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124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124 >
어차피 인류 세계는 한 번 들를 예정이었다.
나이트메어가 궁금해하는 그놈의 전생 시스템에 대해서 알려주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테티스가 데리고 있던 녀석들도 멀쩡하게 만들어서 데려다 놓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테티스는 세라프의 자폭 경고를 듣자마자 자기가 있던 폐쇄 구역을 분리해서 냅다 도망간 모양인데, 마더쉽이 폭발하는 것에 맞춰 잔해인 것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퀸의 몸으로 접촉하자 제 어머니인 줄 알고 기겁하는 모습은 제법 우스웠다.
그것도 곧 내가 퀸의 서버와 군단을 장악한 것을 깨닫고 보인 반응보다 덜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따라갈 건데? 수송체라도 하나 잡아서 타고 가려고?]에너지도 충분하겠다, 직접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테티스와 나머지 녀석들을 데리고 가려면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촉수라도 만들어서 매달고 다니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랬다가 사고라도 나면 떼죽음 당하는 건 일도 아니라 그만두었다.
[내 부하 놈들을 좀 개조해서 데리고 가야지.] [부하?]놀랍게도 그 격한 전투 속에서도 보스 쿠파와 와이번은 살아있었다.
그냥 숨어다녔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전보다 더 강해진 모양이었다.
다만 테크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상 한계가 있어 넘버링 급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와이번 녀석을 탑승할 수 있게 개조해보도록 하지. 쿠파 녀석은······ 흠.]한 번 내게 제대로 혼쭐이 난 탓인지 내가 인공지능이 되었음에도 쿠파 녀석의 태도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겉모습도 조금 날렵해지고 눈에 총기가 도는 것이 완전히 충성을 맹세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너, 몸이 제법 쓸만하구나?]움찔.
당장 새로운 육체를 구성하기가 귀찮아져서 한마디 했더니 쿠파 녀석은 눈에 띄게 동요하더니 거북이 마냥 두꺼운 등딱지 밑으로 숨었다.
봐달라는 듯이 삐죽삐죽한 머리에 달린 금빛 금속을 떼어 내게 바치려 하는 걸 나는 촉수를 휘저어 거절했다.
[안 잡아먹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네 녀석도 내가 정신이 없을 때 제법 노력했다고 리케가 말했었지.]나는 오히려 녀석에게 상으로 좀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원래 인간이었던 넘버링 정도는 불가능해도 티탄 정도로 세지는 것은 해줄 수가 있으니까.
테티스가 보관하고 있던 여분의 다아트를 강탈한 나는 여전히 짐승처럼 날뛰는 과거의 실험체들과 같이 보스 쿠파에게도 손(촉수)을 뻗었다.
그리고 잠시 후, 테티스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고 있는 어린 인간들을, 나는 내면의 무언가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보스 쿠파를 마주하고 있었다.
**
뉴올림포스 성계.
군단과 이블 원이 휩쓸고 간 자리를 재건한 행성은 원정대의 귀환으로 떠들썩해졌다.
떠나기 전보다 훨씬 줄어든 함선의 숫자에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이 돌아왔음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안해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상층부 인사들이었는데, 이 원정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처우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원정이 대실패로 마무리되었다면 그들은 어마어마한 역풍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함선들이 내려앉기도 전에 의회는 곧바로 원정의 총괄을 맡은 세라프를 국무회의에 소환했다.
삐익!
-세라프 출석입니다.
“의원들은 전부 모였습니까?”
-총원 150명, 150명 출석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막시밀리안 그림은 부글거리는 속내를 애써 감추며, 초조할 때 나오는 버릇인 책상 두드리는 소리가 화면 너머로 전해지지 않음에 감사하며 개회를 선언했다.
원정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세라프가 돌아온 것부터 불쾌해진 기분은 곧 자신에게 밀어닥칠 민중의 분노를 상상한 순간 아찔해졌다.
원정대의 부관인 자신의 심복에게 원정이 성공하면 아무 함선에나 ‘자유’를 새겨넣으라고 했건만.
어디서도 자유의 ‘자’자도 볼 수 없었다.
‘세라프 이놈은 대체 무슨 속셈이지? 독대를 요구해도 반응도 없고, 전력의 절반이 날아갈 정도의 실패를 했는데 그냥 돌아온 건 또 뭐야?’
지금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가장 현실성 있는 건 이블 원이 승리한 뒤 자비를 베풀어 원정대를 그냥 보내줬을 경우였다.
퀸이 이겼다면 군단이 원정대를 박살 냈을 것이고, 이블 원이 보내줄 생각이 없었어도 그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테니까.
문제는 이블 원이 그들을 보내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퀸 다음에 공격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거니와 바보가 아니고서야 뻔히 보이는 원정대의 목적을 모를 수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시원하게 너희들은 다 뒤졌다! 하고 말했으면 모르겠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불안감만 커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번 원정에 대한 보고를 듣는 게 우선일 것 같군요. 세라프?”
긴장을 감추려 화면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양손을 주무르던 막시밀리안이 묻자 조금씩 웅성대던 회의장은 순식간에 적막을 맞이했다.
세라프의 실체가 눈앞에 없기에 딱히 어딘가를 주시할 필요는 없었지만, 의원들은 하나 같이 마치 세라프가 근처에 있는 것처럼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 바빴다.
[작전 ‘이이제이’를 위한 원정대 총괄 인공지능 세라프, 허가를 얻어 발언하겠습니다.]꿀꺽.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원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넘버링1 퀸은 사멸했으나 군단은 살아남았고, 그 군단의 지휘권은 이블 원이 거머쥔 상태입니다.]“뭣이!”
“지,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군단과 이블 원은 서로 적이 아닌가?”
“아니, 그보다 퀸이 죽었으면 오르그들은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싸워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다들 정숙하십시오! 세라프의 발언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숙!”
순간 소란스러워졌던 회의장은 막시밀리안의 호통이 여러 번 울린 뒤에야 다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한껏 일그러진 의원의 인상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인류를 위협하는 끔찍한 괴물 집단이 여전히 우주에 남아있으며 그것도 최강의 오르그의 지휘 아래에 들어가 있는 것을 상상하니 절로 두려움이 인 것이다.
[책임 회피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작전이 실패하게 된 배경에는 저의 오만함이 큰 역할을 했으니 말입니다. 퀸과의 전투 중 이블 원은 사망했고, 그가 몰던 함선 ‘마더쉽’은 퀸에 의해 탈취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세라프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퀸과의 서버 장악 싸움을 벌인 것.
그리고 승리했다고 판단해 마더쉽을 자폭시켰을 때, 자신 역시 그곳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마지막으로 이블 원의 의식이 서버를 장악했음을 눈치채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의 서버 데이터만 들고 도망 나온 것까지.
세라프가 보고를 마쳤을 때, 회의장은 경악과 초조함으로 물들어 아무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막시밀리안은 가장 급한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면 이블 원은 지금 어떻게 된 거지? 완전히 인공지능이 된 건가?] [한시적으로 인공지능의 탈을 뒤집어쓴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최종적으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세라프는 자신이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퀸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블 원이 퀸을 흡수했을 때, 빠르게 서버를 버리고 이탈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인간들에게 전하지 않은 진실이 있었는데, 자신이 리케에게 농락당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 같은 이유가 아닌 로저스의 동생인 작은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세라프는 작은 마리아가 이블 원에게 감화되었음을 알았음에도 중요한 임무를 맡긴 것이 패착이었다고 판단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작은 마리아의 잘못을 폭로한다면 책임은 덜 수 있겠지만 그녀가 어떻게 될지를 알기 때문에 다만 입을 다문 것이다.
군단이 건재한 이상 인류는 끊임없이 위협받을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선 작은 마리아와 같은 새로운 인류가 중심이 되어야 했다.
“하, 이제 큰일났군.”
“제우스라도 빼돌릴 수 있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애초에 아무리 다윈 사가 납치되고 제우스를 빼앗겼다고 해도 저 구닥다리 인공지능에게 지휘를 떠맡긴 게 문제요!”
“쉿. 지금 의장 앞에서 무슨 소릴.”
속닥거리던 의원들의 시선이 조금씩 한 곳으로 모여가자 그 끝에 있는 막시밀리안의 얼굴은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굳었다.
‘정말 속셈이 뻔하군.’
어차피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테니 제일 큰 제물인 막시밀리안 자신을 민중 앞에서 조리돌림하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제 살길을 찾겠다는 것일 터.
세라프가 귀환하기 전까지만 해도 황제처럼 떠받들던 자들이 태도를 바꾸는 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빨랐다.
‘내가 희생하는 것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다행이겠지만, 이 속물들이 미래를 살피기라도 할까?’
그가 대체 이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근심하며 한숨을 내쉬던 그때.
긴급 상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위이이잉-!
-경고. 행성 궤도에 미확인 물체가 포착되었습니다. 1등급 네임드 오르그로 추정됩니다.
“!”
**
신체를 개조해 고속정보다 월등히 빨리 기동할 수 있게 만든 보스 와이번은 아주 오래전 아데카에서 만났던 드래곤과 똑 닮아 있었다.
녀석이 행성 안으로 진입하자 밑에 있던 도시에서 요격기들이 무수히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이 녀석 하나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건가?
내가 군단을 장악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시간 끌기용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에너지 장악력을 극대화 시켜 날아드는 요격기를 모조리 추락시켰다.
꺄아악-!
우오오!
인간들이 거주하는 도시 안쪽이 보이는 곳까지 하강하자 아래는 그야말로 아포칼립스 상태로 변해있었다.
아마 최근에 도시를 재건한 상태라 대피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서로 밀치고 짓밟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와이번 녀석에게 손을 들어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게 했다.
뚝.
아비규환으로 변해가던 도시는 내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정적을 맞이했다.
나는 그 고요함 사이로 감각을 확장해 어디에 인간들의 중추가 모여있는지 살폈다.
리케가 있었으면 툭 지시만 해놓으면 끝나는 일인데 직접 하려니까 귀찮은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을 얻어서 그런지 정말 찰나의 순간에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와이번이 등장하면서 일어난 혼란 덕분이기도 했지만 세라프가 대놓고 나 여기 있소 하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랜만입니다, 이블 원. 저번에는 서로.] [이리 나와. 넌 좀 맞자. 감히 뒤통수를 쳐?] [아니. 잠깐-!]뚜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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