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말해 주세요
그렇게 세 시진 정도가 지났다.
그런데 녀석의 부러졌던 이빨이 전부 자라있었다.
진양은 이렇게 먹어대고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가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꺼내주었다.
먹성이 좋은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어 주기만 한다면 감지덕지했다.
그때, 진양의 품에 안긴 채 열심히 육포를 뜯던 백리 칠이 고양이가 진양의 어깨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곤 손을 뻗어 고양이의 꼬리를 잡아당겨 그를 끌어냈다.
그러나 고양이는 마치 어깨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자 백리 칠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진양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양이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고양이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백리 칠이 원하는 대로 아래로 떨어져 주었다.
어깨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나귀의 머리에 안착했다.
그리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웅크렸다.
고양이가 어깨에서 떨어지자 백리 칠은 곧바로 울음을 그쳤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그녀는 진양의 목을 붙잡고 매달린 채 깔깔대며 좋아했다.
그렇게 삼 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진양은 내키진 않았으나 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일 년 하고도 반 년은 더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량을 단 삼 일만에 백리 칠이 몽땅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먹성이 어찌나 좋은지 혹여나 뱃속에 거지가 한 부대는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며칠 동안 영태성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진양은 대담하게 백리 칠을 안고 마을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곳은 횡단 산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마을 안에는 꽤 많은 수도사들이 있었다.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진양이 나귀를 타고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곳까지 살아서 들어온 것도 대단한데 어린아이까지 안고 있다니.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횡단 산맥에 있는 수도사들은 대부분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
범상치 않은 인물에게 섣불리 시비를 거는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자는 없었다.
진양은 괜찮아 보이는 객잔에 방을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그렇게 방에서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진양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깥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모두 한 가지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바로 영태성녀에 대한 얘기였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진양의 얼굴은 곧바로 새파랗게 질렸다.
영태성녀가 일도협에서 북쪽으로 방원 오천 리나 되는 범위를 통째로 날려버렸다는 소식이었다.
사도와 마도 수도사들은 축기부터 신해까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영태성녀는 범인을 찾기 위해 힘을 최대한으로 개방하며 강제로 열여덟 개나 되는 문파를 뒤졌다고 한다.
이 외에 연체 수련사도 삼백팔십여 명 정도를 죽였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전부 귀원 혹은 삼원 최고봉에 오르고 화행 연체 공법을 익힌 자들이라고 했다.
이들 중에 자신의 문파 내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로 인해 분노한 고수들이 떼로 영태성녀에게 덤벼들었으나, 절반 이상이 영태성녀에게 맞아 죽었다고 한다.
더욱 무시무시한 건 이 중에 무려 영태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셋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른 영태성녀는 아무런 해명도, 설명도 없이 떠났다고 한다.
현재 진창주와 그 주위의 다른 주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매우 시끄러웠다.
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이야기를 엿들은 진양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영태성녀를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다.
“백리 칠, 여기 음식은 좀 어떠니?”
진양이 백리 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백리 칠은 얼굴이 온통 기름으로 범벅이 된 채 자신의 덩치보다도 훨씬 더 큰 갈빗대를 들고 열심히 뜯어대고 있었다.
그녀는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거렸다.
“그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럼 며칠 더 쉬어가도록 하자.”
진양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일단 이곳은 안전하다. 한시라도 빨리 동원 수련을 마치고 귀원 경지에 오르자. 그리고 후토재신묘법을 익히고 난 다음 생각해 보자고.’
마을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간간이 수도사들의 모습이 보이긴 했으나 이곳은 횡단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아니었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양은 조용히 이곳을 살펴본 결과 수련에 적합한 곳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누군가에게 의심을 사거나 영태성녀에게 발각될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소식에 귀를 기울였으나 들려오는 소식은 전부 며칠 전에 발생했던 일에 대한 소식뿐이었다.
그러나 영태성녀가 이미 영태성종으로 돌아갔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호량에는 사도, 혹은 마도 수도사들이 발붙일 곳 따위는 없었다.
호량은 겉보기엔 매우 넓어 보이는 땅이었지만, 진정한 고수들에게 이 정도 땅은 며칠이면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현천성종에겐 호량 곤마왕(鯤魔王)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고수들보다 수십 배는 더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를 수 있다.
때문에 영태성녀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와 마도의 수도사들은 그저 재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들은 감히 영태성녀나 성종에 항의할 용기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영태성녀에게 많은 제자와 고수들, 그리고 셋이나 되는 장문을 잃은 문파들 역시 자신들의 힘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곧장 현천성종을 찾아갔다.
하지만 현천성종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저 사람을 보내 몇 마디 한 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은 관여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현천성종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 몰랐지만 진양은 잘 알고 있었다.
현천성종은 앞으로 몇 달 후에 열릴 생신 연회를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었다.
최대한 생신 연회 전까지 호양보종의 힘을 회복시키고, 연회 당일 종을 울려 온 호량을 놀라게 할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호양보종에 대한 일이 외부로 누설되거나 눈치 빠른 누군가에 의해 발각되는 것이 꺼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우 사람 몇 죽은 것 가지고 현천성종이 나설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 현천성종에게 그깟 목숨 몇 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자 영태성종에서는 영태성녀를 대신하여 한 장로가 수습에 나섰다.
영태성녀가 이런 일을 저지른 명분은 매우 확실했다.
성종의 제자들이 사도 수도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로는 확실한 증거까지 내보였다.
장로가 내놓은 증거는 영태성녀가 죽인 이들이 생전에 이유 없이 평민들을 죽이거나 괴롭히고 사악한 공법을 익혔다는 명백한 증거들이었다.
이러한 자들은 오히려 죽는 것이 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장로는 오해로 인해 죽은 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죽은 자들이 전부 사도 혹은 마도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라는 얘기였다.
그렇게 장로가 수습하고 이틀 정도가 지나자 억울하게 죽었다고 주장하는 제자의 문파 내에서 정말로 그가 사술을 익혔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사건은 겨우 며칠 만에 완전히 잠잠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영태성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악녀가 아닌 악을 척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호걸로 말이다.
이 소식을 들은 진양은 황당함에 말을 잃고 말았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마음대로 사람을 죽여놓고 겨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버리다니!’
더 황당한 것은 사람들이 성녀의 해명을 전부 믿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영태성종은 올해 더욱 순조롭게 제자 모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내키는 대로 저지른 학살이 틀림없었지만, 놀랍게도 호량 삼성종 모두 영태성종의 변명을 묵인하기로 한 듯했다.
이러한 소식에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주먹이 센 사람이 갑이구나.’
새까만 것도 주먹을 들이밀면 새하얗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도록 해야겠어. 일단 지금은 귀원 경지에 오르는 것이 우선이다.’
진양은 마을에 작은 저택을 구매했다.
그는 저택에 머물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련을 하거나 흡수한 기능서들을 정리했다.
그 외에는 백리 칠과 놀아주거나 먹을 것을 사러 잠깐 외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진양이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 만영상호 진창주 본점에는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하얀 치마를 입고 면사포를 뒤집어쓴 여인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매혹적인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었는데, 바라보고 있으면 맑은 호수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본점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든 채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위를 살펴보던 여인은 이곳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중년인에게 물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혹시 삼장거님 계시나요?”
“아……”
맑고 청량한 아름다운 목소리에 중년인은 순간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금세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제가 바로 이곳의 삼장거입니다. 소저, 혹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요?”
여인은 다소 의외라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조용한 곳에서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신임 삼장거는 그녀에게 완전히 홀린 상태였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후원에 위치한 별당.
삼장거가 조심스럽게 차를 따른 뒤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혹여나 소저께서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말씀하시지요. 저희 만영상호에는 없는 것 빼곤 전부 있으니까요.”
“혹시 구승이 이곳에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구승?”
삼장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나 곧바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코를 간지럽히는 진한 향기가 풍겨왔다.
삼장거의 마음속에 가득하던 경계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난처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소저, 제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게 아닙니다. 단지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말해 줄 순 없나요?”