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
25화 – 시청률이 없지, 돈이 없냐!?
화요일, SBC 사장실.
변우민 국장은 송민용 사장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른 아침부터 호출하더니, 대뜸 대가리에 총을 맞았냐니···?
“사장님···. 그게 무슨···.”
“총 맞은 게 아니면, ‘멍멍이와 산다!’를 왜 종영한다는 건데?”
변우민은 눈가를 움찔했다.
그 순간, 송민용 사장이 눈을 부라리며,
“너 지금 인상 썼냐?”
“아, 아닙니다···. 그보다 ‘멍멍이와 산다!’ 종영은 이미 전에 결정된···.”
“야, 내가 누구냐?”
“네?”
“내가 누구냐고?”
“송 민 자 용 자···.”
“이름 말고! 내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사, 사장님이십니다.”
그러자 송민용 사장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을 책상에 턱! 올리더니,
“그래! 내가 바로 이 방송국 사장이다! ‘멍멍산’ 종영 결정? 그거 취소하면 그만이야! 왜? 내가 사장이니까! 알 유 오케이?”
“네···.”
“자, 그럼···. 종영하려는 이유를 다시 설명해봐.”
“‘멍멍이와 산다!’를 종영하려는 이유는 공평하게 조직을 운영하며 모든 PD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야!”
“네?”
“우리가 여의도에 있는 K 동네처럼 공영 방송이냐? 공평한 조직 운영? 기회? 야! 야! 야!”
-쾅!
송민용 사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더니 변우민 국장을 노려보며,
“우리 SBC는 민영 방송이야. 돈 되는 프로그램이면 팍팍 밀어주고, 시청률 개떡 같은 건 폐지 시켜서 돈을 벌어야 하는 민영 방송!”
“······.”
“알만한 놈이 왜 그래? 돌았어? 미쳤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송민용 사장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책상 서랍에서 금연 껌을 잔뜩 꺼내서 씹더니,
“내가 늘 회의 때마다 하는 말이 뭐지?”
“···우리가···.”
“목소리 봐라!”
변우민은 차렷 자세를 하며 소리쳤다.
“우리가 시청률이 없지, 돈이 없냐!?”
“그래! 바로 그거야! 제작비가 문제야? 그럼 말해! 우리 모기업 몰라? 대명이야! 대명!”
대명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돈 되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변우민도 송 사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이미 멍멍산 다음 프로그램이 촬영을 앞두고···.”
그러자 송 사장은 웃으며,
“어, 그 기획 버려.”
“네? 사, 사장님···!”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기획 한두 번 버려봐?”
“하지만 ‘그 노래? 그 가수!’는 사장님도 좋다고···!”
“변 국장, 나는 말이야. 좋은 기획보다 시청률 좋은 프로그램이 최고야.”
하여튼!
“‘멍멍산’ 종영시키지 마!”
변우민은 이를 강하게 물었지만, 곧 힘을 풀며···.
“···알겠습니다.”
그 순간, 송민용 사장이 말했다.
“그 친구, 일요일에 시간 좀 내라고 해.”
“···누구 말입니까?”
“누구긴 누구야! ‘멍멍산’ 피디 말이야!”
“강 PD 말입니까? 왜···.”
송민용은 씨익 웃더니,
“등산이나 같이 가려고!”
= = = = = = =
‘멍멍산’ 팀의 두 번째 시청률 맞추기 내기는 동수의 승리였다.
오차율 거의 없이 정확했다!
윤하얀은 바들바들 떨면서 사십만 원(큐티 걸즈 몫까지 포함)을 동수에게 내밀었다.
“가, 강 PD님···. 대, 대단하시네요!”
동수는 피식 웃더니,
“윤 작가, 돈 됐어요.”
“네? 왜요?”
“1등 한 거로 충분해요.”
“하지만 일단 약속한 건데···.”
본인이 한 말을 지키려는 윤하얀.
동수는 그런 그녀가 참 보기 좋았다.
“그럼 이렇게 해요. 우리 출연진, 스태프 모두 십만 원씩 모아서 기부하는 걸로요. 멍멍이 프로그램이니까···. 유기견 보호 단체가 좋겠죠?”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박지혜가 박수를 쳤다.
“선배님, 좋은 생각이에요!”
윤하얀도 머뭇거리더니,
“그럼, 저는 사십만 원을 기부···.”
“십만 원만 내요. 큐티 걸즈 건 제가 낼게요.”
“에이, 그건 아니죠. PD님은 1등인데···. 제가···.”
동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 말대로 해요. 알겠죠?”
“네···.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아! 기부하는 단체는 제가 알아볼게요.”
‘가온, 비리가 없는 투명한 곳으로 알아봐 줘.’
[알았다.]동수는 윤하얀과 박지혜를 보며 헛기침을 몇 차례 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덕분에 20회까지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시키는 것만 했을 뿐인데···.”
“에이! 누구 덕이 어딨어요! 우리 모두 열심히 한 덕분이죠!”
말없이 본인의 역할을 200% 소화해주는 박지혜.
언제나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윤하얀.
동수는 이 둘과 한팀이라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자자, 하여튼! 금칠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이제 22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네, 선배님!”
“Yes sir!”
‘멍멍산’ 팀은 지난주에 미친 열정으로 21회 방송분까지 촬영(천마와 큐티 걸즈의 일상)을 끝냈다.
남은 건 편집뿐인데···.
그것도 오형근 기술 총괄이 열성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서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남은 건 이제 22회.
바로, ‘멍멍산’ 마지막 회 촬영이다.
윤하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게···. 마지막 회의겠네요.”
회의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특히, 박지혜는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윤하얀의 표정도 어두웠다.
‘멍멍산’ 종영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동수도 안타깝긴 했지만···.
‘윗선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나···.’
[이른 나이에 은퇴한 유명 배우의 좌우명이 있다.]‘가온, 갑자기 그게 무슨···.’
[들어봐라. Sound Only 재생.]동시에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힘들고 지칠 때면···. ‘검은 미로의 숲’ 촬영 때 작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내요.】
‘이건···.’
그 순간,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야!】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는 박력이 넘쳤다.
동수는 흠칫 놀랐다.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라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나?]의문의 배우와 가온의 말을 몇 번이나 곱씹던 동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가온, 땡큐.’
[Your welcome.]‘이따 솜사탕 하나 먹자!’
[그건 질렸다. 다른 걸 생각해보겠다.]‘OK!’
동수는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우리에겐 아직 2회의 방송이 남았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선배님···.”
“강 PD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요! 혹시 알아요? 내일 김 CP님이 우리 방송 종영 취소됐다고 할지요!”
그 순간, 회의실 문을 벌컥! 열고 김 CP가 들어오더니,
“동수야! ‘멍멍이와 산다!’ 종영 안 한다! 계속 간다!”
“어···?”
“에···?”
“헤···?”
[···Wow.]좋은 소식은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물론,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인 건 아니다.
= = = = = = =
공수철 PD는 성난 사마귀처럼 성큼성큼 국장실로 향했다.
그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수족 같은 진명훈 PD의 편성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분명 본부장 결재까지 난 건데···!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변 국장! 댁이 말하던 공정한 조직 운영이 이거야!? 지랄! 이건 그냥 양아치 짓이잖아! 나랑 다를 게 뭔데!? 댁은 조직을 배신해도 된다는 거야?!’
그대로 국장실 문을 열려는 순간,
-달칵
문이 열리고 동수가 나왔다.
그는 공수철을 보더니,
“어? 선배, 굿모닝입니다.”
공수철은 동수의 인사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너 이 새X···. 네 짓이지?”
“뭐라고요?”
“시치미 떼지마! 네가 명훈이 편성 뺏은 거지!? 빌어먹을 자식! 강세나랑 짜고 나를 엿 먹인 것도 부족해서 개수작을···!”
동수는 피식 웃더니,
“뭔 헛소리입니까?”
“이 자식이 그래도!?”
동수의 멱살을 잡아채려는 공수철.
하지만 그의 팔은 동수의 오른손에 가볍게 잡혔다.
-탁!
“악! 너, 너 이 자식···!”
“선배, 내 멱살에 전세 냈습니까? 한 번만 더 하면 전세금 두둑하게 받아낼 겁니다?”
동수는 솥뚜껑 같은 왼쪽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공수철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뒤늦게 동수가 얼마나 미친놈이었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 잘못하다간 골로 갈 수 있어···. 제, 젠장···.’
그때 예능국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뭐야? 공 PD님이랑 강 PD 또 다투는 거야?’
‘질리지도 않나···.’
‘공 PD가 강 PD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잖아.’
‘그래도 한때 부사수였는데, 너무하네.’
‘강 PD가 또라이여서 그렇지!’
‘이번에 진 PD 편성 뺏었다는데?’
‘뺏긴 뭘 뺏어? 잘 나가는 거 밀어주는 게 맞지!’
‘그래도 공 PD님 진급 취소된 시점에···.’
공수철은 직원들의 얘기를 들으며 인상을 썼다.
여론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단 물러나자. 그리고 나중에 내 편을 더 만들어서···!’
“내, 내 팔 놔, 놔줘!”
.
.
.
공수철이 팔을 놔달라고 소리친 순간,
[데이터 해킹 40%···. 오늘의 생각 기능 업데이트.]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동수는 공수철의 팔을 놔줬다.
“젠장! 무식하게 힘만 센···!”
그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가온에게 물었다.
‘어떤 기능이 추가된 거야?’
[생각을 하나 더 확인할 수 있는 거다.]즉, 오늘의 생각을 총 3개 확인할 수 있게 된 거다.
‘···별거 아니네.’
[특별한 기능은 해킹률 50%에 생길 거다.]‘무슨 기능인데?’
[비밀이다.]‘치사한 놈···.’
그때 공수철이 소리쳤다.
“비, 비켜! 너한테 볼일 없으니까!”
“길은 넓고, 저도 볼일 없는데요? 가던 길 가세요.”
“큭···!”
“그리고 말입니다!”
“······?”
“아까 저한테 개수작이라고 하셨죠?”
“그, 그게 뭐!”
동수는 그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3년 전 그날을···.
제작비를 횡령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공수철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에게,
‘미친 XX! 나한테 더러운 짓 하지 말라고 깨끗한 척 지랄 염병을 떨더니···! 시청률도 개떡! 도덕성도 개떡! 야, 이 XX야! 그따위로 살지 마!’
···라고 했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참···. 암담했었지.’
동수는 주변을 살폈다.
모여든 사람들.
국장실 앞.
‘그때랑 비슷하네.’
동수는 재차 생각했다.
‘어쩔까···.’
그때 가온이 물었다.
[해라.]‘뭐?’
[망설이지 말고, 이미 마음을 정하지 않았나?]‘···역시, 넌 나를 너무 잘 알아.’
동수는 피식 웃더니 배에 힘을 꽉! 줬다. 그리고,
“제가 언제 개수작을 부렸다는 겁니까!!! 개수작을 부린 건 공수철 선배잖아요!!!”
“이, 이 새끼가 무, 무슨···!”
“모 연예인한테 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개판 놓으라고 사주하지 않았습니까!!! 진명훈 PD 프로그램에 MC로 넣어주겠다는 먹잇감까지 던져주면서요!!!”
“야, 너···! 이···!?”
주변의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뭐야? 저거 진짜야?’
‘야, 아무리 그래도 한 식구끼리···.’
‘와, 무섭네···. 아무리 강 PD가 거슬려도 그렇지.’
‘근데 강 PD 말만 듣고···.’
‘맞아. 이런 건 양쪽 얘기를···.’
공수철은 주변을 의식하며 당황했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수의 얘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CP 진급 취소된 거도 개수작 부리려다가 국장님한테 들켜서 그런 거잖아요!!!”
그 말에 여론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어? 진짜? 그래서 취소된 거야?’
‘난 그냥 국장이 훼방 놓은 거라고···.’
‘국장 라인인 박대철 PD를 CP로 올리려고···.’
‘와, 그럼 공 PD님 진짜로 같은 식구를 찌르려고 한 거야?’
공수철은 부들부들 떨더니 버럭 소리쳤다.
“강동수!!! 너!!!”
그때였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변우민 국장이 나타났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동수와 공수철을 비롯한 직원들을 쭈욱 훑어보더니,
“다들 근무 시간 아닌가?”
그 한 마디에 직원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공수철을 보더니,
“진 PD 문제로 온 거면, 사장님께 가봐라.”
“네···?”
“내 뜻이 아니고, 사장님 지시니까.”
“······!”
“할 말 있나?”
공수철은 이를 뿌드득뿌드득 갈다가 동수를 노려보더니,
“너···. 두고 보자···!”
그리고는 멀어지는 공수철.
동수는 코웃음을 쳤다.
그때 변우민이 말했다.
“꼭 이래야만 했나?”
“······?”
“너 때문에 공수철은 진급도 취소됐다. 그에 반해 너는 ‘멍멍이와 산다!’를 계속 찍을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워서 시끄럽게···.”
“국장님,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네요?”
“뭐?”
“제가 공 PD 진급 취소했습니까?”
“······.”
“취소한 건 국장님이면서 왜 저한테 책임을 전가하십니까?”
“그건···.”
“그리고!”
“······.”
“‘멍멍이와 산다!’를 계속 방영하게 된 건 사장님 지시잖아요? 국장님이 왜 숟가락을 얹으실까요?”
“······.”
동수는 씨익 웃으며,
“이만 가보겠습니다.”
“······.”
변우민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동수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다시 국장실로 들어갔다.
그때 동수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나저나 촬영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등산은 왜 가자는 거야.’
[기대된다.]‘뭐가?’
[산 정상에서 먹는 유기농 오이가 무척 맛있다고 했다.]‘누가?’
[대배우 한창훈.]‘······.’
‘그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