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9
79화 – 내가 할게!
관악산 정상에 올라온 동수는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한창훈 선생님은 아직 안 오신 건가?”
[약속 시간까지 삼십 분이 남았다.]‘주변에 없지?’
[안 보인다.]‘OK.’
그때 뒤쪽에 좀비 울음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최윤아였다.
그녀는 네발로 기어서 정상에 올라오자마자 바닥에 大자로 누웠다.
동수는 피식 웃었다.
‘근성 있네.’
가온의 질문에 별말 안 하고 최윤아에게 다가갔다.
쭈그리고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이겼죠? 내려가요.”
“···헉··· 헉···. 정말요···?”
“내기하기로 했잖아요.”
최윤아는 복잡한 눈빛으로 숨을 고르며 물었다.
“만약···. 제가 이겼어도···?”
“당연히 내가 내려갔죠. 약속한 거니까.”
그녀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개라더니···.”
“약속을 지키는 게 뭐가 미친 겁니까? 이런 걸로 장난이었다고 하는 놈이 미친 거지.”
“······.”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최윤아는 묘한 눈으로 동수를 쳐다봤다.
‘개망나니 미친개라고 들었는데···. ’
오히려···.
‘괜찮은 사람 같네.’
그녀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내려갈게요.”
“잘 가십쇼!”
최윤아는 아쉽기는 했지만, 그의 말대로 약속은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일방적인 약속이긴 하지만···.’
몸을 돌리려는데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저기, 번호 좀 알려 주세요.”
“번호요? 왜요?”
“모르는 거 있을 때 여쭤보고 싶어서요.”
“이보세요, KBC PD 씨. 궁금한 게 있으면 그쪽 선배들한테 물어봐요.”
“에이, 그러지 말고요.”
“······.”
“너무 귀찮게는 안 할게요.”
동수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려 줄 테니, 바로 내려가십쇼.”
“네, 근데 몇 살이세요?”
“그건 또 왜요?”
“형이라도 불러도 돼요?”
그는 최윤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더니,
“···남자?”
“여자거든요. 오빠는 낯간지러워서···”
“알아서 하십쇼.”
최윤아는 그의 번호를 ‘동수 형’이라고 저장했다.
정상의 풍경을 쭉 훑어봤다.
“풍경 좋네.”
“이제 내려가요.”
“형 말 편하게 해요.”
“야, 빨리 꺼져. 발로 차버리기 전에.”
“······.”
“말 편하게 하라며?”
“···너무 심해요.”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더 심한 꼴 당하기 싫으면 가라.”
“···알겠어요.”
그때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기농 오이라도 같이 먹고 보내지 그러나.”
“······!”
“······!”
동수와 윤아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건장한 체격의 노인과 화사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 여자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둘 다 선글라스를 껴서 알아보기 힘들···.
[대배우 한창훈 선생님이다.]‘뭐?’
“······!”
그 말에 동수는 재빨리 다가가서 한창훈에게 구십 도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SBC 예능국 강동수라고 합니다! 만남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반가워. 얘기는 많이 들었네.”
“하하, 그런가요?”
둘은 그렇게 악수를 했다.
[데이터 해킹 시작. 1%···.]‘······.’
[······역시 한창훈 선생님이군. 강하다.]‘에라이.’
그와의 악수는 해킹이 2% 됐을 때 끝났다.
-띠링
한창훈 정보창이 떠올랐다.
『한창훈 (해킹률 2%)』
【성별: 남 /나이: 71 /직업: 배우】
【앙상블 점수: A등급(92점-멍멍산)】
【특기 1: 연기】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한창훈에게 말했다.
“저에 대한 소문이 좋은 얘기는 별로 없었을 텐데···. 걱정이네요.”
“하하, 아니야. 좋은 얘기 많이 들었어. 그보다 산 정상으로 불러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등산도 하고 베리 굿이었습니다! 푸하핫!”
그때 최윤아가 쭈뼛쭈뼛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개가 좋다’ 조연출 최윤아라고 합니다···.”
그녀는 동수의 눈치를 살폈다.
한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반갑네. 등산하느라 고생했어.”
“아, 아뇨···.”
“유기농 오이 좀 먹어보게. 정상에서 먹는 오이는 꿀맛이지.”
“가, 감사합니다.”
동수는 최윤아를 빤히 보더니,
“이제 가라.”
“···저, 저기 내기 진 거요. 다른 걸로 책임질게요. 이대로 내려가는 건···.”
“다른 거라···.”
동수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좋아. 너 나한테 빚 한 번 진 거다. 나중에 내가 말하는 건 뭐든 들어줘야 해. OK?”
“뭐, 뭐든지요?”
“싫어? 그러면 발로 차버린···.”
“OK! OK요!”
“좋아!”
그렇게 최윤아는 동수에게 빚을 졌다.
동수는 한창훈을 보며 말했다.
“하하, 선생님께서 앞에 계신 데 딴 얘기를 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아닐세. 허허!”
그때 중년 여자가 혀를 차더니,
“우리 선생님은 성격도 좋으시다니까! 나랑 얘기하다가 그랬으면 정강이를 차버렸을 텐데~”
“네?”
“뭘 보니?”
“음···.”
동수는 생각했다.
‘이 여자 뭔데?’
[오금숙이다.]‘누구라고?’
‘뭐···!?’
오금숙.
지상파 3사의 연기 대상뿐만 아니라, 백상 예술 대상과 대신 문화 예술상(신성 그룹과 대운 그룹이 주최하는 시상식) 등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유명 배우다.
그런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바로, ‘국민 엄마’다.
이십 대부터 엄마 역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칠 년 전, 차은수 작가의 ‘내 친구, 안나’라는 단막극에 출연한 후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데···.
그래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국민 엄마로 불린다.
동수는 깜짝 놀랐다.
‘오금숙이 왜 여기에···?’
‘아···.’
이럴 때가 아니었다
동수는 그녀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 선배님! 강동수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옆에 있던 최윤아도 화들짝 놀랐다.
‘오, 오금숙···!?’
“안녕하세요! 최윤아라고 합니다!”
오금숙은 최윤아한테는 고개를 까닥하고, 동수를 보며 말했다.
“흐응~ 눈썰미 좋네? 나 메이크업 안 하고 선글라스만 끼면 매니저도 못 알아보는데~!”
“오 선배님의 미모를 어떻게 못 알아보겠습니까! 으하핫! 사실 예전부터 ‘국민 엄마’ 팬이었습니다! 못 알아보면 간첩이죠! 간첩!”
“어머, 그래? 후후. 반가워.”
그녀가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동수는 조심스레 악수를 나눴다.
그러자 해킹이 시작됐다.
[데이터 해킹 시작, 1%···. 2%···. 3%···.]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
이왕이면 10%에 도달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손을 오래 잡고 있기도 어색했다.
해킹률이 4%가 됐을 때, 조심스럽게 손을 빼려고 했는데···.
갑자기 오금숙이 물었다.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정말 싫더라.”
“네···?”
“아까 ‘국민 엄마’ 팬이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내가 처음으로 엄마 역을 했던 드라마가 뭔지 물어봐도 되요?”
“······!”
동수가 흠칫 놀라자, 한창훈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질문이 너무 지나쳐. 아무리 팬이라도 그런 걸 기억하긴 쉽진 않지!”
“어머, 예전에 내 팬이라고 했던 친구는 대사까지 줄줄 외우고 있던데요? 강 PD는 모르나 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오금숙.
사실 질문의 답에 큰 의미는 없다.
오금숙은 함께 작업하려는 PD나 작가를 처음 만나면 이런 질문을 하곤 하니까.
지금까지 그녀의 곤란한 질문에서 백 점을 받은 사람은 손에 꼽았다.
오금숙은 동수를 보며 생각했다.
‘보아하니, 전혀 모르는 거 같네. 어디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 볼까?’
옆에 있던 최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드라마 PD들한테 물어봐도 대답 못 할 거 같은데···. 오금숙 앞에선 말조심해야겠다.’
이때 동수는···.
[10%···. ‘컨디션’ 기능 활성화.]컨디션 기능이 활성화된 걸 확인하고, 가온에게 물었다.
‘오 선배가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았던 거 뭐야?’
[이십 년 전 KBC 1TV의 TV소설 ‘내 마음의 평화’다. 배우이자 성우였던 그녀가 스타가 된 드라마다. 1회 시작, ‘아이가 죽었다.’라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심금을···.]오금숙은 그의 손을 놔주며 말했다.
“침묵이 강 PD 대답인가? 혀는 뒀다 어디에 쓰려는···.”
“KBC 1TV에서 했던 ‘내 마음 평화’입니다. 성우였던 오금숙 선배님이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 작품에서···. 처음으로 어머니 역을 하셨지요?”
“······!”
오금숙은 흠칫 놀랐다.
설마 정답을 말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무려 이십여 년 전 작품이니까.
한창훈도 “호오···.”하며 감탄했고, 최윤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1회 방영 때, 시청률 12.5%로 시작해서 계속 상승···. 75회에서 오 선배님 전남편이 폐병으로 숨을 거두기 직전,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 있다고 고백했을 때 시청률이 급상승해서 28.1%···. 120회 종영 때는 30.3%를···.”
“잠깐···. 그거 진짜예요?”
“물론이죠!”
‘내 마음의 평화’는 이십여 년 전 드라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시청률을 확인할 수도 없을 때인데···.
오금숙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수를 보더니,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수형아, 난데. 응. ‘내 마음의 평화’ 시청률 좀 알아봐. 1회, 75회, 120회. 빨리. 응.”
그녀는 전화를 끊더니, 동수에게 말했다.
“내가 의심이 좀 많아서~.”
“하하, 괜찮습니다.”
“근데···. 정말 내 팬이야?”
“팬 맞습니다!”
사실 찐팬은 그의 누나다.
그는 누나 따라서 드라마를 보다가 팬이 된 거다.
오금숙은 동수의 대답에 “흐응~”하며 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동수도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옆에 떠오른 정보창이 눈에 들어왔다.
『오금숙 (해킹률 11%)』
【성별: 여 /나이: 59 /직업: 배우】
【특기 1: 엄마 연기 / 특기 2: 목소리 연기】
【컨디션: → (컨디션 상승엔 ‘곰탕’이 효과적!)】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다른 건 둘째치고, ‘곰탕’이 눈에 들어왔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도시락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한 선생님, 오 선배님! 뜨거운 곰탕 한 잔 어떠십니까? 하하!”
오금숙은 반색하며,
“어머, 그렇지 않아도 곰탕이 먹고 싶었는데···. 어머나, 냄새도 좋네. 강 PD 와이프가 한 거야?”
“하하! 저 아직 총각입니다.”
“그럼 어머님이?”
“아뇨, 저희 팀 메인 작가가 싸 준 겁니다. 한창훈 선생님 꼭 캐스팅하라고···.”
“어머! 그래?”
그녀는 동수가 따라준 곰탕을 한 모금 마시더니,
“흐음~! 좋네. 아주 푹 끓였네! 불 조절도 잘한 거 같고···. 아주 정성이 듬뿍 담겼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과연 한식 기행 시즌 2 MC답군. 윤하얀의 정성이 담긴 걸 정확하게 꿰뚫어 보다니.]‘···너 어째 먹는 얘기할 때만 나오는 거 같다.’
[당신 착각이다.]하여튼 윤하얀의 곰탕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훈훈해졌다.
오금숙은 바위에 앉아 유기농 채소와 곰탕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수는 한창훈에게 물었다.
“혹시 ‘멍멍이와 산다!’ 연말 특집 MC를 맡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최윤아는 안절부절 한창훈을 쳐다봤다.
‘선생님이 수락하면···. 으으, 어쩌지···.’
그때 한창훈은 껄껄 웃더니,
“미안하네. ‘개가 좋다’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네.”
“아···.”
“아···!”
동수와 최윤아의 희비가 교차했다.
동수는 황급히 뭔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KBC 사장한테 진 빚이 있어서···. 이번에는 ‘개가 좋다’에 출연해야 할 거 같네. 자네와는 다음에 인연이 됐으면 좋겠군.”
“네···.”
동수는 내색은 안 했지만. ‘이럴 거면 관악산으로 왜 불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시간 낭비했어. 새로운 MC를 누구로 하지.’
그때였다.
오금숙이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어머, 강 PD 말대로네. 1회 12.5%, 75회 28.1%, 120회 30.3%···. 자기, 대단하네? 좋아, 정했어!”
“네? 뭐를···.”
그녀는 빙긋 웃더니,
“‘멍멍이와 산다!’ 연말 특집 MC, 내가 할게!”
“오 선배님이요···?”
그때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금숙 앙상블 정보 (멍멍이와 산다!)』
【해킹률: 10%】
【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오차율: ±0%】
【상세 능력치: 모성애】
동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배, 백점···!?’
새로운 S등급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