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8
78화 – 제가요?
동수는 가온과 함께 힘을 합쳐 경사로 떨어지려는 여자를 구했다.
가온이 먼저 날아가 그녀의 옷깃을 아주 잠깐 붙잡은 사이, 동수가 그녀의 뒷목을 잡은 거다!
갈색으로 염색한 숏컷의 여자(최윤아)는 동수에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큰일 날뻔했는데도 꽤 침착한 모습.
동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아뇨. 뒷목은 괜찮아요? 제가 조금 세게 잡아서···.”
“괜찮습니다.”
생긋 웃는 그녀 옆에 정보창이 나타나 있었다.
『최윤아 (해킹률 10%)』
【성별: 여 /나이: 28 /직업: PD(KBC)】
【특기 1: 성실 / 특기 2: 영상 편집】
【컨디션: ↓(컨디션 상승엔 ‘곰탕’이 효과적!)】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눈가를 움찔했다.
‘KBC PD···?’
동종업계 사람이라 반갑기도 했는데, 이 겨울에 관악산에서 보다니···.
‘이게 그냥 우연일까?’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났다.
가온은 양손에 초록 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운명인 건가?]‘인마, 그런 게 아니고···!’
-꼬르르륵!
익숙한 효과음에 동수와 가온은 멈칫했다.
[···나 아니다.]‘너 아닌 거 알아.’
힐끗 고개를 돌리니 최윤아가 주린 배를 붙잡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녀는 밤을 새서 일하고 빈속에 커피 한 잔 마신 게 전부다.
‘김밥이라도 먹고 올 걸 그랬나···.’
하지만 아까는 박채연 작가한테 뒤통수를 맞아서 입맛이 뚝 떨어져서···.
어쨌든 구해준 사람한테 민망한 꼴을 보였다.
최윤아는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해서 등산하세요.”
그때였다.
“도시락 있는데, 같이 먹을래요?”
“네?”
동수는 씨익 웃으며 가방에서 오이를 꺼내며,
“유기농 오이도 있습니다!”
“아, 저는···.”
거절하려는데 동수가 도시락 가방을 꺼내더니,
“따끈한 사골곰탕도 있어요.”
“······!”
최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아까부터 엄마가 끓여주던 사골곰탕이 무척 먹고 싶었다.
‘열두 시간을 푹 끓인···.’
하여튼!
그녀는 쭈뼛쭈뼛 동수에게 다가오더니,
“여, 염치없지만···. 사골곰탕만 한 모금···.”
“푸하핫! 괜찮습니다! 괜찮아! 불고기도 있고···! 아, 쌈도 많으니 같이 먹어봅시다!”
“저는 그냥 곰탕만···.”
그러나 동수는 어느새 돗자리까지 깔고 자리를 마련했다.
“자자! 앉으십쇼!”
“네···.”
그렇게 두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했고, 동수는 능청스럽게 그녀의 정보를 캐냈다.
“아하, 윤아 씨는 예능 PD였군요.”
“네!”
“그럼, 여기는 촬영 때문에 온 거예요? 그런데 다른 스태프들은···.”
“그게 사실···.”
최윤아는 얘기해도 되나 하면서 머뭇거렸다.
그러자 동수가 곰탕이 담긴 보온병을 들며 말했다.
“이런 잔을 다 비우셨네. 곰탕 한 잔 더 마시세요.”
“아, 감사합니다.”
“다른 스태프들은 어딨는 겁니까?”
곰탕을 한 잔 마신 그녀는 동수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며 말했다.
“사실 캐스팅하러 왔어요. 캐스팅하려는 분이 연주대로 오라고 해서요.”
동수는 ‘역시···.’라고 생각했다.
가온이 최윤아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한창훈을 노리는 걸까?]‘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그는 웃으며 불고기 쌈을 싸서 최윤아에게 내밀며,
“자자, 안주도 드시고.”
“네? 아···.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 곰탕 먹는 건데···. 웬 안주를···.”
“으하하! 저도 모르게 그만!”
“······.”
최윤아는 그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무척 좋은 사람 같긴 한데 조금 이상한 면도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자, 자! 곰탕 한 잔 더 받으세요!”
“···네.”
곰탕은 무척 맛있었다.
엄마가 끓여준 사랑과 정성이 담긴 그 맛처럼···.
그때 동수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윤아씨, 무슨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개가 좋다’요.”
“아, 그래요···.”
요정 가온이 동수 앞으로 날아오더니 볶음밥을 가리켰다.
이걸 먹어달라는 신호다.
동수는 볶음밥을 떠먹으며 생각했다.
‘하필 ‘개가 좋다’냐···.’
월요일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는 프로그램.
거기서도 한창훈을 섭외하려고 한다니!
‘뺏기면 안 되는데···.’
그때 곰탕을 홀짝이던 최윤아가 말했다.
“제 얘기만 너무 한 거 같아요. 동수 씨는 뭐 하는 분이세요?”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힘순찐으로 가야 한다.]‘···그게 뭐냐?’
[힘을 숨긴 찐따 말이다. 웹소설에서 회귀하거나 게임, 소설 빙의한 주인공이 자주 하는 클리셰다.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상대를 기만하고 농락하는···.]‘별론데.’
[···나무 뒤에 생체 반응 둘이다.]힐끔 보니 나무 뒤쪽을 보니, 노인과 중년 여자가 등산 가방을 내려놓으며 앉는 모습이 보였다.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눌러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범한 등산객 같았다.
‘가온, 생체 반응 일일이 설명할 거 없어.’
[알았다.]생각이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힘순찐은 싫다.
그는 정정당당 전력투구로 승부하고 싶다.
그래서 최윤아를 또렷하게 보며 말했다.
“SBC 예능국 PD입니다.”
“······네?”
당황하는 그녀에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 강동수라고 합니다.”
“어, 엇?!”
최윤아는 당황하며 ‘미, 미친개···!?’라고 생각하며 종이컵을 황급히 내려놨다.
그때 동수가 재차 말했다.
“저도 여기 캐스팅하러 왔습니다.”
“캐··· 스팅이요?”
그때 그녀 옆의 바위로 벌레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동수는 주먹으로 바위를 후려쳤다.
-쾅! 쩌억!
만화처럼 바위에 금이 갔다.
최윤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동수와 바위를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미, 미친···. 뭐야, 이거···.’
동수는 웃으며 주먹에 짓뭉개진 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하, 파리 잡았습니다.”
“아, 그, 네···.”
“······?”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최윤아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누구한테 협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그때 가온이 말했다.
[당신이 협박했다.]‘내가? 언제?’
[캐스팅하러 왔다고 하고 주먹으로 바위를 쳤다.]‘야, 그건 그냥 파리를 잡으려고···.’
‘······.’
하지만 가온의 예상은 반만 맞았다.
동수가 바위를 깬 건 놀라웠지만, 파리를 잡느라 그랬다는데, 뭐라고 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녀는 걱정됐다.
‘한창훈 선생님은 캐스팅할 수 있을까?’
‘멍멍이와 산다!’는 메인 PD가 직접 왔는데 ‘개가 좋다’는 AD만 왔다.
‘성의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 캐스팅은 거절하실지도 몰라.’
심지어 몸만 달랑 온 그녀와 달리, 동수는 가방에 뭔가 바리바리 싸 왔다.
그때 아까 동수가 준 유기농 오이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한창훈 선생님이 유기농 채소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최윤아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틀렸어. 완패야. 캐스팅은 실패···. 밤을 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해···.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동수는 그런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됐다.
왜냐면 동수도 저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포기하면 편할 테지만···.’
가온이 물었다.
[그럼 그냥 놔둬라.]‘응? 누가 돕겠대?’
[당신이 고민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이다.]‘음···.’
‘뭐···. 안쓰럽잖아. 네발로 기어서까지 캐스팅하러 가려고 했는데···.’
[측은지심인가?]‘그냥 오지랖이야. 혹시 알아? 오늘의 선택이 먼 미래에 나한테 도움이 될지.’
[차라리 로또 1등이나 바라라.]‘그건 늘 바라고 있고···. 하여튼, 그냥 덕담 조금 하려는 거야. 덕담.’
[···당신 뜻대로 해라.]동수는 최윤아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울상입니까?”
“네?”
“혹시 캐스팅 포기하려고요?”
“그게···. 이대로 가봤자···.”
“윤아씨, 실례 좀 할게요.”
“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동수가 소리쳤다.
“PD라면 프로그램을 위해 목숨을 걸어!!!”
“······!”
그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경쟁 프로그램에 중요한 출연진을 뺏길 거야!? KBC PD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비루먹은 당나귀 새X가 된 거야!?”
“하, 하지만 지금 제가 올라가봤자. 동수 씨에 비하면···. 동수 씨는 선생님께 선물하려고 유기농 채소도 잔뜩···.”
“빈손이 문제면 산삼이라도 캐서 가야지!”
“사, 산삼이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산삼이 중요한 게 아니야! 포기하지 말라는 거야! 애들 투정은 집어치워! 넌 PD야! 해보지도 않고 캐스팅을 포기해!? 그럴 거면 나가 뒈져!”
최다혜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뒈, 뒈지라뇨!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동수도 벌떡 일어나더니 더욱 크게 소리쳤다.
“뒈지기 싫으면!”
“······!”
“달려, 최 PD!”
“······!”
“네가 나보다 먼저 도착하면 나는 캐스팅을 포기할 거다! 하지만 내가 먼저 도착하면! 네가 포기해!”
“뭐!? 이, 이 미친···!?”
동수는 짐을 재빨리 챙기더니 뛰어가며 소리쳤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윤아는 어느새 저 멀리 뛰어간 그를 멍하니 보더니,
“기, 기다려! 먼저 출발하는 게 어딨어!?”
후다닥 뒤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둘은 그렇게 정상으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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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와 윤아의 자리 뒤쪽에 앉아 있던 선글라스 남녀(노인과 중년 여자) 중 중년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완전 쌈마이 PD고, 여자는 애송이네요. 선생님? 저래도 만나 보실 거예요?”
“허허, SBC야 차 작가 부탁이니, 만나 봐야지. 그리고··· KBC는 자네가 부탁했잖아.”
“저야~ 한식 기행 김 작가가 하도 부탁해서···.”
중년 여자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더니,
“그래도 카페 같은 데서 만나게 더 좋은데 여기까지 부르시고···. 짓궂으세요.”
선생님이라고 불린 노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차 작가랑 대화를 나누니 불현듯 여기가 떠올라서 그랬네. 여기서 ‘옥탑방 돈키호테’ 출연 제안을 받았거든.”
“어머, 그랬어요? 흐응~.”
“그런데 자네는 왜 따라온 거야? 등산도 안 좋아하면서···.”
“선생님이랑 데이트하러 왔죠~!”
“허허, 노인네랑 무슨, 농이 지나쳐!”
중년 여자는 턱에 꽃받침을 하더니,
“저한테는 아직도 꽃미남 오빠예요.”
“허허! 유기농 오이나 먹게.”
“감사합니다~!”
중년 여자는 멀리 뛰어가는 동수와 윤아를 보며 말했다.
“옛날에는 저렇게 멍청할 정도로 열정 넘치는 PD들이 많았는데···.”
노인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자 소싯적에 여자 여럿 울렸을 법한 잘생긴 외모가 보였다.
그는 바로 원로 배우 한창훈이었다.
한창훈은 산 정상 쪽을 바라보더니,
“지금도 많아. 다들 기회를 못 잡을 뿐이지.”
“제 생각은 달라요. 노력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아까 쌈마이 PD 말이 맞아요. 포기할 거면 그냥 뒈져야죠~.”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모두 자네 같지는 않아!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야.”
“글쎄요···. 선생님, 근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하실 거예요?”
한창훈은 턱을 쓰다듬더니,
“KBC.”
“역시···. KBC네. KBC 사장이 부탁했죠?”
그는 별다른 말을 안 했다.
중년 여자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아이고, 쌈마이 PD 불쌍해라~.”
한창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가 해보지 그러나.”
“네?”
“SBC ‘멍멍이와 산다!’ 말일세. 금숙이 자네가 해보라고!”
그러자···.
방송 3사(SBC, MBS, KBC) 연기 대상을 싹쓸이한 ‘국민 엄마’ 오금숙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고 정상을 보며,
“제가요? 흐응~.”
흥미로운 눈빛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