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2
0361 IF 외전 – 군인 신수환(3)
“아프리카에서 하는 임무가 쉬운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당연하지.”
드러누워 있던 소대장 놈은 신병의 물음에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리 실망하기를 취미로 갖고 계신 중대장님께서 계시기 때문이지. 신병아. 네 선임들이 우리 부대원들의 초능력에 대해 알려줬지?”
“예, 그렇습니다. 전부 숙지하고 있습니다.”
“오오, 똑똑하네. 그래, 그럼 우리 중대장님의 초능력은?”
“드루이드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아네. 그럼 그 드루이드 초능력이, 동물들을 부릴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럼 설마 아프리카에서 쉽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소대장 놈의 말에 신병은 드디어 깨달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신병의 모습에 소대장 놈 역시 벌떡 일어나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중대장님의 초능력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동물들을 부릴 수 있다는 거다! 잘만 하면 수십 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적들의 건물을 철거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오, 오오……!”
신병은 감탄했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무언가 상상하고 있었다. 보나 마나 코끼리들이 건물을 철거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신병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하나 걸리는 것이 있어 보였다.
“소대장님. 그럼 저희는 따로 하는 것이 없습니까?”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할 건 하나밖에 없다.”
“그게 뭡니까!”
“뒤에서 팝콘이나 먹으면 된다.”
“…….”
정신 나간 듯한 소대장 놈의 말에, 신병도 할 말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나는 도저히 소대장 놈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 팔짱을 낀 채로 다가갔다.
“중대장은 실망했다.”
“아, 또 왜 실망하고 그러십니까. 이번엔 뭐……. 아, 아! 아! 신병.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할 건 두 개 밖에 없다. 하나는 팝콘을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대장님을 위한 콜라를 준비하는 거다!”
“중대장은 만족했다.”
너만 입이냐 소대장 놈아. 윗사람도 좀 챙기고 그래야지! 어?!
“어휴, 드디어 만족했네.”
“엎드려.”
“엎드려!”
이놈은 꼭 불필요한 한 마디를 더 하는 게 문제라니까.
여전히 건방진 소대장 놈을 엎드리게 만든 다음, 어느덧 이 상황이 익숙해진 듯한 신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왜 이제 막 입대한 너를 임무에 데려가는 건지 궁금하지? 직업 군인도 아니고, 복무 기간만 끝나면 민간인이 될 병사를 데려왔잖아.”
“그거야 중대장님께서 새로 온 막둥이를 위해 공짜 전공을 먹여 주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버스 기사처럼! 전공이 있으니까 말뚝 박게 하려고!”
“너 이 새끼.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아!”
신병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까부는 소대장이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감히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려 하다니!
쇳덩이 바닥이 아니라, 미끄럼 방지용 고무패드 위에 대가리를 박으려는 소대장의 머리를 쇳덩이 위로 옮겨주었다. 곧바로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소대장 놈을 대충 넘어트려 쉬게 만든 다음, 다시금 신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죄,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군 생활 끝나냐- 하고 장난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일단, 내가 너를 데려가는 이유는 두 가지야. 하나는 네가 신병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네 초능력 때문이지. 초능력을 두 개 가지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신체 강화와 운전에 관련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려가는 거야. 내가 제대로 능력을 쓰기 위해서는 짐이 좀 필요하거든. 그걸 들고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데, 신체 강화 초능력만큼 좋은 게 없단 말이지. 그리고, 가는 곳은 포장도로가 전혀 없다고 보면 돼. 그러니까 네 운전 초능력도 필요한 거고.”
사실상 지금 챙겨가는 짐에서 대부분이 내가 임무 수행 중에 사용할 물자들이었다. 식량 같은 거야 현지 조달이 가능할 거니 크게 챙겨가지 않지만, 다른 물자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다 보니 무게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쉽사리 들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신체 강화 초능력자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임무를 진행해야 하는 장소 대부분이 비포장길이었다. 아니, 포장은커녕 길이 없는 곳으로 다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운전 계열의 초능력도 필요했다.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니 말이다. 내 허리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신병임에도 데려온 이유를 설명해 주고 나니, 신병이 군장은 제대로 쌌는지 궁금해졌다. 이미 수송기가 이륙한 상황인지라 이제 와서 확인하기는 좀 늦었지만, 그래도 한 번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신병. 가서 군장 가져와.”
옙- 하고 짧고 굵게 대답한 신병은 곧바로 차량에서 자신의 군장을 가져왔다. 꽤나 묵직해 보였지만, 근력이 매우 뛰어난 초능력자인지라 무척 가볍게 들고 왔다.
내 앞에 쿵- 놓이는 군장을 확인하니, 정말 교본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잘 싸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잘 했는데?”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잘 했어. 임군아!”
“중사 지임군.”
신병을 칭찬해 주고서, 곧바로 구석에서 얌전히 앉아 있던 중사를 불렀다. 신병처럼 신체 강화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임무에서 둘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임무 수행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병한테 좀 가르쳐 줄 수 있지?”
“알겠습니다. 신병, 따라와.”
지임군과 신병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짐들을 확인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도 소대장 놈처럼 드러누웠다. 첫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니, 일단 먼저 휴식부터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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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기 내부에서 참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것들을 했다. 신병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다 같이 간단한 보드 게임 같은 것들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첫 목적지인 에티오피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의 협조 하에 국경지대 근처에 착륙한 상태였다.
“출발하자.”
“예!”
일곱의 인간들과 여러 동물들에 짐까지 실어서 움직일 수 있는 특수 차량에 올라타자, 한껏 긴장한 신병이 차를 몰아 수송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리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수송기는 곧바로 재정비를 위해 움직였다. 임무 완료 후, 인질들과 함께 한국으로 귀환하려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수송기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우리도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성으로 파악한 지리를 이용해 재빠르게 에티오피아의 국경을 넘었다.
곧바로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로 진입했지만, 신병의 초능력 덕분에 나름대로 편안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운전 계열 초능력자가 모는 차에 타면 탑승자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더니, 오프로드에서도 적용이 되는 거구나 싶었다.
“정지.”
잠시 동안 조용히 앉아 있던 나는, 특정 지점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서 차를 세웠다. 이제부터는 조금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주변을 순찰 도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 무턱대고 이동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조기경보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아라야. 유부야.”
“제 차례인가요?”
“흠, 기다렸소이다.”
바로, 하늘에게 빠르게 날아다니며, 주변 일대를 미리 파악해 줄 동물들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었다.
수리부엉이인 유부와, 검독수리인 아라였다. 유부의 경우에는 ‘유라시안 수리부엉이’이기 때문에 조금 이질적일 수 있지만, 어차피 하늘 높은 곳에 있을 거라 문제는 없었다.
“임군아. 조기경보 장비.”
“여기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는 곧장 유부와 아라에게 장비를 장착시켰다. 위성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이에서 지상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였다. 덕분에 약간 무게가 있긴 하지만, 아라와 유부에게는 그렇게 무거운 무게가 아니었다.
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장비를 장착시킨 다음, 창문을 열어 두 녀석을 날려 보냈다. 힘차게 파닥거리며 날아오른 두 녀석은 곧바로 주변 일대를 휘휘 돌며 비행하기 시작했다.
“송신 양호.”
따로 준비해 둔 노트북과의 연결은 미리 진행해 둔 상황이었다. 덕분에, 노트북에는 두 개의 화면이 보이고 있었다. 유부와 아라가 주변을 돌며 찍어주는 영상이었다.
아주 넓디넓은 초원과, 중간중간 있는 숲이나 자그마한 강 같은 것들이 노트북으로 보였다.
“출발한다. 특이사항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고.”
내 말과 동시에 차량이 출발했다. 두 녀석이 보내주는 영상을 이용하여, 적들에게 발각되지 않을 방향으로만 이동했다. 초능력을 범죄에나 이용하는 놈들인 주제에, 주변 일대를 아주 꼼꼼하게 순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멋모르고 대충 움직였더라면 바로 발각됐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동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오래 이동할 수가 없었다. 어느덧 놈들의 본거지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유부와 아라가 보내오는 영상에도 각종 천막 같은 것들로 일대를 가려 놓고 있는, 범죄자들의 본거지가 보이고 있었다. 이 이상 접근한다면 망원경 등의 수단을 통해 우리가 직접 발각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일단, 이쪽 숲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재정비를 하면서, 내부 정보를 확인한 뒤 움직인다.”
놈들의 본거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숲이 하나 있었다. 숲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지만, 그래도 차량을 포함한 몸을 숨기기엔 적합한 장소였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보낼 테니, 준비해둬. 나는 잠깐 따로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임무 중에는 까불지 않는 소대장이 각 잡힌 모습으로 경례를 하고선, 다른 부하들과 함께 숙영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숙영지라고 해봐야 대단한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숙영지 조성을 맡겨 놓은 나는 혼자서 숲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놈들의 본거지 내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력자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숲을 십여 분 정도 돌아다니고 있으니, 찾고 있던 조력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제법 숫자가 많네. 이러면 의심받을 이유도 없겠는데. 거기 너희들, 잠시 이리로 와볼래?”
내가 발견한 조력자는 바로, 이 숲의 원주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였다. 쥐새라는 이름의 새였는데, 북부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다. 지금 내 목적에 딱 부합하는 녀석이었다.
아무튼, 내 부름을 인지한 녀석들은 곧바로 쪼르르- 내게로 달려왔다. 날아오지 않고 달려오는데, 마치 쥐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긴 꼬리깃과 빠르게 뛰는 모습 때문에 쥐새라고 불리는 녀석들 답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모야모야? 인간 모야?”
“말이 통하는 인간이야!”
“신기해 신기해!”
“불러서 왔어! 이제 가도 돼?”
내 주변으로 쪼르르 달려와 짹짹 떠들어대는 녀석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미리 주머니에 챙겨두었던 자그마한 건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것들을 녀석들에게 뿌려주었다.
와- 맛있는 거다- 하고 소리친 녀석들이 그것들을 재빨리 주워 먹었다. 순식간에 그것들을 모두 먹어치운 녀석들은 마치 더 달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 더 먹고 싶지?”
“더 줘!”
“맛있다아!”
“모야! 엄청 맛있어!”
“너희가 내 부탁을 좀 들어주면, 지금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줄 수도 있는데. 잠깐 도와주지 않을래? 어려운 건 아니고, 그냥 저~기에 있는 인간들의 거주지를 좀 둘러보고 오기만 하면 돼.”
정말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며, 쥐새들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날개를 파닥거렸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을 말려야 했다. 녀석들을 그냥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주는 걸 잠깐 몸에 두르고 가야 해. 무겁거나 불편한 게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녀석들을 보내는 이유는 상대 모르게 정찰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었다. 아주 초소형이고 초경량의 카메라를 달고 다녀오면, 우리가 그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확보하여 파악하는 것이었다.
“좋아!”
맛있는 거만 먹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듯한 쥐새 무리를 데리고 숙영지로 돌아왔다.
이미 잘 꾸려진 숙영지에는 벌써부터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사격 계열의 초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었다. 소대장인 하로우와, 저격수인 호인두가 적들의 본거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내가 쥐새 무리를 데리고 온 것을 힐끔 보더니, 다시금 경계에 집중했다. 동물들을 이끌고 왔다는 것 자체가 내 증표나 다름없었기에 암구호나 확인 절차 따윈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숙영지로 진입한 나는, 곧바로 초소형 카메라를 가져와 쥐새들에게 달아 주었다. 날갯짓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카메라를 장착하고 녹화까지 시작한 다음, 녀석들을 곧바로 날려보냈다.
많은 수의 쥐새들이 내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퍼져, 범죄자 놈들의 본거지를 향해 움직였다. 녀석들은 아주 구석구석까지 정찰을 하고 내게 돌아올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