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31
1431화 한 가지 가능성
잠시 뒤.
대제의 체내로 상당한 양의 연기가 흘러 들어갔으나 여전히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이렇게 될 줄은 소인도 전혀 몰랐사옵니다. 분명 망자의 세계에서는…….”
“괜찮다.”
풍도대제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에선 일말의 유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양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건지는 본인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고.
대제가 돌연 침묵을 깨며 말했다.
“네 그 신통력을 한 번 써보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대제시여,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제께서 가지고 계신 기반이라면 다시 환생한다고 하더라도 필히 천재 중의 천재로 환생하게 되실 겁니다.
아마 대제께서 나타나신 곳에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할 겁니다. 소인이 가장 먼저 대제를 모시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대제는 흡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제시여, 잠시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진양은 그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두 손을 뻗었다.
왼손은 대제의 손등으로, 오른손은 대제의 손바닥 아래를 향하도록 한 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손을 잡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능력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눈앞에 있는 대제는 죽은 사람이다.
그런데 왜 능력이 반응하지 않는 걸까?
지금 대제에게 남아있는 힘으로 습득 능력의 힘을 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역성불은 직접 습득 능력을 통해 얻은 능력이기 때문에 강제로 사용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발동을 시켜도 풍도대제를 다시 환생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소인의 무능함을 용서하시옵소서.”
대제는 진양의 환생 신통력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음율을 느껴보았다.
그리곤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손을 거뒀다.
“자책할 것 없다. 네 신통력은 내가 꿰뚫어 보지 못할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구나.
허나 네 신통력을 살펴보니 부군의 가지고 있던 신통력이 떠오르는구나.
비록 다르긴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매우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풍도대제는 아직까지도 크게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직접 진양의 기억을 살펴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 자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진양은 두 개의 선택지를 들고 자신을 찾아왔다.
딱히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없었기 때문에 그를 의심하거나 신뢰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바싹 말라 쪼글쪼글해진 자신의 눈알을 가리키며 한숨을 푹 쉬었다.
“부군, 그는 참으로 무서운 자였다. 난 그자의 신통력에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눈꺼풀을 베어내며 영불명목(永不瞑目)이라는 기괴한 술법을 만들어냈지.
처음에는 그저 부군을 방비하기 위함이었을 뿐인데. 이제 와서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구나.
어쩔 수 없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
진양은 할 말을 잃었다.
죽어서도 성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괴상한 술법을 만들어내다니.
영불명목.
영원히 눈을 감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이름만 봐도 어떤 신통력인지 가늠이 가능했다.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으나 최대한 겉으로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나마 최대한 방어적으로 움직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자신감에 취해 먼저 풍도대제의 몸을 향해 손을 뻗어 성불을 시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전면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승패와는 상관없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일전에 장정의에게 죽은 사람은 성불시킬 수 없다는 얘기를 미리 들어서 다행이었다.
당시 장정의는 그가 죽음의 땅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기회를 얻은 적이 있는데, 조사들에 의해 발목이 묶여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 도문의 사람들의 이념은 이미 천제를 따르고 있었다.
조사들은 후환을 완전히 제거하고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완전히 그곳에 묶어버렸다.
때문에 망자의 세계로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성불도 불가능했다.
아마 환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저 멍하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조금씩 힘을 잃는 수밖에 없었다.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장정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고, 그러다 두 개의 자살 공법까지 배우게 되었다.
공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짜라면 오히려 좋다.
훨씬 더 철저하게 죽을 수 있으니까.
진양은 겉으로는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선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대제시여, 방금 말씀하신 술법이라는 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간단하다. 나의 베어낸 두 눈꺼풀을 찾아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풍도대제도 마음이 상당히 복잡한 듯했다.
태호도 죽었고, 부군도 화신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왕생을 통해 숙환을 씻어내고 현재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
심지어 시신에 남아있는 힘 따위에는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앞길을 막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떠나도록 하자.”
풍도대제는 한숨을 푹 쉬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진양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발아래 펼쳐진 기괴한 세계와 관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대제시여, 대제께서 영면을 취하던 이곳은 소인이 대신하여 처리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하거라.”
말을 마친 풍도대제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상대가 이곳을 떠났다는 걸 느낀 진양은 가장 먼저 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습득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다.
방금 그건 대제가 진양에게 소유권을 넘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진양은 별도의 주머니 반지에 관을 챙겨 넣었다.
이어서 두 손바닥을 지면에 붙인 채 진원을 끌어올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땅이 진원에 의해 잠식되었다.
습득 능력이 반응하는 순간 진양은 미소를 지으며 이곳을 연화시켰다.
어쩌면 관보다 이곳 자체가 더 중요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관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연화를 마친 진양은 해안 안에 있던 장정의를 밖으로 꺼냈다.
“자, 열심히 연구해 봐.”
이어서 풍도대제가 영면을 취하던 곳을 빠져나와 영면의 땅도 회수해버렸다.
증여에 대한 판정 기준은 진양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전부 습득이 가능했다고 해도 진양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은 기껏해야 대신 거둬주는 것만 가능했지만 발아래 펼쳐진 기괴한 대지는 습득이 가능했다.
풍도대제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해서 그의 것이라고 판정된 것은 오직 관뿐이었다.
발아래 남겨진 기괴한 대지는 각 신전의 주인인 열 명의 강자들이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자의 세계에 대취와 유무가 나타났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들은 전부 망자의 세계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이 땅은 주인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즉, 풍도대제는 겉으로는 부군의 이념이나 방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망자의 세계가 나타난 뒤에 벌일 일을 꾸며놓고 있던 것이다.
망자의 세계가 나타나자마자 밀려들었던 무리는 전부 풍도대제의 사람들이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진양은 돌연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지면의 석판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놀라움이 피어올랐다.
이전에는 전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존재했기 때문이다.
천제가 가지고 있던 권력은 총 열 개로 분화되어 있다.
그리고 풍도대제를 지키고 있는 건 총 열 명의 강자다.
이들은 상고 시대에서도 으뜸가는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어째서 이들에 대한 기록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을까?
풍도대제를 천제라고 생각해 본다면 말이 된다.
열 명의 강자들, 아무런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나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영면의 땅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 강자들.
천제가 책봉한 십 대 대신관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마치 천제가 자신의 권력을 열 개로 나눈 것처럼 풍도대제도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을 열 개로 나누었을 것이다.
서로 독립된 생명체인 상황이라면 망자의 세계의 규칙을 무시할 수 있다.
나눠진 부분을 망자의 세계에 존재하도록 하고 자신의 본존은 산 자의 세계에 있어도 서로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동시에, 그들 사이에는 천제의 권력과 같이 서로 끊어낼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된다.
망자의 세계에서 본 것은 풍도대제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풍도대제는 그들이 아닌 것이다.
망자의 세계의 풍도대제가 망자의 세계에서 봉신을 한다면 그는 망자의 세계의 천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모든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그러나 진양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풍도대제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천제조차도 자신의 지위와 영광, 그리고 권력 등이 족쇄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태호가 온갖 개고생을 감내했던 건 힘을 쥔 상태로 족쇄를 벗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사실을 풍도대제가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설령 그가 망자의 세계에서 봉신을 한다고 해도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족쇄는 아마 천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족쇄보다 훨씬 더 견고해질 것이다.
이러한 강자들에게 있어 힘과 실력은 더 이상 최우선으로 추구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천제를 한 손으로 눌러 죽일 수 있을 만한 힘을 추구하는 진양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물론 아직 괴물 같은 녀석들을 한 손으로 눌러 죽일 만큼 강력한 힘을 얻진 못했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강한 힘과 자아를 가지고 있을수록, 오랜 시간을 살았을수록 더욱 확고한 이념을 갖게 된다.
의지 역시 마치 규칙과도 같이 절대 변하지 않게 된다.
한바탕 생각의 폭풍이 흘러가고 난 뒤.
진양은 우선은 모든 것을 접어두고 조용히 풍도대제의 뒤에 섰다.
풍도대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죽음의 기운은 주변에 퍼져있는 짙은 귀기와 음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귀기에 의해 침식되어 유광 검정으로 변한 건물들도 죽음의 기운에 의해 침식되며 무광 검정으로 바뀌어 갔다.
그가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장정의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의 풍수가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풀 한 포기조차 자랄 수 없는, 심지어 귀신조차도 약한 녀석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말이다.
은월계는 본래 양기가 매우 희박한 곳이다.
게다가 그 크기도 별로 크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세상이 죽음의 기운으로 물든 죽음의 땅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