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9
0148 서바이벌 드림팀(3)
“딱따구리한테 부탁하셨다고요?”
황당함이나 어이없음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대나무가 분류상으로는 풀이라도 나무처럼 생겼으니까 딱따구리가 잘 쪼지 않을까 했죠. 결과는 보다시피.”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수십 대의 대나무를 가리키며 웃어보였다.
“……일단 가져가죠. 모처럼 시간도 체력도 아끼게 됐으니 나쁜 일은 아니잖습니까.”
잠시 황당해하던 팀원들 가운데, 권설도가 슬며시 웃어보였다. 그러자 나머지 팀원들도 황당함을 지우고 웃음을 짓더니 모두 다함께 대나무를 옮기기 시작했다.
수십여 대의 대나무가 순식간에 집터에 쌓였다.
“이 정도면 임시 거처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없겠네요. 수환 형님, 딱따구리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권설도가 대나무의 상태를 보더니 흡족해하며 딱따구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권설도의 인사를 딱따구리에게 전해주었다.
딱따구리는 그런 인사를 전해듣자, 배우지 않았음에도 날개 한 쪽을 들어올리며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오…….”
딱따구리가 날개를 들어올리며 인사를 해주는 모습에 권설도가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떠올린 권설도가 집터를 둘러보며 집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나를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바닥에 기둥이 될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에 덩쿨로 천장을 받쳐줄 것을 묶었다. 그 다음, 잘게 쪼갠 대나무를 A형 텐트의 외피처럼 촘촘하게 세웠다.
순식간에 꽤나 널찍한 A형 텐트처럼 생긴 집이 완성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툭 치면 우르르 넘어질 것 같았지만, 가볍게 만져보니 엄청 튼튼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부에도 잘게 자른 대나무를 가득 깔고 푹신하도록 나뭇잎 같은 것들을 수북하게 깔아두었다. 하룻밤 정도는 쾌적하게 잘 수 있을 환경이 조성된 것이었다.
“진짜 초능력이 대단하긴 하네요. 수환 오빠가 부른 딱따구리도 그렇고, 설도 오빠가 지은 집도 그렇고요.”
김손의 감탄에 권설도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니까. 저렇게 좀 허름해보여도, 쾌적할 거야.”
자기 초능력에 자신이 있는 듯, 권설도는 콧대까지 높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권설도의 모습에 금바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섰다.
“그럼 이제 제 차례죠? 손아, 낚싯대 좀 부탁해도 될까?”
“응, 언니. 금방 만들어 줄게.”
금바리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 김손이 사부작사부작 움직였다.
집을 만들고 남은 대나무와 덩쿨, 머리에 끼우고 있던 자그마한 머리핀이 하나의 낚싯대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쨘!”
낚싯대를 만든 김손은 두어번 붕붕 흔들고서 금바리에게 넘겨주었다.
“히히, 언니가 맛있는 물고기 잡아올게! 다녀올게요!”
낚싯대를 받은 금바리는 쾌활한 걸음으로 바닷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 어느새 또 다른 낚싯대 3개를 만들어낸 김손과 함께 금바리의 뒤를 쫓았다.
“이히히힛! 꼭 이런 곳에서 낚시해보고 싶었어!”
금바리를 뒤쫓아가니, 그녀는 어느새 무릎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낚싯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낚싯대를 몇 번 이리저리 휘두르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언니가 벌써 뭘 잡았나본데요?”
그 모습에 놀란 우리는 재빨리 다가갔다. 낚싯대에 뭔가 걸리긴 한 건지, 금바리의 몸이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가 금바리를 도와 낚싯대를 함께 끌어당겼다. 김손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척 단단한 낚싯대는 그 강한 힘을 버텨냈다.
결국 우리와의 힘싸움에 져버린 물고기의 힘이 서서히 빠졌고, 우리는 보다 수월하게 끌어당길 수 있었다.
열심히 줄을 대나무에 감아 당기니, 거대하다고 해도 좋을법한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내 팔뚝보다도 더 커다란 물고기가 머리핀을 구부려 만든 낚싯바늘을 물고 파닥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팀원들이 그 물고기를 보며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와! 엄청 커!”
“오오, 첫날부터 포식하겠는데?”
“……이런 게 해변가에서 잡힐 수 있던가?”
“…….”
단순히 크다고 좋아하는 김손과 권설도, 커다란 놈이 해변 근처에서 잡혔다는 것에 의문인 하인두. 그리고, 아는 물고기라곤 고등어, 참치, 연어 같이 식탁에 오르는 생선밖에 없는 나까지.
저마다의 반응을 보인 우리는 곧바로 그 물고기를 가지고 백사장으로 돌아갔다. 물론, 이것도 아직 부족하다는 금바리는 그 자리에 남아 낚시를 이어가고 있었다.
“진짜 이런 걸 어떻게 해변가에서 잡는 거지?”
“뭐 어때요. 인두 오빠. 초능력 때문이겠죠. 히히, 맛있겠다.”
금바리가 낚은 물고기를 가지고 해변가로 돌아가, 잠시 기다리니 금바리가 돌아왔다. 조금 전 잡은 것과 똑같은 물고기를 한 마리 더 가진 채로 말이다.
“손이가 만든 낚싯대 엄청 마음에 드는데요? 손에 쫙쫙 감기고 탄성도 엄청 좋고…….”
“나중에 더 좋은 걸로 만들어 줄게요, 언니.”
“좋아!”
금바리는 좋다며 소리치더니 김손을 와락 끌어안았다. 벌써부터 친해진 건지, 둘은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쁨을 표하고 있었다.
“바리씨. 이건 무슨 생선인가요?”
“저도 확실한 건 아닌데, 긴갈돔이라는 종일 거예요. 예전에 아빠가 해외여행가서 낚았다고 자랑한 적 있거든요.”
하인두의 물음에 금바리가 물고기를 들어올리며 대답해주었다. 한 손으로 따뽕까지 해주니, 마치 낚시 잡지의 표지같은 포즈였다.
그 모습에 다 같이 푸하핫, 웃음을 터트리고서는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러면 이제 이걸 손질해야 하는데…….”
그런데, 손질 이야기가 나오자, 팀원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권설도, 하인두, 김손, 금바리까지 모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 내가 해?”
“아니……. 그게, 아니라요. 오빠. 이런 거 괜찮으세요?”
“뭐가?”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에,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물고기 말도 알아들으시는 거 아녜요?”
“아, 그거. 그렇긴 한데 괜찮아. 내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동물이랑 대화가 통하지는 않거든. 뭐라더라? 정신적인 부분이라 본능적으로 초능력을 조절한다고 했나……. 안 그랬으면 길거리 다니다가 횟집 수조 앞에서 멘탈 나갔을 걸?”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물고기를 보고 있음에도,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조금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돼지나 소 같은 동물들도 안 되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냐. 뭐랄까……. 돼지나 소 자체를 식재료로 보지는 않아서 그런 거라고 해야하나? 고기로 가공을 거쳐야 식재료라는 느낌이지. 물고기는 회로 먹기도 하니까 그렇고. 당장 뮤튜브만 봐도, 회를 뜨는 영상은 있어도 돼지나 소를 도축하는 영상은 거의 없잖아?”
“아항!”
내 말에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이 금바리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팀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이건 제가 손질 할게요!”
“혼자서? 힘들지 않겠어?”
“괜찮아요. 제 초능력이 손으로 하는 건 대부분 잘 하게 해주는 거라, 이런 것도 엄청 잘 하거든요.”
김손이 양 손에 물고기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바닷가로 다가갔다. 쏴악 쏴악 밀려오는 바닷물로 물고기가 도망치지 못하게 기절시키더니, 그대로 자그마한 돌칼을 꺼내어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손질을 시작했다.
“잘 하긴 한다…….”
김손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물고기 손질을 잘 했다. 슥삭슥삭 문지르는 것이 전부 같았는데, 한 번 움직일 때 비늘이 싹 벗겨지고 또 한 번 움직이니 배가 갈라지며 마지막으로 한 번 움직이니 내장이 모두 제거 되었다.
두 마리 물고기의 손질을 빠르게 마친 김손의 모습에, 우리는 곧장 집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엇, 잠시만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거닐던 우리는 갑자기 멈추라는 하인두의 말에 멈춰섰다.
“여기 카사바가 있네요.”
감자나 고구마처럼 구황작물의 하나인 카사바를 발견했다는 말에 우리는 반색했다. 국내에서는 잘 재배하지 않지만, 여러가지 가공식품으로 나오다보니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 적당한 나무 같은 것들로 땅을 파내어 카사바를 캐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무인도라 그런지, 카사바의 크기가 무척 커다랬다. 금바리가 잡은 물고기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었다.
“오늘은 포식이다아아!”
첫날부터 굶지 않고, 오히려 포식하게 생긴 상황에 김손이 기쁘다는 듯이 만세를 하며 집을 향해 뛰어갔다.
우리도 그런 김손의 뒤를 따라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간단하게 구워먹고, 오늘은 일찍 잘까요? 어차피 해가 지면 뭘 할 수도 없을테니까요.”
하인두의 제안에 우리는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부터 이어진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벌써부터 날이 많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조금 사그라든 불에 장작을 던져넣고, 그 불로 카사바와 물고기를 구워냈다.
독이 있어 제대로 익혀야 하는 카사바는 조금 있다가 먹기로 한 우리는 물고기부터 해체해나갔다. 김손이 얇은 나뭇가지로 만들어낸 젓가락과, 근처에 있던 길쭉한 잎으로 만들어낸 그릇 덕분에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뒤, 푹- 익은 카사바까지 먹은 우리는 하나둘씩 잠자리를 정비하며 잘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촬영이 잠깐 쉬는 틈을 타 가족들에게 위성폰으로 전화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기도 딱따구리를 보고 싶다며 칭얼거리는 소은이를 달래느라 힘들었다.
어떻게든 소은이를 달래고 누나와도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눈 나는 팀원들처럼 텐트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이동하며 생긴 피로와, 대나무를 패며 생긴 피로 같은 것들이 겹치며 눕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빠져든 첫날의 잠은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들려온 비명에 의해 깨질 때 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