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71
0070 친구들의 사연
“야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지랄견……, 아니 조는 증언을 해준 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사, 사실이잖아! 네가 나 물려고 했으면서!”
“하, 어이가 없네.”
조는 증언을 해준 증견을 향해 강한 적개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적개심은 곧이어 내게 충격을 선사했다.
“야이, 삐- 해서 삐- 를 삐- 해버릴 삐- 같은 삐- 아.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보라고! 으아아아!”
“…….”
나는 내 귓속으로 들려오는, 자동으로 삐- 처리 되어 뜻을 알 수 없게 변해버린 조의 말을 들으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순간 내 초능력이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귀가 문제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귓구멍도 한 번 파보고, 머리도 퉁퉁 쳐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초능력이 자체검열도 해주나?’
이를 드러내고 침까지 튀며 마구잡이로 짖어대는 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검열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검열되지 않은 그 내용을 고스란히 듣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반장은 당장이라도 증견을 공격하려던 조를 안아들었다.
“놔봐! 내가 오늘 저 놈 주댕이를 뜯어버릴 테니까! 놓으라고! 만지지도 마! 물어 뜯어버릴 거야!”
부반장에게 안긴 조는 미친듯이 발광하며 증견을 향해 적개심을 피웠다. 심지어, 주인인 부반장을 향해서도 공격성을 감추지 않았다.
“……너 괜찮냐?”
“응? 뭐가?”
“……모르면 됐다.”
부반장에게 안긴 조가 부반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부반장의 손가락을 마구잡이로 물어뜯고 있었다. 아직 성견은 아닌 탓에 치악력이 약해, 딱히 상처라던가 하는 것이 생기지는 않았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본인이 좋다는데, 어떡해.
그렇지만 부반장이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던 건지, 내 시선을 보고서 어떤 의미로 말을 꺼낸 것인지 눈치챘다.
“아아~! 얘, 무는 거 아냐. 애정 표현이지. 아프지도 않은데?”
“아니……. 됐다.”
“예전에 어떤 영상에 나온 아저씨도 그랬거든? 치와와를 만지는 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이라고. 그 영상에 나온 치와와도 손가락을 엄청 물었는데? 옥시…… 무슨 호르몬도 나온다고 했어.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던데?”
아, 그 영상. 나도 봤지……. 초능력 덕분에 그 치와와가 뭐라고 말하는 지도 알게 됐지만.
‘분명 죽어라- 였지. 그 치와와가 손가락을 죽이려고 했었는데.’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지만, 나는 기쁘다는 듯이 조를 쓰다듬고 있는 부반장을 위해 입을 다물기로 했다. 게다가 옥시- 뭐시기 하는 호르몬도 전혀 다른 호르몬이었으니 입을 열어 봐야 놀리거나 면박을 주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죽어! 죽어!”
비록, 여전히 그녀의 손에 붙잡혀 있는 조는 부반장이 말했던 영상에 나온 치와와처럼 미친듯이 손가락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신수환. 조 성격을 좀 고칠 수 있을까?”
“음…….”
여전히 손가락을 물리고 있지만, 아프지 않다는 이유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부반장을 보며 나는 잠깐 고민했다.
내가 딱히 수의사라던가, 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조련하는 조련사는 아니지만 하나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저 놈이 분노조절장애라서 성격을 고칠 수 없다고 어떻게 말해야 하지?’
나는 조가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취급주의 치와와였다. 아니, 그냥 폭탄이었다. 작고 약해서 아프지도 않은 콩알탄 정도의 폭탄이랄까?
그렇기에,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걔는……. 솔직히 그 더러운 성격, 못 고칠 거야. 유전자 단위로 각인 된 녀석이랄까…….”
“너 뭐라 그랬냐!”
심지어, 조는 내 말을 듣고서 나를 향해서도 적개심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약간의 조언을 더 해주기로 했다.
“웬만하면 다른 종의 개들이랑은 붙이지 마. 비슷한 수준의 치와와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서열도 정하고 친하게 지내긴 할 수 있을 거야.”
“진짜? 방법이 없을까?”
“어. 걔는 글렀어.”
“뒤지고 싶냐! 너 일로 와! 이리 오라고! 으아아아아!”
내 말에 부반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조는 미친듯이 짖어댔다. 물론, 조금도 위협적이진 않았다.
성인 여성의 한 손에 얹혀질 정도로 자그마한 녀석이 짖어봐야 두렵지도 않았다. 겨우 그런 것에 두려워할 것이었으면 청호나 다른 동물들에게 이미 겁을 먹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니, 정확히는 소은이랑 논다고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다른 동물들을 떠올리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정말? 뭐야? 무슨 방법이야?”
“나한테 한 사흘만 맡겨놓을래?”
“너한테?”
“어.”
예로부터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는 것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
“너도 내 뮤튜브 본다고 했지? 그럼 내가 기르는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도 알고 있어?”
“그거야 당연히…….”
부반장은 내 말을 듣고서 반응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설마, 동물들한테 교육시키려고?”
“그래. 너도 알 거 아냐.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
“으으으으음…….”
내가 말하려는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는지, 부반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내게 조를 맡기면 조가 어떤 꼴을 볼 지 훤하게 예상이 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냥 집에 가두고,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 분노조절장애는 치료하는 것이 좋았다.
“부탁할게. 조가 다른 개들이랑 친하게는 못지내도, 최소한 먼저 공격하지 않게만 해줘.”
“걱정마. 분노조절장애도 치료하고, 멀쩡하게 돌려보내 줄 거니까.”
“고마워! 아, 애들 이제 고기 먹나봐. 우리도 가자.”
해맑은 미소를 지은 부반장은 서서히 고기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는 것에 다시금 나와 함께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바로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몇 명의 동창들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우리도 봐주라.”
“끙…….”
저마다 개들을 데리고 올 때 썼던 이동장이나 목줄을 손에 쥔 동창들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아직 고기를 먹기엔 시간이 일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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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골댕이가 요즘 집안 곳곳에 오줌을 싸지르는데……. 왜 그러는 건지 좀 알려주라. 미치겠어. 집에 개 오줌 냄새가 진동을 해.”
“크흠, 냄새나네……. 너, 요즘 배달 음식만 먹었지?”
“오? 어떻게 알았냐? 요즘 집에서 뭐 해서 먹기 힘든 상황이라, 치킨 같은 거 좀 시켜 먹었지. 덕분에 살도 좀 쪘어.”
“맛있는 거 혼자만 처먹는다고 복수한 거란다. 좀 나눠 먹어라. 먹일 수 있는 거는. 아니면 간식이라도 주든가.”
동창 중 하나는 혼자만 치킨을 먹고 반려견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가 오줌 테러를 당했다.
“뽀삐가 자꾸 허공을 보고 짖어. 얘, 유령 보는 걸까? 쪼~금 무서운데.”
“산책가자고 하는 거란다. 뽀삐 시선 끝에 목줄이 있진 않았어?”
“아……. 그랬던 거 같기도 한데…….”
“평소에 산책이 좀 부족한 거 같거든? 더 자주 가거나, 한 번 할 때 충분히 오랫동안 해줘야 할 거야.”
산책 가자는 요구를 유령 보는 것으로 착각한 동창도 있었다.
“내가 쟤를 고양이들이랑 같이 키웠거든? 그러다보니까, 쟤는 지가 고양인 줄 알아. 저 봐. 발에다가 침 발라서 얼굴 닦는 거…….”
“……저건 나도 어쩔 수가 없는데. 창수 생각해 봐.”
“……하긴. 그 녀석 누나들이랑 살다가 낭자애 됐지. 그럼 저대로 놔둬?”
“어쩔 수 없으니까. 정체성이라고 해야하나……. 그게 이미 확립 된 상태잖아. 바꾸긴 힘들어. 그대로 놔두는 게 너나 쟤나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야.”
또 다른 동창은 고양이와 함께 기른 강아지가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것에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동창들의 고민아닌 고민들을 들어주며 가볍게 해결을 해주고 나서야, 나는 동창들과 함께 본격적인 동창회를 즐길 수 있었다.
동물들에 관한 고민 같은 것들을 해결해주고서 테이블로 다가가니, 이미 고기판과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야야! 솬쓰! 빨리와!”
내 자리라고 미리 만들어둔 건지, 빈 자리를 가리키는 반장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 일단 받으시고!”
“앉기도 전에 술부터 주는 인간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자리에 앉으려니 술잔을 내미는 반장의 술을 받은 나는 가볍게 입에 털어넣으며, 오랜만에 느끼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했다.
여러 친구들의 부럽다는 이야기나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즐긴 동창회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술게임으로 반장을 보내버리는 것도 즐거웠고, 퍼지는 고기 냄새를 참지 못하고 탈주를 감행한 개들에게 양념되지 않은 고기를 적당히 익혀서 먹여주는 것도 즐거웠다. 심지어, 장기자랑이라며 자기가 기르는 강아지의 하울링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녀석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리고, 그렇게 즐거운 동창회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즐긴 나는, 알딸딸하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는 분노조절장애견, 조가 들린 이동장을 든 채로 말이다.
“많이 마셨네.”
“흐흥, 우리 마누라 이쁘다. 우리 딸도 이쁘다.”
“어이구, 완전히 취했네.”
알딸딸한 감각 때문인지 평소보다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누나와 소은이에게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누나는 그런 것도 좋다고 베시시 웃음을 지었지만, 술 냄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은이는 쁘아아- 소리를 내며 밀어내기 바빴다.
“열어! 이거 열라고! 내 말 안 들려? 열으라고! 다 죽여버리겠어!”
“그러고보니, 그건 뭐야? 어디서 마음대로 주워 온 거 아니지?”
“아 맞드아!”
누나의 지적과, 미친듯이 짖어대는 조의 짖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동물들을 향해 이동장을 가져가, 이동장의 잠금쇠를 잡았다.
“신병 받아라!”
“뭘 꼬라봐!”
이동장의 잠금쇠를 풀자마자 튀어나온 치와와는, 앙증맞게 앙앙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