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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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
목표물이 광휘술사 특유의 방어력을 갖추고 어지간한 근접 전투원 이상가는 신위를 보여주니, 그녀를 공격한 레이스들의 공격이 수포로 돌아갔음은 당연하다.
레이스들이 엄청난 속도로 죽어나갔다. 애초에 크게 무리하며 감행한 집중공격이었으니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대가도 클 수밖에 없다.
비명과 폭음, 그리고 고함과 화광이 통로를 가득 메우며 울려퍼졌다. 위와 아래 옆을 가릴 것 없이 달려드는 그 끔찍한 유령들에도 불구하고 류한 공격대의 공격은 그야말로 철저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했다.
불과 오 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수백 마리가 넘던 레이스들 전부가 몰살당하며 아련한 비명성과 함께 스러졌다. 그것들이 최후까지 흩뿌린 저주의 기운조차 혜진과 신성술사들이 뿜어낸 신성력에 곧바로 정화당했다.
“정비!”
공격대가 피해를 추수르고 대열을 회복할 시간을 가졌다. 다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누구도 미적거리지 않았기에 일련의 모든 과정이 빠르게 끝났다. 정예들만 모였다는 티가 확실히 난다.
“적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김인환이 재촉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선두에 선 그를 뒤따르며 여전히 백여 명 이상의 인원을 유지하는 공격대가 나아갔다.
추가적인 공격이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레이스들의 습격을 이후로는 이상할 정도로 적들이 보이질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공격대의 긴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아무리 외부의 병력이 일찍이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하나 심장부가 이렇게나 무방비한 것은 이상하다.
“조심!”
그때, 김인환과 함께 선두에 섰던 김유린을 포함한 사냥꾼들 몇이 함정을 발견했다.
여태껏 아무것도 없다가 나타난 함정은 자칫했으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그리고 그 은밀성만큼 위험했다. 만약 모르고 밟았다면 비명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악랄한 주문이 내장되어 있었다.
– 신체의 수분을 모조리 증발시키는 마법이군. –
앞으로 나와 옆에서 넌지시 보던 왕자가 스태프를 고쳐잡으며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그 함정에 걸린 마법에 흥미가 동한 모양이다.
그러나 제대로 연구해볼 새도 없이 함정은 순식간에 해체됐다. 김유린을 포함한 최정예 사냥꾼을이 모조리 달라붙어 함정해제를 시도하는데 버틸 수 있는 함정이라면 애초에 발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격대는 다시 통로를 따라 빠르게 나아갔다.
“거의 다 왔다!”
김인환이 그렇게 외치고 얼마 후, 마침내 성의 최중심부이자 모든 언데드들을 통치하는 코드명 ‘죽음의 군주’가 머무는 중앙홀로 통하는 문이 나타났다.
과연 최종보스가 머무는 곳 답게 문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겉면에 새겨진 붉은 마법진에서 뿜어지는 사악한 마력의 느낌에 피부가 저릿할 지경이다. 양각으로 새겨진 절규하는 혼령들이 실제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환각이 보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멍해지고 끔직한 기분이 느껴진다.
“함정은 없어요.”
김유린과 몇 사냥꾼들이 철저한 확인을 마친 후, 김인환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문을 강하게 걷어찼다.
꽝!
꿈쩍도 않는 강철 문, 그러나 뇌진대력공을 전력으로 운용하며 몇 번이고 발길질을 해대자 이내 삐걱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문짝이 부서졌다.
뒤로 넘어가는 커다란 문 너머로 바닥에 푸른빛 안개가 흐르는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원형의 홀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천장으로 뻗어나가는 눈처럼 새하얀 뼈들과 그 뼈들에 서린 한기와 암흑, 그리고 혈향이 공격대를 뒤덮었다.
그 홀의 중앙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 아아- 아- 아아아아아-! ]푸른빛 눈동자를 빛내는 여성체 레이스가 3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의 몸을 껴안고 메아리처럼 몇 중이나 겹쳐져 들리는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의 주위를 무섭게 회오리치는 영체들이 희끄무레한 마스크를 드러내며 고통스레 절규하는 듯하다.
딱 봐도 어떤 의식을 벌이는 모습에 김인환이 즉시 외쳤다.
“공격!”
쾅! 콰과광!
명령과 동시에 날아든 사격수들의 공격과 즉시시전 마법이 회오리치는 영체의 방어벽에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허나 그 순간 더 이상의 공격을 퍼부을 것도 없다는 듯 영체의 회오리가 중앙의 존재에게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날아들던 공격들이 허공을 베어낸 대검에 갈라져 얼어붙는다. 전신에서 한기와 어둠을 피워올리며, 중갑옷을 입은 기사가 흩날리는 백발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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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일어서는 듯한 존재감이 공격대를 짓누른다.
모두가 무의식중에 행동을 주춤거렸을 정도의 위압감, 기사의 악마를 형상화한 듯한 투구 밑으로 일부 드러난 회색빛 하관에서 보랏빛 입술을 통해 무심하고 냉정한 음성이 홀을 울린다.
– 기어코 여기까지 왔구나. 너희 인간들 중에 그토록 흑마법에 정통한 이가 있으리라곤 예상치 못했거늘. –
“더 이상 들어볼 것 없다. 공격!”
정신을 차린 김인환이 재차 공격명령을 내리며 앞장서서 돌격하자, 다른 공격대원들 역시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움직임을 개시했다. 그들을 뒤덮으며 쏟아지는 혜진의 버프가 끔찍함 가득하던 홀에 일순간 성광을 가득 채운다.
버프를 통해 휘황찬란한 빛무리를 휘감은 김인환의 전신에서 한순간 푸른빛 뇌전이 번쩍였다. 대지를 박차고 돌진해 내지르는 방패에 황금빛 오라까지 휘감기자 흡사 신의 용사가 돌격하는 듯한 장엄함이 깃든다. 보이는 모습도 그렇고 실제 위력 역시 얕볼 수 없다. 현재 그가 가진 최고의 공격스킬이라 할 수 있는 쉴드차지는 커다란 트럭조차 단번에 날려버릴 위력을 가졌다.
그러나 상대, 죽음의 군주가 내리찍은 검과 충돌한 방패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지며 빛이 폭발했다.
깨어져 폭발하는 금빛 오라와 함께 김인환이 형편없이 튕겨나갔다. 그의 바로 뒤를 따르던 김유린과 박수진이 합격진 만화천검진의 묘리를 살린 공격을 함께 내질렀으나, 죽음의 군주의 움직임이 그보다 더 빨랐다.
두꺼운 망토가 흩날리고 어둠이 스친다 싶은 순간, 김유린의 창이 갑주 등판을 긁으며 빗겨나가고 박수진의 검이 건틀릿에 난 세 개의 가시에 걸려 멈췄다. 뻗어진 강철 갑주에 휩싸인 발이 황급히 물러나는 박수진의 복부를 걷어차고 몸을 휘돌리며 뻗어낸 팔꿈치가 김유린의 발차기를 막아내는 것을 넘어 완전히 부러뜨렸다.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박수진과 김유린에게 혜진의 신성력이 해일처럼 쏟아졌다. 그녀들이 땅을 몇 바퀴나 구르고 일어섰을 때 쯤 모든 부상이 완치된 상황이었으나, 얼굴에 떠오른 질린 표정만큼은 회복되지 않았다.
– 나약한 산 자들아, 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
어느 순간 사라졌던 푸른빛 눈동자의 여성체 레이스가 죽음의 군주를 뒤덮으며 환영처럼 나타났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모든 소음을 먹어치우는 어마어마한 비명성, 날아들던 원거리 공격들이 채 부딪히기도 전에 폭발하고 공격대 중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였다. 그리고 죽음의 군주가 다시 움직였다.
쾅!
거체가 바닥을 찍고 거대한 무언가 돌진한다 싶은 순간 청광이 번쩍이고 대검이 날아든다. 목표가 된 김인환에게 혜진의 보호막과 마법사들의 보조마법이 덧씌워지고 그가 정면으로 공격을 받아내기 위해 섰다.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간신히 다룰 만한 대검, 그것이 커다란 체구의 죽음의 군주에게 들려 한손검처럼 가공할 속도로 휘둘러진다. 설령 막아낼 수 있다는 걸 알아도 그걸 시도하기 어렵게 만드는 위압감, 그럼에도 김인환은 흔들림 없이 방패를 치켜들었다.
다시 한 번 대검과 충돌한 방패에서 어마어마한 소음이 터져나온다. 케르시타 종족의 파란색 등급 괴물인 세이라크의 외갑을 정련하고 연금술사들과 마법부여사들이 특수처리를 한, 여태껏 기스조차 생기지 않던 방패에서 불안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릎이 반 이상 접혔지만 김인환은 방어에 성공했다. 그 틈을 노린 다른 이들의 공격이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쏘아졌다.
김유린의 창과 박수진의 검, 권태수의 저격과 안테아의 마법, 왕자의 저주와 공격대원들의 각종 원거리 공격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그러나 다시 한 번 끔찍한 비명성이 터진다.
모든 공격들이 무위로 돌아갔다. 죽음의 군주의 몸을 감싸고 환영처럼 터져나오는 여자의 신형, 무형의 충격파가 날아들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직접 죽음의 군주에게 접근했던 김인환과 김유린 그리고 박수진에게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둔기에 후려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세 사람이 허공으로 훌훌 튕겨나간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치유력과 각종 보호마법들 덕에 추가타를 날려오는 죽음의 군주에게서 몸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다시 공격을 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제길!”
김인환이 예상보다 힘든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죽음의 군주를 상대하는 것을 넘어 놈과 합일한 여성체 레이스, 파란색 등급 영체형 괴물의 일격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 여성체 레이스는 죽음의 군주 몸 속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적절한 순간마다 전력을 듬뿍 담은 음파공격을 마음껏 터뜨려댈 것이다.
지금도 공격대원들의 각종 원거리 공격과 마법이 죽음의 군주를 타격입히고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 날아들고 있었으나, 그것들 대부분은 괴물의 검은빛 갑주에 흐르는 흑마력에 스러졌고 적중당하는 몇 가지 것들도 제대로 효과를 보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공격대 역시 모든 카드를 소진한 것은 아니었다.
공격대의 핵심 인원들은 전부 레벨 50을 넘어 궁극기를 배웠다. 이럴 경우를 대비한 작전은 이미 가져왔다.
죽음의 군주가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공격대원들을 뒤로하고 우직하게 김인환을 향해 다시 공격을 날려왔다. 날카로운 대검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동반하며 날아들고, 그것을 어렵사리 피한 김인환의 눈동에 한순간 황금빛이 서렸다.
그가 착용한 어둠의 가호 위로 황금빛 오오라가 번뜩였다.
꽈아앙!
연격으로 날아드는 대검을 김인환의 방패가 다시 한 번 막아선다. 허나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공격을 막아선 김인환은 버거워하긴 커녕 반격까지 날렸다.
뻗어가는 검에서 뇌진대력공의 푸른 불꽃이 튀긴다. 죽음의 군주가 팔뚝의 갑옷으로 그 공격을 흘려내며 대검을 비틀어 올렸으나, 번개처럼 뒤로 빠진 김인환이 빠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진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공격과 방어가 교환되고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서로의 마력이 충돌하는 폭음이 터져나온다.
궁극스킬, 신념의 수호자.
일정 시간 아군을 보호하며 적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와 방어력이 극적으로 증가!
공격력에 대한 부분은 다른 궁극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스킬, 그러나 그의 역할은 공격수가 아닌 탱커에 가깝다. 신념의 수호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없이 훌륭한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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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혹은 내일 새벽 중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