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
0014 동료가 되어라!
“아빠! 이제 적당히 해! 지금 카페도 공사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 수환이도 할 일 많단 말이야. 그거 원래 전부 아빠가 해주기로 한 거잖아.”
카페로 쓸 부지에 중장비들이나 공사 인부들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가리킨 누나는 아버님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매번 아버님에게 끌려다니며 밤 늦게 집에 들어오는 것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사귄 기간이 10년이 다 되어가긴 하지만, 나름대로 신혼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아버지가 방해하고 있으니 불만이 쌓였겠지.
아버님 몰래 누나를 응원한 나는, 시무룩해진 아버님이 털레털레 돌아가는 것을 보며 안도했다.
‘또 붙잡혀 가는 줄 알았네.’
한 번 붙잡혀 간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붙잡혀 있어야 했다. 회사 다닐 때도 이 정도로 야근하지는 않았다.
“고마워.”
누나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내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내가 아버님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것을 누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가기로 했잖아.”
게다가 오늘은 누나와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새 가족을 들이기 위해서 찾아가기로 결정한 곳이 있었다.
“그럼 늦기 전에 갈까?”
“그러자.”
내 말에, 누나는 슬그머니 내게 달라붙으며 팔짱을 꼈다.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이후부터 평소보다 더 살가워진 모습이었다.
봄, 여어어르으음, 갈, 겨어어어우울. 사계절 보다는 2.5계절 정도가 아닐까 싶은 탓에 5월 말인 지금, 더위가 제법 느껴졌지만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나도 붙어 있기 싫을 정도의 더위는 아니라고 여겼기에, 누나와 함께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가냐?”
그리고, 그런 내게 남캣이 말을 걸어왔다.
원래는 길고양이인 남캣이었으나, 카페도 휴업하는 상황에서 길에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 녀석이, 내가 훈련 시키며 먹이를 챙겨줬더니 스스로 뭔가 찾아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나갔다 올 거야. 네 친구들 데려올 테니까 뭐 박살내지말고 얌전히 있어라.”
“친구……? 아니, 잠깐만. 내가 박살내기는 뭘 박살낸다고.”
“식탁에 올려둔 리모컨. 어떻게 떨궜길래 그 단단한 리모컨이 개박살 날 수가 있냐?”
“…….”
남캣은 내 말에 조용히 몸을 돌려, 구석진 곳에 놓아둔 방석에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와 누나는 가볍게 웃으며, 집을 나섰다.
기장에서도 울산에 조금은 가까울 정도로 구석진 위치였기에, 이동하는 것이 조금 문제였지만 그 문제는 의외로 손쉽게 해결됐다.
[얌마! 내 차 내놔! 낚시 가야해!] [야! 씹냐! 읽었으면 대답해!] [이거 완전 아들이 아니라 웬수야!]아빠 찬스……. 아니, 아빠차 찬스였다.
‘나중에 이거 보다 더 좋은 걸로 사줄게!’
마음 속으로 아빠에게 사과한 나는, 누나와 함께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 차를 운전해서 도착한 곳은 바로 ‘유기동물 보호센터’였다.
좋은 혈통, 예쁜 외형을 가진 동물들을 ‘구매’하는 것 보다는, 함께 할 동물들을 ‘입양’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구매해온 동물들로 뮤튜브를 찍는다면 왠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행동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어쨌거나, 보호센터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나는 누나와 함께 센터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수 많은 유기견, 유기묘를 비롯한 동물들이 가득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녀석들이었다.
“어서오세요!”
내부로 들어가니 직원인 듯한 여성 한 분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나와 누나의 행색이, 동물을 맡기러 온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특히나 반가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동물을 데려갈 거라 예상하는 듯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었기에 정정해주는 일은 없었다.
“아이들을 입양하러 오셨죠?”
그녀는 그렇다고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일단은 강아지와 고양이 정도 생각중이예요.”
“앗, 한 마리가 아니라요?”
“네. 합쳐서 일곱, 여덟 마리 정도?”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이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유야 바로 알 수 있었다. 유기동물들을 이용해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놈이라 의심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가 하려는 건 펫 카페예요. 좀 대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 동물원에 가깝지만요.”
그리고 그것은 누나도 알아차린 것인지, 나보다 먼저 나서 나를 변호해주었다.
내 뮤튜브까지 보여주며 누나는 직원의 의심을 해결했다.
알고보니 직원이 내 구독자였다- 라는 헤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잘 해결 된 것이었다.
“이쪽이 강아지 섹션이구요, 이쪽은 고양이예요. 원하는 아이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나와 누나는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관리를 하며 동물복지에 신경쓰는 보호센터인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행복해 보였고 개체마다 부여된 공간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전부 다 너만 보네?”
“그러니까…….”
보호센터 내부에 있는 모든 동물들의 시선이 내게로 꽂히고 있었다.
마치 나를 데려가요! 하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곳에 있는 동물들을 모두 데려갈 수는 없었다. 나는 애써 내게 꽂히는 시선들을 무시하며 몇 마리의 동물들을 골랐다.
총 일곱 마리로, 세 마리의 고양이와 네 마리의 강아지였다.
얼굴과 네 발이 새까만 샴 고양이, 털이 풍성하고 조금 험상궂게 생긴 페르시안 잡종으로 보이는 고양이, 다리가 무척이나 짜리몽땅한 먼치킨 고양이.
노란 빛깔이 띄는 크림색의 골든 리트리버, 하얗지만 군데군데 조금 털이 뭉친 비숑, 얼굴 털 배색이 좌우대칭이 아닌 시츄, 딱 봐도 장난기 넘쳐 보이는 웰시코기.
이렇게 세 마리의 고양이와 네 마리의 강아지들로 결정했다.
내게 선택된 녀석들은 무척 기분 좋다는 듯이 서로 몸을 비벼대며 자축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런 녀석들과는 다르게, 내게 선택받지 못한 녀석들은 조금 서글픈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진 나는 녀석들을 위로해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도 금방 너희를 좋아해줄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어 줄게.”
카페를 휴업하고, 아버님에게 끌려다니는 와중에도 내 뮤튜브는 착실히 성장했다. 어느덧 실버버튼을 수령할 수 있을 정도에 가까워졌기에, 이 녀석들의 주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직원 역시 내 말을 들었는지, 무척 좋아하며 일곱 마리의 동물들을 이끌고 가는 나와 누나를 배웅해주었다. 아니, 녀석들이 차에 올라탈 수 있도록 돕기까지 했다.
“집에 갈 건데, 너희들 거기서 꼼짝말고 가만히 있어. 괜히 움직였다가 다칠 수 있으니까. 차 안에서 오줌 싸지도 말고.”
내 말에, 뒷좌석을 접고 트렁크 부분까지 꽉 들어찬 동물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일곱이나 되는 녀석들의 외침이 섞이며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이 알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천천히 차량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창 옆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근데, 볼 때 마다 신기하네. 나한테는 그냥 냥냥 멍멍 이렇게 들리는데, 너는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리고 신기한 거 알려줄까?”
“신기한 거?”
누나는 내 말에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두 눈을 빛냈다.
“저 녀석들도 내가 말하는 거를 빼면 사람들이 말하는 게 짐승들이 짖는 것처럼 들린다는 거야. 우리는 언어를 구사하면서 대화를 하는 거지만, 동물들한텐 울음소리 처럼 들리는 거지.”
“와…….”
“그래서 동물들을 훈련시킬 때 단순히 말로만 지시하기 보다는 행동을 같이 하면 훈련이 잘 되는 거지. 일정한 울음소리에 같은 동작이 반복되면 바디랭귀지처럼 이해한다고 해야하나?”
“진짜? 난 그렇게는 한 번도 생각 못해봤는데. 신기하네…….”
“그렇지? 근데, 내가 약간 훈련시킨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도 어느정도 이해는 하더라? 언어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단어를 이해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남캣이를 생각해봐. 누나나 영지가 시켜도 잘 따라 하잖아?”
“앗, 그렇네.”
무척 신기하다며, 누나는 뒷편에 얌전히 앉아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고양이들끼리, 강아지는 강아지들 끼리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무척 귀여운 모습이었다.
녀석들이 얌전히 앉아 있는 덕분에, 나는 아주 쾌적하게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녀석들에게서 뿜어져나온 털 덕분에 차 내부는 쾌적하지 않게 됐지만.
‘세차 맡기자. 응.’
내가 털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시간에 영상 하나 더 찍어서 올리는 게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리모컨을 통해 차고 문을 열고 집 안 까지 들어간 나는 곧바로 트렁크를 열었다.
쉬익- 하며 가스 쇼바가 힘을 받아 트렁크를 자동으로 올렸다. 그리고, 일곱 마리의 동물들이 우리 집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나씩 차량 밖으로 나온 녀석들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도 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약간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여기가 한동안 너희가 지낼 곳이야.”
“한동안 말인가요?”
내 말에 답한 것은, 데려온 녀석들 중 가장 덩치가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였다. 대형견 답게, 다른 녀석들을 압도하는 크기를 가진 녀석이었다.
“지금 바깥이 시끄럽지? 거기에 너희들이 지낼 집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걸 만들고 있어. 거기가 다 만들어지면 거기로 갈 거야.”
“그럼, 주인님과 떨어져야 하는 건가요……?”
골든 리트리버는 꼬리와 귀를 축- 늘어트리며 불쌍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만져주었다.
“언제든지 오갈 수 있도록 통로를 따로 만들어둘 거야. 너희를 버린 옛날 주인처럼 너희를 버리는 일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마.”
내 말에 안심한 것인지, 축 늘어졌던 귀와 꼬리가 다시금 활기차게 변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 역시 걱정하던 것이 해결 됐는지, 천천히 주변으로 호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숑은 벌써부터 여길 자기 영역으로 삼겠다는 듯이 마당 구석에 오줌을 갈기고 있었고, 고양이들은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팔랑이는 나비를 쫓아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근데……. 시츄는 왜 마당 중앙에 드러누워 움직이지도 않는 거지.
‘뭐, 그러고 싶나보지.’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양아치 같은 냥아치 놈들도 있는데, 나태한 동물이 있다고 이상할 건 없었다.
“역시 마당에는 동물들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마당 있는 집도 꿈이었는데, 거기 동물까지 있으니까 완벽한데?”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하는 누나는 마당을 뛰노는 일곱 마리의 동물들을 보며 베시시 미소 지어보였다.
나도 그런 누나의 모습에 마주 웃어주었다.
“풉!”
거실 유리창 아랫부분으로 보이는 남캣의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는.
“왜 그러……. 푸흐흣!”
누나 역시 거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남캣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마당을 뛰놀고 있는 7마리의 동물들을 본 남캣의 모습은 우습기 그지 없었다.
입을 떡- 벌린 채로 굳어 있는 모습은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살랑이던 꼬리까지 멈춘 덕에, 남캣의 뒤에는 마치 물음표가 떠 있는 듯한 상황이었다.
띠롱!
그 모습은 나 혼자 보기 아쉬울 정도라, 참지 않고 영상을 촬영했다.
‘이것도 조회수 좀 나오겠는데?’
행동 하나하나가 조회수로 보이는 것이, 어느덧 내게 뮤튜버 마인드가 자리 잡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