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1
0150 서바이벌 드림팀(5)
이른 아침, 숲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에 잠에서 깬 우리는 적당히 아침을 챙겨먹었다.
아직 남아 있는 장작불에 카사바를 구워 먹고, 과일로 마무리하는 정도로 끝낸 것이었다. 말리고 있는 생선이 있긴 했지만, 신경써서 구워야 하기에 아무래도 번거로웠다.
“얼른 놀러가요!”
그리고, 바닷가에서의 휴식을 기대하는 김손이 언제 만들어낸 건지모를, 챙이 넓은 피크닉 모자를 쓰고서 당장이라도 뛰어갈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 가자.”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은 우리는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점심까지 해결할 생각으로, 각종 식량과 불을 옮겨 붙인 기다란 나무 하나를 들고서.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투명하게 바닥을 비추는 깨끗한 바닷물이 보이는 해변으로 나오니 뭔가 상쾌한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리고, 그런 해변의 모습에, 1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삼인방이 호다닥 뛰기 시작했다. 김손, 금바리, 권설도 삼인방은 가져온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첨벙- 소리가 나게 뛰어든 셋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호호 웃음을 터트려대며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있었다.
나와 하인두 역시 그런 세 사람에게 다가가 물싸움에 참전했고, 제일 까불며 여기저기 물을 뿌리던 권설도가 4명에게 집중공격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아, 죽겠다……. 입에서 소금 나올 거 같아.”
“잘 됐네. 바로 가서 카사바라도 먹어. 그럼 짭짤해서 맛있지 않을까?”
“그럼 너는 카사바 바닷물에 찍어 먹지 그래?”
동갑내기답게 투닥거리는 금바리와 권설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김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손은 백사장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하는 듯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뭘 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니, 자그마한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
바닷물을 끼얹어 모래를 반죽하며 이리저리 만지니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설도 오빠!”
잠시동안 이리저리 모래성을 쌓던 김손이 갑자기 권설도를 불렀다.
금바리와 투닥거리던 권설도는 곧바로 김손에게 다가갔다. 저 녀석, 금바리보다 김손한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쨌거나, 김손의 호출에 다가간 권설도는 김손과 무어라 몇 마디 주고받더니, 모래성 건축에 합류했다. 어디서 가져온 얇은 나뭇가지와 풀을 이용해 뼈대를 만들고, 김손이 모래로 마무리를 하는 식으로 모래성을 쌓기 시작한 것이었다.
쟤들이 스물다섯, 스물여섯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뭔가 바닷가에서 하는 짓이 소은이가 하는 행동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와 하인두는 금바리에게 다가갔다. 같이 놀던 친구가 휙 떠났으니 우리가 대신 놀아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바리는 권설도가 떠났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던 건지, 바닷속에 손을 넣고 있었다.
“뭐 해?”
“잠시만요……! 끄, 으응!”
그리고 바닷속에 손을 넣고 힘을 주던 금바리가 힘차게 몸을 들어올렸다.
“잡았다아아아아!”
그런 금바리의 손에는 커다란 가자미인지 광어인지 모를 생선 한 마리가 붙잡혀 있었다. 넓적한 몸이 꿈틀거리는데, 그 크기가 정말 커다랬다.
“……진짜 낚시 초능력은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곳에서도 저런 걸 다 잡아?”
곁에서 하인두가 감탄하는 것에 한껏 의기양양해진 금바리가 커다란 생선을 가지고 해변가로 돌아갔다.
해변가로 돌아가니 거의 사람 허리 높이만한 수준의 모래성이 만들어져 있었다. 금바리가 바닷속의 가자미와 씨름하는 사이 벌써 이 정도 수준으로 쌓아버린 것이었다.
“오, 벌써 이정도로 만들었어?”
“그럼 여기는 가자미 보관함!”
“꺅! 언니이이!”
“뭔 짓이야!”
금바리가 들고 있던 가자미를 모래성의 안쪽으로 냅다 던져버리자 김손과 권설도가 절규하는 모습을 잠시 구경했다.
잠시 절규하던 두 사람이 금바리를 응징하는 것을 구경한 나는, 가볍게 수영이나 하면서 몸을 풀 생각으로 바닷물에 몸을 담궜다.
시원하고 투명한 물을 가르며 몸을 움직이니 꽤나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를 옮기고, 식량을 찾으며 돌아다니며 굳어버렸던 근육이 수영을 하며 움직여주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주변으로 하인두가 휘적휘적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형님, 뭐 해요?”
“조개 같은 게 좀 있어서, 캐려고. 오, 여기 바닷가재도 있네.”
탐색 계열 초능력자 답다고 해야할지, 하인두는 대충 움직이는 것같은데도 조개나 가재 같은 것들을 아주 손쉽게 찾아내고 있었다. 몇 걸음 걷다가 몸을 숙이니 조개를 들어올리고, 또 몇 걸음 걷다가 몸을 숙이니 가재를 들어올리는 식이었다.
“바리는 가자미를 잡더니 인두 형님은 조개랑 가재를 잡네…….”
놀러온 것임에도 먹을 것을 찾아내는 그 실력에 감탄을 하며 나도 뭔가 해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김손와 권설도를 보니 꼭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사람보다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거지.
어쨌거나, 유유자적하게 바닷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조난 컨셉의 생존물을 찍으러 온 건지, 아니면 힐링 휴양지에 온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둥둥 떠다니던 와중, 머리가 무언가에 콩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암초 같은 것에 부딪혔다기 보다는 단단하면서도 무언가 말랑말랑하고 푹신푹신한 그런 것에 부딪힌 것이었다.
“뭐야.”
무언가에 부딪혔다는 것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한 마리의 듀공을 말이다.
바다에서 사는 소. 해우(海牛)라고 할 정도로 커다란 덩치의 듀공이 바닷물에서 둥둥 떠다니던 나와 부딪힌 것이었다.
“아이고! 듀공 죽네!”
“……뭐지? 듀공이 아니라 보험사긴가?”
그리고, 듀공은 나와 부딪힌 걸로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던 둘이 부딪혔는데 아플 게 뭐가 있냐고. 내 머리가 송곳도 아닌데.
물론, 녀석도 장난을 친 것이었는지 금세 엄살을 멈추고, 내게 다가와 슬쩍 몸을 비벼댔다.
얕은 바다에 사는 듀공의 최대 천적은 보트라더니, 녀석의 몸 곳곳에는 자상 같은 흉터가 많이 보였다. 보트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프로펠러에 살갗이 베인 흔적들이었다.
그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살며시 쓰다듬어주니, 녀석은 좋다며 더더욱 엉겨붙었다. 나보다도 더 커다란 녀석이 엉겨붙으니 나는 자연스레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얌마, 좀 가만히 있어.”
엉겨붙는 녀석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저 멀리서 촬영팀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물에 떠다니다가 평범한 해양생물도 아닌, 듀공을 만났으니 찍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촬영팀이 뛰어가는 모습에 의아해하던 우리 팀원들 역시 하나둘씩 다가왔고, 거대한 듀공의 모습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힉!”
다만, 온순하면서도 겁이 많은 동물인지 듀공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한 번에 십수 명의 사람들이 몰려오니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지.
촬영팀 일부를 돌려보낸 나는, 놀란 듯한 녀석에게 주변의 해초를 뜯어 먹여주었다. 해초를 쏙- 빨아들이듯 먹는 녀석의 모습이 꽤 신기했다.
“오빠, 얘는 뭐예요?”
“듀공. 인어의 모티브가 된 녀석이야. 이 녀석을 인어로 착각한 거지.”
내 말에 팀원들이 오오, 하고 감탄하며 듀공을 가볍게 만져보거나 주변의 해초를 뜯어와 먹여주기도 하며 잠깐 교감을 나누었다.
한 자리에 정착해서 서식하기 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식으로 살아가는 듀공이었기에, 녀석이 떠나간 것이었다.
투명한 물 아래로 거대한 듀공이 부드럽게 헤엄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우리는 천천히 뭍으로 이동했다.
“오빠랑 있으니까 진짜 매일 동물을 만나네요.”
“나도 듀공을 볼 줄은 몰랐어.”
“히히, 내일은 또 어떤 동물을 볼 수 있을까요?”
금바리와 김손이 새로운 동물을 만나고 싶다며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첫날의 딱따구리, 둘째 날의 화식조, 셋째 날의 듀공까지. 내일은 또 어떤 동물을 만나게 될까-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기대는 금세 충족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니 못 보던 녀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꺼져, 너한테 줄 건 없어!”
“맞딱! 꺼져라!”
그것도, 딱따구리를 얹고 있는 화식조와 대치하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오, 오빠……! 메, 멧돼지!”
두 녀석과 대치하고 있는 동물은 바로 멧돼지였다. 조금 전 보았던 듀공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한 마리의 멧돼지가 화식조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당장이라도 들이받을 것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움직이지 마. 멧돼지는 소리에도 민감하니까 소리치지도 말고.”
그리고, 그 멧돼지를 발견한 하인두가 김손과 금바리, 권설도를 제 뒤로 보냈다. 아무래도 심마니로 산 깊숙한 곳까지 다니다보니 멧돼지의 대처방법을 아는 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이었다.
“멈춰!”
화식조를 향해 달려들려는 듯,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에 나는 재빠르게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꿱!”
달리려던 자세 그대로 멈춰버린 탓에, 멧돼지는 그대로 바닥으로 쿵- 쓰러졌다. 꼴사납게 넘어지는 모습에 뒤에서 자그마하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멧돼지에게 다가간 나는 녀석을 쫓아낼 생각으로, 녀석을 들어올리려 했다.
“끄으으으으!”
그러나 멧돼지는 그 덩치만큼이나 무거운 무게를 자랑하고 있어, 꿈쩍하지도 않았다. 내가 한무를 어떻게든 들어올리긴 하지만, 그건 한무 녀석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한무와 거의 비슷한 무게를 자랑하는 것 같은 이 덩치 큰 녀석을 강제로 움직이기란 요원했다.
결국, 나는 멧돼지 녀석과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쫓아낸다고 해도,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 녀석이 알아서 가도록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