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79
0178 합동 훈련(2)
“제길! 부산과 대구가 캥거루를 상대하고, 나머지는 상대를 제압한다!”
두 명이 쓰러졌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대장 격 요원은 안전하게 상대방을 쓰러트리기 위해 다시금 인원을 분배했다.
“캥거루 제압!”
그 효과라고 해야 할지, 캥거루가 금세 제압되었다. 복싱에는 복싱으로 맞서듯, 복서 출신으로 추정되는 대구가 캥거루를 넘어트리고 묶어버린 것이었다.
“좋아!”
캥거루가 제압되는 모습에 조금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건지, 요원들은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이르게 축포를 터트렸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평범한 경호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말임다.”
다수가 특전사 출신인 경호원들이 요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포박되어 있던 캥거루를 재빨리 구출해 내더니, 다시금 녀석을 전투에 투입했다.
“이런, 씹……!”
기껏 제압한 캥거루가 다시금 전투에 참여하는 모습에 요원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했다. 아니, 원숭이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으아악!”
언제 함정을 만들어낸 건지 몰라도 원숭이가 밧줄을 주욱- 잡아당기자, 원숭이를 상대하려던 영월과 제주라는 두 요원들이 밧줄에 꽁꽁 묶여버렸다.
‘아니, 뭘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밧줄을 당기는 걸로 귀갑묶기가 되는 건데?’
순간 의혹이 들 정도로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것은 내 곁에서 같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원정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 대단한 동물들을 키우고 계시군요.”
캥거루가 요원들을 한 방에 때려눕히고, 원숭이가 밧줄로 요원들을 순식간에 묶어내는 것을 본 원정국은 정말 신기한 걸 봤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이곳으로 훈련을 왔다지만, 그들도 기존에 엄청난 훈련을 받아오던 요원들이었다. 그런 요원들이 무력하게 입구에서 막히고 있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아직 남아 있는 요원들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일반 밧줄이다, 전주가 밧줄을 끊어내고 나머지는 엄호한다.”
밧줄은 한 요원의 손길이 닿자, 금세 스르륵- 풀려나갔다. 그 모습에 원숭이가 무척 아쉽다는 듯이 끽끽 소리를 냈다.
“이야, 우리 숭이가 묶은 밧줄을 저렇게 빨리 푸는 사람이 있네?”
“잡담은 그만하고, 우리도 제대로 움직이자고.”
잡담하려던 경호원 중 한 명을 제지한 3경호팀장이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숭이와 캥거루를 향해 수화를 하듯 팔을 크게 움직인 것이었다.
“저건 무슨 행동입니까?”
“미리 정해둔 전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행동으로 교신하는 거죠.”
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호팀장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캥거루와 원숭이는 물론이고, 경호원들까지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풀려버린 밧줄을 재빨리 회수한 원숭이가 채찍을 휘두르듯이 밧줄을 휘둘러 요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언제 자신들이 또 묶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밧줄에 과하게 신경을 쏟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원들의 패착이나 마찬가지였다.
“뚜엑!”
밧줄에 시선이 팔린 사이, 재빠르게 접근한 캥거루가 또 내지른 레프트 훅을 허용한 한 요원은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그 탓이라고 해야 할지, 요원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캥거루에게 집중되었다. 물론, 이 역시 크나큰 실수였다.
“컥!”
“우리를 잊으시면 안 되지.”
경호원들이 그대로 요원 두 명에게 달려들어 제압해버렸다. 미리 준비해둔 포박 도구를 이용해 요원들의 팔다리를 꽁꽁 묶어버렸다.
아직 남아 있는 다른 요원들이 경호원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캥거루와 원숭이가 그 사이로 파고들어 방해하는 탓에 쉽지 않았다.
결국, 요원들은 함께 있었음에도 하나씩 각개격파되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포박되는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허……. 솔직히, 저는 코끼리나 코뿔소 정도는 되어야 저희 요원들이 고생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모습을 바라본 원정국이 황당함과 허탈함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다른 동물도 아니고 뱀, 원숭이, 캥거루에 3명의 경호원들에게 요원들이 제압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는 것이었다.
“저희 경호원들이 대부분 육체 계열 초능력자라서 그래요.”
“……그건 저희 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아.”
경호원들이 이긴 이유가 초능력 탓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제 초능력으로 영향을 받은 동물들이라 그래요. 사실, 저희 경호원들도 동물들에게 쉽게 이기지는 못하거든요.”
위로 아닌 위로에, 원정국이 자그마한 한숨을 또 내쉬었다. 그리고, 여전히 포박되어 있는 요원들에게로 다가갔다. 어느새 경호원들과 동물들이 요원들을 모두 수거해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잘들 한다.”
“죄송합니다…….”
“어때? 직접 붙어보니까. 너희들이 요원이라고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던 그 멍청한 생각은 없어졌나?”
“……예.”
잠시 동안 원정국의 훈계 타임이 이어졌다.
요원이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기지 마라- 등등. 평소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던 것들을 이참에 다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다만, 원숭이 녀석이 요원들을 또다시 귀갑묶기로 묶어놓은 상태라 보기에 민망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요원들의 훈계를 끝낸 원정국이 다시금 내게 다가왔다.
“훈련 협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뇨, 저희도 나름대로 훈련이 되는 거니까요.”
“다행이군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신수환님. 혹시 조금 더 자주 이런 훈련을 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원래는 매달 하루씩 날을 잡아서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원정국은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나 사흘 정도를 요청했다.
나는 그런 원정국의 요청에 잠시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신분 노출이 되면 안 되는 이들이 오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경호원들에게도 동물들과 연합해서 다른 초능력자들을 상대하는 경험은 무척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원정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주고받은 나는 한 달에 3번씩 훈련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럼, 다음 훈련 때 뵙겠습니다.”
여전히 귀갑묶기로 묶여 있는 요원들을 승합차에 태운 원정국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떠나갔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열흘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흐른 이후였다.
또다시 승합차에서 여러 요원들과 함께 나타난 원정국은 나를 바라보며 묘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후후, 이번엔 조금 다를 겁니다.”
첫 패배 이후, 어마어마하게 훈련을 시키기라도 했는지 원정국이 입꼬리를 씩- 말아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자신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경호원들을 믿었고, 동물들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캥거루한테 진 요원들이 열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훈련했다고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았다.
“그럼 어디 한 번 볼까요.”
요원들이 동물원 내부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며, 원정국의 미소가 언제 깨어질까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원정국이 자신하는 것처럼, 요원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들을 포박하려는 누렁이를 사전에 포착, 오히려 누렁이를 동글동글하게 엮어버렸다. 알아서 풀기는 하지만 낑낑거리는 걸 보니, 제법 튼튼하게 묶은 듯했다.
게다가 밧줄로 포박하려는 원숭이를 되려 붙잡아 역으로 귀갑묶기를 해버렸고, 캥거루 역시 제압해버렸다. 경호원들이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가담했으나, 그들 역시 포박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정예 요원들이 된 것 같지 않습니까?”
“어떻게 한 거죠? 저번에 쪽도 못 쓰고 당하더니…….”
“아주 혹독하고 혹독한 지옥훈련을 거쳤죠.”
크흐흐- 웃음을 터트리는 원정국의 모습은 악당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런 원정국의 웃음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파죽지세라는 말이 어울릴 모습으로 동물들과 경호원들을 이기며 나아가던 요원들이 붙잡혀버렸기 때문이다.
고릴라와 곰. 거기에 고릴라와 곰을 닮은 듯한 경호원들에게 말이다.
“끄으으으……!”
“꾸엉.”
곰의 품에 옹기종기 안겨져 있는 세 명의 요원들은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으나, 곰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크억! 컥! 꺽!”
“쿠엑! 끅, 껙!”
양손에 요원을 한 명씩 붙잡은 콩콩이는 마치 심벌즈를 연주하듯, 두 요원을 서로 부딪혀댔다. 몸이 부딪히며 퍽퍽 소리가 나고, 헬멧이 부딪히며 탕탕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른 요원들이라고 해서 고릴라와 곰에게 붙잡힌 요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바닥에서 그라운드 기술에 당해 제압당한 상태였다.
“……다음에는 꼭!”
혹독한 훈련을 거쳤음에도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는 것에, 원정국이 분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음 훈련일을 기약하며, 요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의 요원들은 이전보다 더 나아진 상태였다. 다만, 고릴라와 곰을 이기는 수준에서 그칠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풍차돌리기다아아아!”
사람을 코로 휘감아 허공에서 붕붕 돌려버리는 풍차돌리기를 시전하는 뿌우뿌우와, 기다란 목을 흔들어대며 광역 공격을 하듯 여러 요원들을 공격하는 기린들에게 또다시 패배를 겪어야 했다.
당연히 요원들은 또다시 훈련을 거듭하고 도전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 경호원들도 이를 갈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막상막하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뿌우뿌우가 잡아채서 던지는 요원을 경호원이 들이받아 큰 충격을 주는 등의 합동 공격을 펼치기도 하고, 경호원이 요원을 붙잡으면 캥거루가 레프트 훅을 연달아 날리기도 하는 등 동물과 경호원들의 합이 잘 맞은 덕분이었다.
“이런, 저희가 신수환님의 동물들과 경호원들을 너무 얕본 것 같네요. 저희가 성장한 만큼, 경호원분들도 성장하니 참 좋은 훈련 상대 같군요.”
원정국은 사이좋게 떡실신해 있는 요원들과 경호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여전히 뿌우뿌우 녀석에게 풍차돌리기를 당하고 있던 한 요원을 구해주고서, 경호원들을 챙겼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어우……. 역시 현역들을 이기긴 힘드네요.”
“그래도 꽤 잘 버티시던데요?”
“노장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요원 두 명을 붙잡고 버티다가 끝내 제압당했던 경호팀장이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에서 씩- 미소 지어 보였다.
“경호원분들도 훈련이 좀 되는 것 같으세요?”
“예, 무척 좋은 상댑니다. 게다가, 동물들과 합을 맞추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니 새로운 전술도 생각날 지경이죠.”
풍차돌리기를 하던 뿌우뿌우가 허공으로 내던진 요원에게 니킥을 선사해 주던 그 모습을 떠올린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동물원 안에 있다면 안전에 위협이 있을 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저희도 저희지만 저 요원들, 성장 속도가 보통이 아니네요. 처음에 캥거루한테 한 대 맞고 기절하던 그 양반들이 맞나 싶습니다.”
경호팀장의 말에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렇게 웃고 있으니 원정국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맞습니다. 신수환님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저희 요원들의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한 번씩 신규 요원들을 데리고 와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목표로 하는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요원들이 몇몇 있어서 말이죠.”
“네, 괜찮아요.”
애초에 숙련된 이들로만 훈련할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 정도로 훈련의 성과가 있었나요?”
동물과 경호원 연합을 조금씩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게 정말 실전에서 쓰일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준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원정국의 입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조금 애매했다. 아니, 알아듣기 힘들었다.
“훈련에 참가한 요원들의 실력은 내일이면 뉴스로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런, 저희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요. 다음 훈련 때 뵙겠습니다.”
내가 다시금 질문을 하기도 전에 시계를 흘깃 쳐다본 원정국이 요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러나, 원정국이 말한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훈련을 받은 이들의 활약을 아침에 뉴스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남파 공작원 수십여 명 체포!] [중국과 북한 등에서 침투한 것으로 파악되는 산업 스파이 대거 검거!]어떤 이들이 했는지는 나오지 않고 국정원이라는 말만 나오긴 했지만, 훈련을 받은 이들이 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래서 오늘 아침 뉴스로 알 수 있을 거라고 한 거네?’
원정국의 말대로라면 뉴스에 나오는 내용은, 우리 동물원에서 훈련을 받은 이들이 활약한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