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62
0161 그걸 까먹어?
방송을 켜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2관왕은 또 무슨 소리예요?”
[겜생 님이 1만 원 후원!] [“초록창에 드루이드 검색해보세요.”]“초록창?”
한 유명 포털 사이트를 언급하는 말에, 나는 곧바로 나에 대한 부분을 검색했다.
잠시동안의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보여지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동물과 함께 보면 좋은 뮤튜브 채널 1위!] [동물과 함께 보면 안 좋은 뮤튜브 채널 1위!]“……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정말 상반되는 내용에서 1위를 동시에 했다는 것에,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거야 님이 어제 한 일 때문이져 ㅋㅋㅋ] [드루이드가 산책을 풀었다!] [이래서 갓냥이를 키우라는 겁니다!] [ㅈ냥이보단 갓댕이지. 산책이 대수냐?]“아.”
하지만 사람들이 치는 채팅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나를 놀리는 시청자들에게 복수했던 것으로 인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역해주거나 훈련을 할 때 도움되는 부분들을 뮤튜브에 자주 올리다보니 함께 보면 좋은 채널 1위가 되었지만, 어제 벌인 산책가자 사건으로 인해 함께 보면 안 되는 채널에도 1위에 등극하게 된 것이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심지어 한밤중이라 할지라도 갑작스레 산책을 나가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좀 심했나?”
[shipsuki 님이 15달러 후원!] [“I went walk. at 5 A.M!”]한 외국인의 울분에 가득찬 듯한 후원 메시지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러게 누가 놀리래?”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나를 놀리던 그 순간을 말이다. 자세히 기억을 떠올려보면 지금 후원 메시지를 보낸 외국인 역시 그 명단에 있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시청자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뭐, 그래도 이젠 그런 짓은 안 할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내 순정을 짓밟지만 않으면 나도 깡패가 될 이유가 없잖아?”
배짱 넘치는 내 말에, 이제는 시청자들이 사과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사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도 반항을 오래하지는 못했다.
“고양이는 가구를 찢어. 특히 가죽 소파를.”
[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사죄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무새 님이 1만 원 후원!] [“근데 오늘은 왜 방송 킨 거임? 뭐 할 거임? 거임? 거임?”]“사실,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할 게 없어서 켰다고 할까요?”
내 말에 사람들이 야유를 보냈다. 어떤 인간이 컨텐츠도 없이 방송을 하냐는 것이었다.
“뭐 어때요. 가만히 있어도 방송 컨텐츠가 나올 건데.”
동물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컨텐츠가 나올 확률이 무척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대부분 반응이 좋은 컨텐츠들은 동물원을 거닐던 도중에 생각나거나, 갑자기 발생한 이벤트였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뭐야, 도발이야?”
나는 갑자기 불쑥 나타나더니, 나를 바라보며 혀를 죽- 내밀고 있는 남캣을 바라보았다. 마치 메롱- 하고, 도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그러나 남캣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솟냥이 님이 5만 원 후원!] [“혓바닥 잡아당기면 100만 원.”]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는 남캣의 모습을 찍고 있으니, 흔히들 미션이라고 하는 후원 메시지가 도착했다.
솔직히 이제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내게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 미션의 내용이 무척 끌렸다. 나는 금액보다 미션의 내용에 이끌려, 미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남캣 녀석의, 삐쭉 튀어나와 있는 분홍색의 혓바닥을 잡아당겼다. 자그마한 분홍색 혓바닥이 길게 쭉- 튀어나왔다.
“우게엡!”
괴상한 소리를 내지른 녀석은 파다닥 움직이며 내 손에서 벗어났다.
“뭔 짓이야! 뒤지고 싶어?!”
“아니, 잡아당기라고 내미는 줄 알았지.”
“네가 전에 말했지? 미친 놈한텐 매가 약이라고.”
“우와아악!”
그리고, 내게 혓바닥을 잡아당겨졌던 남캣은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푹신푹신해 보이는 앞발이 내게로 휘둘러진 것이었다.
“으앗!”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오랜 기간동안 녀석에게 냥냥펀치를 맞으며 단련된 감각 덕분에 피해낼 수 있었다.
“어쭈, 피해?”
“피하지 맞고 있겠냐.”
“그럼 맞을 때까지 때리면 돼!”
“왁!”
하지만 쉼 없이 나를 향해 냥냥펀치를 날리려는 남캣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앞발에 맞지 않기 위해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냥냥펀치를 생각보다 꽤 묵직하고, 아프기 때문이다.
[솟냥이 님이 100만 원 후원!] [“안 맞고 다 피하면 100만 원”]“그럴 때가 아니라고!”
미션의 보상이 들어왔지만, 그걸 신경쓰고 있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눈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냥냥펀치 덕분이었다.
어떻게든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해낸 나는, 재빨리 넓은 공간으로 도망쳤다. 좁은 곳은 녀석에게 유리할 뿐이었다.
넓은 공간인 밖으로 나온 나는, 녀석을 피해 빠르게 뛰어다녔다. 마루를 산책시킨다고 함께 뛰어다닌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라, 나도 제법 속력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던 도중, 내 눈에 띄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치킨아! 남캣 막으면 츄르 세 개!”
“츄르! 이야아아앙!”
느긋하게 햇빛 아래에서 뽈뽈거리며 걷던 치킨이는 내 외침에 귀여운 기합과 함께 남캣에게 달려들었다.
“꺼져!”
“끼야아아앙!”
그리고, 그 기합과 비슷한 비명을 내지르며 냥냥펀치 한 대에 나가떨어졌다.
“쳇.”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어주길 원했지만, 치킨이는 내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래도 금방 일어나서 도망치는 걸 보니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킨이에게 계속 신경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남캣이 나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서봐! 한 대만 때릴게!”
“너 같으면 서겠냐!”
어떻게든 혓바닥을 당긴 것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며 쫓아오는 남캣을 피해, 거의 동물원을 한 바퀴 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다른 녀석에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그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녀석을 붙잡았다.
“치이잇……!”
“자, 이제 누가 더 강하지?”
나는 더 이상 달리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남캣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내 모습에 남캣은 분하다는 듯이 끄르릉-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붙잡은 녀석 때문이었다. 우리 동물원 전체에서 남캣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래요?”
“남캣이 날 때리겠다고 쫓아오잖아.”
“당신. 내가 쌈박질 하지 말랬죠?”
“아니, 그게…….”
내 품에 안겨 있는, 폭신이를 바라보는 남캣은 쩔쩔매고 있었다. 구박이가 미호에게 꼼짝못하는 것처럼, 남캣도 폭신이에게 꼼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때, 휴전?”
“이익……!”
“지금 휴전하면 츄르 좀 줄게.”
“다섯 개.”
“딜.”
폭신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하니, 남캣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언제나 동물들의 간식을 넣고 다니는 자그마한 힙색에서 츄르 다섯 개를 꺼냈다.
“가져가.”
“후, 츄르를 주니까 봐주는 거다.”
남캣 녀석은 나를 잠깐 째려보다가, 내가 한 개를 뜯어주니 찹찹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근데 그 혓바닥은 왜 내밀고 있던 거야?”
가끔 고양이들이 고장났다고 표현할 때 혀를 내밀고 있긴 하지만, 왜 그러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솟냥이 님이 100만 원 후원!] [“오, 그거 나도 궁금함. 괭이들 혓바닷 왜 내밀고 있는 거임? 자는 녀석들은 당겨도 다시 안 넣던데.”]시청자들 역시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혀를 내밀고 있었다고?”
“……그럼 내가 니 주둥이에 손가락을 넣어서 혀를 뺐겠어?”
전혀 몰랐다는 듯이 반응하는 남캣의 모습에 황당함이 느껴졌다.
“난 내밀고 있는 줄 몰랐지.”
그렇지만 남캣은 정말 자신이 그러고 있었다는 자각 자체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기는 전혀 모른다는 듯한 녀석의 반응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니, 시청자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가 뭘 하는지도 모르니까 고장나지;;] [냥아치매] [고양이는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고양이를 이해하면 안 된다는 채팅에 웃고 있으니, 여전히 내 품에 안겨 있던 폭신이가 내 옷깃을 당겼다.
“우리 남편이 혀를 내밀고 있었어요?”
“어, 그러고 있더라. 근데, 저번에 너도 그러고 있지 않았어?”
“가끔 그러는 경우가 있긴 하죠.”
“근데 도대체 왜 그러고 있는 거야?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내 물음에 폭신이가 살짝 혀를 낼름거렸다.
“보통은 편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털을 고르다가 그 자세 그대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일 걸요? 아니면 이빨이 아파서 그런 경우도 있어요. 제 남편은……. 털을 고르다가 그 상태로 있다는 걸 자주 잊어요.”
“오…….”
폭신이의 말에 궁금함이 해결되었다.
그것을 알려주니 시청자들 역시 많은 걸 알게 되었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답례의 의미로 폭신이에게도 츄르를 하나 까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루밍을 하던 채로 쉬다가, 그걸 또 까먹다니……. 남캣 쟤는 뭔가 대단한 것 같으면서도 하찮을 때가 많다니까요.”
폭신이의 증언에 따르면, 남캣이 혀를 내밀고 있던 이유는 그루밍을 하다가 그러고 있다는 걸 까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천적인 부엉이도 이기고, 호랑이까지 때려눕히는 주제에 제 혓바닥이 어떤 꼴인지 모른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으니 후원 메시지가 우르르- 밀려왔다.
[생물2 님이 1만 원 후원!] [“고양이가 쥐 같은 걸 물어오는 게 정말 인간이 사냥도 못해서 굶어죽는 걸 걱정해서 그러는 걸까요?”] [제로맥주 님이 2만 원 후원!] [“동물들이 진짜 지진 같은 재해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귀신잡는행정병 님이 1만 원 후원!] [“개가 진짜 귀신 볼 수 있을까요? 저희집 개가 맨날 허공에 짖는데.”]여러 동물들의,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내게 물어보는 후원 메시지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것 하나 쉽게 대답해줄 수 없었다. 동물들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보니, 특정 개체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확실히 알 수 있는 몇몇 질문들에 대답을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