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72
0071 분노조절장애 치료
“헝……?”
“이기 뭐꼬.”
“주댕이가 참 자유분방하오.”
이동장에서 튀어나와 곧바로 도발을 시전하는 조의 모습에 동물들이 황당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쥔님. 얘는 뭐임까?”
“이름은 조. 내 친구 강아진데, 며칠 맡았어. 성질이 더러워서, 좀 고치려고.”
“성질은 진짜 더러운 거 같슴다.”
내 말에 청호가 동의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나와 청호의 대화를 들은 조가 다시금 분노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야! 너 뭐라 했냐! 다시 말해봐! 누구 성격이 어떻다고? 뒤지고 싶냐!”
조는 내게 달려와, 내 발을 앙앙 물며 분노를 표시했다. 물론, 양말도 신은데다 약하기 그지 없는 조의 치악력으로는 간지러움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런 조에게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채, 청호를 비롯한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사흘 동안 있을 건데, 그동안 너희들이 저 녀석을 교육 좀 해줘. 성질머리 팍 죽이면 돼. 그렇다고 다치게 하는 건 안 돼. 다치지 않고, 적당히. 적당히~ 알지?”
“맡겨만 주십셔!”
청호는 경례라도 하듯이 오른쪽 앞 발을 머리에 가져가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청호의 모습이 아니꼬운 것인지, 조가 청호에게로 타겟을 변경했다.
“맡기긴 뭘 맡겨! 죽어라!”
바닥에 딛고 있는 청호의 왼쪽 앞발을 마구잡이로 물고 있는 조였지만, 역시나 청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럼 수고 좀 해줘.”
나는 청호가 무척 듬직하다는 생각을 하며, 침실로 올라갔다.
“소은아! 아빠랑 잘꾸억!”
침실에서 술냄새가 싫은 소은이에게 발길질을 맞았지만 말이다.
‘우리 딸, 건강하네!’
조가 물어뜯는 것 보다 아픈 소은이의 발길질이었지만 오히려 흐뭇했다.
○ ◑ ● ◐ ○ ◑ ● ◐ ○
동물들에게 조를 맡긴 나였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데려왔던 다른 동물들처럼 다른 동물들과 잘 지내는 녀석이 아니다보니, 참지 못하고 열 받은 동물들이 조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조는 내가 키우는 녀석이 아닌, 부반장이 키우는 녀석이었으니 더더욱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주기적으로 조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을 관찰했다.
“뭘 봐! 눈 깔아! 어쭈, 안 깔아? 지금 작다고 무시하냐? 죽을래?”
“……………………븅.”
조는 요즘들어 눈을 깜빡이는 것도 귀찮다고 허공을 바라보는 나태 녀석을 향해 욕설을 했다. 하지만 나태답게 뒤늦게 돌아오는 반응에 오히려 열 받은 모습을 보였다.
“죽여주마!”
열 받은 조는 그대로 나태를 향해 돌진하더니, 나태의 폭신폭신한 뱃살을 물었다.
소형견종인 시츄답게, 치와와의 공격은 약간의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니었다.
“……………아.”
거슬린다는 듯한 나태의 반응을 끌어낸 것이었다.
뱃살을 물린 나태는 잠시 멍하니 눈만 꿈뻑이더니, 갑자기 파다닥! 하고 움직였다.
“꾸엑!”
그리고, 그런 움직임에 당한 것은 조였다. 순식간에 움직인 나태가, 제 뱃살을 물고 있는 조를 걷어차버린 것이었다.
“봐, 봤어? 나태가 움직였어!”
“에이, 거짓말 하지마. 나태가 언제 움직이는 거 봤어?”
“아니, 지금 움직였다고!”
“동영상이라도 찍었어? 증거 없으면 뭐다?”
“아니…….”
카페에 있던 손님들 중 일부는 나태가 움직인 것을 보고서 경악했다. 절대 움직이지 않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나 간식을 씹을 때만 움직이는 나태가 민첩하게 움직였으니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나태를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더라면, 나태가 움직였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렇게 나태에게 걷어차이게 된 조는 순식간에 매끄러운 타일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꽤 먼 거리까지 밀려난 조는 무언가에 툭- 부딪히고 나서야 멈추었다.
“크윽! 가만두지 않겠다!”
나태에게 걷어차인 조는 다시금 분노하며 나태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바로 옆에서 들어온 공격만 아니었다면.
“끄엑!”
“쳐놓고 어딜 가.”
“너, 넌 뭐야! 끅!”
갑자기 옆구리에 틀어박힌 공격에 당황한 조는 으르렁거리며 자신을 공격한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 묻기 전에 부딪혔으면 사과부터 해야지. 건방지게.”
“건방지다니, 가만두지 않-켁!”
조는 자신을 향해 공격했던, 남캣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려 했다. 그러나, 그런 조를 보고 있을 남캣이 아니었다.
소은이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든 공평하게 냥냥펀치를 갈길 수 있는 남캣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끄악! 깽!”
남캣은 순식간에 조를 떡으로 만들겠다는 듯이 패버렸다.
“크윽! 두, 두고 보자!”
1초에 수 회의 냥냥펀치를 맞게 된 조는, 후련하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이며 자리를 떠나는 남캣을 보며 이를 갈았다. 비록, 남캣이 되돌아보니 급하게 도망치듯이 피해버렸지만.
‘치료가 가능하긴 하겠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의 분노조절장애가 치료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분노조절장애가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은 두려움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그 두려움을 알게하여 자기가 분노를 표출했을 때, 그것이 제게 해가 된다는 인식을 떡하니 박아두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내 손을 조금도 거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동물들이 충실하게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켜! 이건 내 꺼야! 저리 꺼져!”
“뭐, 뭐고!”
라쿤은 갑자기 자기 밥그릇을 탐하는 조를 보며 당황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밥그릇을 빼앗긴 적이 전혀 없었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 당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캣만큼 먹을 것에 환장하는 동물이 바로 라쿤들이었다.
“마! 니가 그래 싸움을 잘하나! 나온나!”
“꾸엑!”
라쿤들의 사료를 탐한 조는, 그대로 라쿤들의 손에 붙잡혀 끌어당겨졌다. 그리고, 이어진 라쿤들의 린치를 맞으며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꾸아아악!”
두 마리 라쿤들이 따귀를 때리듯이 손찌검하는 것을 버티지 못한 조는 그대로 꽁무니를 내뺐다.
라쿤들의 사료 몇 알을 뺏아먹은 대가는 수십 대의 따귀였다.
“제기랄……!”
어떻게 도망쳐나온 조는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며, 다른 곳을 어슬렁거렸다.
그런 조의 시선에는 왜건을 끌고 다니는 청호가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조는 그대로 달려가더니, 청호가 끌고 있던 왜건을 쿵! 들이받았다. 아니, 쿵이 아니라 톡! 이었다.
“뭐함까.”
“무엇을 하는 거요.”
“무슨 짓인 거샤!”
청호와 유부, 오기토가 왜건에 부딪힌 조를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조가 방금 한 행동은 그들에게 소은이를 공격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소은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쿨쿨 자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네놈은 개의 수치다! 이딴 걸 끌고 다니다니! 내가 응징해주마! 죽어라!”
조는 자기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커다란 청호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달려들었다. 그대로 청호를 물었지만, 조에게는 안타깝게도 청호의 질긴 가죽을 뚫는 일 따위는 없었다.
“죽어라! 내가 너를 가만두지 않게엑!”
당연하지만 청호는 그런 조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자기를 건드리는 건 넘어가도, 소은이를 건드리는 것을 넘어갈 청호가 아니었다. 피해가 없다고 해도, 일단 그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청호였다.
“어디서 헛소림까. 아가씨를 건드리는 놈은 가만두지 않슴다.”
청호는 자신을 물어뜯는 조를 앞발로 가볍게 내리눌렀다. 성견도 채 되지 못한 치와와는 그대로 청호의 앞발에 짓눌리며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구에에엑! 나, 나라앗!”
조가 괴소리를 내며 버둥거리지만, 청호의 발 아래에서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조의 행동으로 열 받은 건 청호 뿐만이 아니었다.
푸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온 유부와, 자고 있는 소은이에게 붙잡혀 있는 이기토를 제외한 다른 토끼들이 우르르- 몰려내려온 것이었다.
“계속 밟고 있으시오, 청호여. 감히 누굴 건드린 건지 깨닫게 해야하지 않겠소.”
“애기를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 거샤!”
“가만두지 않겠샤!”
“애기가 깨지 않았으니까 죽이지는 않겠샤!”
“망나니 같은 버릇을 고쳐주겠샤!”
유부와 토끼들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조를 바라보았다.
“……꿀꺽.”
무언가 한참 잘못된 것을 깨달은 조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조는 자신이 벌인 행위에 대한 대가를 아주 톡톡히 치뤄야 했다. 청호와 유부, 거기에 네 마리의 토끼즈가 조에게 린치를 가했다.
“꾸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그리고, 조는 그렇게 린치를 당하고 나서야 분노보다 다른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이 따위 짓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슴다.”
“죄송합니다아아아!”
청호의 나지막한 경고에, 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당연하지만 그 상황을 겪으며 속에서 분노를 더 키운 조였지만, 그 분노는 금세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분노를 끄집어 내더라도, 그 분노보다 더한 보복이 돌아오길 반복했기 때문이다.
햇빛을 쬐는 한무를 들이받았다가 오히려 자기가 더 충격을 받고, 거위들을 도발했다가 또 다시 린치를 당하고, 다른 개들에게 까불었다가 또 짓눌렸으니 분노를 표출할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근처에서 까불다가 남캣의 심기를 몇 번이나 건드린 탓에 남캣에게 지속적으로 몸으로 대화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분노보다 두려움이 커지는 것이 당연했다.
결국, 그 이후로 조는 두 번 다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없었다.
“헤헤, 형님. 식사 하셨습니까? 예, 예에! 가겠습니다요!”
비록, 조금 비굴한 모습을 보이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분노조절장애는 치료 됐잖아.’
나는 분노 따위는 드러내지 못하게 된 조를 데리고 부반장을 찾아갔다.
“와! 너 정말 우리 조 맞니?”
“주인님! 보고 싶었어요! 거긴 지옥이에요! 말 잘 들을테니까 다신 보내지 마세요!”
동물들에게 시달린 것이 꽤나 충격이었던 건지, 조는 부반장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애교까지 부리며 붙어 있으니, 부반장은 무척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조가 이렇게 애교 많은 아이인 줄은 몰랐네. 고마워! 내가 나중에 꼭 보답 할게!”
“어……. 그래.”
나를 보기 싫다는 듯……. 정확히는 나를 따라서 다시는 동물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는 조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