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68
1468화 저도 도군입니다만
망자의 세계에서 십방계 출신의 고수와 대화를 나눌 때 던졌던 질문이 있다.
태일은 십방 대제가 되어 십방 신조를 통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휘하에 있던 열 명의 도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는 도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즉, 십방계에는 단 한 번도 도관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십방계에서 세 천제와 신관, 성관, 도관은 전부 극히 오래된 상고의 전설에 불과했다.
진양은 입수한 정보를 살폈다.
자칭 칠성도관이라는 녀석의 실력은 꽤 상당했다.
만약 약한 녀석이었다면 진작 전선의 병력에 의해 묵사발이 되었을 것이다.
가희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실력은 최소 도군이지만 전성기의 실력은 봉호도군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전설을 압도할 수 있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전선에선 어쩔 수 없이 후방에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상황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현재 대영 신조의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대부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을 세우면 그에 상응하는 상이 내려진다.
상으로 내려지는 것은 관직, 군직, 신조의 법보, 수도사 법보 등 여러 물건들이 있는데, 충분한 공만 세운다면 영맥을 상으로 요구하는 것조차 가능했다.
실력의 한계에 도달하여 도군을 기대할 수 없는 자의 경우 원한다면 집안 사람에게 상이 내려지기도 한다.
심지어 일정 수준의 공을 쌓으면 호량 학원의 장서각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책을 살펴볼 기회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무엇을 얻게 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즉, 경전이나 전승을 얻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을 세우지 못한다면 형벌이 내려진다.
때문에, 전선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대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입수한 정보를 모두 정리한 진양은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선에 나타났다는 자는 자칭 칠성도관이 아니라 진짜 칠성도관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쨌든 대어가 낚인 것만은 확실했으니까.
잠시 뒤.
진양은 대영 신조의 군대가 한참 정벌 중인 세계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농후한 영기가 진양을 반겼다.
공기 중에선 짙은 요기도 함께 느껴졌다.
이곳의 환경은 요괴들에게 상당히 적합한 곳이다.
때문에 평범한 들짐승조차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영성이 생기고 요괴가 될 수도 있었다.
적어도 대황보다는 훨씬 더 기회가 많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 실력 없는 인간이 발을 들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저세상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아주 오랜 옛날에는 이곳에도 인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전부 멸족했을 가능성이 컸다.
감각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선봉 군영에 도착했다.
가희는 이미 진양보다 한발 먼저 이곳에 도착해있었다.
대영 신조가 최대한 힘닿는 데까지 넓혀둔 영토는 딱 여기까지였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대영 신조의 영토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희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군대와 군영부터 재정비했다.
충동적으로 적을 향해 튀어 나갈 필요가 없다.
누가 봐도 이건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가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군대를 이끌고 전장을 누비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걱정하다니.
주제넘는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진양은 신분 영패를 통해 철저한 신분 검사를 받고 나서야 군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것은 가희가 정한 규칙이다.
요괴 중에는 기괴한 신통력으로 인간으로 위장할 수 있는 녀석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인간 사이에 퍼져있는 수많은 위장 공법은 전부 이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다.
진양은 상당한 명성을 가진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모두들 납득하며,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진 대인의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얼마 전, 어느 정신 나간 대담한 녀석이 이런 진양을 사칭했던 적이 있다.
그때, 진양의 사제를 자처하는 한 인물이 나타나 그와 대화를 나눴다.
한두 마디 정도 나눴을 무렵.
자칭 사제라는 녀석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상대를 베어버렸다.
그리고 축 늘어진 놈의 시체를 정천사 사람들에게 던져주었다.
위흥조의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군가 몰래 군영으로 숨어들 때까지 정천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최근 몇 년 동안 정천사의 경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정천사 사람들은 ‘손이 잘못되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군영 안으로 들어온 진양은 옆쪽을 힐끔 살폈다.
그곳엔 정천사의 잠복 초소가 있었다.
진양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초소에 있는 자가 어째서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의 예술품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진양에게 들킨 초병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진양은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 없다는 뜻으로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갔다.
괜히 여기서 정천사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전선이다.
그러니 정천사의 사람들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게 더 좋다.
막사로 들어서니 상석에 앉아 위엄을 내뿜고 있는 가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긴 치마에서 어느새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이 외에 막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하나같이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긴장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에서는 날카로운 빛이 숨김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양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 가희는 곁에 있던 장수에게 눈짓을 했다.
장수는 끄덕 고개를 끄덕인 뒤 신조의 법보를 꺼냈다.
이어서 정중앙에 텅 비어있는 곳에 모래판이 생겨났다.
모래판 안에는 방원 수만 리 내의 땅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겨우 수 장밖에 되지 않는 모래판에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 중 하나의 산골짜기가 확대되었다.
그곳에는 어렴풋이 유적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칠성도관이라는 자는 바로 이곳에서 부활했습니다. 흠천감의 조사 결과 이곳에는 드러나지 않은 비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작년에 폐하께서 직접 상고 대요와 맞서실 때 강력한 위엄이 사방을 뒤흔들었었습니다. 그 바람에 산천의 위치가 바뀌며 비로소 비경 입구가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한 요괴가 이곳으로 들어가 광석 속에서 자칭 칠성도관이라는 상고 대요를 파낸 것이죠.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있던 탓에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렸는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요족 고수를 여럿 죽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곳 선봉 막사를 발견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말로 잘 풀어볼 생각이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곧바로 살수를 펼쳤습니다.
그나마 방어 진법도 펼쳐두었고 당시 수많은 고수들이 군영에 머물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그게 아니었다면 결과는 더욱 참혹했을 것입니다.
허나 상고 대요는 폐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스스로 물러난 상태입니다.”
장수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영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이 정말로 미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녀석은 아직까지 자신이 깨어났던 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 바람에 요족들은 큰 피해를 입으며 무려 수천 리나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진양이 입을 열었다.
“제가 직접 가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보아하니 그 상고 대요 녀석은 이곳에 있는 요족들과 한패는 아닌 듯하군요.
놈을 죽이려면 상당한 힘을 소모해야 할 테니, 차라리 설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생각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있던 탓에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대는 단신으로 선봉 군영을 뒤덮고 있던 진법을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가진 존재에요. 최소 도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물론이고, 상황도 여전히 상대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있는 상태고요. 하지만 진양은…….”
“저도 도군입니다만.”
“…….”
가희는 입을 꾹 다문 채 주변의 장수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암묵적의로 진양의 제안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진양의 육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녀도 직접 겪어서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육신만 놓고 본다면 거의 촉룡의 본존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혹여나 진양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건 사치였다.
물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진양의 체면을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요.”
진양은 포권을 취한 뒤 홀연 듯 모습을 감췄다.
밖으로 나온 진양은 모래판에서 본 방향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서 짙은 요기가 모여있는 게 느껴졌다.
강력한 대요가 그곳에 있다는 증거였다.
만약 상대가 가짜 칠성도관이라면, 혹은 단순히 이름만 같은 존재라면 최대한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짜라면 별다른 수가 없다.
애초에 서로 다른 방향을 걷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럴 경우 상대의 권력을 봉인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한다.
진양은 최대한 표정을 풀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잔뜩 긴장한 채 굳은 얼굴로 다가간다면 싸움을 걸러 온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기는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싸움을 걸어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어서 진양이 산봉우리를 넘어서는 순간.
검푸른색을 띤 날개를 단 거대한 이무기 한 마리가 산골짜기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몸에는 십여 장 정도 되는 비늘이 덮여있었는데, 마치 별빛과 같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외에, 등에는 일곱 개의 비교적 큼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