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77
0176 전원 집결
콰아아아앙-!
“뭐, 뭐야!”
느긋하게 아웃스타에 글을 작성하고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커다란 폭발음 같은 것이 들려와 화들짝 놀랐다. 근처에 있던 다른 사무직 직원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 밖을 내다보았는데, 창문 밖으로는 딱히 무언가 보이지 않았다.
“사, 사장니이임!”
하지만 이내 내가 있던 곳으로 한 직원이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확실해졌다.
“무슨 일이야? 방금 전에 그 소리는 뭐고?”
“그게요…….”
일단 가면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소란의 근원지로 나를 이끄는 직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고, 무척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사장님 같이 가요!”
나를 따라오는 직원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달릴 정도로 말이다.
○ ◑ ● ◐ ○ ◑ ● ◐ ○
“행님덜! 살아 있는 인간쓰레기, 인쓰가 인사 올립니다!”
한 남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소리치는 것에, 사람들이 잠시 흥미를 보이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다름이 아니라, 그 남자가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악질적인 것으로 무척이나 유명한 사람이었다.
“아니 저 새끼가 왜 여길 와?”
“직원한테 저놈 쫓아내라고 할 순 없나.”
“자기야, 아기 데리고 다른 쪽으로 가자.”
사람들은 그 사람을 확인하고서,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온갖 패악질이란 패악질은 다 부리고 다니는 인간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힐링을 위해 동물원을 찾았는데, 패악질 부리는 인간과 함께 있고 싶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쓰레기는 그런 주변 반응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행님들. 이렇게 동물원에 왔는데 뭐 미션 없습니까? 달달하게 미션 하나 땡기고 가셔야죠.”
카메라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던 인간쓰레기는 뒤 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괴성을 내질렀다.
저게 정말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싶을 괴성을 내지른 인간쓰레기가 어디론가 움직였다.
그리고, 수로 근처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던 오리너구리를 덥석 건져냈다.
“끼에엑!”
갑작스러운 그 손길에 오리너구리가 발버둥 치며 놀란 모습을 보였으나, 인간쓰레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캬, 진짜 오리랑 너구리랑 합친 거 같지 않습니까? 행님들. 악! 이 새끼, 제법 아프게 무는데요?”
오리너구리가 제 손을 콰악 베어 물 때까지 괴롭히던 인간쓰레기는 아픈 손을 문지르더니, 다시금 오리너구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기가 빨던 빨대를 이용해 오리너구리를 쿡쿡 찔러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를 말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오구리 괴롭히면 안대!”
“뭐야, 넌.”
딱히 자기 자신과, 패악질 부리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인간쓰레기는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그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오리너구리를 보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황당하다는 듯했다. 아니, 황당보다는 ‘감히 내가 하는 걸 방해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인간쓰레기는 저 멀리서 사육사들이 달려오는 것으로 보아, 곧 쫓겨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미션에 성공하기 위해서 오리너구리를 빠르게 괴롭히고 도망쳐야 했기에 조급해졌다.
“이리 내놔!”
“안대! 오구리 괴롭히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여자아이, 소은이는 오구리를 끌어안고 단호하게 외쳤다.
하지만 어린아이라는 외형적인 부분만 보는 인간쓰레기는 그런 소은이를 가소롭게 보고 천천히 다가갔다. 미션으로 걸려 있던, 오리너구리 괴롭히기를 이어가려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또다시 그의 휴대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걔 울리면 삼십!”]“아따 행님, 제가 또 그런 거 잘 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 흐흐흐!”
갑자기 행색이 바뀌는 듯한 인간쓰레기의 모습에, 소은이는 살짝 무섭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야야, 너 이리 와봐.”
당연하지만 돈에 눈이 먼 인간쓰레기는 그런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인간쓰레기가 소은이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접근하시면 아가씨께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간주,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관광객처럼 위장하고 있던 소은이의 경호원들 중 한 명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주변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인지, 인간쓰레기는 제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경호원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넌 또 뭐야! 저리 안 꺼져?!”
경호원은 설마 냅다 자신을 밀쳐버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벌러덩 넘어졌다. 정확히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뒤로 넘어가며 낙법 하듯 굴러, 밀치는 것을 피해낸 것이었다.
다만, 그가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잘 알던 소은이는, 그 모습을 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낙법이니 뭐니 하는 걸 제대로 모르는 소은이의 눈에는 맞고 넘어가는 모습으로만 보이는 것이었다.
동물을 괴롭히던 나쁜 인간이 자신을 지켜주던 사람까지 때리니, 아직 어린 만큼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소은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흐으으으……. 흐으…….”
결국, 울먹이던 소은이는 이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더니 흐아아앙! 하고,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미션 성공! 행님들 이게 바로, 저 인가쓰레…….”
인간쓰레기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던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변해버린 분위기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단순히 사람들이 쓰레기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원 전체의 분위기가 변한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하늘을 날던 한 마리의 까마귀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뭔 까마귀가 이렇게 크게…….”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소리를 내는 까마귀의 모습에 인간쓰레기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까마귀가 내는 그 소리에 담긴 의미를 알았더라면, 그는 멍청한 모습을 보이는 대신 그 자리에서 당장 도망쳤을 것이었다.
‘위급 상황, 전원 집결.’
그런 의미를 담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동물원으로 넓게 퍼져나갔다.
당연히 그러한 소리를 들은 동물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청호의 주도하에 생긴 신호였기에, 동물들은 곧장 움직이는 것이었다.
“꺄악! 어, 어디가!”
사람들에게 쓰다듬어지며 이쁨 받던 소동물들은 사람들의 품에서 탈출하여, 집결지로 모였다.
“호랑이가 탈출했다!”
따로 격리되어 있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철창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집결지로 향했고.
“벼, 벽이 무너진다!”
코뿔소와 코끼리 같은 대형동물들은 그대로 벽으로 냅다 돌진해, 벽을 부수고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탈출하여 모여든 동물들은 울고 있는 소은이의 곁으로 모여들어, 소은이를 보호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누렁이가 긴 몸으로 소은이 주변을 휘감았고, 그 곁으로 남캣을 태운 호돌이를 비롯한 호랑이들이 포진했다. 그 옆으로 여우와 악어 같은 동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심지어, 벽을 부수고 탈출한 코끼리와 코뿔소는 당장이라도 인간쓰레기를 짓밟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그런 동물들보다도 인간쓰레기에게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선두에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청호였다. 알 수 없는, 위협적인 기운이 넘실대는 듯한 그 기백 탓이었다.
“씨, 씨바알……! 이, 이게 뭐야……!”
수많은 동물들에게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은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다. 그 탓인지 인간쓰레기는 바닥에 벌러덩 넘어져, 그대로 소변을 지려버렸다. 그의 바지 중심부터 색이 변하며 바닥에 물이 고이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소변을 지리든 말든, 동물들은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어떻게든 위험한 상황을 막아보려는 사육사들과, 경호원들이 말려보려 했지만 동물들에게 튕겨나가고 있었다.
말리려던 사육사가 거위에게 린치 당해 튕겨 나왔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던 경호원이 곰의 펀치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내가 도착했을 때의 모습이었고, 그 과정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었다.
“멈춰.”
당장이라도 인간쓰레기를 물어뜯고, 짓밟으려는 동물들을 멈춰세웠다.
“너, 너……! 내가 이딴 동물원 문 닫게 해줄 거야!”
동물들의 기세가 조금 꺾였기 때문인지, 인간쓰레기 놈이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내 가족을 건드린 놈을 봐줄 생각은 없었다.
“곰돌아, 저 놈 입만 좀 막아라. 어디 부러트리진 말고.”
“곰은 사람을 찢어유.”
“찢지도 말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간쓰레기에게 곰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모습을 보였으나, 곰은 말 그대로 인간쓰레기의 입을 틀어막을 뿐이었다. 비록, 품에 끌어안은 상태로 입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를 막아버렸지만.
하지만 인간쓰레기가 어떻게 되든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은 나는, 곧바로 울먹이는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흐으, 압빠아아…….”
소은이를 안아든 나는 몸을 가볍게 흔들며 소은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달래주니, 소은이가 금세 진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놀랐지?”
“웅…….”
“그래도 잘 했어. 소은이가 착하게 오구리를 도와줬잖아? 안 그랬으면 오구리가 아야했을 거야.”
“나 잘해써?”
오히려 잘 했다고 칭찬해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소은이가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응. 엄청 잘 했으니까, 엄마한테 가서 핫초코 타 달라고 그래.”
“핫쪼코!”
어느새 해맑은 미소를 지은 소은이의 모습에, 나는 소은이를 뽀니에 태워 누나에게 보냈다. 물론, 동물들 중 일부도 포함해서 말이다.
“너흰 남아 있어야지.”
따라가려는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같은 녀석들을 붙잡은 나는 녀석들을 우리로 돌려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녀석들이 탈출해 있으면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기색이 있으니 말이다.
코끼리나 코뿔소 우리는 녀석들이 개박살낸 덕에 엉망진창이었지만, 일단 돌려보내기로 했다. 사육사들이 동물들을 이끌고 돌아가니, 남아 있는 것은 곰 한 마리뿐이었다.
아니, 곰 한 마리와 그 곰의 품에 꽉 붙잡혀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쓰레기가 있었다.
“그냥 그 상태로 들어. 네가 무슨 생각으로 개지랄을 떨었는지는 몰라도, 절대 가만둘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경찰을 매수하든, 검사나 판사를 매수해서라도 감옥에 꼭 처넣어 줄 테니까 기대해라.”
인간쓰레기에게 경고를 해준 나는 곧바로 경찰을 불렀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신고를 했던 건지, 곧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들은 여전히 곰의 품에 안겨 있는 인간쓰레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영업방해, 기물 파손, 동물 학대, 아동보호법 위반 등등. 자세한 건 제 변호사가 따로 찾아갈 겁니다.”
패악질로 유명한 인간쓰레기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존에 신고한 사람의 신고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찰들은 가타부타 말없이 인간쓰레기를 데려갔다.
나는 내 전담 변호사나 다름없는 병진이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저씨에게 싹 위임한 상태라 내가 할 것은 많지 않았다.
동물들의 대탈출로 인해 피해를 본 관람객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박살 난 동물들의 우리를 고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동물원 정비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병진이 아저씨가 찾아왔다.
“수환씨, 제발 선처해달라고 하는데, 생각 없죠?”
“네. 합의는 절대 없고, 무조건 감옥에 보내야죠. 어디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애를 건드려?”
“그럼 팬들을 조금 동원해 볼 생각 없어요? 일 처리를 빠르게 하고, 형량을 높이려면 많은 탄원서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으니까요.”
병진이 아저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 그 인간쓰레기를 사회와 격리하기 위해 약간의 노력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약간의 노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 때아닌 탄원서 폭탄에 업무 마비.] [악질 방송인의 난동으로 시작된 법원 마비.] [법원에 도착하는 우편물의 99%가 탄원서!] [갑작스럽게 폭증한 해외발 등기. 도착지는 부산지방법원.] [현재까지 도착한 탄원서만 약 100만 장. 이례적인 기록이지만 현재도 계속 갱신 중.] [법원 입구를 가로막은 우체국, 국제 배송 차량.]단순히 탄원서만으로 법원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탄원서가 도착한 것이었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탄원서 덕분에 법원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여전히 인간쓰레기를 치워버릴 생각밖에 없는 내 확고함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법원에서 빠르게 움직여주었다.
“7년 형이 확정됐네요. 참, 저도 가볍게 생각하고 말한 건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런 결과를 예상한 건 아니었다며 말하는 병진이 아저씨의 말에 가볍게 웃은 나는 더 이상 인간쓰레기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기억을 잊은 듯, 다시금 행복한 기운을 마구 뿌려대며 해맑게 웃는 소은이와 놀아주는 것만 해도 바빴다.
더군다나, 경호원들의 재교육마저 하고 있었으니 그런 인간쓰레기에게 할애할 정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