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87
제387화
* * *
“빌! 오늘 스케줄 모야?”
“지금 가는 게 JAMA VCR 촬영이고요, 5시에 해외 매체 인터뷰가 잡혀 있습니다.”
“선싱! 내일은?”
새로 온 매니저 형들과 친해지라는 지령을 받은 청은 언젠가부터 스케줄 빌런이 됐다.
“제 이름은 선싱이 아니라 성실….”
“성신?”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내일 단체 스케줄은 연습실 안무 영상이 전부고요. 백야 씨 개인 스케줄이 하나, 유연 씨, 율무 씨도 예능 스케줄이 하나 있네요.”
“햄스터?”
빌의 대답에 흡족해하던 청은 성실의 대답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야와 민성은 건강 악화 이후, 웬만해선 개인 스케줄을 잡지 않는데 이상했다.
“몬데?”
“기승전술이라는 웹 예능이요.”
처음 들어 보는 예능이었다.
“그냥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What? 술?!”
햄스터가 술을 마신다니!
그것도 촬영장에서 마신다는 말에 청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No! 어떻게 그런 잔인한 스케줄을 할 수 있어?!”
“네? 잔인이요?”
성실이 빌을 힐끔거렸다.
도와달라는 신호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필이면 멤버들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절대 안 돼!”
“그렇게 말씀하셔도 당장 스케줄이 내일이라 변경할 수 없어요….”
“이거 누가 잡았어!”
“제가…….”
한순간에 죄인이 된 성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로 말하자면 요즘 인기 있는 예능으로 ‘내 아이돌이 출연해 줬으면 하는 예능 1위’에 빛나는 인기 예능이었다.
“내 눈에 흙을 뿌려라!”
덕진이 알려 준 몇 가지 문장이 있는데 저건 죽어도 안 된다는 뜻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연예인 갑질인가.’
갑질보단 떼를 쓰는 것에 가까울 만큼 하찮은 반항이었지만, 신입 매니저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게 사실… 원래 그쪽에서는 청 씨를 원했는데요. 백야 씨가 청 씨는 술을 못 드신다고 본인이 나가겠다고 극구 말리셔서….”
“뭬야?!”
장희빈에 빙의한 청이 눈꼬리를 앙칼지게 떴다.
저나 햄스터나 주량으로 따지자면 도긴개긴인데 이대로 햄스터를 보낼 수는 없었다.
“내가 가! 나를 보내!”
“네?”
“햄스터랑 바꿔! 그게 안 되면 나도 가!”
청이 성실의 손목을 붙잡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 * *
그리하여 청쪽이는 촬영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 데이즈 이제 성인 됐으니까 알쓰 3인방 데리고 술라방 한 번만 해줬으면ㅠㅠ
└ ㅁㅊ 데이즈 기승전술 출연?!!
– 막내즈 기승전술 나와? 예고편 떴는데..? (동영상)
– 아니ㅋㅋㅋ 보통 저런 건 팀에서 술 잘 마시는 애들이 나가지 않아?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 막내즈 주량 : 백야 1잔, 청 1모금
└ 한 모금이요?ㅋㅋㅋㅋ
– 청이 지금 취해서 우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았나 봐 진짜ㅋㅋㅋ ID 무슨 생각으로 막내즈 내보낸 건지? (취한 청 짤.gif)
– 빨리 다음 주
– 청이 소주잔에 눈 박은 거 골 때리네ㅋㅋㅋㅋㅋ 이게 맞아..? (취한 청.gif)
– 제주도 자컨은 오늘이지?
– 자컨부터 빨리 내놔… 예고편에 나온 볼끼 햄스터… 눈사람 된 고양이.. 귤 서리하는 토끼… 병아리 복근… 눈 다이빙하는 강쥐
– 컴백 실감ㅠㅠㅠ 휘몰아치는 떡밥에 숨 참고 다이브 (눈 다이빙 율무.gif)
– 지금 대기 중인 거
1. Winter vacation 자컨
2. 막내즈
3. 각종 연말 시상식
기쁘다 데이즈 오셨네!
쏟아지는 떡밥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인 복쑹은 일찌감치 거실을 차지했다.
잠시 후 공개될 데이즈의 Winter vacation 자컨 때문이었다.
“네 방 놔두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거실을 지나가던 은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친구 나와.”
“언제?”
“곧.”
복쑹은 서울에서 귤 귀신이라도 붙어서 내려왔는지 손바닥이 노래질 정도로 귤을 입에 달고 살았다.
백야의 귤 프러포즈 이후 나잉이들 사이에서 감귤이 유행처럼 번진 탓이었다.
은오는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았다. 얼핏 보니 거실 테이블에 놓인 귤 바구니가 어느새 반이나 줄어 있었다.
“근데 넌 귤만 먹냐? 밥 안 먹어?”
“귤 수저 집에 시집갈 거라 귤 많이 먹는 연습해야 됨.”
“그게 멤버 부모님께서 한다던 농장에서 산 거야?”
“놉. 울 어머님 과수원인 줄 알았으면 한 30박스 사서 우리 아파트 싹 다 돌렸지, 한 상자만 샀겠음?”
“제정신 아니네.”
은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근데 무슨 프로그램인데?”
친구가 나온다는 말에 일단 엉덩이를 들이밀긴 했는데 무슨 프로그램인지 알 리 없었다.
“걍 자컨. 크게 보려고.”
복쑹이 리모컨을 조작해 너튜브를 켜자 눈 내리는 감귤밭을 뛰어다니는 데이즈의 섬네일이 나타났다.
“떴다!”
[DASE Winter vacation EP.1 | 백야네 할머니 집에 놀러 갔어요 (귤)]이제 12월이니까 촬영은 그전에 끝냈을 텐데, 섬네일 속 풍경엔 눈이 쌓여 있었다.
“뭐지? 언제 찍은 거지?”
지난달에 이상 기온으로 제주도에 갑자기 첫눈이 내렸다더니, 그때가 촬영을 위해 내려갔을 때인 것 같았다.
역시 온 우주가 돕는 데이즈.
영상을 재생하자 숙소 안으로 들어서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율무 : 할머니~ 귀염둥이 왔어용~] [백야 : 할머닝!] [유연 : 안 계시나 본데?]선두에 선 율무의 뒤로 볼끼를 한 백야가 고개를 내밀었다.
막 새 귤을 집어 든 복쑹은 최애의 기습 공격에 그만 주먹을 쥐어 귤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 부숴 버리고 싶은 귀여움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건 폭신폭신한 대형 카펫과 테이블. 그 위로 놓인 귤 바구니였다.
[민성 :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 [백야 : 우리 할머니 살고 계셔.] [민성 : 맞다. 할머님 집.] [백야 : 집 아니고 별장이야.] [민성 : 귤 수저는 다르네.]민성이 콘셉트에 충실한 백야를 보며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었다.
준비되어 있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카페 곳곳에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 사진과 꾸미지 않은 커다란 트리, 장식품들이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책장에는 각종 DIY와 보드게임, 만화책 등이 꽂혀 있었다.
[율무 : 보드게임도 있네? 종류 엄청 많아.] [지한 : …보드게임?]보드게임 트라우마가 있는 지한이 흠칫거리며 율무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백야 : 우와~] [청 : Wow! 밖에 다 보여!]거실과 이어진 오픈 키친을 둘러본 막내즈는 곧장 통유리로 달려가 찰싹 붙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정원과 감귤밭이 보이는 게 장관이었다.
[유연 : 여기 너희 집 아니야? 할머니 집 자주 안 와 봤나 봐.] [백야 : 올 일이 없었어. 엄마가 맨날 서울로 올라와서.]잠시 콘셉트를 깜빡한 백야가 저도 모르게 부모님을 언급했다.
[청 : 햄스터야! 저기 귤 먹어도 되나?] [백야 : 될걸?] [청 : 우리 귤 잡으러 가자!] [민성 : 야, 야. 쟤네 잡아라.]액자를 구경하던 민성이 은쪽이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그에 은쪽이 전담반이 출동했다.
유연과 율무가 각자 한 명씩 잡아서 소파로 데려오자 청이 미련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힐끔거렸다.
[민성 : 야, 여기 귤 많네. 이거 먹어.] [청 : No! 나무에 달린 거!] [지한 : 이따 나가.]지한이 청의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혔다.
마침내 카메라 앞에 자리한 멤버들은 테이블 위를 살폈다. 귤 바구니 옆에 놓인 겨울 방학 계획표가 눈에 띄었다.
[유연 : 방학이니까 계획표대로 놀아야지. 어디 보자.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꿈나라. 9시까지는 세수, 밥 먹기.]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빈칸이었다.
[유연 : 여기는 우리가 채워야 하는 건가?] [백야 : 그런가 본데?]유연이 색연필을 들며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게 있느냐 물었다.
[청 : 귤 잡기!] [지한 : 따기. 과일은 딴다고 하는 거야.] [청 : 따기! 귤 따기!]청의 집요함에 유연은 알겠다는 듯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연 : 다른 사람은?] [율무 : 저는 보드 게임이용~] [민성 : 기각.] [율무 : 왜?] [민성 : 의도가 불순해.]율무가 눈을 크게 뜨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상의 끝에 계획표를 완성한 멤버들은 첫 번째 콘텐츠로 롤링 페이퍼를 적기로 했다.
[지한 : 익명인가요?] [율무 : 서운한 거 적으려고?] [지한 : 그냥 물어보는 거야.] [민성 : 익명 말고 닉네임 적자. 자기 별명 적어.] [백야 : 어? 그럼 형은 그거 하면 되겠다.] [민성 : 뭐?] [백야 : 염병 토끼.]민성은 백야가 요즘 들어 자꾸 귀여운 짓을 한다며 햄스터의 볼을 잡아 찌부를 만들었다.
[청 : 아악! 찌그러진다!]“푸하하! 저거 진짜야? 팬들이 정말 도민성 저렇게 불러?”
절친의 엽기적인 별명에 은오가 폭소했다.
어릴 적부터 방학만 하면 할머니 집에 가서 머무르던 민성은 가끔 친구들 앞에서 뜻 모를 단어와 구수한 억양을 구사하곤 했다.
“놀려야지.”
복쑹은 키득거리며 핸드폰을 하는 쌍둥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좋겠다. 저놈은 전생에 무슨 복을 쌓아서 민성이랑 친구일까.’
나도 하고 싶다.
민성이랑 까톡….
그런데 그때 은오가 말을 걸었다.
“야, 근데 저기 좀 낯익지 않냐?”
“뭐가.”
“저 숙소. 왜 가 본 것 같지?”
감귤밭.
통유리.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
특히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굉장히 익숙했다.
“우리 제주도 갔을 때 저런 비슷한 데 들르지 않았나?”
“우리가 저런 델 언제 갔….”
그 순간 생각났다.
“……!”
“그, 멤버 부모님이 사장님 하시던 귤 카페. 거기 맞지? 내가 닮았다 그랬는데 네가 나보고 눈깔이 발바닥에 달렸냐 그랬잖아.”
“알겠으니까 1절만 하라고 새끼야.”
제가 생각해도 미스터리였다.
아버님이랑 백야랑 데칼코마니 수준으로 똑같이 생겼던데 그땐 그걸 왜 못 알아봤을까.
마음 같아선 당장 짹에 귤 카페 좌표를 찍고 싶었지만, 백야에게 피해가 갈까 봐 섣불리 손가락을 놀리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겠지…?’
장소가 방송으로까지 공개된 지금은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고민 끝에 짹에 올리기로 결심한 복쑹은 카페 ‘연야’의 좌표를 찍었다.
– 제주도 ‘연야’ 멤버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임. 어떻게 아냐고요? 우연히 들렀는데 사장님 얼굴이 복숭아 존똑이라 기억함
└ 저 그때 쇼플리 보고 있으니까 사장님이 “저희 집 막내랑 많이 닮았네요.”라고 힌트까지 줬는데 저는 똥 멍청이라 그땐 몰랐었죠….
└ 참고로 감귤 주스, 에이드, 사장님 얼굴, 팬케이크, 감귤 타르트가 미친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