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74
0373 한우(1)
소은이와 은수, 무하마드까지 알파카 털을 밀어 보는 것을 체험한 뒤, 전모 시설을 빠르게 완공했다.
시설팀 소속 직원들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인력을 불러다가 만든 덕에 무척 빠르게 완공할 수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여름을 앞둔 상황에서 완공된 것이었기에, 곧바로 양과 알파카들을 투입했다. 벌써 낮 시간에는 꽤나 더워졌기에, 슬슬 털을 밀어줄 시기였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털을 잘라왔던 양들 같은 경우에는 맛있는 먹이도 먹고, 더운 털도 벗는다고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물들도 반기는, 털을 밀어 보는 체험은 무척이나 좋은 호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흔히 키우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의 털을 미용하는 것이 아닌, 마치 입대를 앞둔 청년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박박 밀듯이 밀어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양들을 키우는 목장 같은 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과 다르게, 동물들이 저항한다거나 하지 않았으니 안전하게 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였다.
물론, 양들이나 알파카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상시 운영되는 체험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긴 했다. 털을 미는 체험을 하려고 해도, 그 털을 가진 동물이 있어야 할 것이었으니 말이다. 체험을 하자고 동물들의 털을 조금씩만 미는 것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양과 알파카를 더 들일 생각이었기에, 그런 문제는 금세 해결될 거라 여겼다.
게다가, 내가 녀석들의 털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면서 잘 자랐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양과 알파카들의 털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몇 마리만 추가된다면 주말에 한 번씩 체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호호홍! 나는 은수의 눈나가 아니라 산타 할무니야!”
“아니야, 눈나야.”
“아니이! 나는 눈나가 아니라, 산타 할무니라니까?”
덕분에, 소은이가 동물들의 털을 가지고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산타 할머니라면서 수염은 왜 달고 있는 거야…….
은수 앞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얼굴과 머리에 하얀 털을 가득하게 붙이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소은아, 그거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나중에 머리 감을 때 힘들어. 나중에 털로 모자 만들어 줄 테니까, 그거 쓰는 걸로 하고 내려놓자.”
“알았어!”
소은이는 내 말을 듣고서, 머리에 붙이고 있던 털들을 떼어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붕붕 흔들어서 남은 터럭들을 털어내는데, 마치 마루가 몸을 흔들 때처럼 털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도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털이 끼어 있지는 않았기에,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끼어 있었다면, 그걸 정리하는 게 절대 쉬울 리가 없었다.
“압빠, 그럼 언제 만들어 줄 거야?”
“음……. 지금도 만들 수는 있는데, 아직 여름도 안 됐잖아? 나중에 가을쯤 만들어 줄게. 어차피 여름에는 안 쓸 거잖아.”
소은이는 알파카의 털로 만들 모자가 기대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벌써부터 머리에 무언가를 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조금 이르긴 해도, 미리미리 관련 설비도 다 준비해 둔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기계를 구하다가 만들어 주는 게 늦기라도 했으면, 실망할 게 뻔했으니 말이다.
“아뿌, 나두.”
“그래그래, 우리 은수 거도 당연히 만들어 줘야지. 누나랑 같이 쓰고 다녀.”
“히히.”
은수도 좋아하는 걸 보면, 날이 좀 추워지자마자 바로 모자를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띠리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문의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였다.
“나 왔어.”
사무실에서 할 일이 있다며 나갔던 누나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와 동시에 우당탕탕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보니, 소은이가 도망치듯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응? 웬 털이 이렇게 많아? 마루 거는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랬나 했더니, 그 자리에 있다가 털을 흩날린 게 자신임을 들키면 잔소리를 들으리라 생각하고 도망친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잠깐 웃음을 흘리며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켰다. 우웅- 소리를 내며 로봇 청소기가 거실로 나왔다.
“……너 왜 거기 있냐.”
“………………………………편해.”
다만, 로봇 청소기는 혼자 나오지 않았다. 위에 나태 녀석을 얹은 상태로 나온 것이었다.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며 움직이는 대로, 나태 녀석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구경을 하듯, 로봇 청소기를 타고 집안 구경을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겐 익숙한 모습이었기에, 금세 나태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할 거 있다더니, 그건 다 했어?”
“응. 처리가 안 됐다고 해서 급하게 갔는데, 알고 보니까 마지막에 버튼 하나를 안 눌렀더라? 그거만 누르고 돌아온 거야.”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있으니, 누나가 내 곁으로 다가와 소파에 걸터 앉았다.
“수환아. 근데, 그 사이에 메일 하나 왔더라?”
“메일? 이번엔 어디야?”
메일이 왔다는 것은 업무에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말 온갖 곳에서 콜라보나 광고 요청, 각종 프로그램에서의 섭외 요청, 내 초능력을 이용하길 원하는 이들의 요청 등등 아주 많은 것들이 오는 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워낙 많은 메일이 오는 탓에, 내게 실제로 전해지는 메일은 많지 않았다. 직원들이 일차적으로 거른 다음, 나나 누나가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누나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거절하기 힘든 곳에서의 요청이거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요청 같은 메일이라는 소리였다.
“강원도.”
“강원도? 거긴 처음인 것 같은데?”
“처음은 아니야. 예전에, 기우제 때 기우제 좀 지내달라고 메일이 왔었어. 그땐 도청에서 보낸 건 아니고 무슨 농민 협회였던가? 거기서 보낸 거지만.”
기우제라는 말에 나는 진저리를 쳤다. 그때 기우제 요청 때문에 무척 골치 아팠기 때문이다. 정말 전국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기우제 좀 지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를 신으로 추앙하는 이들까지 나타났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기억에 진저리 친 나는, 소파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며 누나에게 다가갔다. 근처로 다가가, 나이가 들어감에도 여전히 말랑말랑 탱글탱글한 누나의 허벅지에 머리를 얹었다.
“설마 이번에도 기우제 같은 걸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들은 척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요즘 비도 잘 오는데 뭘, 오히려 많이 와서 기청제 같은 걸 해달라는 거면 몰라도.”
“그것도 좀…….”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기우제 대신, 비가 그치길 기원하는 기청제를 해달라고 하는 것도 반갑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질색하는 내 모습에 누나가 푸흐흐-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평범한 거야.”
“평범한 거? 뭔데?”
“우리나라 고유의 소를 복원하는데, 조금 도움을 줬으면 한다는 거 같아.”
“우리나라 고유의 소? 한우라는 소리 아냐? 복원할 게 있……아.”
한우를 복원하고 말고 할 게 있나- 싶었으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소은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본 뉴스의 내용이었는데, 한우에는 여러 종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누런 빛깔의 소가 전부가 아니라, 여러 색의 소들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있긴 있네.”
“응. 그래서 복원하는 중이었는데 조금 문제가 있다고, 도와달라는 거야.”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잠시 고민했다. 과연 그 요청을 받아들여, 도와줄 건지 고민한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거절할 이유도 없고,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을 복원하는 것이니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다녀오지 뭐.”
“수환아.”
“응?”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다녀올지 생각하려던 나는 내 볼을 콕- 찌르는 누나의 손길에 의문을 표했다.
“우리, 다 같이 가지 않을래?”
“다 같이? 소은이랑 은수도 데리고?”
“응. 소은이 학기 중이라서 좀 그렇긴 한데, 주말에 다녀오면 되잖아.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내가 애들 데리고 먼저 내려오면 되고.”
집에서 벗어나, 조금 놀러 가고 싶다는 듯한 누나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가 학교를 나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한데, 그래도 주말에 다녀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누나가 말한 대로, 시간이 더 필요하면 내가 혼자 남아 있어도 되는 일이었고 말이다.
“그래, 가자!”
나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주말에 강원도로 놀러 갈 것임을 알려주었다. 뭐, 내가 일을 하러 가는 것이긴 한데, 그래도 겸사겸사 관광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와! 여행이야!”
“눈나! 아뿌가 거기에 나무가 많다고 해써!”
“웅, 그래? 압빠가 나한텐 거기 소 보러 간다구 했는데!”
“음머어어?”
“웅웅, 음머 하고 우는 소! 우리 소 보러 간다고 했어!”
“그러엄, 알팔파 갖구 가자!”
“은수 하고 싶은 거 다 해!”
“히히!”
갑자기 놀러 가게 된 것임에도, 아이들은 무척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찌나 기대하는 건지, 짐을 넣어 둔 캐리어에 은수가 알팔파 건초를 한가득 쑤셔 넣었을 정도였다.
출발 직전에 발견한 탓에, 잠깐 출발이 지연될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이 있긴 했지만, 우리는 금요일 오후에 강원도를 향해 출발했다. 소은이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바로 강원도로 출발한 것이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사 먹으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덕분에 해가 다 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로 개통된 도로의 제한 속도가 꽤나 높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에,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도착한 우리는 우리를 반겨주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릴 반겨 주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듯한 사람이 슬쩍 앞으로 나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요청했다.
“반갑습니다! 가주아 도지삽니다.”
“……예?”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가주아의 말에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예전에 잠깐, 치킨 한두 마리 정도는 사 먹을 돈은 벌지 않을까 해서 해보았던 암호화폐가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사를 하던 도중에 멈칫하는 내 모습을 본 가주아가 다 안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핫! 그걸 떠올리신 겁니까?”
“아, 그, 그게…….”
그걸 콕 찝어서 말을 하고 있으니, 무어라 대답을 해야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핫, 걱정 마십시오. 시민분들께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일부러 하는 거니 말입니다. 물론, 저도 샀다가 좀 낭패를 보긴 했습니다.”
“하, 하하…….”
괜히 동지애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동지애도 잠시였다. 내가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의 거리는 꽤 됐기에, 이미 운전으로 인해 피로한 상태였다.
편안하게 일정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 숙소에 가족들을 미리 보내놓고, 도지사와 함께 잠시 움직였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복원 현장에도 가보고, 소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자 같은 것도 받았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추가적인 요청도 받았다.
복원이 되고 있는 소들 중 몇 마리를 동물원에서 길러 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고유 품종의 소를 보다 쉽게 알리고 싶다는 것 같았다.
“뭐, 어려울 거 없죠.”
물론, 그런 요청은 거절하지 않았다. 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관련 비용도 지불한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이후로도 몇 가지 조율할 사항들을 조율하고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압빠! 소 보구 왔어?!”
“소? 응, 보고 왔지.”
“어떤 소야?”
강원도에 오는 길에, 이곳까지 오는 목적이 바로 소은이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소라는 소리를 했더니 무척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사진을 보여주는 대신,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칡소라는 소인데, 칡이라는 식물이랑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소야.”
“신기하겠다!”
“칡! 나, 보고 싶어!”
칡이랑 비슷한 무늬를 가진 소라고 하니, 두 아이들 모두가 반응을 보였다. 비록, 소은이는 소가 중심이고, 은수는 칡이 중심이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어서 내일이 와, 칡소를 직접 보러 가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