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13
0112 꼬물이들
“흐에에엥. 아깽이들 귀여워어……!”
나는 누나가 아기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그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나의 품에 있는 아기 고양이들은 남캣과 폭신이의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새끼들이었는데, 총 네 마리였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꼬물대는 녀석들이라 카페로 데려가지는 않고 케어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 한 몸 가누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콩- 벽에 콩-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누나처럼 품에 안을 정도였다. 심지어, 뺙뺙거리듯이 울어대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내 새끼 귀엽지?”
그리고, 그러한 귀여움을 잘 안다는 듯이 어느새 다가온 남캣 녀석이 으스대었다.
“흥, 소은이가 더 귀엽거든?”
“내 새끼도 그만큼 귀엽거든?”
소은이에게 푹 빠진 것은 마찬가지인 남캣이었기에, 녀석은 차마 크게 반발하지는 못하고 소은이와 동급 선상에 놓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남캣의 등허리를 쓸어주었다.
“흐어, 좋다.”
등허리를 쓸어주고, 꼬리 부근을 통통 두드려주니 남캣이 좋다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마치 더 해달라는 듯이 그대로 드러눕더니 나를 툭툭 건드렸다.
해주지 않으면 꼬라지를 부리듯 한번씩 건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처럼 나보다 높은 곳에서 자그마한 물건을 떨어트리며 암살시도를 해대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휴. 새끼들은 귀여운데.”
“어후. 소은이는 귀여운데.”
“……이 놈을 어떡하지?”
내 말을 고스란히 받아치며, 어서 쓰다듬어달라는 남캣을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말한다고 들어먹을 놈이 아니었으니 포기하는 것이 내가 편한 길이었다.
그런데, 남캣을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있으니 또다른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죠?”
“억!”
내게 쓰다듬을 받던 남캣은 몸을 뻣뻣하게 굳히더니, 이내 급히 일어났다. 다름이 아니라, 찾아온 고양이가 폭신이였기 때문이다.
지금 누나의 품에 안겨서 꼬물거리는 아기 고양이들의 어미이자, 남캣의 암컷인 폭신이였다.
그리고, 그런 폭신이는 남캣에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남캣의 머리를 짓밟았다. 헹, 꼴 좋다.
“내가 분명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나요? 젖먹일 시간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아이들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쓰다듬이나 받고 있네요.”
“그, 그게엑!”
남캣은 다급히 변명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폭신이는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남캣의 얼굴에 냥냥펀치를 갈겼다.
청호와 대련을 하며 얻어맞아도 아픈 티 하나 내지 않는 녀석이, 폭신이의 가벼운 냥냥펀치에는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그 모습에 낄낄거리며 웃은 나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젖 먹여야 한다니까, 이제 걔들 폭신이한테 보내줘.”
“응. 폭신아, 가자.”
누나는 아쉬워 하긴 했지만, 젖먹이에겐 젖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엄마였다. 누나는 새끼들을 조금이라도 더 안고싶다는 듯, 폭신이와 함께 폭신이의 자리로 향했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둔 보금자리였는데, 내부에는 보드랍고 푹신한 쿠션이 깔려 있었다.
“고마워요.”
폭신이는 누나의 그 행동에 감사를 전하듯 고개를 꾸뻑- 숙여보였다. 그 모습에 배시시 웃음지은 누나는 아기 고양이들을 폭신이의 품에 놓아주었다.
“밥!”
누나의 품에서 벗어나, 폭신이의 품에 들어가게 된 아기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밥을 찾기 시작했다.
폭신이의 아랫배로 파고드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어느새 다가와 내 허벅지에 찰싹 달라붙은 소은이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압빠! 얘들 모해?”
“젖 먹는 거야. 소은이도 엄마 젖 먹었는데, 기억나?”
“우웅……. 몰라!”
“소은이도 아기 고양이들이 폭신이 젖 먹는 것처럼 엄마 젖 먹고 컸어.”
소은이는 내 말이 진짜냐는 듯이 누나를 바라보았고, 누나는 소은이를 안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 고양이들이 밥 먹는데, 소은이도 밥 먹을까?”
“웅!”
잠시동안 아기 고양이들이 열심히 젖을 빠는 모습을 보던 누나와 소은이는 그대로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누나와 함께가지 않고, 폭신이의 곁에 조금 더 머물렀다. 내 초능력이 가까울수록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었으니, 아기 고양이들과 폭신이에게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을 안다는 듯이 폭신이가 나를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였다.
“나두 애기들 볼랭!”
“꺼져!”
“끄앙!”
아기 고양이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던 치킨이가 남캣에게 후드려맞고 도망치는 일이 있었지만, 나는 폭신이의 머리를 쓸어주는 것에 집중했다.
잠시동안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을 먹이며 쓰다듬받는 것을 즐기던 폭신이는 아기 고양이들이 충분히 배가 부르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폭신이는 마치 누나가 소은이에게 젖을 먹인 다음 등을 두드려주듯이, 아기 고양이들의 몸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폭신이의 노력으로 깔끔해진 아기 고양이들은 저들끼리 엉켜있더니, 금세 고로롱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너도 좀 잘래?”
“그럼 잠깐만 잘게요.”
폭신이는 그대로 아기 고양이들 곁에서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주변 환경을 조금 어둡게 만들어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곧장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배가 볼록하게 부풀어 있는 여우 한 마리와, 그 여우에게 구박받고 있는 여우 한 마리가 있었다.
“이거 말고 맛있는 걸로 가져오라고!”
“께에엥…….”
어디서 가져온 건지, 강아지용 사료를 물고왔다가 구박받고 있는 수컷 여우였다. 소은이에게 홀려서 보금자리를 까발린 이후, 계속해서 구박받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별명겸 이름으로 구박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상태였다. 그런 구박이를 구박하는 암컷 여우의 이름은 미호였다. 원래는 다른 이름으로 지으려 했으나, 누나가 암컷 여우는 역시 구미호라며 미호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피식 웃으며 미호에게 다가가, 미리 챙겨왔던 육포를 꺼내들었다.
“흥, 저런 화상보다는 그쪽이 훨씬 낫네요!”
내 손에 쥐어진 육포를 발견한 미호는 뒷발로 구박이를 팽, 걷어차더니 내가 내미는 육포를 찹찹 소리를 내어가며 씹어댔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지?”
“덕분에요. 먹을 걸 구한다고 신경쓸 것도 없고, 안전한 것도 그렇고. 참 좋아요.”
미호는 내 손에 머리를 슥슥 부비며 감사를 표했다. 하긴, 야생을 살아가던 녀석에겐 먹을 것 꼬박꼬박 나오고, 천적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는 이 곳은 천국이나 다름없겠지.
그리고, 그런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살아가게 된 미호는 몇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총 세 마리의 자그마한 붉은여우들을 낳게 되었다.
[드루이드, 국내 토종 여우인 붉은여우의 번식 성공!] [붉은여우 새끼들, 유전자 검사 결과 순수 토종 붉은여우로 확인!] [번식에 성공한 붉은여우들 무척 건강한 것으로 알려져.] [멸종위기종 1급의 붉은여우. 복원의 청신호 켜지나?]당연히 붉은여우의 번식 소식은 기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밀수업자 이후, 최초로 번식에 성공한 붉은여우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더더욱 컸다.
여러 언론의 기자들이 찾아와 기삿거리들을 가져갔고, 꼬물거리며 엉켜 있는 붉은여우 새끼들은 순식간에 인기 스타가 되었다. 심지어, 여우 인형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남캣과 폭신이의 새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미의 젖을 빨며 빠르게 커가고 있었다.
“얘들도 엄청 귀여워어어어……!”
누나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그러했듯, 미호의 새끼들을 끌어안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은 성장해서 뽈뽈거리며 소은이를 뒤따라다니는 새끼 고양이들 역시 함께 품에 안고서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히히!”
그리고, 그렇게 녹아내리는 누나의 곁에 있던 소은이는 자기도 끼워달라는 듯이 웃더니, 누나의 품에 쏙- 안겨들었다.
“꺄아아!”
소은이는 물론이고 아기 고양이들에, 솜털이 그득한 붉은여우 새끼들을 끌어안은 누나는 말 그대로 녹아내리며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휴.”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누나의 품에서 여우 새끼들을 꺼냈다.
“왜에!”
“저번에도 그러더니, 어떻게 젖 먹을 시간만 되면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거야? 저길 봐.”
새끼 여우들을 빼앗긴 것에 입술을 삐죽이며 투정을 부리던 누나는 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더니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가리킨 곳에는 구박이가 새끼들을 찾아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구박아! 애들 데리고 가라!”
내 외침에 구박이가 쪼르륵 달려오더니 한 마리씩 새끼들을 물어갔다.
“……무슨 일 있었냐?”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한 번 돌아올 때마다 어딘가 얻어맞은 듯한 자국이 늘어났지만, 구박이는 애써 내 시선을 외면했다.
‘보나마나 왜 이렇게 늦었냐고 맞은 거겠지.’
나는 그 모습에 구박이가 이상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에 합류한지 꽤 되었음에도, 여전히 미호는 구박이가 보금자리를 냅다 불어버린 것을 잊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에 누나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나 썰러 갈까.’
마누라에게 찍혔다가 구박만 받으면서 고생하는 구박이의 모습을 보니, 괜히 누나에게 조금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에 스테이크 먹으러 갈까?”
“스떼꾸!”
“스테이크? 좋아!”
내 말에 누나는 물론이고, 소은이도 벌떡 일어나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