은 십삼 궁도의 성좌들이 가진 권능 중 가장 집요하고 두려운 힘이었다.
천사의 몸을 휘감은 주홍빛 불꽃이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그 주변을 불태웠다.
화르르르르륵!
길게 뻗어 있던 마수의 촉수에 불길이 붙었고, 이내 그 불꽃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고오오오오오!
몸 안쪽에서부터 참형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자 거대 마수가 괴로운지 괴성을 내질렀다.
그럼에도 천칭궁의 천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불길을 더 크게 피어 올릴 뿐이었다.
삽시간에 지크 주변이 주홍빛 불꽃으로 가득 차올랐다.
지크는 점점 좁혀 오는 참형의 불꽃을 보며 미간을 그러모았다.
그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그림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내 동결의 권능을 일으켰다.
치이이이익―
동결의 권능을 일으키고서야 겨우 그림자에 붙은 불꽃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권능을 풀게 되면 다시 불씨가 살아날 기미가 보였다.
‘죄인을 모두 태우기 전까지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
지크는 주홍빛 불길 속에서 고고하게 서 있는 천사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사가 완전히 부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었다.
만약 완전한 부활을 이뤘다면 지금과 같은 소녀의 형상이 아닌 성장한 여인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 터였다.
부화기 역할을 하는 고치가 중간에 터지면서 탈피를 모두 끝마치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종말의 천사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심상치 않았다.
그때 지크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신의 대업을 가로막는 어리석은 자여.]지크는 그 목소리가 천사를 통해 전해지는 ‘신어’임을 깨달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천칭궁의 성좌인 라구엘이었다.
지크는 따로 답하지 않았으나 상관없다는 듯 라구엘이 말을 이었다.
[대업을 방해하는 죄인에게 참형을 내리노라.]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사의 날개에서 더 진한 주홍빛 불꽃이 일렁였다.
화르르르르륵!
위로 치솟아 오른 불꽃이 마치 채찍처럼 뻗어져 지크를 향해 날아왔다.
촤아아아악!
불꽃으로 이루어진 십수 개의 채찍이 지크의 몸을 휘감으려 했다.
그러자 지크가 그림자를 펼쳐 참형의 불꽃을 막아 냈다.
화르르르륵!
지크가 방패처럼 펼친 그림자에 달라붙은 주홍빛 불꽃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그림자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지크는 뒤로 물러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검들이 다시 지크 쪽으로 날아왔다.
지크는 레바테인을 쥐고 엘리멘탈 소드의 힘을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구구!
그는 엘리멘탈 소드 수력의 장을 펼치며 동시에 심검의 권능을 일깨웠다.
지크의 시야에 타오르는 불꽃의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검을 휘둘러 그림자에 붙은 불꽃의 근원을 갈랐다.
치이이익!
놀랍게도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 알려진 참형의 불꽃이 지크의 검격에 갈라지더니 그대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라구엘은 자신의 화신인 천사의 눈을 통해 이를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라구엘의 목소리가 지크의 귓가에 울렸다.
[인간 주제 잔재주를 부리는구나.]성좌들에게 있어서 인간은 카르마를 갖다 바치는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지크에 의해 사견궁의 성좌인 라미엘이 봉인되고, 쌍아궁의 성좌인 아즈라엘의 천사 역시 가디언이 되어 그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구엘은 지크라는 존재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하찮은 인간에게 봉인된 라미엘을 비웃을 뿐이었다.
쿠구구구구!
라구엘이 화신에게 자신의 권능을 더 강하게 주입했다.
화르르르륵!
그에 천사의 날개 모두가 주홍빛 불꽃으로 뒤덮였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사방으로 불꽃이 튀고, 열풍이 불어닥쳤다.
어느새 천사가 있는 자리는 그를 제외한 모든 것이 까맣게 변해 버렸고, 거대 마수 역시 그대로 몸체가 타올라 숨이 끊겼다.
참형의 불꽃은 거대 마수뿐만 아니라 그 주변으로까지 퍼져 나갔다.
대지에서 솟구친 마그마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도 주홍빛 홍염이 달라붙었다.
마계의 마그마조차 라구엘의 권능이 담긴 홍염은 견디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겨우 마그마와 운석의 영역에서 벗어난 마수들도 참형의 불꽃만큼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타올랐다.
화르르르르륵!
어느새 전장이 불꽃으로 가득 찼다.
지크는 불꽃의 한가운데서 고고하게 이를 바라보고 있는 라구엘의 화신을 바라봤다.
불꽃의 크기가 커지고, 그 범위가 넓어질수록 화신체가 서서히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태우면 태울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인가.’
라구엘이 왜 십삼 궁도의 성좌들 중에서도 상위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차분히 주변을 태우던 천사가 홍염의 날개를 펼치며 지크를 향해 불꽃의 폭풍을 내던졌다.
콰콰콰콰!
무엇이든 불태우는 홍염의 폭풍이 지크를 향해 날아갔다.
그 열풍만으로도 단단한 쇠가 한순간에 녹아 버릴 만큼 강력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지크는 그런 홍염의 폭풍을 향해 검 끝을 겨누었다.
우우우우웅!
그의 검에서 검명이 울렸다.
지크는 앞으로 나서며 수력의 장을 펼쳤다.
엘리멘탈 소드
수력의 장
파도검(波濤劍)
심검으로 펼쳐 낸 파도검은 대기의 흐름을 파고들어 날아오는 홍염의 폭풍을 휘감았다.
지크의 검을 만난 홍염의 폭풍이 그대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오히려 지크의 검에 물결처럼 휘감기기 시작했다.
지크는 화염의 폭풍을 자신의 검결로 조정하여 오히려 반대로 라구엘의 화신에게 그것을 되돌렸다.
엘리멘탈 소드
수력의 장
역파도검(逆波濤劍)
본래의 흐름을 역행하여 거대한 불꽃의 파도로 변한 검격이 라구엘의 화신을 덮쳤다.
콰콰콰콰콰!
홍염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자 간신히 형체만 휴지하고 있던 거대 마수의 몸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되어 흩어졌다.
화르르르륵!
사방이 주홍빛 불꽃으로 가득 찬 대지에서 지크는 검을 쥔 채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때 다시 불꽃의 폭풍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쿠구구구구구!
그 폭풍 속에서 한층 더 성장한 라구엘의 화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체가 더 자라났고 등 뒤의 날개 역시 훨씬 커진 상태였다.
천사의 몸을 빌린 라구엘은 지크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하찮기 그지없는 힘이로다.]라구엘의 호박빛 눈동자가 불꽃 속에서 번뜩였다.
그 순간 눈동자에서 쏟아져 나온 강렬한 빛이 지크가 있던 자리를 집어삼켰다.
콰콰콰콰콰콰!
현상계의 존재는 결코 견딜 수 없는 강한 화염의 권능이 공간 자체를 불태웠다.
치이이이익―
지크가 있던 자리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공간이 지워져 버린 것이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하찮은 인간을 처리한 라구엘은 이제 그쪽에서 신경을 거두고 서서히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는 고개를 들고 마수의 침공에서 벗어난 아틀라스를 바라봤다.
뒤틀린 인과율을 이용해 성좌인 자신이 직접 화신의 몸에 빙의해 현상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
바로 이 도시의 문명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아틀라스는 현재 현상계 문명의 중심지였기에 종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곳을 말소시킬 필요가 있었다.
천사가 손을 치켜드니 홍염이 모여들었다.
화르르르륵!
불꽃으로 만들어진 긴 창이 천사의 손에 생겨났다.
수없이 많은 문명을 지워 온 참혹한 재앙 중 하나가 바로 이 불꽃의 창이었다.
화신은 무감각한 표정으로 라구엘의 권능이 담긴 불꽃의 창을 아틀라스를 향해 내던졌다.
불꽃의 창이 빠른 속도로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대기권을 뚫고 올라갔다.
그러고서는 어느 정도 상승한 뒤에야 서서히 다시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운석이 떨어지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압력이 불꽃의 창에게서 느껴졌다.
아틀라스의 시민들은 갑자기 하늘이 주홍빛으로 바뀌자 다시 겁을 먹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늘 저편에서 거대한 불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열풍이 불어닥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를 본 아틀라스의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마치 성서 속에서 묘사되던 최후의 날과 비슷한 모습이 바로 지금, 이곳에 재현된 것이었다.
“시, 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그들을 소멸시키려는 것이 다름 아닌 그 신이었지만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은 눈을 감고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구!
종말을 이끌어 낼 거대한 참형의 불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구엘은 화신을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수없이 많은 문명을 만들고 없앴던 그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츠츠츠츠츠츠―
갑자기 반투명한 원형의 구가 퍼지기 시작하더니 시간의 흐름이 서서히 느려지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그대로 시간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